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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필요하면 전화해
레이먼드 카버 지음, 최용준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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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드 카버의 작품은 언제나 옳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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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보이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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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 이 분, 현실을 담담히 서술하면서도 그 속의 꿈을 직시하게 하는 글들을 잘 쓰시지. 책 추천할 때 거의 항상 미는 작가. 성장 소설이라.. 목차 네이밍 센스가 예술이네.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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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니가 보고 싶어 tam, 난다의 탐나는 이야기 1
정세랑 지음 / 난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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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서 과연 무엇을 볼까?

누군가는 머리 가슴 배로 나눠버리는 곤충 해부처럼 신체를 부위 별로 절단해 평가하기도 할 것이요,

누군가는 RPM 폭주하는 마냥 재빠르게 머리 회전을 굴려 재산과 집안의 상관관계를 묻고 이에 도출되는 결과값을 구할 것이요,

누군가는 불타는 나방, 불타는 소세지처럼 팟팟 터지는 열정으로 사랑이란 두 글자를 튀겨대리라.

국가 사회 집단마다, 개개인마다 조금씩 다를 사랑이란 이미지.

장르계에서 어느 정도의 지분을 가지고 계신 정세랑 작가님의 첫 장편『덧니가 보고싶어』는, 이 사랑에 대해 또 다른 이미지를 말한다.

즉, 로맨스 소설이란 것이다.

 

장르문학 작가로 첫 단편집을 내기 위해 이제껏 쓴 단편을 퇴고하는 상황인 '재화'와, 사설 보안업체 직원으로 일하며 어린 여자친구를 둔 '용기'. 과거 연인이었지만 헤어진 아픔을 가진 두 인물의 이야기가 책의 메인을 이루되, 주인공이 장르작가인 설정처럼 재화가 쓴 단편 스토리가 중간 중간 배열 되어 있어 장편소설과 단편집을 읽는 두 가지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것이 이 작품의 매력이다.

장편 이야기의 진행은 단순하다. 재화의 이야기가 용기의 몸에 새겨진다는 비현실적 현상을 제외한다면, '언니 오빠 판타지' 답게 일상에서 우리가 겪는 그 모든 상황-여러 잡담과 행동, 그리고 이별- 처럼 전반부 중반부가 진행되고, 후반부의 깜짝 쇼 같은 스펙타클만이 그나마 픽션 임을 각인 시켜준다. 단편 역시도 어렵지 않다. 나열 된 단편들은 장편 이야기 진행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또한 판타지, 설화, SF 등 각각 독특한 소스로 되어 있지만 그럼에도 하나 같이 동화 풍의 이야기와 분위기라 책의 흐름에 크게 어긋나지도 않는다.

더 세부적인 이야기는 직접 읽어 보시라.

 

『덧니가 보고싶어』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알콩달콩해서 보는 내내 달달한 느낌을 안 받을래야 안 받을 수 없었다. 본문에서 나온 '바닐라 향 버터 크림'의 느낌이라고나 할까. 뒷표지에 나온 배명훈 작가님의 추천사 대로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이야기가 즐겁고 통통 튄다.

그리하야 장르소설, 아니 문학이란 고고하고 진지하며 사회를 대변해야 하고 또한 깨달음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센티멘탈한 독자라면 이 책은 분명 미스다. 이 책은 이를 전혀 충족시키지 못하니까. 고고하지도 않고 진지하지도 않으며 사람 사는 모습을 그리지만 이를 대변하고 주장한다 하기는 힘들고 깨달음이라고 할 것도 특별히 보이지 않는, 그저 초콜릿에 설탕과 물엿을 얹어낸 듯이 더 없이 달달한 로맨스니까. 하지만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 할아버지 고조할머니 고조할아버지... 때부터 이어져 온 이야기의 역할은 결국, 이야기를 통한 삶의 활력이지 않은가. 문학이 최선으로 여겨 할 과제는 마음의 안식 아니겠는가.

 

많은 욕심을 부리지 마시라.『덧니가 보고싶어』는 즐겁고 달콤한 소설이다. 보고 있으면 절로 웃을 수 있는 작품이다. 그래서, 힘들 때 꺼내보면 잠시나마 힘겨움을 잊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쁨이다. 언젠가 삶이 답답할 때 또 다시 읽게 될 아주 '비비드한' 이야기. 작가의 말에서 정 작가님이 말씀하신 대로, 농담 같은 이야기를 소망하신다면 이 책은 충분히 그럴 만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 농담은 무겁지 않고 진지하지 않고 또한 어렵지 않으니까. 그리고 즐거우니까. 그것만으로 딱 좋은 작품이다.

 

책을 덮으면서 미소 지었다. 

왁자지껄 즐거운, 몇 마디 농담을 나눈 기분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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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잔을 들고 재채기
이영도 외 지음 / 황금가지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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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잔을 들고 재채기>라는 제목부터 눈길을 끄는 황금가지의 두번째 한국환상문학단편집이 나왔다. 전작처럼 SF 팬덤에서 이름난 작가진들의 글로 짜여진 <커피잔을 들고 재채기>는, 우리나라 환상문학-SF,판타지-가 어느 정도까지 발전되어 있는지 가늠하기 충분할 만큼 완성도 높은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형식을 파괴하는 재치 있는 글부터 진지하고 철학적인 이야기, 가슴을 울릴만큼 탄탄한 플롯을 가진 글까지, 열 명의 작가의 개성이 잘 드러난 작품들을 맛볼 수 있는 훌륭한 단편집이었다. 각각의 특성을 서로 공유하는 작품도 꽤 있었는데, 너무 치우치지도 않고 서로서로 쌍을 이루어 배치된 점 역시 꽤 맘에 들었다. 그럼 각각의 단편에 대한 평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자. 


<학교> 박애진
이번 단편선에서 우리 사회의 모습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낸 작품을 꼽는다면 <학교>를 꼽을 수 있을 터이다. 학교에 제물을 바쳐야하고 이를 투표를 통해 선출한다는 설정과 배경은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다. 냉정한, 혹은 섬뜩한 분위기를 통해 학교, 그 너머에 있는 사회의 냉혹함을 드러내고 이에 처신하다 결국 낙오되는 주인공의 모습은 마치 우리 자신을 보는 듯 가슴 아프다. 너무나도 냉정하게 묘사하고 그렇기에 와닿은 작품. 그것이 <학교>의 매력이다.  


<노래하는 숲> 은림
'완벽한 환상문학단편' 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어색하지 않을 작품. 꽃과 곤충들의 관점이 잘 묘사되어 인간이면서도 등장인물들의 감정에 이입할 수 있었다. 작가 특유의 필체를 통해 초기에는 꽃과 곤충들이 연출하는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단편이 진행될수록 은근하게 드러나는 차가운 분위기가 상반되어 다채로운 느낌을 받게 만든다. 은림 작가가 <할머니 나무>로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쓰고 <할티노>로 차가운 분위기의 판타지를 서술했다면 <노래하는 숲>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역작이다. 이번 단편선에서 가장 멋진 작품을 꼽으라면 필자는 이 작품을 꼽도록 하겠다. (참고로 필자는 은림 작가의 작품을 정말 좋아하기에 편애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인과 소년> 김보영    
<맨프롬어스>라는 영화가 있다. 작은 집이라는 단 하나의 공간에서 특별한 사건도 없이, 사람들이 하는 대화로 러닝타임의 처음부터 끝까지 구성된 점이 독특한 영화다. <노인과 소년>을 읽으면서 이 영화가 문득 떠올랐다. <노인과 소년> 역시 특별한 사건의 전개 없이 단 한 장면에서 소년과 스승이 나누는 몇가지 대사가 전부다. 그 몇가지의 대사라는 것도 패턴은 비슷하다. 하지만 한 대화가 이뤄지고 다시 또 한 대사가 이뤄지면서 작품의 주제 다가가게 되고, 무엇을 말하기 위해 이런 대화가 이뤄졌나 생각해보면 꽤 재미난 작품이 된다. 옛 성인들의 고사를 보면 성인과 제자가 대화를 나누며 깨달음을 주는 대목을 발견할 수 있는데, <노인과 소년> 역시 이러한 글과 유사하지 않은가 한다. 잠잠한 분위기로 잠잠한 생각을 하게 만든 작품이다.  


<천국으로 가는 길> 김선우
(대개의 소설이 그렇긴 하겠지만) 소재에서 '만약 이렇다면? 이렇게 된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될까?'이라는 질문을 작가가 지속적으로 던져 기본 플롯을 짜고 이야기를 서술했을 거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천국으로 가는 길>은 천국과 부활, 그리고 선행이라는 소재를 통해 선행마저 경쟁이 되어버리는 사회 상황을 표현한 작품이다. 비틀거리는 할머니를 부축하기 위해 여러 명의 사람들이 경쟁하는 사회, 과연 이것이 올바른가? 이 작품은 경쟁사회의 부조리를 드러내 이에 적절한 지적을 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후반부의 전개가 너무나도 급작스러웠고 그랬기에 다소 뜬금없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결말 자체도 글 중간에 허리가 끊어진 듯 부자연스러워 작품을 좀 더 썼어도 좋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느꼈다.  


<커피잔을 들고 재채기> 김이환  
기존 서술 형식에 대한 변형, 구조에 대한 실험이 드러난 작품이다.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들과 대화하면서 서술되는 방식도 재미있지만, 작품의 핵심은 의미 없고 관계없을 법한 사건들의 나열에서 찾을 수 있다. 제목부터 묘하지 아니한가. 커피 잔을 들고 재채기를 한다? 게다가 와플의 탄생 이야기? 영화관에서 일어난 이야기? 이 모든 것이 어떻게 한 단편 내에서 서술되고 연관 되는가. 이야기가 이야기를 낳고 이야기가 이야기를 낳는다. 그 무한한 고리의 시작은 무엇인가? 그것을 빅뱅 이전. 하나의 점에서 폭발이 일어나고 별이 생기고 역사가 생기고 이야기가 생기고 현실이 나타난다. 그것이 연결점 없는 소재들의 연결점임을 김이환 작가는 말한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은아의 상자> 정보라  
몽환적인 단편, 환상적인 단편. <은아의 상자>는 상자에서 태어난 은빛 고양이와 신기한 이야기를 편지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딱히 주제라는 것은 발견하지 못했지만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신기하고 재미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이 단편의 내용을 전문용어(?)로 말하면 NTR이 적절하지 않을까. :D
+중간에 들어간 삽화가 정말 맘에 들었다.  


<뮤즈는 귀를 타고> 임태운   
임태운 작가의 작품에는 센스 있는 농담과 유머가 많다. <뮤즈는 귀를 타고> 역시 마지막의 반전(?)은 충분히 웃음을 빵!빵!하고 터뜨릴 수 있을 정도로 재치 있었다. 고대인과 대화가 가능한 돌이라는 소재에서 이야기를 그 정도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는 데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고, 역시 압권은 마지막 아니겠는가! ‘과연 임태운 작가!‘라는 말이 나오는 스토리 내지 결말이었고, 임태운 작가의 역량을 충분히 맛볼 수 있는 작품이다.  


<장미 정원에서> 정지원  
한국환상문학단편선이 아니라 한국공포문학단편선에 실렸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은 작품. 조용하고 잔잔한 배경의 묘사가 꽤 매력적이었다. 다만 스토리 자체는 크게 재미를 찾기는 힘들었고 왠지 어디선가 봤지 싶은 내용이 아니었나 한다. 대표적으로 <장화, 홍련>과 비교해 봐도 좋지 않을까. 작가의 필체는 꽤나 좋았던 바, 앞으로 더 좋은 작품들을 기대해 본다. 


<소설을 쓰는 사람에 대한> 정희자 
개인적으로 이런 실험을 행한 작품을 좋아해서 탐색하고 다니지만 <소설을 쓰는 사람에 대한>같은 실험은 처음이었다. ‘소설을 쓰는 사람에 대한 소설을 쓰는 사람에 대한 소설을 쓰는 사람에 대한......’ 그렇게 무한한 구조가 마침내는 등장인물 혹은 서술자들 간의 대화로 이어진다는 설정이 꽤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상당히 참신했던 작품으로 서술 구조 개혁의 장(?)을 열었다고 봐도 무방하지 싶다.  

 
<샹파이의 광부들> 이영도  
이영도 작가는 장편 못지 않게 단편도 나름 잘 쓰는 작가지만, 이번 단편선에서는 다소 다른 작가들에 비해 빛이 나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상파이의 광부들> 역시 재미는 있지만 다른 작가들의 작품이 너무 강하기 때문일까? <상파이의 광부들>은 세상에서 가장 긴 터널을 뚫는 난쟁이들과 이를 지원하는 상단, 인간 간의 갈등과 협상 과정이 주 내용이다. 거기에 황당한 협상과 황당하거나 혹은 허무하기 그지없는 해결책에서 재미를 얻는다. <오버 더 ~> 시리즈와 유사한 느낌이랄까. 더스번 칼파랑의 여정을 장편으로 썼으면 이 얼마나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가져본다. XD     

제목처럼 『 커피잔을 들고 재채기』는 고급호텔의 뷔페식 같은 느낌의 단편집이다. (물론 고급호텔 뷔페라고 다 맛이 있지는 않지만;) 어떤 작가의 작품을 읽더라도 충분히 재미는 있고, 모든 작품을 읽을 때의 감동은 읽지 않으면 모르리라 단언할 수 있다. 한국 환상문학계를 이끌어 가는 거목인 작가들의 앤솔러지! 앞으로 각 작가분들이 좋은 작품들을 보여주시고 그 중에서 또 좋은 작품은 이처럼 묶어 출간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음 단편선에는 이보다 더 재밌고, 흥미롭고, 가치있는 이야기들로 실리기를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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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 2009-09-28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앙...

미아 2010-04-19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아의 상자>를 쓰신 정보라 님은 이번에 첫 장편을 내셨다고 합니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 환상문학전집 11
필립 K. 딕 지음, 이선주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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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세상에 등장한 이후, 현재에도 많은 SF 마니아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 영화는 안드로이드와 인간 간이 공존하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그들 간의 갈등을 통해, 인간의 비인간적인 미래상에 대한 경고와 함께 창조에 있어 인공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을 가르는 행위가 소용 없음을 단적으로 잘 보여주었다. SF 영화의 고전격인 이 영화의 원작인『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이하 『안드로이드는…』)는 영화와 같은 지향점을 공유함과 더불어 영화에서는 빠졌던 몇가지 원작만의 고유한 특징을 통해 더욱 심도 있게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자연적으로 발생한 생물은 대부분 멸종하고 몇 남지 않은 미래, 인간은 생명을 가진 동물에 애착을 지닌 채 진짜 동물을 키우는 데 열의를 올린다. 그것이 불가능하면 로봇펫을 키울 정도로. 진짜 동물을 살 돈이 없어 그 대신 가짜 양을 키우고 있는 현상금 사냥꾼 릭 데커드는 그런 자신에게 창피를 느낀다. 어느날 식민지 행성에서 지구로 탈주한 안드로이드에 대한 정보를 접한 그는 안드로이드를 잡아 포상금으로 그토록 진짜 동물을 살 생각을 한다. 냉정하게 탈주 안드로이드를 하나씩 제거해 가던 그는 자신보다도 더욱 냉혹한 현상금 사냥꾼을 보며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 보고, 그 결과 안드로이드, 가짜동물 등 생명으로 취급하지 않던 존재들에 대해서 자신이 생명체에 대해 품는, 혹은 더 큰 감정 이입을 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을 '머서와 융합한 결과'로 보며 릭 데커드는 인공적인 존재들에게도 존재 가치를 찾고 존중하게 된다.

간략한 줄거리 설명이지만, 본문에는 안드로이드에게는 냉정했던 릭 데커드가 차츰 변화하는 과정이 잘 나타나있다.『안드로이드는…』는 변화하는 그의 모습을 통해 무엇이 인간으로 하여금 생명과 비생명을 나누게 하고, 또 그것이 얼마나 부질 없는 행위인지를 독자로 하여금 알게 한다. 겉모습 뿐만이 아니라 사고적인 능력까지도 인간과 동등하거나 더욱 뛰어난 안드로이드와 보통 인간 사이에 과연 차이를 둘 수가 있는가? 오히려 일반인의 축에 들지 못하는 '특수자'는 안드로이드 보다 더욱 존중 받지 못할 존재들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안드로이드에게 더 없이 냉정했던 릭 데커드의 모습은 오히려 인간보다 안드로이드와 닮지는 않았는지. 이렇듯 생명과 비생명, 자연적인 산물과 인공적인 산물과의 경계가 흐트러지면 인간으로서는 인공물에게도 감정을 가지고 대하는 태도를 피할 수 없다. 서로 반대되는 그 특징들을 구분지을 특성이 불명확해지 때문이다. 가짜 고양이인 줄 알고 수리하려 했지만 사실은 살아있는 고양이임을 깨닫게 되는 에피소드는 그것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안드로이드를 존중하게 된 릭 데커드는 우리 모습과도 닮아있다. 온라인 게이머는 자신의 캐릭터에 모든 애정과 노력을 쏟아 붓고, 수많은 네티즌이 자신의 가상이미지를 인터넷이라는 가상 공간에서 꾸미고 서로의 이미지를 보고 대우하지는 않는가. 가상의 일이 현실에 영향을 미치고 그 반대 현상도 일어나는 지금 많은 사람들에게 가상은 현실과 완전히 분리된 독립적인 공간이 아니다. 가상의 모습에도 현실 사람들은 감정 이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형체가 없는 가상과 형체 있는 안드로이드 간의 간격을 부정할 수는 없으나, 둘 다 인공이라는 점에서 같은 노선을 밟는다 생각한다. 이는 과거 몇십 년 전만해도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 아니었을까. 마치 하루라는 시간 동안 가치관이 변한 릭 데커드의 모습처럼,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가치관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변화했을 터다. 다름이 아니라 이미 캐나다의 한 과학자는 극도의 외로움을 로봇여자친구를 만듦으로써 해결했다는 기사가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 안드로이드를 사랑하게 된 릭 데커드가 떠오르지 않는가? 비생명이기 때문에 감정 이입은 커녕 존재 가치도 제대로 지니지 못한다는 논리는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다.

『안드로이드는…』는 <블레이드 러너>가 SF 영화의 고전으로 칭송받는 것처럼, SF 문학 작품들 중에서도 단연 손꼽힌다. 이야기의 완성도 뿐만이 아니라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인간의 가치관 변화를 적절하게 잘 예측했기 때문이 아닐런지? 언제나 SF는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모든 SF가 그렇지는 않지만.), 과거의 SF는 현재의 논픽션이 되기도 한다. 과거에 쓰여졌던『안드로이드는…』의 릭 데커드는 바로 곧 우리 자신이 아닐까. 아직까지 인간보다 뛰어난 안드로이드, 진짜와 구별이 거의 불가능한 가짜 동물, 감정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감정이입기는 세상에 등장하지 않았지만, 그 미래를 살아가는 릭 데커드의 모습은 현재의 우리도 곰곰히 생각해 볼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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