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사 안은영 오늘의 젊은 작가 9
정세랑 지음 / 민음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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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교사 안은영]


[★★★☆]


[무지개 칼과 BB탄 권총]


[2017. 1. 9 ~ 2017. 1. 10 완독]





 저는 이 이야기를 오로지 쾌감을 위해 썼습니다.

- 작가 -

 <보건교사 안은영>이라는 제목만 보고 빌린 나는 별다른 생각없이 읽어 나갔는데, 이렇게 유쾌한 퇴마 이야기는 처음 접했다. 본디 '퇴마'라 하면 악령을 퇴치하고 억울한 영혼을 구제하며 세상의 균형을 위해서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어둠과 싸우는 비밀결사대'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있다.


 그녀 또한 그렇다. 망자를 보고 망자를 퇴치할 수 있으며, 음울한 산자의 망상까지 없애버릴 수 있다. 이상하게 학교에서 이상한 '것'들이 많이 보여 이를 퇴치하기 위해 조그만한 가방 속에서 꺼내든 것은 무지개색 장난감 칼과 BB탄 권총. 하하하.


 귀신이 보이지 않는 사람 눈에는 뭐하는 걸로 보일까? 분명 진지한 표정으로 무지개 칼에 기운을 담아 휘두르고 BB탄 총알에도 강한 기운이 담겨있을 터인데... 그녀가 퇴마를 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미소가 입에 걸린다.



 오래된 절, 사람이 많이 다니는 절에 가서 탑에다가 살짝 손가락을 댄 다음 충전한다.

p50


 자신에게 특별한 퇴마의 소명을 다하려는 그녀의 고군분투가 왜 이렇게 무지개색으로 빛나는지 모르겠다. 본인도 모르는 거대한 방어막을 가진 한문 선생과 함께하는 퇴마 여행(?)는 자못 진지한 상황에서도 유쾌하다. 여학교에 쳐들어가 방석을 훔처 행운의 방석으로 파는 학생들, 퇴마로 돈을 버는 장사꾼과의 다툼, 봉황기운을 가진 오리와 호랑이 기운을 가진 고양이 등등 상상력을 자극하는 요소가 많아서 정말 즐겁게 읽었다.


 더욱이 "재수 옴 붙었다."의 '옴'을 잡는 '옴잡이', 주체못하는 기운의 남학생의 겨드랑이 털을 묶어 그 기운을 다스리게 하는 등의 토속적인 요소도 만나 볼 수가 있어 더욱 재미있었다.



 

 별거 아닌 걸로 거짓말 하는 사람들한테는 꼭 다른 꿍꿍이가 있어.

p244


 학교라는 장소가 그런 것 같다.


 혈기 왕성한 청소년이 많이 모여있는 곳, 무엇이든 생각하고 상상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가는 강한 에너지가 존재하는 곳, 2차 성징의 발현으로 다른 성에 대한 무한한 관심이 켜져 거대한 에로 에너지가 머무는 곳. 그리고 이 거대한 에너지에 반하는 억울한 사고로 죽은 아이가 교실에서 보이는 곳, 시도때도 없이 보이는 여러 종류의 귀신이 있는 곳 등의 온갖 학교 괴담이 존재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것을 두고 음양의 조화라고 해야하나? 엄청난 양기와 엄청난 음기가 모이는 곳, 이런 특성때문에 예로 부터 학교는 모든 이야기의 중심이었으니, 어떤 이야기가 나온다 하더라도 항상 새롭고 흥미진진한 것 같다. (우리의 추억속의 학창 시절에 대한 그리움일 가능성도 크지만...)


 이상한게 꾸역꾸역 숨어드는 학교(p190)에서 활약하는 보건교사 안은영과 한문교사 인표. 유쾌하다. 딱, 작가 스스로가 열렬히 원해서 써내려간 책이다.




 봉황 기운 오리라 괜찮을 줄 알았더니, 호랑이 기운 고양이를 잊고 있었네 ……"

p140

 "제 손 좀 잡아주세요."


 "네?"


(중략)


 은영은 아주 강력한 기운이 스며드는 것을 느꼈다.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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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아직 쓰지 않은 이야기 - 2030년 대학생 마리가 들려주는 AI 100년사 아우름 20
고다마 아키히코 지음, 박재현 옮김 / 샘터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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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아직쓰지 않은 이야기]


["그건 모르는 거야."]


[2017. 1. 11  ~ 2017. 1. 13]


[샘터 물방울 서평단 활동]






 오늘날 스마트 폰이나 인터넷에 필적하는, 어쩌면 그 이상의 충격을 가져올지 모를 인식체계의 대전환이 IT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p7



 우리는 '제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을 수시로 듣고 있다. 각의 상황에 맞추어 자동으로 운행하는 자율주행자동차, 단순한 컴퓨터가 아닌 인간과 같은 사고(思考)를 할 수 있는 인공지능, 집안의 모든 물건이 자동으로 최적화된다는 사물인터넷 등등. 인간의 인식을 넘어서는 과학과 기술의 진보는 마법같다는 말과 같이 너무 흥미롭게 신기해서 정말 마법같다. (아니면 외계인을 잡아다가 고문을 했나?)


 어느새 새로운 산업혁명의 물결은 이미 우리 생활 속 깊은 곳까지 들어와 있다. 자율주행자동차는 한창 열을 다해 개발하고 있는 분야고, 사물인터넷분야는 스마트폰으로 난방On- Off/ 자동차 On- Off/ 가전제품 On- Off 등에 활용되고 있고, 얼마 전에는 알파고를 위시한 인공지능이 인간 고유의 영역에 들어선 것이 아니라 이미 추월해 앞서 나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근데 우리가 언제 기계를 이긴적이 있었나?)




 "인공지능이 이만큼 발달해도 여전히 인간밖에 할 수 없는 일이나 인간미라는게 있는건 나도 알아. 그건 기술이 쉽게 따라잡지 못할 거야."


...(중략)...


 "그건 모르는 거야."

p307



 때는 2030년, 개인 비서 인공지능 디바이스 A.I.D가 존재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 '마리'는 편해보인다.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도착하는 자율주행택시, 알아서 결제가 되는 시스템, 기호(嗜好:즐기고 좋아함)를 알아서 찾아주는 인공지능 피트. 아마 내가 바라는 '가상현실'도 있을 법한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된 세상.


 하지만 공부하는 방법은 역시 왕도가 없는지 마리는 졸업 논문을 쓰기 위해 주제를 찾던 중 자신이 쓰고 있는 인공지능의 역사를 알아보기로 한다.



 우리는 좋은 싫든 인공지능과 잘 지내는 방법을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은 지금 시대의 신앙 같은 것이다.

p209


 컴퓨터 관련해서 공부를 했던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애니악 애드삭부터 시작하는 컴퓨터의 시초 대신에 오늘날 인공지능의 토대가 되었던 인물들을 기준으로 소개해서 한숨놨다. 아무도 풀 수 없다는 에니그마를 해독하는 기계를 만든 앨런 튜링, 컴퓨터의 기초가 된 학문을 만든 폰 노이만(그의 일화는 재미있다)을 지나 구글/애플의 스티븐 잡스가 등장한다.


 하도 스티븐 잡스 스티븐 잡스해서 그가 유명한 줄을 알았지만 대단한 줄을 모르고 있었는데 생각을 바꿨다. 짧은 IT의 역사를 뒤돌알 볼때 4분의 1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스티븐 잡스의 능력은 순도 높은 과학기술을 일상으로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내가 뭐라고..)


 지루한 역사 얘기는 직접 보도록 하고, 이래저래 앞으로 닥처올 미래에 대해서 그려본 것을 좋았다. IT 전체의 역사를 통해 인간이 상상도 못할 것이 등장을 할터이다. 하지만 내가 흥미롭고도 두려운 점은 과연 이것이 '좋기만 할것인가?' 이다. 앞서 발생한 1차, 2차, 3차 산업 혁명은 그 영향력에 걸맞은 후폭풍으로 우리를 시시각각 위협하고 있으니 4차도 그러할 가능성이 높다.


 4차 산업 혁명은 감미로운 향기가 나는 와인이 든 성배가 될 것인가? 아니면 끔찍한 독이 든 성배가 될 것인가?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달해도 '어느 방향으로 갈것인가?'에 대한 것은 우리가 꼭 확인해야할 점일 것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스로 그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 앨런 케이 -

 새로운 것은 환영받지만 익숙한 것은 사랑받는다

<김은주 1cm>






<사용하지 않았지만 마음에 든 문구들>


1. 기계에 마음이 있는지 알 수 없다면 신부님에게 마음이 잇다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어요? (p25)


2. 아무리 지식이 있어도 출제된 질문의 문장이 무엇을 말하려는지를 적절하게 해석할 수 없다면 옳은 답을 할 수 없다. (p176)




+ 이 리뷰는 <샘터> 물방울 서평단 활동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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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쥐와 친구가 된 고양이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노에미 비야무사 그림, 엄지영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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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쥐와 친구가 된 고양이]


[★★★☆]


[믹스와 막스, 그리고 멕스]


[2017. 1. 6 ~ 2017. 1. 9 완독]




 진정한 친구라면 침묵도 나눌 줄도 알아야 하니까 말이다.


 '그리스 고양이 조각상'같이 생긴 고양이 라길래 구글에 한참을 찾았는데 보이지 않는다. '고양이 조각상'으로 가장 유명한 이집트 고양이 조각상만 나타나서 결국에는 반쯤 포기했다. 사실 삽화에 보이는 그윽한 미소의 고양이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집트 고양인데 (#참고) 그리스 고양이 조각상을 닮은 고양이라니... (#참고)  진실은 저 너머에...


 한결같이 따스했다.

그리스 조각상(?)같은 그윽한 눈매를 가지고 있는 눈 먼 고양이 '믹스'와 믹스의 동반자(집사) '막스', 그리고 집의 한켠에 숨어 살다가 믹스에게 들킨 후 믹스의 눈이 되어주며 친해진 '멕스'의 이야기를 지켜보는 것이 즐겁다.


 진정한 친구라면 꿈과 희망을 서로 나눌 줄 알아야 하니까 말이다.

​ 세월이 흘러, 막스는 서서히 꿈 많은 청년으로 변해 갔다. 믹스도 변했는데, 서서히 보다는 좀 더 빠르게 늙은 고양이가 되어 갔다.

p24



​ 어릴 적부터 함께 했던 믹스는 막스에게 가장 큰 친구이다. 둘은 '친구'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의지하며 많은 시간을 지냈지만 서로 다르게 흘러가는 시간은 많은 것을 앗아갔다. 청년이 된 막스는 꿈을 향해 달려가느라 밖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고양이 믹스는 나이가 들어 눈도 보이지 않고 거동도 불편하게 되었다.


 그 둘 사이에 우연히 끼어든 '(스스로가 평하자면)잘생긴 멕시코 생쥐'는 새로운 활력소가 되었다. 항상 믹스 곁에 있으면서 눈에 보이는 모든 세상을 설명해주고, 상쾌한 바깥공기도 마실 수 있게 도와주는 새로운 친구가 된 생쥐에게 믹스는 '멕스'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믹스는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자리에 누운 채 녀석의 말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듣고 있었다.

p62

​ 항상 재잘거리는 멕스와 그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는 믹스를 상상하고 있노라면,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집이라는 한정적인 공간에서 그들에게 벌어지는 소소한함은 스릴 넘치고 박진감 넘치지는 않지만 일상적이라 푸근하고, 서로를 도우며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믹스, 막스, 멕스의 관계는 따스해서 좋다.


 그래서 좋은 책이다.



 삶이라는 건 길이가 아니라, 고양이와 생쥐처럼. 서로 마음을 열고 얼마나 따뜻한 마음으로 사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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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스토리콜렉터 49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황소연 옮김 / 북로드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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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


[기억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2017. 1. 3 ~ 2017. 1. 5 완독]



스포일러 일부 포함.



 데커는 다시 눈을 감고는 그가 '블랙박스'라고 부르는 머릿 속의 영상 저장 장치를 켰다. 눈앞에서 형상들이 보기 어려울 만큼 빠르게 지나갔지만 그는 블랙박스 안의 모든 것들을 볼 수 있었다.

p33

 "잘했어, 에이머스. 하지만 결국엔 네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거야, 형제."

p180


에이머스 데커.

어떤 사고를 겪은 후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가 된다.

그리고 그의 가족은 처참해게 살해된다.

범인은 잡히지 않았고,

그는 잊혀지지 않는 기억의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수년 후, 자신을 범인이라 주장하는 한 남자가 나타나고,

외면할 수 없었던 기억을 안고 데커는 남자를 만나고자 한다.

그리고 근처 고등학교에서는 총격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어차피 목적은 같았다. 이 난장판을 만든 놈을 잡는 것.

p103

 가장 좋아하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연주회에 갈때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습니까? 이미 그 곳을 외울만큼 잘 알고 있지만 이 특정 피아니스트가 그 곡을 어떻게 해석할지 듣고 싶은 거지요.

<디어 존, 디어 폴>


1.
'모든 것을 기억한다.'는 점이 소설의 재미를 반감하는 식상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드라마, 영화, 소설, 만화 등에 수없이 많이 등장한 '클리셰(남용의 결과, 의도된 힘·새로움이 없어진 구 (상투구, 상투어)·표현·개념을 가리키며, 또 상황, 줄거리의 기법, 주제, 성격 묘사, 수사 기법 등, 흔히 있던 것이 되어 버린 대상)'였다.


 하지만 작가는 흔하디 흔한 재료로 맛깔나는 음식을 조리해 낸다. 육중한 덩치를 가진 전직 형사인 데커가 '모든 것을 기억' 할 정도로 뛰어나지만, 사건을 풀어나가는 열쇠가 그 기억 속에 있다는 것 뿐이지 '셜록'같이 단 수초 안에 추리를 해버리는 그런 추리력은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뛰어난 기억력을 바탕으로 언제 어디서나 사건 현장을 떠올릴 수 있는 그의 능력 덕택에 수사에 도움이 되는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 할 수 있었다. 어떤 사건을 단숨에 밝혀내고 범인을 색출하는 것이 아닌 끊임없이 사건에 대해서 생각하고 추리하는 과정을 따라가는 것이 즐겁다. '뛰어난 기억력'은 단지 주인공 데커가 가진 '좋은 도구'로 취급되는 부분이 좋다.


 단순히 혼자서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아닌 동료들(전파트너 경찰 랭커스터, 저널리스트 재미슨, 연방요원 보거트)의 도움으로 실마리를 찾기도 하고, 범인의 위협에서 벗어나게 도와주는 등 주변 인물들이 '딱 한가지만 특별한 평범한 주인공'을 곁에서 여러모로 채워주는 모습이 좋다.


 

 "(기억이)되살아 날 수가 없죠. 이제껏 한시도 잊은 적이 없거든요."

p141

 자기들이 나보다 더 영리하다는 걸 과시하는거지. 실제로 그럴지도 모르고.

p341


2.

 여기에 특별한 주인공을 마음껏 주무를 정도로 특별한 범인과의 대결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다. 여기 저기에 설치한 함정에 위험에 처하기도 하고, 격분하기도 하며, 체념하지고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딛고 일어서 범인과 마주보는 주인공의 모습이 상상되어 좋다.


 더욱이 죽어버린 자신의 가족에 대한 연민이 소설 속 곳곳에 등장해 주인공을 괴롭히는데, 그 감정이 절절히 느껴져 작가의 필력에 감탄할 따름이다.



 놈들이 원하는 건 나야.

p353

 

 3.

 예측불가능할 정도로 몰아치는 참신하지는 않지만 매력적인 인물들이 매우 사이코인 범인을 뒤쫓는 모습을 즐겁게 따라갈 수 있는 소설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에 범인을 마주했을 때는 살짝 뻔한감이 있었다.) 결국, 사건은 해결되고 주인공 데커는 모든 일을 마무리하며 끝이나는 듯 하지만, 연방요원 보거트가 짠 특수 수사팀에 합류하며 다음을 기약하니 앞으로 또 어떠한 사건이 닥칠지 궁금하다.




 "그럼 우린 내일 다시 올게요. 앞으로 다시 혼자 있을 일은 없을 거예요. 그동안 충분히 혼자 있었잖아요."

p486


4.

 그래서 퍽 재미있다.







<사용 하지 않은 책 속 한마디>

1. 죽은자는 급할게 없다. (p105)

2. "이번에도 경험에서 우러난 추측입니까?"

   "이번에도 경험에서 우러난 추측입니다." (보거트와의 대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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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농담이다 오늘의 젊은 작가 12
김중혁 지음 / 민음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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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농담이다]


[★★★]


[우주를 떠도는 농담 하나]


[2016. 1. 2 완독]





 내 농담이 이 우주에서 돌고 있으면 얼마나 기쁘겠어.

p231


 김중혁 작가 신작이 나왔다.

그것만으로도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 하지만 포즈에 자본주의의 미소가... 크크.


 송우영은 걸쭉한 입담으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이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는 도중에 나온, 배다른 형제 일영에게 보내는 편지 뭉치를 발견하게 된다. 얼굴도 모르는 낯선 형제에게 어머니의 마지막 유품을 전해주기 위해 떠난 우영은 일영이 우주에서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스포일러 일부 포함.



 그는 과거에도 있고 현재에도 있고 미래에도 있는 것 같았다.

p112


 <나는 농담이다>는 격한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인생의 마지막 지점에서도, 한껏 재미있을 코미디에서도, 무한한 우주에서도 적당히 절제된 감정만이 흘러 나올 뿐이다. 서로를 향한 뜨거운 형제애나 사랑하는 이들의 사랑도 나오지 않는다. 단지 송우영의 삶과 이일영의 삶이 독립적인 이야기로 진행 될 뿐이다. 그 속에서 각자의 꿈이 있고 사랑도 있는 일상이 있는데, 두 삶을 함께 보면 접점이 없는 남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이다.


 하지만 남과 같던 둘의 사이에 어머니의 유품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흥미롭게 변화한다. 서로의 존재조차 희미했던 둘 사이가 사실은 끈끈한 관계 속에 있었다는 사실이 속속들이 등장한다. 우영의 코미디를 일영이 보러오기도 했었고, 우주에서 일영이 사랑하는 강차연을 생각하는 것 이외에도 우영을 생각하는 점, 자신이 말하는 코미디 속에 묻어나는 일영에 대한 그리움/ 안타까움 등이 말이다.



 

 저는 농담 속에서 살면 좋은 것 같습니다. 형체는 없는데 계속 농담 속에서 부활하는 겁니다. 죽었는 줄 알았는데 농담에서 또 살아나고, 평생 농담에 속에서 사는 겁니다.

p194


 전해지지 못한 어머니의 편지를 통해 남보다 못했던 형제가, 이제껏 만나지 않았던 형제가, 더 이상 만날 수 없었던 형제가 보여주는 뜨거운 형제애가 코미디언 송우영의 농담에서 절재된 감정으로 묻어 나온다. 서로가 서로를 마주볼 수 있었던 때가 드디어 다가 왔으나 이루어지지 못한 안타까움, 착잡함. 그런 감정들이 <나는 농담이다>를 감싸고 있다.


 송우영이 농담을 녹음해 우주로 쏘아올리는 마지막 모습에서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느껴진다. 좋아. 작가님 다음 소설을 기다리고 있어요!




 내 농담이 우주에 떠돌고 있으면 얼마나 기쁘겠어.

p231

 저는 소설 속에서 살아 갈 겁니다. 문자와 문장과 문단 사이에서 죽치고 있을 작정이고, 절대 나가지 않을 겁니다. 물음표의 곡선에 기댄 채 잠들 때도 있고, 느낌표에 착 달라붙은 채 서서 잠들 때도 있을 겁니다. 마침표는 제가 들어가기에는 좀 작은 거 같지만, 문단과 문단 사이에서는 충분히 쉴 수 있을 겁니다. 여기서 살 수 있어 즐겁습니다.

 - 김중혁 -

p238







<쓰이지 못한 책 속 한마디>


1. "거짓말은 아니고 오면서 그런 상상을 한 거야. 우리가 결정적인 상황들을 스쳐 지나가고 있는데, 그걸 모른다는 게 너무 슬프지 않냐?" (p53)


2. "몇 번 속아도 계속 믿는다는 건 거짓말에 내성이 생기지 않았다는 거 아니겠소. 양치기 소년이 진실을 말할 때 도와줄 수 있을 거요." (p60)


3. "바보야. 무서우니까 가보는 거야. 인류가 발전한 것도 그것 때문이 잖아."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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