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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손님
히라이데 다카시 지음, 양윤옥 옮김 / 박하 / 2018년 12월
평점 :
전세계 24개국에 영어, 프랑스, 스페인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스웨덴어, 노르웨이어, 핀란드어, 체코어, 중국어, 폴란드어,
베트남어, 헝가리어등 유럽뿐 아니라 동남아까지 번역되어
출간된 히라이데 다카시의 대표작인 [고양이 손님]
일본의 시인이자 소설가로 노벨상 수상작가인 저자 특유의
섬세한 필체로 그려낸 독특하고 잔잔한 소설이야기 이다.
'시 안에서 새로운 산문을 만들어내는 시인'이라는 극찬을
받은바 있는 히라이테 다카시의 [고양이 손님]은,
마치 저자의 일상을 그려낸 자전적인 이야기인 수필 에세이
같은 전개로도 보일정도로 모호한 장르적 오버랩이 되고 있다.
1986년 글을 쓰는 일을 하면서 근근히 생활을 이루고 있는
젊은 부부가 어느 정원이 딸린 집의 별채에 세를 들어 살게 되는데,
우연히 그들을 찾아온 낯선 길고양이 한마리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조금씩 고양이와 정을 나누게 되는데, 점차 마음 속에
한 가족으로 자리잡으면서 결국 커다란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일본의 정취가 물씬 풍겨나오는 주변 경치들과, 80년대
일본의 버블경제가 최고조에 이르면서 부동산의 가치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널뛰던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고양이 손님]의 초입 부분의 이야기 설정에서,
큰 돈을 모으지는 못하는 글을 쓰는 직업의 부부가
아늑하고 문을 열면 느티나무가 보이는 정원이 딸린
집에 떠밀리다시피 이사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노부부가 살고 있는 집에서는 애완동물도 키울수 없다는
조항이 있지만, 옆집 꼬마 아이집에 작은 고양이 한마리가
나타나서 그 집에서 키우게 된다. 하지만, 치비라고 이름지어진
고양이가 마치 제 집 드나들듯이 주인공 부부가 사는
별채로 오가며 이른바 두 집(?) 살림을 하게 된다.
부부가 고양이의 집사가 될 기회는 놓쳤지만, 그렇게
자주 만남을 가지면서 조금씩 그들의 생활에 함께 하게 된다.
계절이 바뀌어 가면서 작가 부부가 사는 별채와, 안채의
나이가 지긋하신 집주인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절대 곁은 내어주지 않는 쌀쌀한 묘한 매력의 고양이 치비.
그리고 치비를 거두어 키우고 있는 느티나무가 큰 옆집 부부와
어린 남학생 아이의 서로 살아가는 하루 하루의 일상들이
마치 조용한 에세이 일기를 보듯히 차분하게 그려진다.
8월의 따사로운 날 장대 위로 짝짓기 하듯 날아드는 밀잠자리의
푸르른 모습들도 여유롭게 바라보기도 하고, 날이 추운 겨울날
컬러 리토그래프를 그리는 화가의 화풍과 치비의 예측 불가능한
행동들에 빗대어서 의미도 부여하면서 그들의 하루 하루는 깊어간다.

[고양이 손님]은, 하루 하루의 일상을 그리는 듯한 이야기
속에서, 새로운 만남을 가졌던 고양이 손님. 과연 손님일까?
아주 먼 곳에서의 자신에게 보내준 선물이 아닐까?라며
더더욱 미묘한 감정에 휩싸이는 아내의 모습도 읽어 보게 된다.
자식이 없는 두 부부와, 그리고 성장한 자녀들이 있지만
두 노인네 주인 부부가 오붓하게 넓은 정원딸린 집에서
점차 쇠약해지는 그들을 돌보고 있고, 느티나무 옆집에서는
작은 사내아이와 왠지 불협화음처럼 보이는 엄마 아빠의 모습들이
고양이 치비의 발자취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서로 교차되고 엮이게 된다.
커다란 사건이나 긴박한 전개 보다는, 방관자적 입장에서
서로에게 가족으로 다가가는 의미와 삶에 대해서도
조용하게 생각을 해볼 수 있는 큰 울림이 있는 일본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