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러티
콜린 후버 지음, 민지현 옮김 / 미래지향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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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에서는 '마약 작가'라는 별칭으로 

오래도록 사랑받아오고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인 

콜린 후버의 베러티 소설이 독자들의 입소문으로 

다시금 2022년 아마존 차트를 역주행 하고 있다고 한다.

그녀의 다른 로맨스 소설들과 함께 무려 4권이나

아마존 차트 Top 10에 다시금 랭크되면서, 

최고의 인기 베스트셀러 작가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저자의 달달하고 세밀한 사랑의 

감정을 너무나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는 전작 

로맨스 소설 몇 권을 읽어 보면서 홀딱 반했었었다.

그런데 이번에 읽어본 베러티는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그녀가 새롭게 심리 스릴러 소설에 도전한 

작품이라서 조금 더 새로운 느낌으로 접할 수 있었다.

책 표지도 스릴러 장르로 보기에는 아름답고 

서정적인 분위기라서 로맨스 소설로 보기 충분했다.

하지만 페이지 첫 단락부터 갑작스러운 교통사고에 

여주인공이 마주하는 강렬한 묘사로 시작을 한다. 

뉴욕에 살고 있는 무명 스릴러 여류 소설 작가인 

로웬 에슐레이가 바쁜 아침 시간에 횡단보도에 기다리다가 

바로 앞의 한 남자가 트럭에 치여 사망하는 끔찍한 

사고를 접하는 장면으로 깜짝 진행이 되었다.

사망자의 머리가 으깨질 정도의 처참한 상황 속에서, 

셔츠에 피가 한가득 뒤덮인 채 정신없는 그녀를 

낯선 남자가 화장실로 데려가 수습해 주게 된다.



평소와는 다르게 유난스럽게 출판 기획사에 

미팅이 잡혀서 서둘렀던 그녀는 뜻하지 않은 사고를 

코앞에서 목격하게 되었고, 그 미팅에서 만나게 되었던 

클라이언트는 바로 그녀에게 도움을 주었던 남자인 

제러미였고 그렇게 그 둘은 묘한 인연으로 엮이게 된다.

제러미는 극 중에서 유명 스릴러 베스트셀러 작가인 

베러티 크로퍼드의 남편으로, 부인이 교통사고를 당해서 

그녀의 대표 베스트셀러 시리즈 연작을 계속 집필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한다. 그녀를 도와서 책을 내기 위한 

공동 저자로 제안을 하기 위해 미팅을 주선했다고 한다.

책의 제목도 이야기의 화자이자 주인공인 로웬이 아니라 

그녀가 함께 책을 써야 하는 유명 작가의 이름으로 

하고 있기에, 무언가 알 수 없는 비밀과 숨겨진 사연이 

어떻게 로웬의 평범한 일상에 파고들지 궁금해졌다. 

오랜 어머니의 병간호로 재정 상태마저 

좋지 못한 로웬은 아파트마저 퇴거 명령을 받은 

상황에, 그녀에게 세상에 잘 알려진 유명 작가의 

공동 작가 제안은 한줄기 빛과 같은 탈출구였을 것이다.

하지만 뚜렷하게 독자층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북 콘서트 등 홍보 활동도 꺼려 하는 은둔형 무명작가인 

그녀에게, 협업의 제안이 들어온 사실도 이해가 

되지 않았고 부담도 너무 커서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고민하던 로웬은 제러미의 친절한 권유로 결국 높은 

수당을 약속받고, 베러티 작가가 남겨놓은 작업 노트와 

습작들을 찾아서 그녀의 스타일을 연구하기 위해 

그가 살고 있는 거대 저택에 잠시 동안 기거하게 된다.

그곳에는 제러미와 병상에 누워 있는 베러티, 

그리고 그들의 어린 아들 크루가 살고 있고, 그녀를 

간호하기 위한 간호사가 출퇴근하고 있는 호젓하고 

아름다운 저택의 모습이었지만, 이상한 소음도 들리고 

로웬은 조금씩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베러티 이야기 초반에 너무나 생생하게 묘사된 

사고 장면 이후에도, 알 수 없는 이상한 기운에 

휩싸여 있는 저택에서의 불안한 로웬의 생활이 

굉장히 긴장감 있게 그려지고 있어서 점점 오싹해졌다. 

하지만 그렇게 긴장을 멈출 수 없는 상황에서도 

여주인공 로웬과 유부남이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제러미의 묘한 관계가 위험하면서도 사랑의 불씨가 

피어나는 전개는, 역시 로맨스 소설의 대가인 저자답게 

더욱 그들의 관계에 몰입하게 만드는 강한 힘이 있었다.




로웬은 베러티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녀의 

서재에서 컴퓨터와 랩톱, 여러 노트와 메모지 등을 

찾아가면서 그녀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려고 애쓰고 있다.

하지만 우연히 발견한 자서전 노트를 발견하고는 

제러미와 그녀가 만나게 된 사연이며, 서로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솔직한 마음의 심정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조금씩 드러나는 사건의 전말을 발견하면서 

그녀 자신도 위험한 적색 신호를 직감하게 된다.

이 소설 전개 중에도, 이야기와 별개로 따로 자서전 

내용을 첨부해서 1장, 2장, 3장 식으로 시간 순으로 

연결해 두었기에, 글을 읽고 있는 우리 독자가 마치

 로웬의 시점으로 서재에서 베러티의 자서전을 직접 

읽고 있는 듯한 현실감을 주기에 더욱 몰입감이 높아졌다.

..(중략)...

나는 끊임없이 그를 만족시키고 싶었다.

나는 그가 미소 짓고, 숨을 쉬고, 아침에 눈을 뜨는 

유일한 목적이자 의미가 되고 싶었다.

한동안 나는 그런 존재였다. 그는 다른 누구보다도, 

다른 어떤 것보다도 나를 사랑했다. 

그가 살아가는 단 하나의 이유였다. 그에게 나보다 

더 큰 의미가 된 대상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_p. 88

알 수 없는 불안감과 저택에 지내면서 마주하는 

음습한 기분으로 지내고 있는 로웬은, 제러미가 

따뜻하게 병상을 지키는 모습에 조금씩 호감을 느끼게 된다.

극 중에 제러미가 '만성 애도자'라고 하면서, 

그의 가족에게 일어난 연이은 불운에 대해서 

해탈한 듯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하는데, 얼마 전 

병간호하던 엄마를 여읜 데다가 생활고에 직면한 

로웬 역시 더 이상 나빠질 여력이 없는 상황이었다.

어쩌면 이렇게 서로의 아픔이 큰 사람들이 만난다면, 

그렇게 더 쉽게 서로의 상처를 보다듬으면서 서로에게 

애정 이상으로 쉽게 마음을 열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중략)...

나는 다시 책상으로 눈길을 돌리고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이번엔 제러미는 어떻게 이 모든 

상황을 헤쳐나가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단한 기둥 같지만 속은 텅 비어 있을 것이다. 

그의 삶이 이렇다는 사실이 참 안타깝고도 실망스러웠다.

속 빈 달걀 껍데기를 품고 사는 것 아닌가.

너무 가혹하다.

_P. 111

베러티 전체 스토리는 마지막까지 긴장감 넘치는 

불안한 심리 묘사로 탁월한 스릴러 전개가 

돋보였는데, 그 사이사이에 너무나 달달하고 가슴이 

떨리는 애정 신과 사랑의 감정까지 담고 있어서, 

설레면서도 섬뜩한 상황까지 완급 조절의 이야기가 

마지막 한 장까지 숨죽이고 책을 읽게 만들었다.

더구나 마지막 반전까지 예상치 못한 전개는 

심리 스릴러 작품으로도 꽤 흥미로웠고,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까지도 아우르는 컬래버레이션으로 

무더운 여름 더위를 잊게 하는 멋진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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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열 번째 여름
에밀리 헨리 지음, 송섬별 옮김 / 해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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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명의 독자가 직접 뽑은 올해 최고의 로맨스 코미디 

소설이자,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과 뉴스위크가 선정한 

올해 가장 기대되는 책으로 선정된 우리의 열 번째 여름

출간과 함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고, 

15주 연속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에 올랐다고 한다.

책의 제목처럼 여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내용이기에, 

무덥고 장마가 길어지는 요즈음 너무 읽기 좋은 

소설로, 달달한 사랑의 이야기가 밀레니얼 세대의 

연애관과 함께 맞물려서 너무나 흥미롭게 그려졌다.


우리의 열 번째 여름 배경에는, 대학교에서 만나 

남사친과 여사친으로 찐우정을 쌓아오고 있는 

파피와 알렉스가 10년 동안 여름휴가를 같이 하면서 

조금씩 서로가 숨겨왔던 사랑의 감정이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애틋한 사연이 너무나 사랑스럽기만 했다.

요즘 세대뿐 아니라 기성세대들도 종종 동창회 등에 

나가면서 이성 친구들을 만나는 경우도 많은데, 

과연 남녀 사이에 진정한 우정이 존재할까? 이성으로 

다가오는 감정이 없이 그저 친구로만 남을 수 있을까? 

이 문제는 정말 오래도록 명확한 해답 없이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는 애매한 감정 문제가 아닌가 싶다.

당연히 성별이 다를 수밖에 없는 남자와 여자 이성이 

동성처럼 모든 일을 함께는 할 수 없겠지만, 

아무래도 어린 세대들에게는 조금 더 자유스럽게 

긍정의 대답을 들을 수는 있을 듯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개인의 차이가 있듯이 그저 편하게만 대했던 

남녀 동창 친구에게 어느 순간 이성의 감정을 느껴서 

결국 결혼에 골인을 하는 경우도 참 많이 보아왔다.


우리들의 열 번째 여름 저자는 이른바 꼰대 세대도 아닌 

젊은 미국 여류 작가인데, 우리보다는 아무래도 조금 더 

개방된 서양 문화 배경이지만 남녀 간의 우정과 사랑의 

문제는 결코 흑백으로 명확하게 선을 그을 순 없는가 보다.

고등학교 학창 시절 학교에서 따돌림을 받기도 하고 

복작거리는 집에서 탈출해서 새로운 세상으로 훨훨 

날아가고 싶어 했던 활달한 성격의 파피와, 그와는 

정 반대로 굉장히 꼼꼼하고 계획적인 삶을 살면서 

아버지를 대신해서 동생들을 키우고 할머니를 보살피는 

착한 성품의 훈남인 알렉스가 대학교에서 우연히 만나서 

10여 년 동안 서로의 속을 다 보여주는 친구로 지내고 있다. 

서로에게 사랑하는 애인이 생겼을 때에도 각자 소개도 

시켜주고, 때론 애정 전선에 대한 조언도 해주는 정말 

찐친으로 마음을 열었었다. 하지만 서로를 그리워하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점점 스스로도 혼란스러워한다.

뉴욕으로 건너와서 유명 잡지사의 기자로 활동하는 

파피는, 게다가 인플루언서 블로거로 SNS 소통을 하는 

그녀는 요즘 젊은 현대 여성의 대표적인 모습이었다. 

그녀와는 전혀 공통점을 살펴볼 수 없는 알렉스는 

공부만 하는 샌님처럼 그려지고 있는데, 꽤나 

보수적이고 가족을 돌봐야 하는 장남의 무게는 

오히려 우리네 전통적인 가족의 모습과도 너무 닮았다.

우리들의 열 번째 여름 주인공들이 오롯이 둘만 서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저마다 새로운 사랑도 만나보기도 

하면서 서로의 삶을 사는 모습이 밀레니얼 세대의 연애관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자유로움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무분별하다거나 방탕한 모습은 절대 아니었다.

오히려 우리 한국 젊은 청년들의 모습이라고 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직설적인 감정 표현과 성적인 

개방도를 보여주고 있기에, 훨씬 공감도 높게 되면서 

학창 시절 옛 첫사랑의 기억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남사친과 여사친 두 명이 대학교 교정에서 

만나서 서로의 깊은 속을 다 털어놓고는 있지만, 

우리들의 열 번째 여름 책의 제목처럼 현재의 시점과 

12년 전 처음 만났던 여름부터 함께 휴가를 보냈던 

과거의 여정이 번갈아가면서 복잡한 감정이 크로스 된다.

서로 사귀던 애인과 함께 더블데이트 여행까지 

다녀올 정도로 완벽한 여름휴가들을 보냈다고 

생각했었는데, 2년 전 크로아티아 여행 후에 서로에게 

소원해지고 연락을 끊고 서먹해졌다고 한다. 

파피는 올해 여름에 알렉스의 동생 결혼식에 

초대를 받았기에, 다시 한번 그동안의 어색함을 

털어버릴 기회로 삼아보기 위해서 이런저런 고민하는 

모습이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했다. 그 간절함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아서 심장이 간질간질해졌다.

...(중략)...

엄지손가락이 자판 위에서 머뭇거린다.

[네 생각이 났어.]

나는 그렇게 쓴 다음 내가 쓴 문장을 

잠깐 바라보다가 전부 지워버린다.

[여행 갈 생각 있어?] 

괜찮은 것 같다. 묻는 바는 명확하지만 부담스럽지는 

않고 꽤나 무심해 보인다. 하지만 이 문장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이렇게까지 무심해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든다.

마치 우리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한밤중에 

문자라는 격의 없는 수단으로 여행을 제안해도 

될 만큼 우리가 아직도 가까운 사이인 척해도 되는 걸까?

나는 메시지를 지운 뒤 심호흡을 하고 다시 쓴다.

[안녕.]

"안녕?" 스스로에게 짜증이 난 나머지 

나는 꽥 소리를 지른다.

_P. 43

그렇게 서로에게 세상없는 애틋함을 보여주었던 

남사친 여사친이 2년 전 도대체 무슨 사건이 있었기에 

지금 그 둘의 관계가 냉랭해진 걸까 너무나 궁금했다.

그저 지리하게 밀고 당기는 지지부진한 

사랑 타령의 이야기가 아니라, 너무나 솔직하면서도 

가슴 한켠에 속내를 풀어놓지 못하는 간절함도 

톡톡 튀는 대사와 표현들이 시원시원하기만 했다.

현재 시점에서 시작해서 12년 전 여름부터 한 해씩 

되짚어 오는 과거의 여행이 오버랩되는 구성도, 

빠른 전개와 함께 두 사람의 사랑의 크기가 커가는 

모습이 점점 더 극대화되면서 완전 몰입하게 되었다.

우리들의 열 번째 여름 저자의 전작들 역시 

많은 사랑을 받고 로맨스 코미디의 새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하는데, 긴 장편의 이야기가 

세계 곳곳의 여행지와 함께 조금의 지루함 없이 빠르게 

전개되면서 캐릭터 인물에 폭 빠져서 더위를 잊게 

만들고 가슴에 가득 담고 싶은 상큼한 사랑 이야기였다.

...(중략)...

지금 이 순간, 그 어느 때보다도 널 사랑해.

어째서 그와 함께 있으면 자꾸만 이런 생각이 들까?

"같이 사진 찍을까?"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서도 나는 지금 이 순간을 

병에 담아 향수처럼 뿌리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면 이 순간은 늘 나와 함께이겠지.

_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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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되게 시끄러운 오르골 가게
다키와 아사코 지음, 김지연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6월
평점 :
절판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아픔을 달래주는 힐링의 이야기가 따뜻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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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되게 시끄러운 오르골 가게
다키와 아사코 지음, 김지연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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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2회 다빈치 문학상 대상 수상 작가인 

다키와 아사코의 신작 일본 소설인 

말도 안 되게 시끄러운 오르골 가게

처음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에, 기존에 알고 있는 

작은 상자 속에서 청량한 소리를 내는 오르골을 

파는 가게가 시끄러울 일이 뭐가 있을까? 궁금하고 

은근 예상치 못한 비밀스러움이 가득하기만 했다.

이 이야기의 구성은 신비스러운 가게를 중심으로, 

방문하는 손님들 각자의 사연들을 옴니버스 식으로 

총 7편의 이야기를 엮어서 소개하는 잔잔한 드라마였다.



말도 안 되게 시끄러운 오르골 가게 에피소드는, 

돌아가는 길, 콧노래, 모이다, 고향, 바이엘, 

건너편, 먼저 가세요 이렇게 총 7개의 소제목으로 

챕터 구분이 되어서 서로 다른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오르골을 판매하는 가게의 주인은 손님들에게 

원하는 상자 디자인과 노래 곡 등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지만, 같은 가격에 자신에게 맞는 곡과 박스를 

선택해서 맞춤형으로 제작해서 제공해 주고 있다.

손님의 상담을 받아서 제작해 주는 수제 상품이지만, 

때로는 마음의 소리를 꿰뚫어 보는 점원의 신묘한 

능력으로 마음을 치유하는 치료의 오르골을 제공하면서 

가게를 방문하는 손님들마다 그들이 가슴에 담고 있던 

안타깝고 불편했던 사연들을 하나하나 풀어보게 된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당신만을 위한 오르골을 

만들어볼 수 있는 맞춤형 상품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원의 능력이 꽤나 독특한데, 

그 특별한 능력에 대해서는 후반 챕터에 이르러서 

간략하게 그 배경을 설명해 주고는 있지만 

여전히 미스터리한 인물로 명확한 해설은 자제하고 있다.

말도 안 되게 시끄러운 오르골 가게 주인공은, 

결국 마음의 상처를 지니고 힘들어하는 손님들이 

작은 오르골의 음악으로 위로를 받아가는 이야기이기에 

신기한 오르골 가게의 존재 여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제일 처음 오르골 가게를 방문한 손님은, 

난청으로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어린 소년과 

그의 엄마가 함께 방문을 하면서 시작이 되었다.

귀가 안 들리는 아이에게 오르골을 추천해 주는 

가게 점원의 모습이 조금은 낯설지만, 그 진중함에 

과연 음악은 마음으로도 들을 수 있는가 싶었다.

그 이후에는 음악의 꿈을 포기한 밴드 멤버와, 

슬럼프에 빠진 피아니스트, 살아생전에 결코 

마음을 털어놓지 못했던 아버지의 제사를 위해 

고향을 찾아가는 중년 남성 등 다양한 연령과 성별의 

인물들이 오르골을 통해 마음의 위안을 받게 된다.



말도 안 되게 시끄러운 오르골 가게 점원은 

귀에 보청기와 같은 기기를 착용하고 있었는데, 

각기 다른 7가지 이야기 속에서 신비한 가게와 

점원의 비밀스러운 모습에 대한 소개가 큰 줄기로 

조금씩 오픈이 되면서 마지막까지 풀어내고 있다.

..(중략)...

"저 혹시 괜찮으시면,"

그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제게 맡겨주시면 

어울리는 곡을 추천해 드릴 수 있는데요."

그러고 보니 전단에도 그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무리 전문점 점원이라 해도 낯선 사람인데 

엄마보다 이 아이에게 어울리는 곡을 고를 수 있다니.

_P.018

작은 단편 이야기들이 엮여져 있는 구성이기에 

마치 옴니버스 드라마 스토리를 보는 듯한 내용으로, 

일본 소설 특유의 잔잔하면서도 크게 고조가 없는 

전개로 우리 마음속 고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말도 안 되게 시끄러운 오르골 가게 각 에피 속에 

소개되고 있는 각 인물들의 상처 역시, 가족과 

친구, 미래, 꿈 등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고민해 보고 나름대로 아프기도 했던 나와 내 이웃의 

이야기들이라서 더욱 공감이 가득한 내용이었다.

물론 조금은 현실성이 없는 신비한 가게 점원의 

능력으로 사람들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작은 오르골을 선물한다는 판타지 스토리일 것이다.

하지만 비현실적인 상상이 현실이 되는 것 역시 

이야기 소설이기에 가능한 부분일 것이다.

결국 나를 옥죄이던 무거운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아픔, 혹은 가족과의 불화 등 이 모든 것들은 

사실 내가 마음먹기에 따라 그 무게가 줄어드는 게 

아닌가 싶다. 작은 오르골 소리 하나만으로 마법처럼 

내 아픔이 바로 치유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내가 잊고 지내오거나 애써 외면했던 작은 사실을 

알려주는 하나의 매개체로 스스로 위안을 받게 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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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그리다
박상천 지음 / 나무발전소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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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연을 맺고 함께 살던 배우자를 먼저 

떠나보내면 그 허망함은 비할 바 없을 것이다.

그녀를 그리다 시집은, 저자가 급작스럽게 아내를 

떠나보내고 난 후 10년 동안 그 그리움을 

담아서 적었던 시구들을 모아서 출간했다고 한다.

그녀를 그리다 시집 안에 수록된 시는 총 40편으로 

그렇게 많은 편 수는 아니지만, 아내를 그리는 마음으로 

그동안의 슬픔을 담아서 그리움을 표현하기도 하고 

또 홀로된 삶을 살아가는 일상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중략)...

이제 나 혼자 메모지를 손에 쥐고 

거대한 마트 안을 돌아다닙니다.

그러다가 문득 앞서가던 당신이 보이지 않아 

난 갑자기 멍해지고 불안해집니다.

오른쪽으로 돌면 당신이 있을까,

물건을 고르고 있는 당신을 지나쳐 온 건 아닐까,

자꾸만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지만 

유기농 야채코너에도, 정육 코너에도 

당신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_P. 030

대부분의 시구 내용을 보면, 지나치게 관념적이거나 

은유적인 글이 아니라 우리가 평소에 사용하는 

문체와 어휘로 담백하게 써 내려갔기에 개인적으로는 

시집이라는 느낌보다는 축소된 에세이 같은 느낌이었다.



함께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고 마트에 장을 보러 

나가기도 하고, 우리의 평범한 일상생활 속에서 

그렇게 곁을 지켰던 아내의 빈자리를 느끼고 있기에 

그 안타까움이 더욱 절절하게 전달이 되는 듯하다.

30년을 함께 부부로 살아온 세월 이후에 갑자기 

곁은 떠난 아내의 빈자리를 챙겨온 저자는 

그 이후 그녀의 빈자리 10년 하루하루 일상을 

편지처럼 전하기도 하고 일기처럼 소탈하게 적고 있다.

평소에는 우리가 들이마시는 공기와 마찬가지로, 

언제고 내 곁에 당연히 있을 줄 알았던 아내의 

빈자리가 더욱 큰 공허함으로 다가오는 듯했다.

함께 병원 진료도 가고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도 

늘 같이하던 평범한 일상뿐 아니라, 때로는 

별것 아닌 손톱 깎는 방식이 서로 다른 모습조차 

그리워지는 저자의 애달픔이 가득 보였다.

...(중략)...

그런데 이제 나는 가끔 

나의 발자국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터벅이며 집으로 돌아오는 늦은 밤

문득 당신이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멀리서 들리는 당신 발자국 소리로 

오는 거 알았어.

_P. 076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지나온 10년의 세월을 

마지막으로 그 슬픔을 조금은 닫아두려는 의미로, 

저자는 그녀를 그리다 시집을 냈다고 밝히고 있다.

시의 말미에는 격하게 싸우면서 10년을 보내고 

맘 편한 친구로 20년을 살았다면서 지내온 

삶이었기에, 지금은 그냥 멀리 있는 친구처럼 

안녕을 고하려 한다는 솔직한 심정을 엿볼 수 있었다.

...(중략)...

잘 지내.

가끔 찔레꽃, 능소화, 수국으로 

당신이 보낸 소식 들으며

나도 그렇게 지내 볼게 안녕.

_P.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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