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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침묵 - 한권의시 42
한용운 / 태학당 / 199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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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나의 시를 독자의 자손에게까지 읽히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그때에는 나의 시를 읽는 것이 늦은 봄의 꽃수풀에 앉아서, 마른 국화를 비벼서 코에 대이는 것과 같을는지 모르겄습니다.

-한용운<독자에게>中 

  

 

에효. 드디어 찾았네 태학당. 2004년 4월 15일에 구입.  

무작정 시집을 하나 갖고 싶었지.  

아니다! 이 시집이라야 했었던가? 가물가물하네.

시대상황이라던가 시인의 환경적 요인을 연관지으며 시를 분석하고 싶진 않다. 

사실 그럴 능력이 없다네. 흥켕콩   

만해 한용운. 내가 '열렬하게' 좋아하는 시인 세명 중 한분이야. 

이분의 시를 알고 거기에 빠져들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더이상의 긴 설명은 이 시집에 모욕이 될 것 같구나. 

내가 한마디 더 보태지 않아도 이미 많은 사람이 이 분의 멋진 시를 알고 있으니까. 

아니아니 한마디만.  

우째 이리 시를 잘쓰십니까.

  

 

당신은       -한용운 

당신은 나를 보면 왜 늘 웃기만 하셔요. 당신의 찡그리는 얼굴을 좀 보고 싶은데.
나는 당신을 보고 찡그리기는 싫어요. 당신은 찡그리는 얼굴을 보기 싫어하실 줄을 압니다.
그러나 떨어진 도화가 날아서 당신의 입술을 스칠 때에, 나는 이마가 찡그려지는 줄도 모르고 울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금실로 수놓은 수건으로 얼굴을 가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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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전시가선
임형택 외 엮음 / 창비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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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고 진 저 늙은이 짐 풀어 나를 주오
나는 젊었거니 돌이라 무거울까
늙기도 설워라커든 짐을 조차 지실까  

-정철 <훈민가>中 

 

특히 한시가 좋다. 그래서 한시의 정의가 정확히 무엇인지 검색해봤다. 

이론 된장. 한자로 기록한 시. 라고 한다. 

한자로 기록한 시가 죄다 한시였구먼. 

내가 좋아한다던 한시가 시조였나보다.  

시조: 한국 고유의 정형시.  

현재는 해석없인 알아듣기 힘든 이 오묘하고 요상한 표현이 옛 시의 큰 매력이다. 

'백설이 잦아진 골에 구름이 머흐레라'  

머흐레라. 글자모양도 이쁘지 않니? 

그래, 이쁜것은 다 좋다. 아름다운 것도 좋다. 신비한 것도, 오묘한 것도, 운치있는 것도. 

그래서 시조를 읽으며 그 낭만적인 말투와 우회적인 표현에 감동하고 감탄하고 경탄하고  

암튼 엄청나게 반해버렸다. 내 취향에 꼭 맞는 형식의 시란 말이다 으헝헝헝 멋져 

비록 내용이 코딱지만큼도 공감할 수 없는 임금에 대한 충심을 노래하는 시조라도 

그 비유적인 표현과 듣도보도 못한 단어만으로 시는 더없이 완벽하게 다가온다.  

공감대를 형성하기 쉬운 애정류의 시조는 더더욱 멋지다.  

이런 것이지! 내가 생각했던 시란! 

직접적인 유행가 가사만 듣다가 에둘러 감정을 표현하는 이 아름다운 글을 보는건 

내게 새로운 세계의 발견이었다.

중고등학생때 교과서에서 배우던 시도 지금와서 다시 보면 돌덩이 같았던 수업자료가 아니라 

사람이 쓴 시였다. 

오우가도 다시 보니 너무 멋있어!  

 

 

산은 옛산이로되 물은 옛물이 아니로다
주야(晝夜)에 흐르거든 옛물이 있을쏘냐
인걸(人傑)도 물과 같도다 가고 아니 오는도다

-황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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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번 산 고양이 비룡소의 그림동화 83
사노 요코 글 그림, 김난주 옮김 / 비룡소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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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추천으로 인해 읽게 되는 책은 언제나 기대에 못미친다. 

처음 이 책을 읽을때도 그랬다. 몇장 되지 않는 책장을 모두 넘기고는 

'뭐가 재밌다는 거람. 감정이 메말라버렸나?'  

무감각했다. 그래, 너 참 명이 길구나. 하면서. 

잠언시집의 '나이'를 읽고 문득 이 고양이 생각이 났다.  

아무리 오랜 삶을 살아도 의미있는 시간은 얼마되지 않는 거구나. 

백만번 산 고양아, 너는 복이 많아. 행복해질때까지 하늘이 기회를 주었구나. 

 

나이          -이븐 하짐 

누군가 나에게 나이를 물었지.
세월 속에 희끗희끗해진 머리를 보고 난 뒤
내 이마의 주름살들을 보고 난 뒤.
난 그에게 대답했지.
내 나이는 한 시간이라고.
사실 난 아무것도 세지 않으니까.
게다가 내가 살아온 세월에 대해서는.
그가 나에게 말했지.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죠? 설명해 주세요.
그래서 난 말했지.
어느 날 불시에 나는 내 마음을 사로잡은 이에게
입을 맞추었지.
아무도 모르는 은밀한 입맞춤을.
나의 날들이 너무도 많지만
나는 그 짧은 순간만을 세지.
왜냐하면 그 순간이 정말로 나의 모든 삶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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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을 적시는 부처님 말씀 300가지
석성우 외 / 민족사 / 199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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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숫타니파타의 유명한 글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그 말을 좋아했다. 

 

어느날 서점을 둘러 보다 이 책을 빼들었다. 

어찌보면 당연하게도 그날 난 머리가 뽀개질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조금씩 염세적인 사람이 되어갔다. 거기다 허영도 섞인. 

다른 사람보다 인생의 진리에 대해 내가 뭘 더 아는 줄 알았고, 

다른 사람보다 내가 더 나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졌다.  

<사람들로부터 떠나 고독한 생활을 닦고 익히라. 번뇌의 속박으로부터도 벗어나라.  

 만약 그곳에서 즐거움을 얻을 수 없으면 자기 자신을 잘 지키고 바른 결심을 가지면서 

 대중 속에 살아라.  -장로게경>

그리고 현상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기 시작했다. 

부처님은 어디에도 얽매이지 말라고 말한 것뿐인데 나는 어느 것에도 무감각한 척 했었다. 

시쳇말로 쿨한 척. 

이 책에는 부처님 말씀이 300가지나 모아져있고, 그 많은 글을 읽으며 모든 것에 공감할 수는 없다. 

상황에 따라, 성향에 따라, 성격에 따라 유독 눈에 보이는 글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때 난 인간관계에 지치고 한껏 화가 나 있는 상태라  

부처님 말씀은 곧 인생에서 의미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라 생각했다.  

<사람에게는 네 가지 고독함이 있나니, 태어날 때는 혼자서 오고, 죽을 때도 혼자서 가며, 

 괴로움도 혼자서 받고, 윤회의 길도 혼자서 가는 것이니라. -근본설일체유부 비나야잡사>

당시 나는 괴로웠고, 혼자서 괴로워했다. 

때문에 조금도 여유를 두지 않기로 했다. 

내가 왜 다른 사람때문에 골치아파야 하고 괴로워야 하는 거냐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괴로운 감정에서 자유로운, 얽매이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부처님은 바람과 같이, 진흙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큰 고함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얽매이지 말라고 말씀하고 있었지만 내가 그 정도로 강할리가 없었다. 

하지만 강한 줄로 착각하고 혼자 되어도 두렵지 않다고 여유를 가지고 살았다. 

골치 아파지게 되면 그 사람을 끊어내고, 마음이 통하지 않는다 생각되면 그 사람을 멀리한다. 

쿨한 척, 강한 척 부처님처럼 감정에서 자유로운 척 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얼마나 약했었는지 알게 되는 것이다. 

그땐 보이지 않던 다른 글들이 보이는 것이다. 

<남의 잘못은 눈에 띄기 쉽지만 자기의 잘못은 눈에 띄지 않는다. 사람들은 남의 잘못은  

 잘 들추어내면서도 자기의 잘못은 숨기려 한다. 마치 교활한 도박사가 불리한 투전장을 

 숨겨 버리듯이. 남의 잘못을 들추어내어 얕잡아 보려고 생각하는 것은 비겁한 짓이다. 

 그는 참으로 진리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이다.  -법구경>  

나는 약한 사람이 강한 사람을 흉내낼때 쓰는 그 방법으로, 스스로를 지키고 있었다. 

무례.

차갑게 굴고, 내가 옳다고 우겼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감정이 더 많은 쪽이 불리하다고 여겼다. 

부처님 말씀을 완전히 잘못 받아들였다는 걸 다시 한번 책을 보며 깨닫는다. 

부처님은 황량한 마음을 가지라고 말하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 

따뜻한 마음을 가지라고 말하는 것이다. 

나를 소중히 생각하듯 남을 소중히 여기며 

성난 마음으로는 다른 사람에게 충고하지 않고, 

벗을 사귀는데 작은 것이라도 급한 일을 당하거든 달려가서 도와주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바보 눈에는 바보만 보인다고, 나 여태 뭐한거야?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남을 다정하게 대하되 얽매이지 말라. 

그것이 진정 나에게 필요한 말이었다. 

 

부처님의 말씀을 반의 반도 듣지 못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들리는 것이 더 많아질 거라는 기대를 갖는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싶은지, 생각할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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