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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 ㅣ 환상문학전집 11
필립 K. 딕 지음, 이선주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1982년 세상에 등장한 이후, 현재에도 많은 SF 마니아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 영화는 안드로이드와 인간 간이 공존하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그들 간의 갈등을 통해, 인간의 비인간적인 미래상에 대한 경고와 함께 창조에 있어 인공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을 가르는 행위가 소용 없음을 단적으로 잘 보여주었다. SF 영화의 고전격인 이 영화의 원작인『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이하 『안드로이드는…』)는 영화와 같은 지향점을 공유함과 더불어 영화에서는 빠졌던 몇가지 원작만의 고유한 특징을 통해 더욱 심도 있게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자연적으로 발생한 생물은 대부분 멸종하고 몇 남지 않은 미래, 인간은 생명을 가진 동물에 애착을 지닌 채 진짜 동물을 키우는 데 열의를 올린다. 그것이 불가능하면 로봇펫을 키울 정도로. 진짜 동물을 살 돈이 없어 그 대신 가짜 양을 키우고 있는 현상금 사냥꾼 릭 데커드는 그런 자신에게 창피를 느낀다. 어느날 식민지 행성에서 지구로 탈주한 안드로이드에 대한 정보를 접한 그는 안드로이드를 잡아 포상금으로 그토록 진짜 동물을 살 생각을 한다. 냉정하게 탈주 안드로이드를 하나씩 제거해 가던 그는 자신보다도 더욱 냉혹한 현상금 사냥꾼을 보며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 보고, 그 결과 안드로이드, 가짜동물 등 생명으로 취급하지 않던 존재들에 대해서 자신이 생명체에 대해 품는, 혹은 더 큰 감정 이입을 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을 '머서와 융합한 결과'로 보며 릭 데커드는 인공적인 존재들에게도 존재 가치를 찾고 존중하게 된다.
간략한 줄거리 설명이지만, 본문에는 안드로이드에게는 냉정했던 릭 데커드가 차츰 변화하는 과정이 잘 나타나있다.『안드로이드는…』는 변화하는 그의 모습을 통해 무엇이 인간으로 하여금 생명과 비생명을 나누게 하고, 또 그것이 얼마나 부질 없는 행위인지를 독자로 하여금 알게 한다. 겉모습 뿐만이 아니라 사고적인 능력까지도 인간과 동등하거나 더욱 뛰어난 안드로이드와 보통 인간 사이에 과연 차이를 둘 수가 있는가? 오히려 일반인의 축에 들지 못하는 '특수자'는 안드로이드 보다 더욱 존중 받지 못할 존재들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안드로이드에게 더 없이 냉정했던 릭 데커드의 모습은 오히려 인간보다 안드로이드와 닮지는 않았는지. 이렇듯 생명과 비생명, 자연적인 산물과 인공적인 산물과의 경계가 흐트러지면 인간으로서는 인공물에게도 감정을 가지고 대하는 태도를 피할 수 없다. 서로 반대되는 그 특징들을 구분지을 특성이 불명확해지 때문이다. 가짜 고양이인 줄 알고 수리하려 했지만 사실은 살아있는 고양이임을 깨닫게 되는 에피소드는 그것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안드로이드를 존중하게 된 릭 데커드는 우리 모습과도 닮아있다. 온라인 게이머는 자신의 캐릭터에 모든 애정과 노력을 쏟아 붓고, 수많은 네티즌이 자신의 가상이미지를 인터넷이라는 가상 공간에서 꾸미고 서로의 이미지를 보고 대우하지는 않는가. 가상의 일이 현실에 영향을 미치고 그 반대 현상도 일어나는 지금 많은 사람들에게 가상은 현실과 완전히 분리된 독립적인 공간이 아니다. 가상의 모습에도 현실 사람들은 감정 이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형체가 없는 가상과 형체 있는 안드로이드 간의 간격을 부정할 수는 없으나, 둘 다 인공이라는 점에서 같은 노선을 밟는다 생각한다. 이는 과거 몇십 년 전만해도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 아니었을까. 마치 하루라는 시간 동안 가치관이 변한 릭 데커드의 모습처럼,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가치관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변화했을 터다. 다름이 아니라 이미 캐나다의 한 과학자는 극도의 외로움을 로봇여자친구를 만듦으로써 해결했다는 기사가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 안드로이드를 사랑하게 된 릭 데커드가 떠오르지 않는가? 비생명이기 때문에 감정 이입은 커녕 존재 가치도 제대로 지니지 못한다는 논리는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다.
『안드로이드는…』는 <블레이드 러너>가 SF 영화의 고전으로 칭송받는 것처럼, SF 문학 작품들 중에서도 단연 손꼽힌다. 이야기의 완성도 뿐만이 아니라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인간의 가치관 변화를 적절하게 잘 예측했기 때문이 아닐런지? 언제나 SF는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모든 SF가 그렇지는 않지만.), 과거의 SF는 현재의 논픽션이 되기도 한다. 과거에 쓰여졌던『안드로이드는…』의 릭 데커드는 바로 곧 우리 자신이 아닐까. 아직까지 인간보다 뛰어난 안드로이드, 진짜와 구별이 거의 불가능한 가짜 동물, 감정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감정이입기는 세상에 등장하지 않았지만, 그 미래를 살아가는 릭 데커드의 모습은 현재의 우리도 곰곰히 생각해 볼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