도둑비서들 - 상위 1%의 눈먼 돈 좀 털어먹은 멋진 언니들
카밀 페리 지음, 김고명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도둑비서들]


[그놈의 학자금이 문제야!]


[2016. 11. 20 ~ 2016. 11. 21 완독]


[북로그컴퍼니 서평단 활동]




 스포일러 일부 포함.



 "흠, 그렇게 확신하지마. 나 그렇게 착한 놈 아니니까."

p358


 고층 빌딩으로 이루어진 숲이 내려다보이는 큰 창을 가진 사무실에서, 훤한 대낮에 한 손에는 값비싼 양주를 따라마시고 업무를 보며 비서에게 몇가지 지시를 한 후 푹신푹신한 의자에 가만히 기대는 미디어 재벌, 로버트. 그가 주인공이냐고? 아니! 그가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소리지른다. 


 "티나!"


  자! 여기 주인공이 등장한다.

 '상위 1%의 눈먼 돈 좀 털어먹은 멋진 언니들'이라는 '쿨하고, 멋지고, 세련되고, 시크한 느낌의 쎈언니가 나오냐고? 아니, 전혀! 자가는 커녕 전세도 꿈도 못꾸는 괴랄한 가격의 집, 천장에 물이 뚝뚝 떨어져도 고칠 엄두도 못하는 살인적인 물가, 그리고 어깨를 짓누르는 학자금이라는 괴물과 싸우느라 매일매일 물먹은 솜처럼 침대에 쓰러지는 로버트의 비서, 티나 폰타나.


 내일 당장 비행기를 예약하라는 사장의 지시를 받고 미친듯이 전화를 돌리고 있는 그녀에게, 사장 로버트의 일정 변경으로 인해 자신의 학자금과 맞먹는 수표가 책상위에 고이 놓이게 된다.



저질러 버렸다.

이제 나는 자유의 몸이었다.

p23


 로버트의 모든 일을 일거수 일투족 알고있는 그녀는 불법인 것을 뻔히 알지만 저질러 버리고 새로운 자유를 얻었다. 그리고 아무도 모를 것이라 믿었던 '그 일'이 들킨 이후, 그녀는 자유를 빼앗길 위기에 처해진다.


 

 "내 말은 이걸로 로버트의 부를 조금 줄여주자, 단, 그 인간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조금만 줄여주자, 하는 거야."

p169


  10년을 갚아도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학자금, 오르지 않는 월급, 미친듯이 올라가는 각종 공과금과 살인적인 물가. 어른이 되면, 어른이 된다면 자유라는 날개를 얻어 드넓은 하늘을 날 줄알았던 우리는 그 자유라는 아름다운 날개가 현실이라는 괴물에 무참히 찢겨지는 모습을 무수히 보아왔을 것이다.


 아주 소수의 인원만이 허락받을 수 있는 완전무결한 새하얀 자유의 날개. 그 날개를 다시 꿈꾸며 찢겨진 날개를 하나씩 이어 붙이는 것이 어른임을 알게 된 순간, 아이는 성인으로, 성인은 그 책임을 다 할 수 있는 어른으로 탈바꿈 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과정 속에서 넘어야할 거대한 벽 중 하나인 '망할 학자금'을 견디다 못하고 티나는 저질러 버린다. 불법을 저질러 버린 것이다. 그리고 다른 팀의 에밀리, 진저, 웬디, 릴리에게 차례로 들키며 각자의 학자금을 회사 돈을 조금씩 빼돌리며 갚아나간다. (멋진 언니들이 한탕치는 것 치고는 소박하다)


 완벽한 줄 알았다. 아니, 완벽했었어야 했다. 하지만 그녀들도 모르는 사이에 생긴 구멍은 어느 순간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그녀들을 잡아삼키는 거대한 파도는 제법 흥미로운 방향으로 흘러간다. 로버트의 돈을 효과적으로 훔치기 위해 개설했던 홈페이지는 '가난한 청년을 위한 학자금 대출 프로젝트'라는 거창한 이름의 사회 운동이 되었고, 자신을 우습게 보던 로버트에게도 한 방 먹일 기회가 주어지게 된다.


 여기까지 가는 여정이 몰입감 있게 펼쳐진다. 후반부에는 너무 전개가 빠른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여기저기서 사건이 팍팍터지는데 정신을 못차릴 정도였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어엿한 어른이 되어 있는 티나와 동료들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 할 수 있었다.


 '부자에게 한방 먹인다!'라는 다소 식상할 수 있는 소재이지만, 이러한 소재에 막 성인이 된 이들이 마주하는 현실이라는 정글을 끌여들어와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작가의 역량이 돋보이는 소설이 아닐까. 하지만, 역시 불법은 불법이니 함부러 횡령하지는 말자. (아니면 크게 한탕하고 해외로..... 앗, 죄송)





 "뭐, 그럼 우린 서로 비긴거로군. 안 그래?"

-로버트가 티나에게-

p3



 + 이 리뷰는 <북로그컴퍼니>  서평단 활동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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