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이야기 전달자 - 2022년 뉴베리상 100주년 대상 수상작 오늘의 클래식
도나 바르바 이게라 지음, 김선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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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뉴베리상 100주년 대상을 수상한 

마지막 이야기 전달자 SF 소설은, 1994년에 

뉴베리 대상을 수상했던 <기억 전달자>와 유사한 

플롯으로 그 뒤를 잇는 SF 명작으로 손꼽고 있다.

더구나 미국도서관협회가 가장 뛰어난 라틴 문학에 

수여하는 '푸라 벨프레 대상'도 수상하면서 

올해 가장 핫하고 흥미로운 소설이 아닌가 싶다.



마지막 이야기 전달자 소설의 기본 플롯은, 

멀지 않은 근미래 2061년에 지구 주변을 지나가는 

핼리혜성이 궤도 이탈을 하고 지구와 충돌을 하게 

되는데, 고위 엘리트들과 과학자 등 이른바 선택받은 

소수의 가족들만 지구를 떠나서 새로운 정착지 행성을 

찾기 위해서 행성 이주 우주선으로 탈출하게 된다.

무려 400년 가까이 동면을 하면서 새로운 개척지 

세이건 행성에 도착하면 잠에서 깨어나 

인류의 마지막 삶의 터전을 가꾸기 위한 도전으로, 

페트라 페냐라는 여자아이의 시선으로 예상치 

못했던 사건에 직면하는 흥미진진한 모험 이야기였다.

마지막 이야기 전달자 저자인 도나 바르바 이게라는 

멕시코 민속학에 바탕을 두고 작성한 이야기답게, 

미래의 상황을 그린 SF 소설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과거의 전통적인 옛이야기처럼 친숙한 전개였다.

우리에게 익숙한 <아라비안나이트>는 페르시아 

왕에게 죽음을 면하기 위해서 샤흐라자드가 천일 동안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는 설정의 설화집으로 잘 알고 

있는데, 이 작품 제목처럼 미래의 우주선 속에서도 

페트라가 그녀가 접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혹은 잠자리 

머리맡에서 친구들에게 전하고 있는 그녀의 짧은 

이야기들이 오버랩되면서 현재 상황을 빗대기도 한다. 

미래에 충분히 벌어질법한 상황을 상상력을 

발휘해서 그려낸 SF 소설이기에. 저자가 예측하는 

여러 기기와 상황 묘사가 너무나 공감 가득하고 충분히 

이루어질법한 장면들이기도 하고, 과학의 발전으로 

가능할 법한 아이디어도 흥미롭게 제시하고 있었다.

특히나 수백 년의 세월 동안 동면을 하는 과정 중에 

탑승자들의 특성에 맞는 지식과 정보들을 뇌에 

직접 주입하는 '엔 코그니토 장치'로 정착지에서 

깨어나면 전문가가 되어있다는 설정은 너무 참신했다.

지금도 지루하게 수업을 듣고 공부를 해도 

자꾸 잊어버리고 기억하기도 쉽지가 않은데, 

해당 장치를 이용해서 우리가 잠이 들어 있는 동안 

수업 내용을 뇌에 직접 주입하도록 되어 있는 

그런 기적의 프로그램이 지금도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마지막 이야기 전달자 주인공인 페트라는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할머니로부터 어릴 적부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랐는데, 할머니는 

과거의 이야기를 그대로 전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로 만들어 내면서 과거의 뿌리와 수백 년 

이어온 이야기를 가치 있는 미래로의 연결을 강조했었다.

그리고 할머니를 기억하는 증표로 흑요석 펜던트가 

아쉽게도 할머니를 지구에 남겨두고 떠날 수밖에 없는 

애틋한 그녀에게 소중한 마지막 선물이었다.

"불뱀은 화가 났어. 엄마 지구는 불뱀을 먹여 주고 

키워 주었지. 하지만 아빠 태양은 멀찍이 떨어져 

있었어. 아빠는 곡식을 가져왔지만, 엄청난 가뭄과 

죽음 또한 가져왔어. 무척 더운 어느 날, 

태양이 니구알에게 다가갔을 때 ·····."

_P. 10

할머니는 75년마다 지구로 날아드는 핼리혜성을 

불뱀 니구알의 여행으로 표현하는 이야기를 들려 

주었는데, 페트라 페냐도 마지막 이야기를 떠올리며 

앞으로 닥치는 난관 속에서도 그녀만의 이야기를 

생산해 내면서 미래에 대한 꿈을 키워내고 있었다.

마지막 이야기 전달자 소설 배경으로 멸망하는 

지구와 정부에서 일부 인원들만을 위한 식민지 우주선 

발사 등의 설정은, 사실 익히 보아왔던 디스토피아 

미래 세상을 다룬 많은 작품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잠들어야 하는 수면 캡슐의 고장(?)으로 

제대로 장치가 작동되지 못하고 살아 있는 정신으로 

오랜 시간을 보내야 했던 주인공의 끔찍했던 상황 속에서 

정말이나 살 떨리는 공포감을 느낄 수 있었다.

새로운 행성에 정착할 때에 페트라는 엄마의 업적에 

필적하는 식물학 및 아빠를 뛰어넘는 지질학 전문가가 

되어서 눈을 떴지만, 여행하는 동안 그들을 관리해 주던 

우주선 관계자들의 후손이 아닌 콜렉티브라는 새로운 

형태의 인간 종이 우주선을 장악하고 운영하고 있었다.

그리고 동면에서 깨어났을 때에 기근과 전쟁 등 

지구를 파멸로 이끌었던 과거의 기억들을 모두 제거하고 

세뇌된 감정 없는 평등과 일치를 강조하는 그들이었다.

주인공과 함께 잠들었던 엄마와 아빠, 남동생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살펴볼 수 없었고, 그녀와 함께 깨어난 

다른 3명의 아이들은 모두 예전의 기억이 제거된 채 

콜렉티브를 위한 로봇과 같은 전문가 일꾼으로 세뇌가 

되어서 이름이 아닌 제타라 불리면 깨어났을 뿐이다. 

어릴 적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인 '쿠엔토'는 이제 

페트라의 입을 통해서, 기억을 잃은 동료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면서 자유 의지에 대한 희망을 꿈꾸게 된다.

서로를 배척하지 않고 전쟁을 하지 않는 하나 된 평등한 

세상이 과연 행복할 것인가? 개인의 개성과 감정에는 

물론 긍정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화가 나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하는 감정 역시 나를 구성하는 한 요소일 것이다.

...(중략)...

나는 제타1, 식물학 및 지질학 전문가. 

나는 콜렉티브에 봉사하기 위해 여기 있습니다.

'몇 세기 동안이나 이 명령어가 내 머릿속에서 

맴돌았을까?' 나는 진실을 반복했다.

'내 이름은 페트라 페냐. 

우리는 2061년 7월 28일에 지구를 떠나왔다.'

_P. 98

마지막 이야기 전달자 이야기에서 지구를 파멸로 

만들었던 요인은 결국 궤도를 잃은 혜성이 아니라, 

지구인들의 오만함과 전쟁 등 파괴적인 성향이 물론 

지구를 더욱 병들게 했음은 인정할 수밖에 없을듯하다.

 하지만 지구에서의 문명을 일으켰던 인류의 역사와 

음악과 문학을 사랑하며 키워왔던 문화와 전통이 없다면, 

과연 콜렉티브가 주창하는 일치와 희생만이 존재하는 

이상적인 세상이 얼마나 행복하고 미래의 진보를 위한 

의미가 있는 세상이 될 것인지 의문스럽기만 할 것이다. 

페트라가 기억을 잃은 제타 아이들에게 옛이야기들과 

현재의 상황을 빗대어 전하는 쿠엔토로, 다시금 인류의 

마지막 이야기가 끝나지 않을지 긴장하면서 읽었던 

결코 가볍지만은 않았던 흥미진진한 SF 소설이었다.

...(중략)...

할머니는 이 세계의 지도자들이 자존심을 억누르고 

서로의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을 그대로 

드러냈다. 하지만 결국, 혜성이 다가왔음에도, 

사람들은 모두 자신만을 위해 나섰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는데도, 지도자들은 자원을 모아 피난처를 

짓거나, 또 다른 우주선을 만들지도 않았다. 모두 자기 

자신만을 걱정했다. 이즈카와 포포카는 결코 결혼할 수 없다.

P. 124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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