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숙박권도 있던데, 가족들과 가면 좋지 않겠니?" 

"딱히요?"


당시 진행하시던 책소개 프로그램에서, 나는 열렬한 애독자였다.

매주 꼬박꼬박 방송국 게시판에 독후감상문을 올렸으며, 보조MC조차

'이 책 감상문이 올라올 줄은 몰랐다'는 보기 드문 그래픽노블까지

모조리 읽고 써서 올렸다. 다른 무엇보다 내가 쓴 감상문을 캡틴이 읽는다는

사실이 기뻤던 것 같다. 추측할 수 없는 불특정 독자보다도 한명의 분명한

독자-읽어주는 이-가 있는 글을 쓰는 기쁨을 일찍이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주요방송사가 보유한 화려한 경품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다.

방송국 게시판에 거의 유일하게 독후감을 올리는 독자에게 캡틴은 독자선물

받았냐고 물어보셨다. 아직 받은 바 없다고 말하자 캡틴은 종류를 열거하셨다.

씨푸드 뷔페 식사권, 아쿠아리움 초대권, 까지는 그렇다치고 '호텔숙박권'이

어떤 장점이 있는지는 전혀 짐작가지 없었다. 어디론가 여행을 간 것도 아닌데

'잠은 집에서 자면 되는 거 아닌가? 왜 굳이?'라는 게 꼬꼬마 시절 내 생각이었다.


이런 내 생각이 반영되었는지 방송사에서 몇달이나 밀린 경품을 한꺼번에 보내주었을 때

다행이 호텔숙박권은 포함되어있지 않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사실 좀 헷갈리지만.


좀더 시간이 흐른 후, 내 버킷리스트 가운데에는 '한달동안 호텔에서 살아보기'가 추가되었으며

헛된 꿈 리스트 가운데에는 '전국 5성급 호텔을 순회하며 책 읽는 프로그램의 주인공이 되는 것'

추가 되었다. 호텔에서 책읽기... 최고다. 1박 2일이라도 호텔에 갈 때면 최소 책 2권은 챙겨가야 한다.     


그때 캡틴은 이렇게 말했어야 했다. 

"호텔에 가족들과 같이 놀러가면 좋지 않겠니?"가 아니라

"호텔에서 책 읽으면 얼마나 근사한지 아니?"라고 말이다. 



추신1. 딱히 원망하는 게 아니에요. 꼬꼬마가 이렇게 컸다고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추신2. 조식 예약이 잘못 되어서 추가하려니 '청소년 한 명인가요?'라는 회답을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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