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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을 적시는 부처님 말씀 300가지
석성우 외 / 민족사 / 1997년 10월
평점 :
품절


  

숫타니파타의 유명한 글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그 말을 좋아했다. 

 

어느날 서점을 둘러 보다 이 책을 빼들었다. 

어찌보면 당연하게도 그날 난 머리가 뽀개질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조금씩 염세적인 사람이 되어갔다. 거기다 허영도 섞인. 

다른 사람보다 인생의 진리에 대해 내가 뭘 더 아는 줄 알았고, 

다른 사람보다 내가 더 나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졌다.  

<사람들로부터 떠나 고독한 생활을 닦고 익히라. 번뇌의 속박으로부터도 벗어나라.  

 만약 그곳에서 즐거움을 얻을 수 없으면 자기 자신을 잘 지키고 바른 결심을 가지면서 

 대중 속에 살아라.  -장로게경>

그리고 현상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기 시작했다. 

부처님은 어디에도 얽매이지 말라고 말한 것뿐인데 나는 어느 것에도 무감각한 척 했었다. 

시쳇말로 쿨한 척. 

이 책에는 부처님 말씀이 300가지나 모아져있고, 그 많은 글을 읽으며 모든 것에 공감할 수는 없다. 

상황에 따라, 성향에 따라, 성격에 따라 유독 눈에 보이는 글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때 난 인간관계에 지치고 한껏 화가 나 있는 상태라  

부처님 말씀은 곧 인생에서 의미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라 생각했다.  

<사람에게는 네 가지 고독함이 있나니, 태어날 때는 혼자서 오고, 죽을 때도 혼자서 가며, 

 괴로움도 혼자서 받고, 윤회의 길도 혼자서 가는 것이니라. -근본설일체유부 비나야잡사>

당시 나는 괴로웠고, 혼자서 괴로워했다. 

때문에 조금도 여유를 두지 않기로 했다. 

내가 왜 다른 사람때문에 골치아파야 하고 괴로워야 하는 거냐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괴로운 감정에서 자유로운, 얽매이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부처님은 바람과 같이, 진흙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큰 고함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얽매이지 말라고 말씀하고 있었지만 내가 그 정도로 강할리가 없었다. 

하지만 강한 줄로 착각하고 혼자 되어도 두렵지 않다고 여유를 가지고 살았다. 

골치 아파지게 되면 그 사람을 끊어내고, 마음이 통하지 않는다 생각되면 그 사람을 멀리한다. 

쿨한 척, 강한 척 부처님처럼 감정에서 자유로운 척 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얼마나 약했었는지 알게 되는 것이다. 

그땐 보이지 않던 다른 글들이 보이는 것이다. 

<남의 잘못은 눈에 띄기 쉽지만 자기의 잘못은 눈에 띄지 않는다. 사람들은 남의 잘못은  

 잘 들추어내면서도 자기의 잘못은 숨기려 한다. 마치 교활한 도박사가 불리한 투전장을 

 숨겨 버리듯이. 남의 잘못을 들추어내어 얕잡아 보려고 생각하는 것은 비겁한 짓이다. 

 그는 참으로 진리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이다.  -법구경>  

나는 약한 사람이 강한 사람을 흉내낼때 쓰는 그 방법으로, 스스로를 지키고 있었다. 

무례.

차갑게 굴고, 내가 옳다고 우겼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감정이 더 많은 쪽이 불리하다고 여겼다. 

부처님 말씀을 완전히 잘못 받아들였다는 걸 다시 한번 책을 보며 깨닫는다. 

부처님은 황량한 마음을 가지라고 말하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 

따뜻한 마음을 가지라고 말하는 것이다. 

나를 소중히 생각하듯 남을 소중히 여기며 

성난 마음으로는 다른 사람에게 충고하지 않고, 

벗을 사귀는데 작은 것이라도 급한 일을 당하거든 달려가서 도와주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바보 눈에는 바보만 보인다고, 나 여태 뭐한거야?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남을 다정하게 대하되 얽매이지 말라. 

그것이 진정 나에게 필요한 말이었다. 

 

부처님의 말씀을 반의 반도 듣지 못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들리는 것이 더 많아질 거라는 기대를 갖는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싶은지, 생각할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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