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여자 엠마뉘엘 베르네임 소설
엠마뉘엘 베르네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프랑스 메디처상 수상작인 '엠마뉘엘 베르네임'의 소설 [그의 여자]. 200페이지가 채 안되는 길지 않은 단편 이지만 문체들도 짧은 단문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이야기의 맥락이 길게 이어지지 않는 무척 단순한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너무나 시크하고 무뚝뚝하게 어찌보면 독자에 대한 배려 없이 눈 앞에 보이는 상황과 인물들이 느끼는 감정들도 너무나 단순한 하나의 문장으로 짧게 '스타카토' 처럼 끊어져서 표현하고 있기에 복잡한 심리 표현으로 혼란 스럽거나 어렵지는 않다. 오히려 정반대로 그동안 읽어 왔던 다양한 묘사들에 익숙해져있던 상황이, 한 문장으로 분절되어 표현을 하고 있다 보니 처음에는 쉽게 적응이 되지 않는 듯 했다.​

하지만, 하나의 장면내에 여러 가지 혼돈된 상황을 머리 속에서 꿰어 맞출 필요 없는 명확한 하나의 사건과 감정 표현들에 익숙해지면서, 그대로 인물들의 이야기에 더욱 쉽게 빨려들어가고 주인공과 바로 동화되어 함께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듯한 몰입감이 최고로 이르는 것 같다.

이야기의 주인공 ​클레르는 어느날 식사를 하던 중 발밑에 붙잡고 있던 핸드백을 잃어 버리면서 이야기는 시작 된다. 서른네살의 여의사로 개인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그녀에게 핸드백을 잃어 버린 사건을 계기로 현관문의 열쇠를 바꾸려는 계획을 하게 된다. 밖에서 잃어버린 핸드백 때문에 굳이 현관문의 열쇠를 바꾸어야 하나 싶은 의아함이 들었는데, 점차 그녀의 사생활과 남성관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그녀의 집착 증세와 남다른 성향에 대해 파악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이미 사귀고 있던 남자친구 미쉘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핸드백을 들고 나타난 의문의 남자와의 순간적인 감정에 휩싸이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적극적이고 ​사랑을 몹시도 목말라하는 한 여인의 모습으로 보았다. 하지만, 점점 그녀는 만나는 상대와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커피숍에서 가져온 각설탕 한 조각등 함께 했던 작은 물건들에 조차 의미를 부여하면서 하나 하나 서랍장에 넣어두는 모습은 오히려 섬뜩하게 만드는 예상외의 모습에 당혹하게 되었다.

이 소설의 해설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타인의 소지품을 수집하여 희열에 빠지는 '페티시스트'의 쾌락을 묘사한 이야기 이면서, 주체자가 예상외로 정공한 전문직 여성이라는 점에서 색다른 관점으로 보게 된다. 성적 희열을 위한 일탈의 모습이 남성 위주의 사상에서 이제는 여성들도 전면에 나서서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표현되는 현실이 더이상 낯설지 않은 듯 하다.

그 행위가 과연 도덕적으로 적합한가, 아닌가를 떠나서 본인이 취득하려는 욕망의 분출을 남자와 여자가 아닌 누구나가 될 수 있는 현대인의 외롭고 사랑에 목말라 있는 일상을 통해서 재조명 하고 있는 듯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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