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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까지 숨이 차면 - 제4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청소년 부문 대상 수상작 ㅣ 텍스트T 22
조은오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8월
평점 :
손 끝까지 숨이 차면
청소년 심사위원단이 왜 이 책에 압도적인 공감과 찬사를 보냈는지 단번에 이해가 됐다.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며 늘 그림책과 동화책의 큼직한 글씨와 그림에 익숙해져 있던 탓일까, 오래간만에 마주한 빼곡하고 '작은 글씨'가 처음엔 조금 어색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추석 첫날 아침, 책을 손에 쥐는 순간 그런 어색함은 까맣게 잊혀졌다. 제목 그대로 정말 '손끝까지 숨이 차오를 때까지' 푹 빠져버렸다.
이 책은 SF라는 장르적 상상력 위에 청소년의 성장과 삶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훌륭하게 엮어낸다. 핵전쟁 후 닥친 기후 재난과 식량난, 인구 문제, 복지, 취업 등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거대한 고민거리가 묵직하게 담겨 있다. 겉보기엔 암울한 디스토피아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분명한 초록빛 희망이 숨 쉬고 있다. '예상했던 결과일까?' 싶으면 어김없이 기분 좋은 반전이 펼쳐진다.
문득 "과연 우리의 미래는 디스토피아일까, 유토피아일까?"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그에 대한 답은 결국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청소년들의 선택에 달려 있지 않을까? 정해진 트랙대로 가는 삶 대신 또 다른 길을 선택하는 삶, 누군가의 부재를 대신하는 삶을 넘어 스스로 이겨내는 삶… 무엇이 옳은지 고민하고 실천하는 모습들이 마음을 흔들었다.
최근 교육장님으로 자리를 옮기신 전 교장선생님의 말씀이 자꾸만 귓가에 맴돌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며 숨을 낮게 고르고 천천히 아끼며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향해 손끝까지 숨이 차오를 때까지 온 힘을 다해 달려볼 것인가?
책 속 인물들을 보며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멋진 선배 같은 사람이 되고 싶으면서도 실제론 정팀장 같은 모습이지 않은가?', '입으로는 재영이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실천하기를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이 내가 아닌가?' 하는 씁쓸한 자조도 들었다.
한편으로는 영월이와 여수의 관계, 보령이와 서천이의 우정, 그리고 고등학교 과목과 미래 삶의 연결 고리들이 깊은 잔상을 남겼다. 당장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우리 집 3호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아이를 곁에서 지켜보는 엄마로서도 많은 생각과 고민이 스쳐 지나갔다.
기후와 식물, 그리고 다른 종으로 확장되는 인간의 연결성을 보며 우리 사회의 '매튜 효과(양극화 현상)'를 떠올리기도 했다. '어디나 삶의 형태는 비슷하구나', '나는 과연 녹색지대에 살게 될까, 적색지대에 살게 될까?' 수많은 질문을 던져준 고마운 소설이다.
오늘도 타성에서 벗어나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도록 내 삶을 온전히 살아낼 용기를 얻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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