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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바쁜 사람들의 발걸음과 배곡히 들어선 높은 빌딩 숲,
언제나 수많은 자동차와 매연 소음들로 정신없는 서울 시내. 그저 바쁜 하루 일상에 지쳐 보이기만 하는 회색 도시.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부데끼며 살아가는 곳이기에 우리에
친숙한 여러 인물들과 예술인들의 발자취도 찾아 볼 수 있고, 그 들과 함께 살아 숨쉬었던 장소들도 여전히 기억 속에 함께 하고 있는 역사의 한
페이지 일 것이다.
[오후 세 시, 그곳으로부터]는 박수근, 박경리, 고희동,
윤동주등 문학과 건축, 그리고 미술계에서 다양한 예술 활동을 펼쳤던 근 현대 예술인들이 거쳐 지나갔던 서울 곳곳의 흔적을 찾으며 그들과의 인연,
장소에서 찾아보는 일화와 역사적 의미들도 함께 살펴보고 있다.
조선 후기 일제 감정기를 지나서 민족의 아픈 역사인 전쟁,
근대 민주화 항쟁에 이르기까지 살아 숨쉬는 그들의 작품과 이야기를 곳곳의 면면과 함께 조용히 산책해보는 이야기로, 혼탁하고 정신없는 도심으로만
여겼던 서울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멈추어 둘러 보듯이 작은 담벼락 하나에도 의미를 살펴보면서 살펴보는 여유를 느끼게
된다.

박경리 작가의 어둡고 고난의 모습을 대변하듯 정릉집도
허술하게 형태만 남아있지만, 대가의 한숨마저도 좁은 골목길을 넉넉하게 꽉 채워주는 의미를 찾게 되고, 계획했던 그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기 못했던
낙원 상가의 독특한 역사 속의 흔적이며 기억 속의 학림 다방 등.
그저 나무와 콘크리트 들로 물러쌓여 있는 무생물들일
뿐이지만, 그 곳을 스쳐 지나갔던 예술인들과 그들의 손으로 만들어졌던 장소에 대한 의미 부여는 곳곳에 숨겨져있는 서울의 매력을 다시한번 찾을
수 있게 한다.
좁고 불편했던 달동네와, 또 새롭게 변모하고 있는 서촌의
모습들. 이미 예전의 모습은 많이 퇴색하고 변모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지난 날의 향수를 되돌아보는 아련함이 멀게만 느껴졌던 예술가들의 혼과 함께
할 수 있기에, 바로 옆 이웃처럼 그들 역시 우리와 같이 하늘 아래 두발로 이땅에서 함께 지내던 인물이구나. 하는 정겨움도 느껴지게
된다.
우리가 알고 있던 여러 예술인들의 삶과 그들의 작품 세계에
대한 소개를 하면서 역사 속에서 한 개인이 겪어야 했던 사연들. 마찬가지로 그들도 역사의 흐름에 휘둘려야만 했기에 때로는 고난에 안타까운 결말을
맺기도 하는 모습은 더욱 그들의 작품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고, 산고의 고통을 겪었던 어두운 집, 상가의 옥상등. 우리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이 곳을 오버랩 시켜보며 그들의 모습을 회상해 본다.
저자가 기억하는 예술인들의 모습과 대담뿐 아니라 여러
자료들과 이야기도 함게 전하고, 크지는 않지만 작은 사진들과 해설을 함께 달아놓고 있어서, 글로만 보는 전개보다 훨씬 쉽게 공감대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예전의 모습 뿐 아니라 현재의 달라진 피카디리 극장의 모습등도 함께 비교하는 내용을 보면서 점차 잊혀져 가는 그 시절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되고,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변모할 수 밖에 없는 사정에 대한 소개도 흥미롭게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