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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 ㅣ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15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롤프 레티시 그림 / 시공주니어 / 200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 삐삐는 달걀 세개를 꺼내 공중에 휙 던졌다.
달걀 하나가 삐삐의 머리에 떨어져서 눈으로 노른자가 주르르 흘러들어갔다.
하지만 다른 두개는 삐삐가 능숙하게 들이민 그릇에 떨어져 팍삭 깨졌다.
삐삐는 천연덕스럽게 눈가를 훔치며 말했다.
"달걀 노른자가 머리카락에 좋다는 소리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어.
두고 봐. 이제 머리카락이 쑥쑥 소리가 날만큼 자라날테니까." ]
누가 삐삐를 그저 철 없는 아이라 말한다면, 나는 그 사람을 좋아하지 못할 것 같다.
내 이름은 삐삐롱스타킹, 꼬마백만장자 삐삐, 삐삐는 어른이 되기 싫어
세 권이 전부라니 너무너무 아쉬워 스웨덴어를 배워서 삐삐에 대해 더 알고 싶었다.
처음 책을 펼쳤을땐 어릴적부터 가지고 온 선입견만이 있었다.
말괄량이 여자아이.
그렇기에 당연히 유쾌하리라 기대했다.
그 여자아이가 벌이는 여러가지 장난들, 사건들, 가끔 감동도 있겠지.
메마른 삶에 잠깐의 활력을 불어넣기를 기대하는 오락성.
[ "거짓말은 나빠요. 우리 엄마가 그랬어요."
그러자 토미가 핀잔을 주었다.
"어휴, 아니카. 넌 왜 그렇게 멍청해? 삐삐는 나쁜 뜻으로 거짓말을 하는 게 아냐.
재밌으라고 하는 거야. 삐삐는 이야기를 꾸며내는 거라고
알았어? 이 멍청아!"
삐삐는 토미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
"토미, 넌 이따금 똑똑한 소리를 하단 말야. 장차 위대한 사람이 될까봐 걱정이야." ]
책 속엔 그 모든 것이 있었고, 삐삐가 무척 사랑스럽고 마음 따뜻한 아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아니카와 토미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늘어놓았던 수많은 허풍들,
특히 속이 빈 나무 안에서 자라는 탄산음료를 제일 좋아한다.
[ 삐삐는 그 떡갈나무가 평범한 나무가 아니라고 했다.
밑동 속에서 탄산음료가 생기기 때문이다.
삐삐의 이야기는 정확했다. 떡갈나무 속의 비밀 장소로 내려갈 때마다
탄산 음료 세 병이 놓여 있었으니까 말이다. ]
가장 감동했던 부분.
언제나 신나는 일, 즐거운 일, 엉뚱한 일을 벌이는 삐삐.
아니카와 토미가 아플땐 매일 찾아가 창문 밖에서 지루하게 누워있는 친구들에게 웃음을 주고,
불이 난 건물 꼭대기에서 울고 있는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아슬아슬 올라가 아이들을
안심시키려 재밌는 놀이인양 곡예를 벌이는 삐삐.
삐삐는 항상 씩씩하다.
아빠가 난파되어 생사를 알 수 없지만 식인종의 왕이 되었을 것이라 믿는다.
긍정적이고 누구보다 힘이 센 밝은 아이.
[ 삐삐가 울먹이며 말했다.
"어,어쩜 그럴 수가 있어요? 도대체 왜 백작 부인을 못살게 구냐구요.
자식들이랑 남편도 잃고, 완전히 외,외톨이인데." ]
그랬기에 삐삐가 우는 것은 너무 슬펐다.
마지막 장면도 어쩐지 가슴아팠다.
홀로 앉아 멍하니 혹은 꿈꾸듯 촛불을 들여다보던 삐삐.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의 이야기이기에 책을 아낄 수 밖에 없다.
삐삐가 어른이 된 모습을 보지 못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삐삐는 분명 멋진 해적이 되었을 것이라고 흐뭇해하기도 한다.
이윽고 삐삐가 말했다.
"아무튼, 너희들은 여기 와서 놀아도 돼. 문 옆의 못에 열쇠를 걸어 놓을게.
장롱 속에 든 건 너희들이 몽땅 가져도 좋아. 그리고 떡갈나무 안에 사다리를
놓아 둘게. 그럼 너희들끼리도 비밀 장소로 들어갈 수 있을 거야.
하지만 떡갈나무 안에서 탄산음료가 자라지는 않을 거야.
지금은 제철이 아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