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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꽃 빌라의 탐식가들
장아결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9월
평점 :
안개꽃 빌라의 탐식가들 소설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각양각색의 인물들이 함께 모여서 살고 있는
셰어 하우스에서 음식이라는 주제를 통해서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독특한 콘셉트의 내용이다.
책의 띠지나 소개 내용에는 여성들만 거주하고 있는
빌라에서, 함께 공유하는 냉장고에 넣어 두었던
음식이 하나 둘 사라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이 발생하고
그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 중에서 하나 둘 드러나는
젊은 청춘들의 아픔과 미래의 도전을 하나 둘 소개하고 있다.

실제 저자 역시 안개꽃 빌라의 탐식가들 이야기 속
주요 인물들처럼 셰어 하우스에서 공동생활을 하고
있기에, 어쩌면 더더욱 생생하고 살아있는 그들의 속
깊은 속내와 일삼을 세밀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았다.
여러 명이 함께 공동생활하는 공간에서, 화장실과 욕실
그리고 냉장고 음식들도 종종 함께 나누어서 사용하다
보면, 의도치 않게 서로 눈살 찌푸리게 되는 일도 생기고
살짝 빈정 상하거나 아쉬운 마음이 드는 일도 많다고 한다.
더구나 별것 아닌 듯싶지만, 내가 먹고 싶어서 내돈 내산
준비해서 냉장고에 보관해 두었는데, 누군가 내가
먹기 위해 넣어둔 음식을 몰래 꺼내서 먹었다면
음식의 가격을 떠나서 정말 괘씸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안개꽃 빌라의 탐식가들 기본 이야기 플롯은 그들의
공용 냉장고 안에 넣어 두었던 음식물이 갑자기
사라져 버리는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과연
누가 무엇 때문에 음식을 훔쳐 가는지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살짝 미스터리 감성으로 표현하고 있다.
물론 대의적으로 본다면 냉장고에서 누가 꺼내간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얼마나 미스터리한 사건이
될 거라고는 볼 수 없겠지만, 이름표까지 붙여 두었던
내 음식이 사라졌다면 당사자에게는 너무나
불편하고 기분 나쁜 사건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살짝 귀여운 사건의 내용과 여성 거주자들의 알콩달콩
살아가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보여주듯이, 도서의
각 페이지 챕터 별로 무지개 컬러의 각기 다른 색상으로
되어 있어서 본문 콘셉트와 달리 사랑스러운 소설이었다.
안개꽃 빌라에 거주하는 각 인물들 시선으로 챕터가
구분되어서 페이지 컬러도 색색들이 다르게 되어있었다.
가장 먼저 운동선수 출신의 소미가 경찰 공무원을
준비하면서 계속되는 낙방에, 집에서 도망치듯이 나와
홀로서기를 꿈꾸며 빌라에 새로 입주하면서 그녀의
시선으로 주변의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그녀가 빌라에 새로운 식구가 되면서 또 그와는 반대로
방을 비우고 떠나는 식구도 있었다. 무언가 불편한 상황에
놓인 듯 집을 비우는 이전 거주자의 모습을 보면서
알 수 없는 비밀이 존재하는 이곳이 조금씩 궁금해졌다.

소미의 시선 외에 빌라의 주인아주머니의
반찬 가계에서 일을 도우면서 생활하고 있는
베지테리언 한솔과, 스튜어디스에 계속 지원하지만
면접에서 번번이 탈락하는 유정, 먹방 유튜버로
수십만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는 보라, 아직은 어리지만
바이올린 전공을 하고 있는 나나 등 이제 갓 세상에
사회인으로 첫 발을 내딛고 있는 젊은 여성들의 시선으로
너무나 척박하고 불안정한 현실을 풍자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더라도 쉽지 않은 취업의 문턱과 함께,
갈수록 위험해지는 여성 거주지의 치안 문제, 이제는
자가 주택이나 독립적인 삶도 쉽지 않은 주거 불안 등
정말 현실적인 21세기 대한민국의 그늘진 모습이었다.
안개꽃 빌라의 탐식가들 본문 내용 중에서도,
별것 아닐 수 있는 음식이 사라진 일에 대해서 그렇게
크게 사건을 확대하거나 키울 필요가 있겠냐라는 식으로
서로가 덮어두었으면 하기도 하지만, 소미의 주도하에
앞으로 더 큰일이 생기기 전에 미연에 방지하고 혹시라도
외부의 소행이라면 건물 보안에도 조심을 해야 하기에
미리 뿌리를 뽑았으면 하는 의사를 피력하게 된다.
이 소설 본문에서도 결국 범인을 찾는 과정을 통해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기는 하지만, 홀로서기를 하는
청춘들이 마주하는 험난한 세상 속에서 서로에게
힘이 되고 위로와 새롭게 탄생하는 가족이라는 의미도
살펴보는 따뜻한 인생 드라마가 그려지고 있었다.
빌라 공유 공간을 셰어하고 있는 각 인물들의 배경도
너무나 다르고, 그들이 바라는 꿈도 모두 다르기에
우리 주변에서 마주할 수 있는 이웃들의 모습을
대변하는 각 인물들의 이야기로 볼 수 있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협박과 스토킹을
당한 것 같은 시연. 안전에 민감한 유정.
둘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 건 아닐까?
그리고 닭강정은 왜 없어진 걸까?'
_P. 53
"가끔은 사람들도 헬로키티처럼 입이
안 보이면 좋을 텐데.
슬플 때 보면 슬퍼 보이고,
기쁠 때 보면 기뻐 보이게 ······.
결국 입이 문제야."
_P. 81
안개꽃 빌라의 탐식가들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하나 둘 쫓아가다 보면, 정말 소설 속 허구의 인물이
아니라 내 이웃 혹은 나 자신의 이야기처럼 공감이 갔다.
엄마의 등쌀에 떠밀려 바이올린을 들고 연주회에
오르는 나나는 결코 자신의 음악이 행복하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결혼식장에 연주자 알바를 하면서
축복하는 순간에 오히려 뿌듯함을 느끼기도 하면서
그동안 너무 멀게만 바라보았던 행복의 의미도
우리 주변에서 가깝게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중략)...
엄마는 중요한 연주 날마다 바나나를 챙겨줬다.
운동에 필요한 에너지원을 얻고 근육 경련을 막기 위해
운동선수들은 경기 전 바나나를 섭취하곤 하는데,
바이올린 연주도 그 못지않게 팔과 손 근육을 쓰기
때문이었다. 나나가 일곱 살이던 해에 나간 첫 콩쿠르부터
올해 초, 음대 입시 실기시험까지 엄마는
10년 넘게 바나나 챙기는 일을 한 번도 빼먹지 않았다.
...
하지만 오늘은 민트 초코케이크를 먹었더니
바나나가 전혀 끌리지 않았다.
바나나는 한 입만 먹고 쓰레기통으로 들어갔다.
_P. 111
그 외에도 함께 공동생활을 하고 있는 다섯 명의
거주자 들이 하나씩 자신의 숨겨진 비밀과 과거의
아픈 속내도 풀어놓게 된다. 같은 공간에 살면서도
그동안 그렇게 잠시 스쳐 지나가는 곳이라고만
가볍게 여겼던 그들의 관계가 조금씩 끈끈하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뭉쳐지는 모습이 따뜻하게 그려졌다.
이야기의 발단은 자꾸만 사라지는 냉장고 속의
음식물의 행방이었지만, 먹는 것을 사랑하는 그들이
만들어내는 맛난 요리와 함께 사랑과 우정도
더 커지는 게 아닌가 싶다. 언제인가 수저 하나 달랑 들고
무작정 일반인의 집에 쳐들어가서 밥 한 끼 달라고
생떼를 쓰던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같이 식사를 하면
식구가 되는 거라면서 밥 한 끼의 중요성을 느껴볼 수 있었다.
미래에 대한 꿈도 많고 이제 세상에서 한껏 날개를 펼쳐보고
싶은 젊은 청춘들에게, 힘겨운 저울과 갑갑하게 닫힌
어두운 통로에 지쳐 쓰러지기 쉬운 세상인 듯싶다.
자꾸만 사라지는 음식과 누군가 스토킹하는 듯한
조금은 불안해 보이는 사건들로 인해서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자아냈던 안개꽃 빌라의 탐식가들 이야기
전개였지만, 오히려 나와 비슷한 고민과 아픔을
지니고 있는 친구들과 마음을 털어놓으면서 서로에게
응원의 메시지와 따뜻한 밥 한 끼 같이 나누어
먹고 싶은 새로운 가족 구성원의 따뜻한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