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 - 이어령 유고집
이어령 지음 / 성안당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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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선생님은 문화부 장관을 지닌 교수이자,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과거 한국과 미래의 

우리의 모습을 하나로 관통하는 통찰력으로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셨던 이야기꾼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번에 읽어본 이어령 유고집 작별 도서에서는, 

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던 저자가, 여전히 삶을 

이어가고 있는 우리에게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을 

더욱 잘 가꾸면서 미래에도 잘 있으라는 안부 인사였다.


삶의 마지막을 목전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도, 

책을 읽고 글을 썼던 이어령 선생님의 마지막 당부의 

말을 담고 있는 유고집이기에 살짝 긴장을 하고 

조심스럽게 페이지 한 장 한 장 넘겨 보게 되었다.

그의 마지막 글인 <작별> 이후로 더 이상 세상을 

꿰뚫어 보던 선생님의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없기에 

더욱 소중한 글로 간직할 수밖에 없는 도서였다.


그 이전에는 방송에서도 종종 얼굴을 비추었던 

그였기에 더 익숙하기도 했지만, 학생들에게 

수업을 진행했던 대학교수의 자리에 있기도 했던 

저자이기에 무언가 지식을 전달해 주는 교육자로의 

생전 모습이 더 강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 듯하다. 

그 외에도 여러 글과 강좌에서 평소에 우리에게 

한국인으로 가슴이 뜨겁게 공감이 가는 이야기들을 

어쩜 그렇게 콕콕 집어내는 건지, 그의 철학이 담겨있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저절로 몰입이 되곤 했었다.

이번 도서는 마지막 유언과도 같은 책이 되었는데, 

그렇다고 지난 힘겨웠던 본인의 회환에 찬 삶과 

과거를 돌아보는 무거운 무게의 회상이 아니라, 

잠시 우리에게 안녕을 고하고 그가 없는 세상에도 

계속 오늘의 하루는 지나가기에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후손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이어령 유고집 마지막 인사말을 전하면서, 

그는 뜬금없이 우리가 어릴 때 놀이를 하면서 

불렀던 구전 동요인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로 

시작하는 노래를 키워드 삼아 이야기하고 있다.

어쩌면 너무나 그 다운 마지막 말이지 않았나 싶다.

우리의 어린 세대들도 여전히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지금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는 그 노래는,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 

길면 기차, 기차는 빨라, 빠르면 비행기, 

비행기는 높아, 높으면 백두산~!" 이렇게 백두산을 

끝으로 마무리되는 말잇기 처럼 연결되는 노래였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보다 하고 당연한 듯 어린 시절 

놀이를 하면서 불렀던 노래였었다. <작별> 본문에서 

이어령 선생님이 짚어가는 이유를 돌아보면서, 정작 

왜 원숭이를 대상으로 노래를 시작하고, 맛있는 게 

사과였을까? 정말 궁금한 적이 없었던 게 놀랍기만 했다.

그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온 우리 어린 시절 

놀이로만 여겼던 그 노랫말에서, 그는 우리의 아픈 

역사와 우리가 앞으로 이어나가야 할 유산에 대해서 

그의 통찰을 통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어 볼 수 있었다.

종교, 역사, 과학, 인문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해박한 지식을 나누어 주었던 그였기에, 무심히 

넘겨 버렸음직한 노랫말에서 화수분처럼 끄집어내는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끝나지 않고 무한대로 

여전히 저세상에서도 이야기를 남겨주실 듯싶다.

서구에서 산업화의 불꽃이 확산된 것도 기차의 

빠른 교통수단이 촉매제가 되었을 터이고, 

일제가 대륙 침략의 야심을 위해서 우리나라에도 

철도를 깔았었지만, 우리에게 기차는 이별과 아픔의 

역사를 가지고 있기에 구슬픈 노래로 연결되었다고 한다.



그 노랫말의 총 다섯 개 키워드 주제어를 토대로 

그의 마지막 화두를 <작별>에 기록하고 있는데, 

마지막으로 노래가 끝나는 백두산 앞에 등장하는 

키워드인 원숭이, 사과, 바나나, 기차, 비행기는 모두 

우리 고유의 것이 아님을 콕 짚어서 강조하고 있다.

원숭이는 그렇다 쳐도, 사과도 우리 토종 과일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고 충격적이었다. 

...(중략)...

외국 문화와 우리 문화가 접촉하면 가장 처음 

바깥에서 먹거리가 들어옵니다. 개화기를 

상징하는 먹거리는 사과하고 바나나예요. 

먹거리죠. 아무렇게나 만든 거 같습니까? 사람이 

나오고 먹거리가 나옵니다. 우리나라에는 없던 사람, 

없던 짐승, 원숭이, 인간과 가장 닮은 짐승.....

P. 014

그러나 마지막에는 우리의 뿌리 근간이자 

미래의 통일을 염원하는 백두산으로 노래가 

마무리되기에, 그 의미를 깊게 새겨보게 되었다.

이어령 유고집 <작별>에서는, 이렇게 그 옛날 

아이들과 뛰놀며 읊었던 놀이 노랫말에 등장하는 

원숭이, 사과, 바나나, 기차, 비행기 다섯 가지 

키워드를 통해서 우리 시대의 흐름을 엿볼 수 있었다.

아담과 이브의 선악과에서부터 스티브 잡스의 

사과에 이르는 연결까지도 흥미롭게 연결하면서 

우리의 역사뿐만 아니라 넓은 세계로 확장되면서 

인문학적인 소양도 더욱 커지는 내용이었다.

여전히 분단되어서 대륙과 해양 침략 세력에 

휘둘려 왔던 대한민국의 운명을 진심으로 

걱정하면서, 은유와 비유 가득한 재치 있는 문답을 

내놓고 있는 진솔하고 공감 가득한 이야기였다.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그의 삶을 마감하면서 

우리가 미래에 백두산 이후의 새로운 키워드를 연결해 

나가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당부도 잊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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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지 마세요, 사람 탑니다 - 지하철 앤솔로지
전건우 외 지음 / 들녘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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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지 마세요, 사람 탑니다 독특한 디자인의 표지가 

시선을 사로잡는 도서는, 공포· 미스터리·스릴러 

장르를 주로 집필해 왔던 이야기꾼들이 모여서, 

지하철이라는 배경을 소재로 일곱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저마다의 시선으로 풀어낸 앤솔로지 작품이다. 

일상에서 서민의 발이 되어주는 서울의 지하철은, 

전 세계의 여느 도시보다도 발달된 기술로 빠른 이동을 

가능케 해주는 대표적인 우리 교통수단일 것이다. 



서울 도심을 달리는 1호선부터 9호선 이외에도, 

공항, 경기, 인천, 소사, 경춘선 등 수도권 이상으로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어서 너무 편리한 노선일 것이다.

갠적으로는 서울 시내 한두 군데 정도의 경로 외에는 

어디로 연결되는지 모를 정도로 너무나 많은 노선이 

있어서,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도 정말 새롭고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만나볼 수 있는 장소라 생각이 든다.

아마도 거의 대부분은 지하철에서 정말 안사고는 

못 배기게 만드는 살짝 허접하면서도 저렴한 

아이디어 상품을 판매하는 보따리 장사 아저씨들과 

지옥에 갈 거라는 엄청난 악담을 퍼부으면서 

포교하는 종교(?) 신도자들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밀지 마세요, 사람 탑니다 지하철 앤솔로지에 

참여한 작가들은 서로 다른 지하철 노선과 장르도 

서로 겹치지 않게 초기 기획을 해서 작업을 했기에, 

책 한 권에 다양한 소재로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아침 출근 시간에 사람이 많이 몰려서 '푸시 맨' 

특별한 명칭의 도우미가 등장했던 시절도 있었고, 

지난주에는 그렇게 최첨단의 안락한 서울 도심 

지하철을 자랑했건만 갑작스러운 폭우에 여기저기 

침수가 되면서 서민들의 발이 묶이기도 했었다.

그만큼 대한민국에서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우리 서민들이라면 지하철은 삶의 일부이기도 하다.

첫 작품의 문을 연 <호소풍생>의 저자인 전건우는 

그동안 공포 소설 중심의 작품을 써왔다고 하는데, 

이번 앤솔로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공항철도'를 

배경으로 주인공 편관장이 펼치는 코믹과 무협이 

결합된 다소 엉뚱하면서도 유쾌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이어지는 밀지 마세요, 사람 탑니다 두 번째는, 

정영섭 작가의 '2호선'을 배경으로 그린 <지옥철>

실제 서울 노선 중에서도 가장 많은 유동인구가 

모이는 신도림역을 중심으로 연결되는 2호선 

녹색 노선을 전부터 지옥철이라고 다들 손꼽고 있는데, 

저자는 좀비가 등장하는 공포 소재로 미스터리한 

내용을 다루면서 우리 내면의 공포를 떠올리게 한다.

지하 노선의 경우에는 사실 안전에 대한 문제도 신경을 

많이 쓰는 부분일 텐데, 불가항력적인 괴물의 등장 

보다도 인간이 만들어내는 공포심을 흥미롭게 그려냈다.

각 단편 소설 뒤에는 작가들이 선택한 지하철 

노선과 주제에 대해서 진솔한 후기를 담아내고 있기에, 

개인적으로 잘 모르는 노선에 대해서도 공감을 하고 

머릿속으로 함께 상상의 날개를 펼쳐볼 수 있었다.

특히나 아침저녁으로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이라면, 

거의 동일한 시간대에 서로 마주치기도 하면서 

또 다른 인연으로 사람들의 관계가 확장되기도 한다.



세 번째 '6호선' <버뮤다 응암지대의 사랑>의 

저자 조영주는, 다양한 순문학과 웹 소설을 통해서 

각종 공모전 수상을 하면서 영화화 작업을 위해서 

기존 단편 작품도 준비하고 있는 열혈 작가라고 한다.

저자가 선택한 6호선의 독특한 노선도를 찾아보니깐, 

정말 응암 - 역촌 - 불광 - 독바위 - 연신내 - 구산 - 응암 

위치가 마치 올가미처럼 동그랗게 연결되어 있어서 

뒤로 되돌아가는 반대 차선이 없이 한 줄로 된 단방향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작품에서는 미래의 꿈을 위해 

열심히 앞만 보고 달리고 있지만 늘 실패를 거듭하는 

두 남 녀가 우연히 만나서, 서로의 도전을 응원해 주고 

사랑을 키워가는 애달픈 로맨스를 그려내고 있다. 

밀지 마세요, 사람 탑니다 이어지는 네 번째 

'4호선' 지하철 사당역 주변으로 조각가 윤과 

재홍의 범상치 않은 만남과 스릴러적인 이야기를 

그려낸 <4호선의 여왕>도 꽤나 독특한 전개였다.

마지막까지 미스터리한 옆집 여자와의 관계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궁금하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중략)...

그제야 재홍은 윤에게서 풍기는 음험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덧붙여 경비 아저씨의 경고를 

떠올리고 보니, 윤은 더더욱 위험한 여자처럼 

보였다. 복잡한 사연이 그녀의 과거를 

넝쿨처럼 옥죄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_P. 128

'5호선' <농담의 세계>의 저자 김선민은 

도시 괴담과 판타지 장르 소설 작품 활동을 많이 

하고 있는 작가로, 이번 이야기에서도 공사가 

중단된 유령역이라는 소재로 막차를 타면 또 다른 

평행 세계 차원으로 이동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비슷한 콘셉트로 이어지는 정해연 작가의 '1호선'

<인생 리셋>에서는, 저자가 집필할 당시에는 

창동역 역사에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지 않았기에 

실제 안타까운 인사 사고도 발생을 했다고 한다. 

이 작품에서는 과거로의 여행을 할 수 있는 

배경으로 지하철역을 이용하고 있는데, 정말 

우리가 과거로 돌아간다면 최선의 선택으로 현재의 

실수를 되돌리고 윤택한 삶을 새롭게 살아갈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밀지 마세요, 사람 탑니다 마지막 작품인 

'3호선' <쇠의 길>은, <지옥철> 정명섭 작가의 

두 번째 공포 장르의 단편이 하나 더 실려있다.

좀비를 다루었던 앞 작품과 마찬가지로 어두운 

지하 속에 존재하는 미지의 생명체에 대한 

두려움을 그리고 있는데, 이 작품 역시 괴물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우리 인간관계를 다루고 있다.

지저분하고 불쾌한 냄새가 나는 노숙자들을 

바라보는 우리 시선에는, 그들은 존재하지만 

마치 존재하지 않는 듯 눈앞에서 지워버리곤 한다. 

과연 실제 눈으로 확인 못하지만 미지의 

괴생명체의 존재에 대해서는 두려움으로 믿으면서, 

우리 앞에 함께 숨 쉬고 있는 그들에 대해서 

얼마나 생각하고 있는지도 고민하게 되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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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사이를 산책하기 - 여성동아 문우회 앤솔러지 숨, 소리 2
여성동아 문우회 지음 / 숨쉬는책공장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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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작가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가기 다른 주제로 진솔하게 그려져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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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사이를 산책하기 - 여성동아 문우회 앤솔러지 숨, 소리 2
여성동아 문우회 지음 / 숨쉬는책공장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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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사이를 산책하기 표지에 <숨, 소리 : 02>로 

상단에 표기가 되어 있는데, 우리가 살아 숨 쉬는 

세상의 여러 소리, 우리 삶의 생생하고 진솔한 

내면의 소리를 담아내며 숨을 고를 수 있게 하는 

문학 시리즈로 그 두 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손안에 들어오는 작은 사이즈의 책 두께라서 

가볍게 읽기에도 부담 없는 이야기책이었다.


사이즈는 작은 책이지만 그 안에는 총 여섯 작가의 단편 

소설을 담아 놓았기에, 서로 다른 주제의 여러 목소리를 

들어 볼 수 있어서 훨씬 흥미롭게 읽기 편한 소설이었다.

<별 사이를 산책하기> 표제작을 비롯한 여섯 작품은 

'여성동아 문우회' 회원들의 작품을 모았다고 하는데, 

작고하신 박완서 님을 비롯해서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된 작가들의 모임으로 지난 50여 년간 

많은 작가들이 참여하면서 작품집도 내어 왔다고 한다.



유덕희 작가의 <별 사이를 산책하기>, 박재희 <홀연>,

유춘강 <레몬>, 한수경 <나비머리핀>, 이남희 

<잠들지 못하는 행성에서>, 권혜수 <그 여름 뙤약볕> 

이렇게 총 6편의 짧은 단편 작품들을 하나로 모았다. 

그중에서 잠들지 못하는 행성에서는 창작 소설이 

아닌 에세이 작품이고, 마지막 그 여름 뙤약볕은 뒤주에 

갇혀 죽임을 당한 사도세자 그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그 어머니 영빈 이씨의 삶을 소설 형식을 빌려서 

재조명한 이야기이기에 또 다른 독특한 구성이었다.

총 여섯 편의 이야기를 읽어가면서 의도한 주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각기 다른 스토리를 대표하는 

주인공의 삶에 있어서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요소는 

다름이 아닌 어머니와 아버지 그들의 부모에 

대한 내용이었다. 부모의 삶을 엿보면서 

지금의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자식을 위하는 마음은 있지만 여유롭지 못한 

현실에 자의반 타의 반으로 홀로 세상에 내버려진 

주인공은 생존의 삶을 겪게 되지만 나 역시 

수레바퀴처럼 또다시 부모가 되어가기도 하고, 

부모 세대의 불편한 시대적 상황 아래에서 파탄 나는 

가정에서 그리움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기도 하는 

따뜻하면서도 가슴 아픈 이야기들이 주로 그려졌다. 


가장 첫 번째 작품인 <별 사이를 산책하기>에서는, 

한국에서 고단한 어머니와의 삶을 도피하듯이 찾아온 

필리핀 사설 어학원에서 일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로 

어학연수를 온 한국 아이들의 삶도 돌아보고 있다.

밖에서 보기에는 구김 없어 보이고 화목해 보이는 

가정도 그 속내에는 어떠한 어려움이 있을지,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가족이라도 부모의 삶이 어떻게 

우리 자식에게 영향을 미치는지도 고민하게 된다.


두 번째 <홀연>에서는, 엄마의 바람을 뒤로하고 

속세를 떠나 출가를 하기로 한 주인공이 찾는 구도의 

길에서, 다시금 되새겨 보는 여자로의 삶과 어머니가 

그에게 남겨놓은 마음의 빚의 여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공감하면서 읽었던 다음 작품인 

<레몬>에서는, 어린 시절 원만하지 않던 부모의 삶으로 

 결국 고모의 손에 위탁하여 커나간 주인공은 첫사랑의 

아픔과 험한 세상에 홀로 서고자 하는 자신을 보게 된다.



<나비머리핀>에서는 남아선호사상이 지배하던 

우리 부모 이전 세대에 결국 파행적으로 치닫던 

기형적인 가족 구성 역시 암묵적으로 자행되던 

당시의 모습을 철없는 딸아이의 눈에 비추고 있다.


나 역시 부모가 되면서 내 아이를 위하는 가슴에 

그 무게감과 책임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데, 

때로는 상식으로 이해가 되지 않던 시대적 상황의 

폐해에 내몰린 아이들과 요즘도 뉴스에 간간히 

보도되는 부모로서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만행을 

벌이는 사건들을 보면 너무 가슴이 아프기도 하다.

별 사이를 산책하기 작품 중 유일한 에세이 

<잠들지 못하는 행성>에서는, 6.25 전란을 겪으신 

저자 부모님의 힘겨웠던 부산 피난살이를 

떠올리면 현재의 삶을 비교해 보는 '몸시계와 마음시계 

맞추기'와 어린 시절 마음을 잡지 못했던 저자의 

인생의 길을 안내해 주는 어머니와 선생님의 모습을 

현재에 다시 닮아갈 수 있을지 질문을 던져 본다.

마지막 사도세자의 어머니 영빈 이씨의 시점에서 

자식의 죽음 앞에 나서지 못하고, 그 아픔을 가슴으로 

담아내야 했던 <그 여름 뙤약볕> 역시 큰 울림을 주었다.

우리가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먼저 말문을 터뜨리는 

말은 '엄마'라는 단어일 것이다. 그만큼 삶을 

살아가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일 터인데 

그 끈이 끊어진다면, 홀로 맞이해야 하는 세상 가장 

큰 암흑이 너무나 두렵게 다가오는 게 아닌가 싶다.

뱃속에서부터 나를 감싸 안아주고 세상의 등불이 

되어 준 엄마라는 존재는 다시 또 자식에게 

대물림되면서 그 존귀함은 계속 이어질 터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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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는 모든 피가 검다
다비드 디옵 지음, 목수정 옮김 / 희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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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는 모든 피가 검다 소설은 분량이 그렇게 많은 

페이지의 긴 장편 소설은 아니지만, 마치 그 옛날 

고대 그리스 영웅들을 읊었던 서사시처럼 독특한 문체로 

문장 하나하나 곱씹게 만드는 시와 같은 글이기에 

기존과 다른 굉장히 새로운 느낌으로 접해 볼 수 있었다.

1차 세계 대전 당시,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세네갈의 

젊은이들도 독일과의 전쟁에 참전을 하게 되었던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알파라는 세네갈 청년이 

전투에 참여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성장 소설이다.



최근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세계에 경제, 

문화 등 여러 일상생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직접적인 화마에 휩싸여 있는 지역에 위치한 사람들은 

더욱 큰 아픔과 충격 속에 하루를 나고 있을 듯싶다.

과거 전쟁에서는 지금보다 더 직접적으로 적군과 

대치하면서 피 튀기는 전투를 했을 것이다.

이제 갓 스물이 된 어린 알파와 그의 친구 마뎀바는 

총알받이와도 같은 돌격 방식의 전투 현장에서 

하루하루를 죽음의 그늘 아래서 맞설 수밖에 없었다.

형제보다도 더 가까운 친구가 고통스러운 죽음의 

시간을 내 품 안에서 거두게 되는 끔찍한 현장에서 

신을 향해 독백을 하며 이야기가 시작하게 된다.

밤에는 모든 피가 검다 저자는 프랑스 출신이지만 

세네갈에서 청소년기를 보내고, 프랑스에서 대학을 

나오고 18세기 불문학 학자로 활동하면서 현재 

남불의 포(PAU) 대학에서 문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21년 <영혼의 형제>로 각종 국제 공쿠르 상을 

휩쓸고 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책의 서문에 '혼혈의 싦을 전해 주신 내 부모님께' 

문구를 보면, 세네갈과 프랑스의 감성을 모두 지녔기에 

저자 역시 사회의 부조리와 편견에 대한 목소리로 

우리 세대에도 더욱 공감 가는 역사 이야기인 듯싶다. 

저자는 실제 프랑스와 독일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세네갈의 증조부가 당시에 대해 남겼던 몇 줄의 

편지에서 영감을 얻고 이 소설을 집필을 했다.

...(중략)...

그들은 적들이 그들을 두려워한다는 사실에 

만족해했다. 그들은 자신의 두려움을 잊을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했던 것이다. 그러나 왼손엔 총을 들고, 

오른손엔 가지치는 칼을 쥐고 포복하다가 

땅 밖으로 몸을 내던지며 와하고 튀어나올 때면, 

그들의 얼굴은 광기 어린 눈빛으로 번들거렸다.

_p. 26

프랑스 군은 식민지 아프리카 여러 종족들의 

청년들을 징집해서, 그들의 검은 피부와 야만성을 

과시하기 위한 커다란 칼을 전투 무기로 쥐여 주고는 

공포심을 조장하는 방식으로 전쟁에 임했다고 한다.

밤에는 모든 피가 검다 주인공인 알파는 거의 

친형제와 다를 바 없이 끈끈한 우정을 나누었던 

친구 마뎀바의 죽음을 목격하면서 시작을 한다.

적군에 의해 심각한 부상을 입고 퇴각한 친구는 

자신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 알파의 손으로 

죽여달라고 하지만 그의 부탁을 들어 줄 수 없었다.

그가 그렇게 죽임을 당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에 

본인이 그를 선두에 뛰도록 부추겼다며, 이미 

자신으로 인해 한번 죽임을 당한 친구를 두 번 

죽이는 것은 인간의 율법과 조상들의 율법을 

거역할 수 없었고 인간적이지 못한 행동이라 여긴다.

그렇게 친구의 험한 죽음을 망연자실하게 목도하며 

자신의 무책임한 행동에 자책을 하게 된다. 점점 

광기 어린 전투 속에 그 자신도 자신의 존재를 

점점 잃어가면서 스스로 광기 그 자체가 되어 간다. 

"너희들은 아프리카의 초콜릿이다."라면서 

야만인이 되어 주기를 강조하는 아르망 대위의 

진격을 알리는 호각 소리와 함께, 참호 속에서 

뛰쳐나와 적진을 향해 달려가기를 반복하고 있다.

프랑스가 원하는 것은 제국주의를 위한 헌신이나 

애국심보다도, 적군들에게 더욱 야만적인 모습으로 

공포를 조장하는 게 우선이었던 그들이었다.

불타오르는 애국심으로 나라를 위한 전투 역시 

그 아픔은 클 수밖에 없을 텐데 자신의 조국도 아닌 

제국주의의 희생양으로 총칼 앞에 놓인 그들은, 어쩌면 

일제강점기의 우리 선조들 모습에 투영되기도 한다.

밤에는 모든 피가 검다 문체가 일상의 문장이 

아니라, 영웅들의 서사시를 노래하듯이 구전되어 

전달되었던 그런 고대시와 같은 구성이라서 

잔인하고 끔찍한 전투의 장면 묘사들도 하나의 

오페라 연극처럼 아름다운 수식어로 연결되었다. 

어쩌면 하늘의 신에게 지상의 벼룩만큼 작은 

하찮은 인간들의 무의미한 전쟁을 알파를 통해서 

개탄하는 목소리로 고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너의 절친, 형제보다 가까운 너의 벗을 죽이지 

마라. 그의 삶을 거두어 가는 사람은 네가 아니야.

신의 손이 할 일을 네가 나서지 마라. 악마의 

손이 할 일을 너의 몫으로 여기지 마라. 

알파 니아이, 만약 네가 그를 죽인다면, 

파란 눈의 적이 시작한 한일을 네가 

마무리했다는 사실을 가슴에 품고서, 어떻게 

마템바의 부모님 앞에 떳떳하게 나설 수 있겠니?"

_P. 43


알파는 그의 친구를 죽일 수는 없었지만, 그의 

슬픔 따위는 아랑곳 없이 진격과 퇴각을 반복하는 

소모전의 전투 과정에서 퇴각 명령이 떨어진 이후에, 

그는 적진에 몰래 잠입해서 적군의 손목을 잘라오고 

총도 탈취해서 돌아오는 기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파란 눈의 적군을 희생양으로 삼으면서, 친구 

에게 해주지 못했던 적의 삶을 마감시켜주었다. 

그는 마침내 진정한 인간성을 되찾았다고 하늘의 

신에게 용서를 구할 수 있을 것인지 묻고 있는듯했다.

그렇게 총 일곱 개의 적군의 손목을 전리품으로 

들고 오면서, 군에선 처음에는 그를 영웅으로 칭하면서 

훈장까지 사사했지만 점점 그를 악마로 여기면서 

프랑스 군에서도 그를 피하게 되고 퇴출시키려 한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알파는 악마와 같은 야만인이 

되어가고 전쟁의 광기를 쏟아내고 있었지만, 

정작 그렇게 만들었던 당사자들은 오히려 그 죄를 

그에게 짊어지게 하고 쓰레기처럼 치워버리길 원했다.

이제 갓 스물 어린 나이의 한 청년이 세상에 나와 

살육의 현장에서 어떤 마음이었을까? 당사자가 

아니라면 상상이 가지 않는 환상과도 같을 것이다. 

우리의 아버지, 할아버지 선조들도 그렇게 많은 

침략과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지금의 우리를 있게 

만들었던 히스토리가 있기에, 전쟁의 공포를 직접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그 슬픔과 아픔은 여전히 

진행 중임을 간접적으로나마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다.

진격 호각이 불리면, 참호 속에서 뛰쳐나가고 

다시 퇴각 명령에 되돌아오는 도돌이표 같은 

전투에서 누구라도 끔찍한 공포심이 가득할 것이다.

군대에서는 직속 명령만이 존재하기에, 명령에 

불복종했던 알파의 다른 동료들은 적군이 아닌 

자신의 대위에게 오히려 즉결 처분을 받게 되었다.

..(중략)...

전쟁터에서 미친놈은 필요치 않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말하지 않는다. 신의 진실로 말하노니, 

그 미친놈은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다른 이들은, 백인이건 흑인이건, 대적한 적군의 

총탄을 향해 조용히 몸을 던질 수 있도록 미친놈을 

연기했다. 그것이 그들로 하여금 큰 두려움 없이 

죽음 앞에 내달릴 수 있게 해주는 것이었다.

_P. 50

마치 기계처럼 살인을 위한 전투 로봇 같던 

알파는 스스로 생각을 하면서, 전쟁의 분노와 

광기에 대해 의문을 가지면서 멈추기를 바란다.

그의 절친과의 만남, 어머니와 아버지의 만남,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동경 등 알파의 

역사도 세상의 편견과 사랑 사이에서 힘겨운 

모습의 과거를 떠올리는 장면들로 연결되었다. 

점점 악마 군인으로 변해가고 있는 자신의 

존재의 의미를 찾고자 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지 못한 후회와 회환만이 가득 차 있는 자신을 

돌아보는 참회와 회개를 담은 자서전과도 같았다.

아직 꽃을 채 피우지 못한 젊은 청년에게 전쟁보다도 

사회의 통속적인 편견과 인종 차별 등. 지금도 

자행되고 있는 악마와 같은 관습과 행동들 속에서 

과연 누가 악마인지 묻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중략)...

만일 그 순간, 그의 파란 눈이 완전히 빛을 

잃지 않았다면, 나는 그의 옆에 누워 그의 

얼굴을 내 머리 쪽으로 돌려 그가 죽어가는 것을 

바라보며 바로 그의 멱을 딴다. 인간적으로 

말이다. 밤에는 모든 피가 검다.

_P,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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