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빌 워 시공그래픽노블
마크 밀러 지음, 최원서 옮김 / 시공사(만화)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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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빌 워(Civil War)]


[]


[우리는 그냥 싸우고 있을 뿐이야]


[2015. 7. 10 완독]





우린 국가의 위기 상황을 돕기 위해 지원했는데, 아직 우리를 쫓아다니는 거냐? -울버린-



 




 우리는 2016년을 기다리고 있다. 나도 마블의 새로운 영화를 9월 개봉에 개봉을 앞둔 <앤트맨>이 타는 목마름을 어느정도 해결해 주기는 하겠지만... 정말로 보고 싶은 것은 (개인적으로)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가 맞붙는 <시빌워(Civil War>라고 생각한다. 저스티스 리그의 슈퍼맨과 배트맨이 맞붙는 것처럼... 어벤져스의 주축인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라니... 상상만해도 즐거워진다. 


 '3년이 넘으면 도서 신청에 제약이 걸릴 수 있다'라는 도서관의 공식적인 규정을 뚫어버리고, 장르를 분문하고 '만화'라고 생각이 되면 신청을 받아주지 않는 비공식적인 규정조차 뚫어버린 그래픽노블 <시빌워>. "우리 도서관은 그렇지 않다" 라고 말하기에는 내가 가본 대부분의 도서관의 '만화' 비율은 극히 적은 것으로 알고 있다만... (아니라면 아닌곳을 소개해주기를... 한번 가보고 싶다. - 만화 전문 도서관 말고)


 그나마 있는 만화도 '삼국지', '검정고무신(이야...)' 등 교육적이거나 추억을 얘기하는 것에서 최근에는 웹툰의 활약으로 인해 제법 다양한 만화도 도서관에서 만날 수 있어, 이러한 변화가 좋다.



이 논쟁에서 옳고 그름은 없다. 단순히 관점의 차이일 뿐이다.


 일반적인 도서관 선반보다 큰 크기라 곱게 옆으로 눕혀져 있는 <시빌워>를 뽑아들었을 때의 환희란... '득템했다!'라는 소리가 목구멍까지 올라 온다. 야호!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영화를 통해 마블을 먼저 접해서 <히어로>에 대한 정보를 알지는 못한터라 주요 인물말고는 모르겠더라.



쓰레기 같은 등록법 때문에 우린 그런 작은 것들을 빼았겼어.

우리를 우리 답게 하는 그런 작은 것들..



 상관있나! 

 세상이 영웅(히어로)을 원하고 영웅(히어로)이 세상을 원한 마블의 세계. 늘어나는 히어로로 인해 민간인의 피해가 발생하자 정부는 '슈퍼히어로 금지령'을 추진한다. 복면에 가려진 신분을 드러내고 공식적인 위치에서 행동하기를 받아들이는 히어로와 '타인이 모르게 선을 행하고 악을 물리친다'는 대대로 내려오는 '히어로의 물분율'과 같은 그것을 깨는 것에 반기를 드는 히어로의 충돌. 이들을 대표하는 인물이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이다.



쉴드가 내가 강도들을 막는 걸 보고는 전부 날 쫓아오고 있어


 이러한 '슈퍼 파워'를 지닌 이들이 대립하니, 국가적 차원의 무력을 등에 업고 등록법을 지지하는 아이언맨의 세력과 이를 반대하는 세력의 피튀기를 혈전! 그 끝은 평범한 시민들이 싸움에 휘말리는 모습을 본 캡틴의 항복으로 일단락되며 끝을 맺지만, 등록법이 통과된 이후에도 존재하는 반대파와의 대립은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궁금하다.


 

 우리는 더 이상 사람들을 위해 싸우고 있는게 아니야, 우리는 그냥 싸우고 있을 뿐이야.


 이래서 마블을 좋아한다. 마블의 다루고 있는 '판타지'와 우리가 살고 있는 '실제 현실의 문제'가 적절하게 결합하여 결코 쉽지 않는 질문과 심도있는 철학적인 부분을 다루고 있어서 마블이 좋다. 진정한 선도, 진정한 악도 없는 끊임없이 고뇌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우리의 옆에 살고 있는 히어로. 역시 시빌워를 보기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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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퀘스천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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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퀘스천]


[★★]


[더글라스 케네디를 위한 책]


[2015. 7. 7 ~ 2015. 7. 8 완독]



 제목도, 부제도 볼 필요없이 <더글라스 케네디>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집어들었던 책.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재미있다고는 할 수가 없겠다. 이미 '빅피쳐', '파리5광구의 여인', '모멘트',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 .. 등등 많은 작품으로 사랑을 받아온 작가의 "새로운" 책. 나처럼 숨통을 죄이는 서스펜스 스릴러. 치밀한 구성. 반전의 반전을 느끼고 싶은 독자라면 건너뛰어도 좋은 작품이다.



왜 용서만이 유일한 선택인가?



 사실, <더글라스 케네디>라는 타이틀이 지닌 기대치만 떼어낸다면 나쁘지 않은 책이다. '부부 생활과 행복', '결혼에 대한 단상', '관점의 차이를 이해하는 법',' 비극', '행복에 대해서', '종교', '용서' ... 자신이 자신을 낱낱이 파헤쳐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과 우울하고 암울했던 기억을 모두 꺼내어 "자조적인 시선"으로 그려내어 여느 '성찰에 관한 책'과는 궤를 달리한다.



 내 눈에 아버지가 가장 사랑스럽게 보였던 순간이었다. 여생을 새롭게 살아 보려는 강렬한 욕구와 더불어 그 안에 드리운 인간 본연의 슬픔과 연약함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p47


 '행복의 이면에는 불행이 있고, 불행의 이면에는 행복이 있다.'는 삶의 양면성을 드러내는 점이 좋다. (별점은 두개주고는 칭찬 일색인가..) 희망에 가득차 하늘을 날아다니지 않고, 너무 암울하여 흐물흐물해져 없어질 정도도 아니고, 딱 적당하다는 느낌이다. 



이견이 없는 진실이 세상에 존재한다. (실증적 사실 - 해가 뜨고 짐, 지구는 둥글다 etc)


  "인류가 지녀야 하는 절대적인 가치". 즉, '이해, 관용, 용서' 등을 자신의 이야기와 잘 조합하여 작가 스스로가 한꺼풀 벗어낸 느낌이 든다. 책을 통해 작가는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우울한 과거의 상처를 조금이나마 치유할 수 있었으며, 현재에 과거를 내려놓고 미래를 바라 보게 했다고 할까나? 결국 독자를 위한 책이 아니라 <더글라스 케네디를 위한 책>이라 재미가 없긴 하다.



사람이 살아간다는 건 비극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비극을 피하기 위해 아무리 발버둥쳐도 결코 벗어날 수 없다. 그것이 바로 삶의 본질이다. p131

굳어지지 말 것, 무릎을 굽히고 균형을 잡을 것,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려고 애써 볼것.





<못다한 책 속 한마디>


문학은 우리가 보지 못하는 숨은 방, 우리가 차마 맞서기 두려워하는 절망의 방으로 이끄는 통로이다. p66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 할 때 가장 크게 거짓말한다. - 에릭 호퍼 -


사실 인생의 아주 많은 부분이 우리 손이 미치지 않은 영역에 있긴 하죠. p156


영혼은 신의 손에 있을까? 길거리에 있을까?


예술 작품은 마치 종교처럼 우리의 영혼에 위안과 위로를 주는 힘이 있다. p182


아직까지 배를 물에 처박은 적은 없어요. 그래도 혹시 모르죠. 세상 모든 일에는 처음이 있으니까. 


시체는 매장이든 화장이든 처리될 곳으로 보내질 것이다. 그것으로 끝이다. 세상은 여전히 잘 돌아갈 것이다. 우리가 평생 애써 이룬 것들 역시 죽음과 함께 사라진다.



<책 속의 책>


<레볼루셔너리 로드> - 리처드 예이츠

<커플스> - 존 업다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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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간의 행복 - Novel Engine POP
미아키 스가루 지음, 현정수 옮김, E9L 그림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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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간의 행복]


[]


[당신을 얼마인가요?]


[2015. 7. 6 ~ 2015. 7. 7 완독]




 



시간인가요? 건강인가요? 수명인가요?


 여기.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가지고 있는 세가지가 있다. 시간, 건강, 수명. 그리고 당신은 이 세가지 중에서 어떤 하나를 팔 수가 있다면? 어느 것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인가. 당신의 시간을 (특정한 일을 해야함) 당신의 건강을 당신의 수명을 (삶) ... 쉽게 선택하기 쉽지 않다.


 개인의 삶이 '측정화'되어 있다는 것에 절대로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 지워진다는 설정이 서글프다. 특히, 모든 것이 '돈'으로 귀결된다는 점이 서글픔을 더욱 가중시켜 준다. 쉽게 '돈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야!'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자라버렸나. 큽... ㅠㅅㅠ



평생동안 벌어들인 돈, 그것이 그 사랑의 가치와 동등하다는 생각도 한가지 답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p3


 자신의 삶에 환멸을 느끼고 '자신'을 팔기로 결심한 남자. 돈이 꽤나 나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들어선 '회사'에서 제시한 금액은 평균적인 직장인이 평생 벌어들일 3억엔에도 못미치는 30만엔. 충격적인 사실이지만 이미 팔아버리기로 마음을 먹어 평생의 수명을 30만엔에 팔아버린다.


 자신의 '살아갔을 인생'이 손에 쥐어든 몇장의 돈으로 환산되자 허탈하다. 얼마 남지 않은 수명을 가지고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상황에 대비에 비밀스럽게 붙여준 (남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차가운 인상의 감시원 미야기. 마지막 남은 수명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첫사랑 찾아가기? 영화처럼 자신이 가진 모든 돈을 뿌려보기? 모든 것은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흘러가지는 않는다. 과거의 아름다운 추억은 변질된 현실도 돌아와 가슴에 비수를 꼽고, 이미 얼마 남지 않은 수명에 돈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오직 묵묵하게 곁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기록하고 보고하는 미야기만이 자신을 알아주는 듯 하다.



 만약 정말로 모두가 과거의 가장 좋은 추억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면 사람들은 더욱 슬픈 얼굴을 하고 공허한 오늘을 살게 될 테고, 모두가 과거의 나쁜 추억을 정직하게 기억하고 있어도 역시 사람들은 가장 슬픈 얼굴로 공허한 오늘을 살고 있겠죠. p185


 나. 오직 자신만을 돌아보고 자신만을 들여다 보던 몇 안되는 시간 동안 곁에 있어준 미야기에게 관심이 간다. 그녀는 어떻하다가 자신의 시간을 팔게 되었을까? 나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평생을 쌓아온 자신을 몰라봐주는 사람들 가운데 오직 몇번 보지 않은 미야기만이 자신을 알아봐준다. 남자는 그녀가 좋다. 그녀 또한 남자가 좋다. (이런...)


 남은 수명 중 "일어날지도 몰랐던 일, 하지만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일" 자신의 약속된 '어느 성공'을 팔아 그녀를 구제하고자 하는 남자. 그리고 남자와 함께하고자 자신의 모든 것을 판 여자. 그들에게 남은 시간은 단 3일. 3일 동안 그들은 후회없는 사랑을 했을까? 



 추억을 주세요. 당신이 없어진 뒤에 제가 외로워서 견딜 수 없어졌을 때, 몇번이고 마음을 위로해 줄 만한 추억을 될 수 있는한, 많이 p232


 하아... 남의 연애질?을 읽어야하는 안타까움을 뒤로하고,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면'인 '시간/건강/수명'을 예측하며 팔수 있다는 설정이 흥미롭다. 한편으로는 인간이 '돈'이라는 것에 얽매여 진열대의 상품처럼 '사고파는 운명'이라 일말의 희망도 없어서 씁쓸 하기도 하다. 가볍게 읽기도 좋고, 재미도 있고 아련한 염장질도 충분했던 소설. 


 그들이 끝까지 행복했기를...



<못다한 책 속 한마디>


 아무도 상대해주지 않은 진실보다, 모두가 즐거워하는 허구 쪽이 훨씬 낫다. p253 

(주석 : 그래서 어려운 일에 모두 눈을 감고 귀를 막는 것일까..)



 책 본래의 가치를 끌어내기 위한 접시가, 나에게는 없어. 내가 하는 독서는 냄비에서 작은 접시로 스프를 콸콸 쏟아붓는 것하고 똑같아. 들어가자마자 흘러 넘쳐서 전혀 도움이 안되지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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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필사 - 나를 다시 꿈꾸게 하는 명시 따라 쓰기 손으로 생각하기 1
고두현 지음 / 토트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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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필사]


[직접 써내려가는 마음]


[2015. 7. 17 ~ 2015. 7. 18 완독]


[토트 서평단 활동]






 서평단 활동은 책이 집에 도착함과 동시에 대략 1주일의 기간에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것이 일반적인데, <마음필사>는 7월 말까지라 '책이 원하는 목표'를 충실하게 이행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 좋았다. 오랫동안 옆에 두고 수시로 꺼내본 책인양 모든 귀퉁이가 닳아있는 모습의 하얀 책과 오랜기간 옆에 두고 써온 낡은 만년필이 어느 서재 책상에 올려져있는 모습의 '표지'가 눈에 띈다. (살짝 언뜻보기에는 '흰부분'만 책인 것 같으나 낚시이니 속지는 말자. - 바닥이 갈색 장판이라...  처음 봤을때 '뭐냐'했음)



<참나무>

 - 알프레드 테니슨 -


젊거나 늙거나

저기 저 참나무같이

내 삶을 살아라.

봄에는 싱싱한

황금빛으로 빛나며


여름에는 무성하고

그리고, 그러고 나서

가을이 오면 다시

더욱 더 맑은

황금 빛이 되고


마침내 나뭇잎

모두 떨어지면

보라, 줄기와 가지로

나목이되어 서있는

저 발가벗은 힘을.


 <마음필사>는 천천히 공을 들여야하는 책이다. 책을 이루는 구성 성분의 대다수는 '아름다운 시'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강제로' 천천히 읽는 방법을 추천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시'라는 항목의 도서에는 손이 잘 가지 않지만, 여러 책을 보다가 인용되어 읽을 수 있는 <시>의 아름다움은 '왜 내가 이토록 시를 멀리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 정도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시가 어렵다는 것이 아니라, 공들여 시의 단어를 하나하나씩 곱씹으며 마음속에 상상의 나래를 펼쳐야 하는데, 시한편을 읽을 때 마다 벽을 세우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이 번거롭다고 해야할까... 일반적인 소설은 3~4개의 구성을 동시에 상상하며 읽으면 되는데 시는 156개면 156가지의 상상을 해야되서 좀 피곤하는 것이 핑계라면 핑계이다.


 이러한 '시를 읽는 방법'으로 차이로 찾아보지 않던 '시'라는 책을 보게 한 <마음필사>. 책에서 좋은 구절을 노트에 적는 것 이외에는 '뭔가를 끄적일 일'이 없는 나에게 좋은 선물을 주어 고맙다. 



함께 서 있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은

서로 떨어져 서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도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다.


좋은 책을 처음 읽을 때는 새로운 벗을 얻은 듯 하고,

예전에 정독한 책을 다시 읽을 때는 오랜 벗을 만나는 것과 같다.























 



 단 한순간이라도 정신을 놓는다면 삐끗하여 다른 글씨를 쓰거나 삐뚤빼뚤해지는 글자를 보며, 될수 있는 한 최대한 집중을 하여 한글자 한글자 써내려 갔다. (지렁이가 기어가는 글씨를 자랑하는 악필인데 '악필 중에서 덜 악필이다'라는 후한 평가를 내려준 가족...) 겨우 책의 일부분만 노트에 옮겨 적었지만 뿌뜻하다. (나머지 '시'는 서평이 끝난 뒤에 여유롭게 할 생각이다) 근래에 이렇게 정성들여 글씨를 써본일이 있는가? 한글자 한글자 힘을 주고 열심히 필사를 하는 동안에는 오로지 '나와 책'만이 세상에 존재하는 듯 다른 일은 마음에 들어오지 않는다.


 글은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도구라는 말이 있듯이 꾹꾹 눌러 쓴 '필사'를 보며 뭔가 후련한 느낌이 든다. 제일 첫장부터 묵묵히 그리고 꿋꿋하게 한글자씩 글씨를 써내려 갔다면 더욱 후련하지 않을까. 서평이 올라간 이후에서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노트와 함께 꺼내두어 생각나면 한구절씩, 한단락씩, 그리고 하나의 시를 필사를 하며 마음을 다스리고 싶다. 서평에서 언급된 시는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 시만을 몇가지 추려서 올린 것이니, 당신의 마음에 드는 시도 책안에 많을 것이다. 그리고 오랜만에 글씨를 써보자.



여행은 서서하는 독서이고,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다.

 


"여행은 나라는 책을 풍성하게 해주는 것이고

 독서는 나라는 책의 질을 높여주는 것이다."  (라는것이 나 생각)





<너의 자유로운 혼이>

- 푸시킨 -


너의 자유로운 혼이 가고 싶은 대로

너의 자유로운 길을 가라.

너의 소중한 생각의 열매를 실현하라.

그리고 너의 고귀한 행동에 대한 아무런

보상도 요구하지 말라.

보상은 바로 제 자신에게 있는 것이다.

네 자신이 너의 최고의 심판관이다.

다른 누구보다도 엄격하게

너는 제 자신의 작품을 심판할 수 있다.

너는 네 작품에 만족하는가?

의욕 넘치는 예술가여!

네가 황제다. 고독하게 살아라.



그때보다 지금이 괜찮은 건 그때는 몰랐던 걸 지금은 조금 알기 때문이다.

 그건 그때의 조금 못난 내 자신을 지금의 내가 껴안고 있기 때문이다.

 <끌림 中>



<길 中>

 - 김수영 -


살아있는 동안 우리가 던지는 모든 발자국이

사실은 길찾기 그것인데

네가 나에게 던지는 모든 반어들도

실은 네가 아직 희망을 다 꺾지 않았다는 것인데

그것마저도 너와 우리 모두의 길찾기인데.


<옥중서한> 

- 서준식-

관찰하지 않고 인간을 사랑하기는 쉽다.

그러나 관찰하면서도 그 인간을 사랑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깊은 사색없이 단순, 소박하기는 쉽다.

그러나 깊이 사색하면서 단순 소박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자신을 기만하면서 낙천적이기는 쉽다.

그러나 자신을 기만하지 않으면서 낙천적이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어리석은 자를 증오하지 않고 포용하기란 쉽다.

그러나 어리석은 자를 증오하면서 그에게 애정을 보내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외롭지 않은자가 온화하기란 쉽다.

그러나 속적없는 고립 속에서 괴팍해지지 않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적개심과 원한을 가슴에 가득 품고서

악과 부정 비열을 증오하기는 쉽다.

그러나 적개심과 원한 없이 사랑하면서

악과 부정과 비열을 증오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당신의 눈길을 안으로 돌려보라.

그러면 당신 마음속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천개의 지역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곳을 여행하라.

그리고 자신이라는 우주의 대가가 되어라.


-헨리 데이비드 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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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종
미셸 우엘벡 지음, 장소미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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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종]


[밝은 어둠의 길과 어두운 빛의 길]


[2015. 7. 15 ~ 2015. 7. 16 완독]


[문학동네 서평단 활동]






 문학동네 출판사가 TV에서 성행중인 '복면가왕'을 벤치마케팅하여 <복면소설>로 이름을 바꾸고 나를 설레게 했던 이벤트의 '전리품'. "프랑스 55만 9천부, 독일 27만 부, 이탈리아 10만 부 판매!", "유럽을 발칵 뒤집은 논쟁적 작가의 최신작!", "출간과 동시에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베스트 셀러 1위!"라는 걸출한 수식어를 주고 '소설의 제목과 작가의 이름'을 맞추라고 한다. 하지만 프랑스 작가라면 '베르나르 베르베르' 밖에 모르는 나는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작가의 이름은 '베르나르 베르베르'라고 치고, '끊임없이 실현되는 암울한 예언의 상징'으로 대변되는 <카산드라>라고 제목을 추측해 보았다.


 ... 반정도 읽었을까? 신간 도서 목록을 보다가 '문학동네 출판사에서 나온 신작! <복종>'이라는 문구를 보고, '복면소설인데... 스포일러 당했네...'라는 서글픔이 지구 반대편에서 부터 몰려온다. 그러고 보니 '카산드라'라는 제목도 왠지 "카산드라의 거울"이라는 책에서 베껴서 생각한 느낌이 문득 들어 우울해 진다.


 


 


 자. 이벤트란 되면 좋은것이고 아니면 땡이지 상심할 필요가 있나. 다양한 독서를 하게 해주는 문학동네 출판사에게 감사의 인사나 보내자. 감사합니다. '왜 눈만 내놓았을까?', '두 눈과 눈 사이를 가로지르는 코'. 무슨 의미가 있을까? 몇몇 질문을 안고 조심스럽게 책장을 넘긴다. 


 부르카!? 확실하지 않아 검색을 해보았다. 이슬람권에서 히잡과 차도르는 전신을 가리고 얼굴을 내놓는 형태의 여성 의복. 부르카는 얼굴을 포함한 전신 (눈 부분도 천으로 덧대어 잘 보이지 않는다). 책의 표지로 사용된 '눈을 드러낸 이슬람 여성 의복'은 "니캅"이라고 하더라. (출처 : 나무위키 검색 "부르카")



 보다 오랜전에는 사람들이 가족을 형성했다. 자녀를 출산한 다음에도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계속해서 죽도록 일한 뒤에 그들의 창조주에게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제는 그보다는 쉰이나 예순살 무렵, 통증이 찾아든 노쇠한 육체가 든든하고 금욕적이며 친숙한 접촉만을 필요로 할 때 남녀가 살림을 차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p134


 당신은 모순덩어리 인간이야. p42


 이미 '복종'이라는 제목을 머릿속에 넣고 책 속으로 빠져들어가니 '인간의 끝을 보여주는 건가? 힘에 굴복하는 건가? 아니면 유혹?' 여러 단어가 내 주위를 빙글빙글 가운데, 1인칭의 시점으로 보여주는 '나'는 지극히 평범하다. 자신의 일이 아니면 별로 관심이 없고, 안정적인 관계보다는 몸이 원하는 쾌락을 원할 때만 여자를 찾으며, 솔직하고 쿨하다.


 잡지에 칼럼을 기고하기도 하고, 학생을 꼬시기도 하며, 집안에 편하게 앉아 와인을 한잔 할 수 있는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교수인 나. TV에서 나오는 선거 얘기는 스포츠 중계를 보듯 넘겨버리고 자신의 삶에 충실한다.



이번 학기가 절대 정상적으로 끝나지 않으리라는 것이죠. p103


 굉장한 정신적 진보를 이룩했으나 종교 권력이 인간의 교육권을 강탈한 순간, 더 할 수 없이 수치스러운 무지의 우둔함 속으로 추락했다. p129


 어느 날, 아무런 상관이 없었던 '정치판'이 뒤집어 진 그날. 학교는 문을 닫는다. 새롭게 등장한 '이슬람 정권'은 그들의 상식에 따라 꼭대기부터 바닥까지 모든 것이 변한다. 정략결혼 / 일부다처제가 승인되고, 아이들은 율법을 교육받고 지켜야 하며, 율법을 지키지 않은 모든 이들은 '해고', '퇴직'이라는 명분 아래 '조용하게' 사라진다.



 제가 이슬람으로 개종할 수 있는 인간이라고 생각하십니까? p297


 '나'는 스페인으로 여행을 가서 자국에서 일어난 데모와 계엄을 TV로 접하나 무슨 상관이랴? 오늘 먹을 수 있는 한잔의 술과 아름다운 여인 한명이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음을... 프랑스로 돌아오니 '나'는 충분한 해고 당한 상태이고, 학교에 남은 자는 이슬람으로 개종한 교수뿐이다. '나'는 수도원으로 간다. 그러나 수도원에서도 마음의 평안을 찾을 수 없다. '나'는 프랑스로 돌아간다. "이슬람에 관한 열가지 질문"은 프랑스 전역에 히트를 치는 베스트 셀러가 되었고, '나'는 개종을 한다.



 나의 학문적 삶이 끝났음이 점점 명약관화(明若觀火 : 의심할 여지없이 분명하다) 해졌다. p352

 조금은 이런 속으로 몇년 전에 내 아버지가 혜택을 입었듯. 내게도 새로운 기회가 찾아올 것이었다. (중략) 후회할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을 터였다. p357

 내가 죽고 난 뒤, 홍수가 난들 무슨 상관이랴. -루이 15세-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 'IS  = 이슬림' 이라는 편견이 한국에서 강하기 때문에, 책의 전반을 퀘뚫는 '기독교의 사멸'과 '이슬람의 시대'에 대해서 초첨을 맞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건 '종교'에 관한 책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소설 속의 '나'는 현실의 평범한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 아니 교수라는 직군에 있으니 흔히 알고 있는'지식인'으로 봐도 무방하다. 


 '나'가 행동하는 모든 행동은 누구나 납득가능할 정도로 '평범'하다. 자신의 일에 충실하며, 사랑을 갈구하며,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일은 하지 않는다. 그것이 나중에 '역사의 소용돌이'라고 불릴 정도의 큰 일이 될지라도 '먼 발치에서' 일이 자신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진 평범한 사람.


 그런 자신이 부끄러워 도망간 스페인, 수도원에서 마음의 평온을 얻을 수 없었던 '나'는 결국 돌아와 모든 것에 굴복하고 평안해 진다. 이익을 쫓아 자신의 안위를 위해 평생 자신과 함께 해온 기독교를 버리고 이슬람교로 개종을 했으며 마지막에는 '어쩔수 없는' 일인양 스스로에게 마음의 면죄부를 준다.


 씁쓸하다. 과연 현실의 '나'는 모든 풍요를 마다하고 나만의 길을 갈 수 있을 것인가? 이제까지 겪어 보지 못한 유혹을 돌보듯할 수 있을까? 이러한 극단적인 상황에 다다랐을 때, 나는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가? 단칼에 자를 수 없다. 역사는 승자의 것. 양육강식. Winner takes All. 등등 이미 스스로에게 '핑계'를 주고 있는 내가 무섭다. 변해갈 내가 무섭다. 


 제발, 제발. 그런 날이 온다면... 따뜻하고 밝은 어둠의 길에서 벗어나 차갑고 어두운 빛의 길을 선택할 수 있기를...






<이슬람에 관한 책 속상식>


 '소수의 율법'이란?

 정교분리와 이슬람 진영이 서로의 근본적인 원칙을 해치지않는 범위에서 공존하도록 절충한 율법.


 '지하드' 란?

 이슬람 원리와 이슬람교 전파를 위해 벌이는 투쟁. '폭력적 or 평화적'인 두가지 방법이 있다.



<못다한 책 속 한마디>


아이들을 장악하는 자가 미래를 장악한다.


평범하고 늙직한 남자한테서 그녀는 처음으로 사랑할만한 무언가를 찾아냈던 것이다. p230


그녀는 봉건 군주와 같은 권력을, 막강한 힘을 지녔다. 하지만 나는 그녀와 연결된 끈을 서서히 놓쳤고, 그녀는 벤치에서 쪼그라들고 위축된 채 웅크리고 있는 나를 남겨두고서 수세기 전의 시공간 속으로 멀어졌다. 삼십분 남짓 지났을 무렵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령이 완전히 사라진, 소멸된 운명의 손상된 몸뚱이만 남은 채로. 나는 슬픔에 잠겨 계단을 다시 내려와 주차장으로 향했다. p201


나는 실질적인 학문적 업적을 인정받았으면서, 자리에서 어느 정도 인정받고 심지어 존경까지 받는 세계의 일원이었다. 물질적 측면에서도 불행할 거리가 없었다. (중략) 그럼에도 나는 자살을 분명히, 가깝게 느꼈다. p245


다시 나의 동족들 틈으로 귀환한 것이 조금도 기쁘지 않다. p261


인류 문명사의 최고봉이었던 그 유럽은 불과 몇십년 만에 자살하고 말았습니다. p306



<책 속의 책>

1. <O이야기> 

+  이 리뷰는 문학동네 서평단 활동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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