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농담이다 오늘의 젊은 작가 12
김중혁 지음 / 민음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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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농담이다]


[★★★]


[우주를 떠도는 농담 하나]


[2016. 1. 2 완독]





 내 농담이 이 우주에서 돌고 있으면 얼마나 기쁘겠어.

p231


 김중혁 작가 신작이 나왔다.

그것만으로도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 하지만 포즈에 자본주의의 미소가... 크크.


 송우영은 걸쭉한 입담으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이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는 도중에 나온, 배다른 형제 일영에게 보내는 편지 뭉치를 발견하게 된다. 얼굴도 모르는 낯선 형제에게 어머니의 마지막 유품을 전해주기 위해 떠난 우영은 일영이 우주에서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스포일러 일부 포함.



 그는 과거에도 있고 현재에도 있고 미래에도 있는 것 같았다.

p112


 <나는 농담이다>는 격한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인생의 마지막 지점에서도, 한껏 재미있을 코미디에서도, 무한한 우주에서도 적당히 절제된 감정만이 흘러 나올 뿐이다. 서로를 향한 뜨거운 형제애나 사랑하는 이들의 사랑도 나오지 않는다. 단지 송우영의 삶과 이일영의 삶이 독립적인 이야기로 진행 될 뿐이다. 그 속에서 각자의 꿈이 있고 사랑도 있는 일상이 있는데, 두 삶을 함께 보면 접점이 없는 남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이다.


 하지만 남과 같던 둘의 사이에 어머니의 유품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흥미롭게 변화한다. 서로의 존재조차 희미했던 둘 사이가 사실은 끈끈한 관계 속에 있었다는 사실이 속속들이 등장한다. 우영의 코미디를 일영이 보러오기도 했었고, 우주에서 일영이 사랑하는 강차연을 생각하는 것 이외에도 우영을 생각하는 점, 자신이 말하는 코미디 속에 묻어나는 일영에 대한 그리움/ 안타까움 등이 말이다.



 

 저는 농담 속에서 살면 좋은 것 같습니다. 형체는 없는데 계속 농담 속에서 부활하는 겁니다. 죽었는 줄 알았는데 농담에서 또 살아나고, 평생 농담에 속에서 사는 겁니다.

p194


 전해지지 못한 어머니의 편지를 통해 남보다 못했던 형제가, 이제껏 만나지 않았던 형제가, 더 이상 만날 수 없었던 형제가 보여주는 뜨거운 형제애가 코미디언 송우영의 농담에서 절재된 감정으로 묻어 나온다. 서로가 서로를 마주볼 수 있었던 때가 드디어 다가 왔으나 이루어지지 못한 안타까움, 착잡함. 그런 감정들이 <나는 농담이다>를 감싸고 있다.


 송우영이 농담을 녹음해 우주로 쏘아올리는 마지막 모습에서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느껴진다. 좋아. 작가님 다음 소설을 기다리고 있어요!




 내 농담이 우주에 떠돌고 있으면 얼마나 기쁘겠어.

p231

 저는 소설 속에서 살아 갈 겁니다. 문자와 문장과 문단 사이에서 죽치고 있을 작정이고, 절대 나가지 않을 겁니다. 물음표의 곡선에 기댄 채 잠들 때도 있고, 느낌표에 착 달라붙은 채 서서 잠들 때도 있을 겁니다. 마침표는 제가 들어가기에는 좀 작은 거 같지만, 문단과 문단 사이에서는 충분히 쉴 수 있을 겁니다. 여기서 살 수 있어 즐겁습니다.

 - 김중혁 -

p238







<쓰이지 못한 책 속 한마디>


1. "거짓말은 아니고 오면서 그런 상상을 한 거야. 우리가 결정적인 상황들을 스쳐 지나가고 있는데, 그걸 모른다는 게 너무 슬프지 않냐?" (p53)


2. "몇 번 속아도 계속 믿는다는 건 거짓말에 내성이 생기지 않았다는 거 아니겠소. 양치기 소년이 진실을 말할 때 도와줄 수 있을 거요." (p60)


3. "바보야. 무서우니까 가보는 거야. 인류가 발전한 것도 그것 때문이 잖아."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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