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곰의 여신되기 다이어트 - 요요 없는 50kg 감량 실화
홍옥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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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곰의 여신되기 다이어트]


[나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2016. 3. 26 완독]


[위즈덤 하우스 서평단 활동]






모든 사람이 똑같이 아름다울 필요는 없고

모든 사람이 날 좋아할 필요도 없으며

세상의 편견을 억지로 이겨내거나 바꿀 필요도 없다는 것.


그냥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고 믿어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변화는 시작된다.


 오늘도 다이어트를 글로 배웁니다.

 글보다는 그림이 많은 다이어트 책이라는 점에서 가족들에게 엄청난(?) 가산점을 받았다. 택배를 받은 당일에 부록으로 딸려온 '다이어트 플레너'는 제대로 구경도 못해보고 뺏겼다. (...나도 살빼야 한단 말이드아!)


 책의 분류가 다이어트 도서이지만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점은 작가의 말에 모두 적혀 있었다. 남을 의식하는 것이 심각한 대한민국에서 당신만의 길을 가라는 문구가 마음에 든다. (#링크 : 10년 전에 쓰인 남의 시선에 관한 뉴스)



 "나를 포기하지마"


 <비만곰의 여신되기 다이어트>의 골자는 결국 외도(外道)가 아닌 정도(正道)이다. 원푸드 다이어트, 디톡스(해독) 다이어트, 식욕 억제제, 메조테라피(소량의 약물을 주사해 지방 분해와 셀룰라이트 관리를 하는 시술), 카부시(이산화 탄소를 주입해 피하지방의 분해를 돕는 시술) 등등... 이 모든 것이 효과적인 다이어트로 포장되어 우리를 잠식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문구를 가슴 깊숙히 세겨놓아도 뒷통수를 맞는 일이 허다한데, '뚱뚱하다.'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각종 멸시와 편견에 시달려 무수한 상처를 지니고 있는 사람에게는 솔깃한 유혹으로 다가올 것이다. 생각해 봐라. 딱 한달만에 옷치수를 44사이즈까지 줄여주는 엄청난 약이 출시되었는데 솔깃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있나.



 내게 상처 주는 사람들이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p91

 지금 한창 살이쪄서 비만의 경계까지 올라가고 있다. 위기감을 느껴 살을 빼려고 땀이 날 정도로 일도 열심히 하고, 산도 타지만 살이 빠진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딱히 건강해진다라는 생각도 들지 않는데, 내 다이어트의 어디가 어떻게 잘못된 것일지 확인 할 수 있는 내용이라 좋았다.


 분명 <비만곰의 여신되기 다이어트>라는 책은 다이어트의 교과서 같은 책이다. 영양소를 고려하여 음식 조절을 하고 꾸준히 운동하면 다이어트에 성공할 것이라는 말. 공부를 잘하려면 국영수 위주로 특히 교과서를 열심히 보면 된다는 느낌으 물씬 풍기기는 하지만, 닉네임 비만곰의 실제 다이어트 일기를 바탕으로 쓰여진 책이라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다.


 야식의 유혹, 헬스장을 등록했어도 나가기 싫은 나태함,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면 무작정 지르고 보는 습관, 다이어트 식단을 꾸준히 하기 힘든 나약함같은 핑계들이 과거 작가가 겪었던 것처럼 지금의 내 발목을 붙잡고 있어 매우 찔렸다.


 상처들이 하나하나 쌓여 트라우마가 되었고, 난 늘 과거의 상처에 묶여 지내게 되었다.

p163

 내가 나를 포기하지만 않으면 뭐든 바꿀 수 있다.

p170


 하지만 작가는 이러한 유혹의 덫에 걸려 넘어지면서도 다시 일어나 최종적으로는 일정 몸무게에 도달하는 것에 성공을 하였다. 105Kg에 달하던 몸무게는 꾸준한 노력으로 책의 마지막에는 77Kg에 도달했고, 지금도 나중에도 계속되는 '현재 진행형 다이어트'를 실천하고 있는 그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는 사람만 알 수 있는 인터넷의 각종 짤과 살짝 덕후스러움이 있어야 알아차릴 수 있는 드립(심슨과 데스노트랑 몇개 찾았는데...모르는 것도 있더라)은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있어서 숨겨진 윤활유가 되었다고 본다.


 특히, 자신에게 관대하고 남에게는 엄격한 이중적인 잣대를 지닌 우리의 새카만 시야를 고쳐야 할 것이다.





나를 바꾼 다이어트.

이제 다른 곳에서 제 2막이 시작되려 하고 있다.

p195

!이것만은 꼭 기억하자! 다이어트!

아침은 귀족, 점심은 평민, 저녁은 거지.

> 아.. 나는 반대로 하고 있네. 제길..







+ 이 리뷰는 <위즈덤 하우스> 출판사 서평단 (yes24 리뷰어) 활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덧. 리뷰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10일 동안 책이 11권 왔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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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열도는 왜 후진하는가 - 반 글로벌 사회 정치 문화
이만희 지음 / 인간사랑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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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열도는 왜 후진하는가]


[역시 형제의 나라...]


[2016. 3. 24 ~ 2016. 3. 25 완독]


[인간 사랑 출판사 서평단 활동]






 흔히 한국은 여러 가지 면에서 일본을 많이 닮았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한국 사회가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일본 불황의 원인을 사회, 정치, 문화적 관점에서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p8

 한국은 일본을 딱 10년 뒤에서 쫓고 있다는 말을 흔히 들어왔다. 경제 성장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이슈까지 판박이 똑같아 지고 있는... 일본의 고령화 문제가 불거지면 어느 순간 한국에도 고령화 문제가 불거지고, 한국의 저출산 문제의 이미 겪고 있는 일본을 보면 가깝고도 먼 나라 이기도 하지만 역시 형제의 나라라는 조롱 섞인 문구가 머릿 속에서 떠오른다.


 <일본 열도는 왜 후진하는가>에 대한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시대에 역행하고 있는 일본의 군국주의, 민족주의의 회귀, 세계 강대국의 일원으로 성장시킨 일본의 원동력이 현대에 와서 스스로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태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이 어떻게 세계적인 강국이 되었는가에 대한 얘기를 언급한 뒤, 신랄하게 일본을 까대는(?) 작가의 강렬한 어조에서 일본도 한계에 부딪혔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안정을 추구하고 남에게 친절하고 (이런 이미지.. 하지만 뒷통수 맞은 적이 많아서 믿지 않는다.) 타인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개인주의적인 삶. 그러나, 안정은 매너리즘에 빠져버렸고, 친절함과 개인주의적인 삶은 자신의 이익이 온전히 보장될 때만 보여지는 모습이라 말하며, 모든 것을 갈아 엎어야 된다는 작가의 주장을 책의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다.


 

1. 기업가 정신의 쇠퇴

2. 재량권 없는 조직 문화

3. 매너리즘에 갇힌 사회

4. 종신고용의 고용 관행

​5. 연공서열(근속 연차 별로 복지 혜택 주어지고 지위가 높아짐)의 고용 관행


 일본을 발목잡는 다섯 가지의 원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읽으면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분명 작가는 한국과 비교를 하면서도 일본... 일본... 일본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데, 일본이라는 단어를 한국으로 바꾸는 순간 지금 한국이 직면한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는 터라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역시 형제의 나라)


 살펴볼까?

 사회적 기업이 아닌 이상 일반적인 기업의 목표는 재화(돈)이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개척하고 뛰어드는 기업가 정신 전세계적인 불황에서 쉽게 일어날 수 없을 일이 되었다. (1번) 일본의 권위주의와 상명 하복의 조직 문화는 군대 문화가 뿌리깊게 자리잡은 우리 나라와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다. (2번)



 모든 도전과 창의는 성공과 실패의 가능성을 동시에 수반한다. 어떤 조직에서 누군가가 나름대로의 프로젝트를 기획, 실행 할 경우, 성공하면 미미한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실패하면 책임을 모두 뒤집어 써야 한다. 일본의 사회 문화는 리스크를 회피하는 방향으로 선택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실패로 부터의 교훈이란 있을 수 없다.

p70


항상 틀에 박힌 일정한 방식이나 태도를 취함으로써 신선미와 독창성을 잃는 일. = 매너리즘

오래되어 굳어진 좋지 않은 버릇. 또는 오랫동안 변화나 새로움을 꾀하지 않아 나태하게 굳어진 습성.​ = 타성

<네이버 사전>


 모든 일에 여유(= '유도리'라고 흔히 쓰지요)가 있는 우리 나라와 달리 모든 것을 매뉴얼대로 실행하는 일본의 문화는 신기했습니다. 1분 1초가 급박한 재난이 발생해도 "매뉴얼을 따라 절차를 밟겠다."라고 말하는 일본 사회의 철저한 규칙 지키기는 꼼꼼하다라기 보다는 경직되었다는 표현이 떠오를 뿐이다. (물론 우리는 여유가 너무 심해서 또 문제지... 매뉴얼이 있어야 될 곳은 없는 경우가 태반이죠? 오늘 소방 훈련이 있었는데 다들 귀찮아 하며 설렁설렁하는 분위기, 당연히 '훈련'이 제대로 될 수가 없죠. 저도 예외는 아닙니다.) (3번)


 고용불안, 제대로된 일자리 부족(탄탄한 기업으로 쏠림현상으로 인해 중소기업은 인력난이라지만... 누가 그 돈 받고 노예처럼 일하고 싶냐...진짜 야근 수당없고 주6~7일 일하는데 150도 안주는데가 천지..미친, 못봤다고? 청년고용센터/취업박람회 가봐라 : 여기서 컷트!)에 시달리는 한국과 달리 종신고용이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정년 보장이라. 꿈 같은 단어구나 진짜.)


 하지만 종신 고용과 연공 서열이 좋은 제도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낀다. 경쟁이 없는 사회가 되어버린 일본은 새로운 일을 하거나 보상을 위한 노력 자체를 포기해버렸다고 해야하나? 그렇다고 제약없는 경쟁 사회인 한국이 좋다고 볼 수 만도 없으니 ... 참 아이러니 하다. (중간이 필요하다!!)



 보통 일본인들에게 애국이나 국가 의식은 전혀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참 한국이 일본을 잘(?) 따라가고 있다는 점과 우리가 단점이라고 지적하는 부분을 강점이라고 생각하는 점이다. 예를 들자면 빨리빨리와 무한 경쟁이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 변하거나, 애국심과 국가 의식이 없다고 얘기하지만 월드컵 때만 되면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모습 말이다. (이걸 애국심이라 해야하나?)


 일본측에서 본 한국과 한국측(독자)가 본 일본을 비교하며 보면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진짜.. 우리는 앞으로 나가고 있는게 맞겠지?



 필자는 한국이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

p206




<사용하지 않은 책 속 한마디>


사무라이 계급은 칼을 휘두르는 존재가 아니라 사회 통합의 구심점 역할을 맡고 있는 최하위 귀족층이다. p30

> 장사도 했다는 소리. (오..지식이다.)


흥미로운 것은 일본의 대학생이나 성인들은 학창시절 독도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p44





+ 이 리뷰는 <인간 사랑> 출판사 서평단 (yes24 리뷰어) 활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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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아웃
마크 엘스베르크 지음, 백종유 옮김 / 이야기가있는집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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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블랙아웃]


[현실적인 대재앙이 닥쳐 온다면?]


[2016. 3. 20 ~ 2016. 3. 23 완독]


[인터파크신간리뷰단 활동]





 블랙 아웃이 뉴스에서나 듣던 먼 나라에서 일어난 전쟁이나 천재 지변이 아니라, 실제로 자신이 처하게 될 재앙이라는 것을 체감하게 될 것이다.

p53

 전령망 통제 시스템 운영은 대부분 컴퓨터가 담당한다. 컴퓨터는 1000분의 1초 간격으로 전류 흐름을 자동으로 조정하고, 오퍼레이터들은 자동 조정에 실패할 경우 최후의 조정자 역할을 수행한다.

 p12 


 개인적으로 500장이 넘어가는 어마 무시한 책이라는 점은 둘째치고 소설을 전개하는 방식이 독특해서 좋았다. 아마 베르나르 베르베르나 기욤 뮈소의 책을 즐겨 읽었던 사람이라면 훨씬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다. (아니면 말고) 이들의 소설이 취하는 방식은 여러 이야기가 독립적으로 진행이 되다가 어느 순간 하나의 이야기로 묶이는 구조라고 생각이 된다. 작은 내(개천)가 모이고 모여 굵은 강이 되고 그 강이 모이고 모여 거대한 바다가 되는 그러한 맥락의 구조. 언급한 이름 이외에도 많은 작가가 사용하고 있는 구조이자 내가 좋아하는 구조이기도 하다.



 "누군가 전력망에 침투하고 조작해 전력망을 마비시킬 수 있다면 이 세상 어디서든 그런 일이 또 있을 수 있다는 뜻 아닌가요?"

p93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전산 오류로 인해 유럽은 물론 미국까지도 암흑에 휩쌓인다. 현대 사회에서 뉴스에 나올 정도로 큰 이슈가 될 수는 있었다. 하지만 전력망이 복구가 되면 신랄하게 비판을 해야 지라며 "곧 해결되겠지."라는 생각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블랙 아웃>으로 명명된 전력 문제는 며칠이 지나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하루.. 이틀... 삼일... 오일... 10일... 계속되는 전력난으로 문명은 큰 위기를 맞이한다.


 전력팀, IT 기술자(라고 쓰고 해커라 읽는다.), 기자, 여행자, 정부 등 모두가 세계적인 정전 사태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일시적인 마비일까 전략적인 테러일까? 과연 블랙 아웃은 해결될 것인가? <블랙 아웃> 속으로 빠져보자.




 "재앙은 다른 통속적인 영화와의 정반대로 지금까지 폭동이나 약탈이 일어난 적은 거의 없었어요. 위기가 닥치면 사람들은 오히려 서로 돕고 평온을 지키려고 노력하지요."


 "쌀독에 쌀이 떨어지지 않았던 모양이죠."

p173

 '세계가 새로운 테러의 위험이 놓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사람의 이야기'가 소설 <블랙 아웃>의 주요 골자이다. 흔해빠진 핵 전쟁, 제3세계의 폭발 테러, 하이재킹(항공기 납치), 주요 인사의 암살 등과 같은 소재가 아니라 블랙아웃(국립국어원은 '대정전'으로 쓰기를 권장했으나 사장됨)(#링크)이라는 대규모 정전 사태를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산다.


 다양한 인물이 나오는 것은 둘째로 하고, 방망이를 깎는 노인의 심정으로 블랙 아웃 이후의 사태를 하나하나 세세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 가장 흥미로운 점이다. 내가 책을 읽을 때는 상상력의 나래를 펼치기 위해 머릿속으로 거대한 투명 공간을 세워놓고 (양쪽에 황금 기둥을 세우고 반투명막으로 둘러싸인 3D 무대) 거기에 책에서 등장한 활자와 영화/ TV/ 만화 등에서 얻은 자료를 적절하게 섞어 (상호보완적) 내용을 굴리고는(?) 하는데, 이것을 할 여지를 만들어 주지 않을 정도로 아주 천천히/ 아주 세세하게 작가의 세상을 쌓아 올린다.



 우리는 TV, 인터넷 그리고 스마트폰이 항상 곁에 있는 세상에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p154

"촛불을 켜!"


"초가 없어요"

p181

"집 밖으로 나오지 말고 창문을 꼭 닫고 있으라고 하는데요"

p196


 몇몇의 핵심 등장인물이 진행하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하지만 실제로 사건 이후에 일어나는 일의 묘사는 진짜 장인이었다. 대목장의 젖소들의 젖을 짜주지 못해 젖소가 죽어감 / 수억 마리의 병아리, 닭의 폐사 / 대규모 하우스의 조명시설 다운으로 인한 피해 / 온라인 쇼핑몰의 이용 불가 / 주유소의 기름 주유 불가 / 모든 게 잘 될 것이라는 정부의 발표 까지는 '그런가' 했다.


하지만 사건 초기, 전산 마비로 인해 은행 업무가 마비되자 생필품을 사기 위해 마트로 모였던 사람들에게 받은 카드가 무용지물이 되자 오직 현금만 받는다는 설정에서 나를 강타하는 세세함에 놀라웠다. 카드를 많이 사용하는 현대인의 소비 습관으로 결제를 하지 못하자 몰려간 은행, 이어지는 은행의 현금 인출 제한이라는 대응. (오~)


 사건의 중반과 후반으로 넘어가며 혼란/ 약탈의 행위가 나오는 시점에서 등장하는 병원에서의 충격적인 글은 잊을 수가 없다. 환자가 넘치는 병원에서 의약품이 부족한 것은 물론이고 특히 생명 유지 장치 같은 장비가 사용되는 중환자는 속절없이 고통을 받기 마련이다.


 다른 병원으로 이동을 하는 도중에 죽을 정도의 심각한 환자들을 고통해서 해방시켜 주기 위해 안락사를 시킬 환자를 분류하고 시행하는 의료진의 모습은 (사안이 사안인지라 서로 통성명도 하지 않음.) 비장하다. 생명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깎아내려 쌓아올려 이룩한 의사라는 직업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죽음에 이르도록 조치를 해야 한다는 아이러니한 상황들이 반복해서 그려진다. 그래서 소설 <블랙 아웃>의 묘사가 방망이를 깎는 노인 수준이라고 얘기했던 것이다. (덤으로 원자력 발전소 냉각 시스템 중단으로 인한 폭발... 후들후들..) 묘사에 대한 얘기는 끝!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떻게든 살아 남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어요.

p393

​ "(만자노) 당신은 항상 마지막 만날 때보다 더 나아 보인 적이 한번도 없네요. 어떻게 그럴 수 있죠!"

p433


 블랙 아웃을 일으킨 범인을 찾기 위한 등장인물 중에서 해커 만자노와 기자 섀넌의 캐미가 가장 재미있었다. 내 생활 반경에서 쉽게 접해보지 못할 직업을 가지고 있는 점도 그렇지만, 아무런 조건 없이 사건을 파헤치고 휩쓸리는 만자노와 열혈 기자 섀넌이라 그들이 등장할 때면 즐거웠다. 물론 교통사고와 함께 총까지 맞은 만자노 본인은 그렇지 않을지라도 말이다.


 그리고 이들의 대척점에 서있는 소위 테러범의 등장이 최소화하는 점도 흥미롭다. 책 속 세상 밖에서 주인공 일행과 범인의 행동을 모두 지켜보며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무려 200장이 넘는 시점에서 드디어! 등장하는 '지하 사령부'라는 단락은 정보의 차단이 책의 재미를 증가시키는 장치가 될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진짜 끝날 때까지 꽁꽁 숨겨두다니.. 부들부들..)


 뭐~ 딥 다크 이야기는 아니기에 결국에 테러범은 잡히고 주인공은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기는 하지만 그 여정이 재미있었다고 평하고 싶다. 얼마나 작가를 <블랙 아웃>에 갈아(?) 넣었는지 차츰 무너져가는 사회 모습과 거기에 동승해 무법천지로 변하는 문명인이라는 우리에 대한 묘사가 탁월했던 책. 


 항상 생각을 했지만 기술이 인간의 모든 것을 대체할 수 없다는 점. 모든 일에 완벽을 요하는 컴퓨터가 단 하나의 오류로 인해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리고 그것을 바로잡을 수 없을 때, 오랜 시간을 걸쳐 쌓아올린 인류의 문명이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여실하게 드러내준 책이었다. (알파고의한 번의 패배가 시사하는 점이기도 하죠) 재밌었다. 500여 장에 도전해볼 용자가 되어 보시길.


 아! 솔직히 작가가 후기에 서술한 '사랑이 떠났을 때에야 사랑이 무엇인지를 비로소 깨닫고 후회로 땅을 치게 될 인간들을 위한 사랑이야기'라고 했는데 "나는 못 느꼈다!". 만약 당신이 그렇게 느꼈다면 나에게도 살짝 왜 그랬는지 귀뜸해 주시길...



 IT 시스템이 문제였습니다. 하필이면 에너지 생산과 배분에 관련된 전체 시스템에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현재의 전력망 시스템은 몇 년에 걸쳐 해체되어 스마트 그리드로 전면 개편될 예정이었습니다. 앞으로는 스마트 그리드가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리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p209

 그녀가 듣고자 하는 새로운 소식, 그녀가 직접 몸으로 겪고 싶은 새로운 사건은 과연 무엇일까? 오로지 하나뿐이었다. 모든 것이 다시 좋아지는 것. 그 외에는 더 바랄 것이 없었다.

p350

애송이들 몇명이 이제껏 우리가 쌓아온 문명에 가장 심각한 위기를 불러왔거나, 아니면 이 세계를 2차 세계 대전 이후 가장 위태로운 분쟁 상태로 몰아갔다는 것 아닙니까? 정말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p437 





<사용하지 않은 책 속 한마디>


 패스워드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아요. 찾는 것은 인터넷의 어디에 있는지만 알면 이 세상에 못 알아낼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p50


 "운전석에 앉은 남자가 조수석에 앉아 지도를 보는 여자를 언제부터 믿고 살았나요?"

 "난생 처음보는 것을 운전하게 된 이후로!" p391 




+ 이 리뷰는 인터파크도서 신간리뷰단 활동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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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섬 앞바다 한국문학사 작은책 시리즈 5
홍상화 지음 / 한국문학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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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섬 앞바다]


[사필귀정(事必歸正)]


[2016. 3. 17 ~ 2016. 3. 19 완독]


[인터파크신간리뷰단 활동]





회자정리(會者定離) ; 만난 사람은 반드시 헤어진다.

거자필반(去者必返) ; 떠난 사람은 반드시 돌아온다. 

사필귀정(事必歸正) ; 모든 일은 반드시 바른길로 돌아감.

 누구에게나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하루가 깄다는 것이 나의 확고한 생각이다. 중요하다는 것에는 여러 의미가 있겠지만, 그 하루가 없었다면 그의 인생은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는 송두리째 바뀔 수도 있다는 믿음이 그 이유이다.

p7


 화자의 직업이 작가가 등장한 것은 오랜만이다. 요즘은 탐정, 해커, 기자같은 동적인 인물이 밖의 세상을 휘젓고 다니는 역동적인 면만 보고 있다가, 뭐를 하든 결국 자신의 내부를 탐색하는 작가를 보니 신선하다랄까. 그렇다.


  외국 작가와 교류도하고 문학에 대해서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하며, 수많은 책을 베스트 셀러에 올릴 정도의 걸출한 인기작가인 나의 이야기. 비극적인 아름다움을 소개시켜 준다는 친구의 꾐에 방문한 카페 '애수'에서 만난 이혜진이라는 여인과의 만남. 평생 글을 써왔지만 자신의 전부를 드러내지 못하는 글만 써낸다고 생각한 어둠 속에 비친 한줄기의 빛.


 그녀를 만나고 과거를 들여다보고 이해하며 사랑으로 이어진 그들의 관계는 에게 충만한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었고, 그녀를 위해 접고자 했던 글쓰기를 다시 시작한다. 그러나 달콤했던 사랑은 그녀의 과거에게 붙들려 현재의 나에게 깊은 상처를 주었다. 나는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의 영혼을 괴롭히는 것을 글로 써버리는 거야.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의 영혼은 자유로울 수 있지.

p223



 오랜만에 책을 간단히 요약(?)해 보았다. 결국 결과까지 포함해서 리뷰를 하니까 별로 소용은 없겠지만, <범섬 앞바다>에서 느껴진 작가라는 직업의 고뇌를 나중에 다시 느껴보고 싶어서 적어봤다. 물론 고뇌따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게 적었지만 말이다.


 홍상화 작가는 이번이 두번째 만나본다. <디스토피아> (#리뷰), 그리고 이번 <범섬 앞바다>. 첫 소설을 접한 후로 머릿속에 잔상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두번째 소설을 접했으니 애프터(after) 신청를 받은 소년(?!)이랄까? 작가의 다른 작품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박정희 대통령 시기 (아마 유신 시절 같은데..)가 언급된다는 점이다. 특히, 주연급 등장 인물이 아니더라도 꼭 연관이 있는 인물로 운동권 출신이 한명은 필수적으로 들어있다.


 <디스토피아>는 아예 시대정신에 대해서 갑론을박 했지만, 이번 작품은 혜진의 옛 남자친구가 그녀를 떠나게 된 계기를 마련해주는 장치로 등장한다. '그렇수도 있다'라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범섬 앞바다>라는 이야기를 동그라미로 표시한다면 혼자만 삐죽튀어나왔다고 해야할까. 느낌이 그래 그냥. 하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가장 평가가 극과극을 달리는 시대라...


 삼천포로 샛다! 책의 이야기의 흐름은 작가의 고뇌와 갈등이다. 인기 작가이긴 하나 (배가 불러서) 자신의 원하는 작품을 써내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빠진 주인공이 혜진이라는 유일무이한 매개체를 만나 다시 사필귀정(事必歸正) 한다는 이야기. 어떻게 보면 클리셰(cliché : 진부한 표현을 가리키는 말)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정.말.로 오랜만에 접하는 이야기라 좋았다.


 음... 사필귀정. 결국 올바른 길로 돌아간다. 즉, 경험을 거름 삼아 앞으로 전진한다는 내용이 질리지 않다라고 해야할까? 권선징악을 담고 있는 이야기처럼 말이다. 그래, 그랬지.




 나는 이 기회에 7년 동안 쓰지 않았던 단편을 쓰기로 결심했다. 그냥 단순한 단편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전해줄 단편을 쓰기로 단단히 마음 먹었다.

p103


 



<쓰지 못한 책 속 한마디>


행복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요 .p35


진짜 위대한 작가가 어떤 사람인 줄 알아? 독자의 인생 철학을 바꿔놓을 수 있는 소설을 쓰는 사람이야. p73


어떤 소설이든 이미 완성된 소설은 작가에게서 소재를 빼앗가 가지요 ... (중략) 그래서 계속해서 소설을 쓴다면 비루한 걸인과 다름 없지요. p132


사람이 대중성에서 벗어나 사치의 세계로 일단 들어가면 그곳에서 헤어날 수 없지요. 그렇게 되면 더 높은 사치가 일사화된 자들의 사냥개 노릇이나 하면서 그들을 깊이 흠모하면서, 따라하다보면 결국 돈의 지배를 받게 되지요. p156


한국의 아이들은 잔인한 부모의 경쟁 도구에 지나지 않아. 그 얘들이 커서 부모에게 고마워할 것 같아? 천만에. 로마 제국의 노예 검투사가 자기 주인에게 고마워할 것 같아?

p193





+ 이 리뷰는 인터파크도서 신간리뷰단 활동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덧. 이번주에 서평단/일(Work)이 평소보다 두배 많아져서...마감을 다 지킬 수 있으려나...ㅠㅠ 노력은 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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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6.4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6년 3월
평점 :
품절


[샘터 2016. 4]


[정당화 될 수 없는 어떤 것]


[2016. 3월 완독]


[샘터 출판사 서평단활동]




 <샘터>는 생각날 때 마다 조금씩 봤더니 내용을 다까먹어서 다시 펼쳐보았다는... ㄷㄷ

그러고 보니 샘터는 4월에 창간했나보다. 오른쪽 상단에 조그맣게 <창간 46주년 기념호>라고 적혀있는 것을 보니 그렇다. 벌써 46주년이라니... 오랜 세월을 굳건히 버텨온 훌륭한 잡지라는 생각보다는 질기다라는 생각이 먼저 든 나는 쓰레기인가 싶다.


 유명한 산악인 엄홍길씨와 모든 이들의 멘토 법정 스님의 글보다는 샘터에서 엿보이는 판타지 아닌 판타지가 눈에 띈다. (라고 쓰고 거슬린다라고 적자.) 비디오방 실장을 하다가 여자친구.. 아니 아내를 낚은(?) 변태 실장님, "우리 백번만 만나봐요."라고 말하며 결혼식 피로연장에서 남편을 낚은(?) 박XX님. 부러우면 지는 거다.


 뭐, 또 다른 얘깃거리가 없나?

아. 군대 얘기는 하기 싫으나 <베트남 참전 용사> 편을 읽으니 생각나는 추억이 하나를 꺼내본다.


 몇 년전, 워킹 홀리데이에서 벌었던 모든 돈을 자동차 여행에 몰빵을 했던 나는 어느 조용한 해변가 마을에서 경치를 감상하고 있었다. 인적도 드물고 가게도 몇개 없었던 마을이라 장거리 운전을 하기전에 쉬었다 가는 경유지 말고는 별다른 느낌이 없는 곳이였다. 한적한 곳에 차를 세우고 해변가를 따라 걸으며 사진도 찍고 노래도 들으며 자유인의 기분을 마음껏 만끽하고 있을 때였다.


 고대 오벨리스크 같이 뾰족한 돌탑이 마을 한쪽에 서있길래 호기심이 동해 가까이 다가갔을 때 나는 숙연해 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곳은 호주인이 타국으로 파병을 가서 돌아오지 못한 전몰 장병의 위령비였다. World War Ⅰ, World War Ⅱ와 나란히 적혀있는 Korean War...


 그리고 그 단어 아래에 적혀있는 여러 사람들.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생판모르는 사람을 위해 싸워준 이의 이름만 덩그러니 적혀 있는 위령비는 내 마음을 착잡하게 만들었다. 이분들은 우리를 위해 싸워줬는데 나는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주었단 말인가... 과연 나는 이분들 처럼 타인을 위해 싸울 수 있을 것인가 등등의 생각이 스쳐갔다.


 황급히 자리를 뜨고 싶었지만 잠깐의 묵념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한 후 다시 여행길에 오를 수 있었지만, 그 후에도 마을 한켠에 자리잡고 있는 위령비에 적혀있는 Korean War를 볼 때마다 고마움과 함께 슬픔이 밀려왔다. 위령비가 눈에 띌때마다 묵념을 하고 오기도 하고 어떤 때는 일부러 찾아가기도 했으며, 우연한 기회로 아직도 생존에 계시는 (그 당시) 83세의 참전 용사를 뵈었을 때는 '감사합니다.' 이외에는 어떠한 말도 나오지 않았다. (얘기가 길어지니 짜르자) 이러한 소중한 추억의 끝자락에 남겨진 어떤 위령비가 세워진 마을에서 머리가 새하얀 할아버지가 정성어린 손길로 위령비를 쓰다듬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바라보았을 때, 전쟁이라는 것이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음을 느낄 수 있었다.


 쩝... 감성적인 추억 중 하나네...

 



+ 이 리뷰는 <샘터 물방울> 서평단 활동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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