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한 그릇 ㅣ 사계절 그림책
윤정미 지음 / 사계절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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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한 그릇>

제목부터 궁금했다.

도대체 어떤 그릇이길래 ‘신성한 그릇’일까.

그런데 그 정체가 변기라니.ㅋㅋ 처음부터 예상 밖이었다.

책 속에서 만나는 소년의 이름은 스크루지. 변기를 파는 아이인데 자기 변기는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지 않으려 한다.

이름부터 왠지 의미가 있겠다 싶었는데, 이 아이가 천사와 함께 이야기를 따라가며 조금씩 다른 생각을 만나게 되는 과정도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변기 하나를 따라가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역사가 나온다.

여럿이 나란히 앉아 사용했던 공동 화장실 이야기, 옛날 사람들의 화장실 문화, 그리고 하이힐이 생겨난 이유까지.

“정말 그랬다고?” 싶은 이야기가 계속 나와서 아이들이랑 읽으면 질문도 꽤 많이 나올 것 같다.

평소에는 너무 익숙해서 별생각 없이 사용하는 변기인데 그 안에도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 도시의 변화와 역사가 다 들어 있었다.

그리고 스크루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내 것만 움켜쥐고 있는 것보다 서로 나누고 함께 사용하는 일이 왜 필요한지도 자연스럽게 생각해 보게 된다.

처음에는 제목이 궁금해서 펼쳤는데 변기의 역사도 배우고, 생활문화도 보고, 나눔과 공유까지 생각하게 된 책.

그래서 다 읽고 나니 왜 제목이 <신성한 그릇>인지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신성한그릇 #사계절출판사 #정보그림책 #초등교사북클럽사각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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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풍당당 세신사 - 깨끗해지는 책
이작은 지음 / 이야기꽃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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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하면 어때, 오늘도 나답게 때풍당당!

때풍당당 세신사

이야기꽃 출판사의 새 그림책 소식을 듣고, 이 책과 출판사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 냉큼 '응원단'을 신청했었다. 펀딩으로 마음을 보태고 손꼽아 기다리던 책이 드디어 오늘 품에 들어왔다.

상자를 열자마자 함께 들어있는 초록색 이태리타월이 눈에 들어왔다. 거기 적힌 "부족하면 어때 좀 못하면 어때"라는 문장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가슴이 몽글해지며 툭 위로를 받았다. 요근래 바쁜 일상에 치여 마음 여유가 없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다정한 응원을 얻은 기분이었다.

원래 나는 목욕탕에 가서 뜨끈하게 몸을 녹이고 세신 받는 걸 정말 좋아한다. 그런데 올 한 해는 어찌나 정신없이 흘러갔는지, 그 좋아하던 목욕탕 한번 마음 놓고 찾아가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책 속에 등장하는 '보석사우나'라는 정겨운 옛날식 사우나 풍경을 마주하자마자 반가움과 아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세신사님의 손길이 어찌나 야무진지 모른다. 노란색, 초록색, 빨간색 다양한 때수건부터 식초, 때비누까지 착착 갖춰놓은 모습, 빽빽한 교육을 이수하고 자부심 있게 수료증을 받아든 당당함, 그리고 하루 일을 마치고 반창고를 붙인 부은 손발에 크림을 바르며 "소중한 몸을 씻어 주는 내 몸도 소중해요" 하고 스스로를 어루만지는 따뜻한 눈빛까지.

변호사, 요리사, 의사, 조종사만큼이나 타인의 고단함과 묵은 때를 씻겨주는 세신사라는 직업이 참 숭고하고 근사하게 다가왔다.

남들의 기준이나 속도에 맞춰 자꾸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조금 모자라도 '오늘의 나'로 당당하게 살아가면 된다고 말해주는 참 고마운 그림책.

응원단으로 마음을 보태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밤은 이 책 덕분에 마음속 묵은 때까지 싹 씻겨 내려간 듯 마음이 한결 가볍고 따뜻해진다.

#때풍당당세신사 #이야기꽃 #이작은 #이야기꽃응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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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까지 숨이 차면 - 제4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청소년 부문 대상 수상작 ㅣ 텍스트T 22
조은오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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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끝까지 숨이 차면

청소년 심사위원단이 왜 이 책에 압도적인 공감과 찬사를 보냈는지 단번에 이해가 됐다.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며 늘 그림책과 동화책의 큼직한 글씨와 그림에 익숙해져 있던 탓일까, 오래간만에 마주한 빼곡하고 '작은 글씨'가 처음엔 조금 어색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추석 첫날 아침, 책을 손에 쥐는 순간 그런 어색함은 까맣게 잊혀졌다. 제목 그대로 정말 '손끝까지 숨이 차오를 때까지' 푹 빠져버렸다.

이 책은 SF라는 장르적 상상력 위에 청소년의 성장과 삶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훌륭하게 엮어낸다. 핵전쟁 후 닥친 기후 재난과 식량난, 인구 문제, 복지, 취업 등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거대한 고민거리가 묵직하게 담겨 있다. 겉보기엔 암울한 디스토피아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분명한 초록빛 희망이 숨 쉬고 있다. '예상했던 결과일까?' 싶으면 어김없이 기분 좋은 반전이 펼쳐진다.

문득 "과연 우리의 미래는 디스토피아일까, 유토피아일까?"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그에 대한 답은 결국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청소년들의 선택에 달려 있지 않을까? 정해진 트랙대로 가는 삶 대신 또 다른 길을 선택하는 삶, 누군가의 부재를 대신하는 삶을 넘어 스스로 이겨내는 삶… 무엇이 옳은지 고민하고 실천하는 모습들이 마음을 흔들었다.

최근 교육장님으로 자리를 옮기신 전 교장선생님의 말씀이 자꾸만 귓가에 맴돌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며 숨을 낮게 고르고 천천히 아끼며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향해 손끝까지 숨이 차오를 때까지 온 힘을 다해 달려볼 것인가?

책 속 인물들을 보며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멋진 선배 같은 사람이 되고 싶으면서도 실제론 정팀장 같은 모습이지 않은가?', '입으로는 재영이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실천하기를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이 내가 아닌가?' 하는 씁쓸한 자조도 들었다.

한편으로는 영월이와 여수의 관계, 보령이와 서천이의 우정, 그리고 고등학교 과목과 미래 삶의 연결 고리들이 깊은 잔상을 남겼다. 당장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우리 집 3호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아이를 곁에서 지켜보는 엄마로서도 많은 생각과 고민이 스쳐 지나갔다.

기후와 식물, 그리고 다른 종으로 확장되는 인간의 연결성을 보며 우리 사회의 '매튜 효과(양극화 현상)'를 떠올리기도 했다. '어디나 삶의 형태는 비슷하구나', '나는 과연 녹색지대에 살게 될까, 적색지대에 살게 될까?' 수많은 질문을 던져준 고마운 소설이다.

오늘도 타성에서 벗어나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도록 내 삶을 온전히 살아낼 용기를 얻어본다.

#손끝까지숨이차면 #위즈덤하우스판타지문학상 #청소년소설추천 #SF성장소설 #나는교사다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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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절 도둑 ㅣ 마음가득 그림책 9
마리아 로사리아 콤파뇨네 지음, 안토니 갈메스 마르티 그림, 윤여연 옮김 / 소르베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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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외모와 달리 '올해의 가장 못된 마녀'가 되고 싶어 하는 꼬마 마녀 루이즈의 이야기

주인공 루이즈는 세상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기 위해 사람들에게서 친절과 배려, 양보를 훔치는 마법을 부린다. 지팡이를 휘두르며 "파라파라 퐁! 파라파 퐁!" 하고 주문을 외우면 멀쩡하던 사람들의 예절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누구에게나 반갑게 인사하던 다정한 파티슈 아저씨도 마법에 걸리자 빵집 주인에게 인사조차 하지 않고, 바게트 값을 툭 던져두고 나갈 뿐이다. 길가에 넘어진 아이를 모른 척하고, 짐을 든 이웃을 돕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마을은 순식간에 차갑고 엉망진창이 되어버린다.

세상의 모든 다정함을 빼앗은 루이즈는 콧노래를 부르며 뿌듯해하지만, 이야기 끝에는 예상치 못한 통쾌하고 귀여운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빵 터지고 말았던 그 반전과 신비한 마법의 단어는 꼭 책을 통해 직접 확인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평소 아이들에게 "예의를 갖춰야지", "예의 바르게 행동해야 해"라는 말을 습관처럼 하곤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딱딱한 잔소리 대신 "우리 동네에도 예절 도둑이 다녀갔나?" 하고 위트 있게 말을 건넬 수 있을 것 같다.

서로를 향한 작은 인사와 친절, 배려가 우리 일상을 얼마나 따뜻하고 행복하게 만드는지 유쾌하게 일깨워주는 참 사랑스러운 그림책이다.

#예절도둑 #그림책추천 #소르베북스 #인성그림책 #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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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무야 ㅣ 푸릇푸릇 문학 2
요릭 홀데베이크 지음, 예스카 페르스테헌 그림, 정신재 옮김 / 시금치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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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책 같기도 하고, 오묘한 여운을 남기는 동화책.

처음 책을 펼쳤을 때는 조금 어렵고 난해하게 느껴져 잠시 읽기를 멈추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내가 새로운 이야기를 생각하던 중에 느닷없이 나무늘보 이야기를 떠올린 적이 있었는데, 어딘가 익숙하다 했더니 바로 이 책 속 이야기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참 반갑고도 묘한 발견이었다.^^

110쪽 남짓한 페이지 속, 나무 한 그루와 그 주변을 들여다보며 마주하는 생물들의 대화는 위트 있으면서도 우리 삶을 가만히 돌아보게 만든다. 특히 연못에 사는 두 마리의 강꼬치고기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지만, 서로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두 물고기의 모습에서 문득 우리네 삶이 겹쳐 보였다. '혹시 우리 부부의 모습도, 혹은 타인과 나의 관계도 그렇지 않을까?' 하고 나를 비추어보게 된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달나방 애벌레' 이야기였다. 예전에 읽었던 그림책 [노스애르사애]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남들은 더 많이 먹고, 더 멀리 날아오르고, 더 아름다워지기 위해 끊임없이 변하려 애쓰지만, 달나방 애벌레는 굳이 다른 무엇인가가 되려 하지 않는다. '얼마나 더 가져야 만족할까?', '변하지 않고 지금 이대로의 나로 존재하는 건 안주하는 걸까, 아니면 온전한 나를 지키는 걸까?' 나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숱한 질문들이 꼬리를 물었다.

오래된 나무와 그 주변 작은 생명들이 건네는 오묘하고 철학적인 질문들. 가볍게 넘길 수도 있지만, 가만히 머물러 생각할수록 참 많은 울림을 전해준다. 나 자신을 한 번쯤 돌아보고 싶을 때, 마음속 질문이 필요할 때 가만히 꺼내어보고 싶은 고마운 책이다.

#안녕나무야 #철학동화 #그림책서평 #삶의성찰 #시금치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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