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이아 서울 1
이문열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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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년 전 90년대를 풍자했던 이문열 작가의 

장편 소설 중 하나였던 오디세이아 서울 1 ​​ 작품이 

다시 재조명되면서 지금 새롭게 만나볼 수 있었다.

현존 국내 작가들 중 여러 이슈도 있기는 했지만 

80년대를 대표했던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였기에, 

개인적으로 이번 작품이 사실 조금은 낯설었지만 

다시 시간을 거슬러서 출간되었다기에 과연 지난 

우리 모습은 어떠했을까 너무나 궁금한 이야기였다.


이 작품을 비롯 저자가 한창 국내 소설계를 

휘어잡고 있던 시기에는 어린 학생이었기에, 

학창 시절에는 우리 국내 현대 소설을 대부분 

이해도 못 했겠지만 크게 관심을 가지지 못했고, 

아마도 대부분 학교 수업 공부에 도움이 되는 

문학 작품들 위주로 책을 골라 읽었었던 것 같다. 

그렇기에 당시 저자의 책 역시 도서로 접해보진 못했다.

하지만 이문열 작가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했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영화로도 제작되었고, 

마찬가지로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역시 영화화 

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의 작품으로 기억되었다.

오디세이아 서울 1은 책의 제목도 사실 조금은 

낯설었는데, 권수 번호가 붙은 제목을 보면서 

혹시 연재 방식의 시리즈 연작 도서였나 싶었다.

책 소개 내용을 보았더니 1부에서는 1992년 

거품 경제로 졸부가 된 '김왕흥'이라는 인물이 

몰락하는 중산층을 대표하는 이야기로 전개가 되고,

2부에서는 중산층을 열망하는 저소득 계층의 

가족들을 그리면서 90년대 초 서울에 살아갔던 

우리의 모습을 사회 풍자로 통쾌하게 풀어냈다고 한다.

1부와 2부의 주된 배경이 서로 다르기에 아마도 

완벽한 연작은 아니겠지만, 사건 사고도 많고 

사회 경제, 정치적으로도 불안정했던 90년대 초 

대한민국에 사는 계층 간의 문제를 풀어놓고 있다.

너무나 빠르게 변모하고 성장해왔던 대한민국은 

경제 위기도 크게 있었고 정치적 이슈들도 끊임없던 

시절이었기에, 지금 우리에게도 그날의 문제들이 

여전히 이어지면서 지금 우리의 모습도 당대의 그림자와 

같은 유산이 계속 이어지는지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오디세이아 서울은 90년대를 대표하는 저자의 

사회 비판 풍자 소설이라고 하는데, 독특하게도 

이야기의 화자는 사람이 아니라 외국 여행길에 

김왕흥 주인공이 구입해온 몽블랑 볼펜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내용이었다.

무생물이 생각을 하고 말을 한다는 설정도 

재미있게 서문에서 밝히고 있는데, 어쩌면 사물이 

아니라 외국인 혹은 낯선 이방인의 객관적인 

눈으로 대한민국 사회에 드리워진 음과 양의 세태를 

신기한 듯 관찰하면서 전달하는 듯한 전개였다

어릴 적에 학교에 입학을 하거나 생일 선물로 

종종 고급스러운 유명 메이커의 만년필이나 

볼펜 세트를 받는 것이 당연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내 학창 시절만 해도 번거롭게 잉크를 찍어 

쓰기도 불편한 만년필은 거의 사용을 안 했었고, 

선물로 받고도 고이 모셔두기만 했었기에 어쩌면 

입신양명을 바라는 상징적인 선물이 아니었나 싶다.

조금은 시대적 변화를 보여주는 몽블랑 볼펜은, 

만년필과는 달리 조금은 현대적인 유용성을 가진 

고급 브랜드 제품이었기에, 당시 허세로 가득 차 있던 

우리 중산층의 모습을 대변하는듯하기도 했다.


물론 몽블랑 볼펜은 스스로 움직일 수 없기에, 

사실 오디세이아 서울 1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실질적인 주인공은 볼펜을 구입하고 포켓에 꽂고 

다니는 김왕흥이라는 졸부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불완전했던 우리나라 경제 시장에 비리와 

편법이 난무했던 시기에, 그는 자투리 섬유를 중간 

판매하면서 그 차액으로 부를 축적한 대표적인 

기회주의자적인 인물로 묘사를 하고 있다. 

화자인 볼펜은 그의 옷 포켓에 꽂힌 채, 

동선에 따라서 어지러웠던 사회 경제를 배경으로 

방탕했던 그와 가족들이 무너져가는 과정을 관찰자 

입장에서 바라보면서 도대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어쩌면 이렇게 상식이 통하지 않는 나라인가? 

자신의 잣대에 비추어가면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오디세이아 서울 1 화자인 몽블랑 볼펜은 

독일 태생이기에, 그의 탄생 혹은 제조 과정부터 

낯선 외국인의 시선으로 우리의 모습을 바라본다.

특히나 우리와 유사했던 분단국가였던 독일과 

우리나라와의 유사성도 들어보고는 있지만, 

독일과는 달리 우리는 열강의 파워 게임에 타의적으로 

분단국가가 되었기에 대한민국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처음부터 굉장히 비판적으로 시작을 했다.

지금도 그렇게 많이 바뀌지 않은 빨리빨리 와 

안전 불감증 등을 가장 절실히 보여주는 도로에서 

나만의 욕심으로 새치기를 하면서 교통 정체를 

만들기도 하는 호전적인 모습을 바라보면서 

이해를 할 수 없는 볼펜의 이야기도 들어 볼 수 있었다. 

다른 나라의 현실적인 교통 문화와도 비교해 보면서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한 뼈아픈 팩폭으로 이어졌다.


그 외에도 정상적인 거래를 통해서 수익 창출을 

해야 하는 경제 활동이 당연한 수순일 텐데, 김왕흥의 

사업 방식은 어느 나라에서도 없는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비정상적인 운영 구조로 비추어졌었다. 

88년 올림픽으로 전 세계에 화려한 재도약을 

선포했던 대한민국이었지만, 1년도 되지 않아 

경제 위기에 내몰리면서 거품경제의 폐단과 

후폭풍이 심각하게 다가오는 암흑의 시기였다.

오디세이아 서울 1에서는 그렇게 과도기적이고

위태위태한 사회 경제 속에서, 정계 인물들과 

끈을 잡고 조금 더 고위층 상위 클래스로 

점프하기 위한 주인공과 가족들의 온갖 편법 행태와 

껍데기만 있는 보여주기식 생활 태도들 하나하나 

방만했던 속칭 중산층의 허울을 폭로하는 내용이었다. 

지금은 상상도 가지 않지만 비행기 좌석에 

흡연석이 있어서 담배를 피우던 시절이었기에, 

당시에 당연한 듯 여겼던 일들이 사실은 그렇게 

올바르지 않았던 내용들도 너무 많았을 것이다.

당시엔 그렇게 해도 그것이 잘못임을 알 수 있는 

지침이나 교육이 없었기에, 상식에 벗어나는 

부를 축적하는 경우도 더 자연스러웠을 터이다.

주인공 주변의 지인들 역시 통 큰 소비와 화끈하고 

씀씀이가 큰 생활 모습을 보이는데, 그런 한국인들을 

바라보는 몽블랑 만년필은 '외눈박이 거인'이라는 

표현으로 허울뿐인 졸부들을 꼬집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예술작품 역시 누군가의 

종잣돈으로 둔갑이 되기도 하고, 경제적으로는 

별다른 노력이나 재투자 없이도 말도 안 되는 

부가가치가 형성되는 활동들은 비정상적일 것이다.

...(중략)...

나는 번들거리는 비단옷 아래 감춰진 

그들 육체의 헐벗음을 잘 알고 있으며, 

넘쳐나는 물질에 가리어진 그들 정신의 고뇌와 

고통을 충분히 보아왔다. 따라서 내 딴에는 

어렵사리 찾아낸 게 '슬픈'이란 관형어인데 그게 

잘 이해 안 된다면 이제부터 김왕흥 씨 일가를 

중심으로 그 구체적인 실례를 들어보겠다.

_P. 256

그렇게 함부로 자신의 거대한 몸집을 굴리면서 

세상을 뭉개트리고 짓밟는 외눈박이 거인들의 

몰락을 지켜보는 명품 브랜드 몽블랑 볼펜이었다.

오디세이아 서울 1 이야기 배경에 등장한 

졸부 가족의 이야기가 결코 과거 일부의 모습이 

아니라, 지금도 어디선가에는 탐욕스러운 뱀의 

혓바닥 같은 유혹의 손길이 가득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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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별은 모두 당신을 위해 빛나고 있다
손힘찬(오가타 마리토) 지음 / RISE(떠오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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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별은 모두 당신을 위해 빛나고 있다 공감 에세이는, 

<오늘은 이만 좀 쉴게요>, <나는 나답게 살기로 했다>로 

출간부터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베스트셀러 

작가 손힘찬이 다시 한번 마음의 소리를 담은 신작이다.

일본인과 한국인 부모의 사이에서 태어난 저자가 

정체성 혼란을 겪으면서 본인을 사랑하고 자존감을 

키우고자 하는 노력을 해왔기에,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 삶을 사랑하고 개척하는 공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가 수많은 밤 하늘의 별을 바라보면서, 

가끔은 오글거리는 연애 멘트로 '저 별은 너의 별!'. 

'이 별은 내 별!'이러면서 내 존재를 투영하여 보기도 

하는데, 모래알처럼 가득한 그 우주 공간 어딘가에는 

나를 위한 별을 매기면서 그렇게 감정이입을 했었다.

 저 별은 모두 당신을 위해 빛나고 있다 본문에서도,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 서툰 우리들에게 별을 

헤아리는 마음으로 너무 어렵지 않게 조금은 

나 자신을 토닥이면서 위로하고 사랑받기를 바라고 있다.


요 근래 나의 자존감을 올리기 위한 국내외 

심리학 서적들이 정말 많이 소개가 되었었었다.

이 책에서는 그렇게 내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억지 노력을 강요하기보다는, 공감 어린 저자의 

목소리를 나누면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며 

지금 있는 내 모습을 소중히 다루자고 강조한다.

내가 사는 삶은 다른 이가 사는 인생이 아니기에, 

남이 아닌 내가 스스로 선택한 삶의 방향에 맞추어서 

살아가는 게 당연하고, 그 자체로도 빛나는 존재임을 

인정하고 그만큼 충분히 좋은 사람이라고 한다.

사실 나의 부족한 점을 인지하고 개발하면서 

조금 더 나은 내 모습으로 성장해나가는 노력도 

필요하고, 당연히 중요한 인생의 지침일 것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요즘 흔히들 하는 속된 말로 

'이번 생은 망했다!'라면서 본인이 살아온 삶의 

전부를 부인하면서 나를 가볍게 여기는 풍토는, 

결국 자신의 발전보다는 언제나 주변의 시선과 

그림자만을 쫓느라 영혼을 잃어버리는 게 아닌가 싶다.

결국 더 나은 노력을 하더라도 나 자신을 먼저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결국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가식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저 별은 모두 당신을 위해 빛나고 있다 저자는, 

특별히 마음을 다스리는 법에 대해서 논하기보다는 

함께 나라는 존재를 귀하게 여기며 인정하자고 한다.

"거울 속 나에게 오늘 하루쯤은 말해주자.

두 눈을 똑바로 마주하고 

사랑한다고 말해주자.

그리고 괜찮다면, 오늘 하루뿐 아니라 

매일매일 그렇게 나를 안아줘 보자.

내가 나를 소중히 여길 때 

세상 모두도 나를 소중히 여길 테니까."

_p. 035

저 별은 모두 당신을 위해 빛나고 있다 본문은 

제1장. 내가 나를 사랑하는 방법

제2장. 나의 삶은 내가 만들어 간다

제3장. 나와 너. 우리가 될 때까지 

이렇게 3가지 큰 틀로 구분을 하고 있다.

그중에서 내가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하면서 자기 인정을 이야기한 이후에, 

마지막 장에서는 내가 사랑하는 지인과 연인과의 

인간관계 속에서 서로의 사랑의 깊이도 진솔한 

노력을 해야 함을 조용히 이야기하고 있다.

"그 무엇도 해내지 못한 것 같아서 자책한다면 

그만해도 괜찮다.

무의미한 하루는 없다.

저 별들이 무슨 의미를 가지고 빛나고 있겠는가.

그저 존재할 뿐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그 별 보다 큰 존재이니 

얼마나 더 값진 삶인가."

_P. 067


결국 내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남의 시선이 

아니라, 내가 나를 인정하면서 사랑해 준다면 

다른 이들을 사랑하는 마음도 더욱 커질 수 있음을 

이야기하면서 후회 없는 삶을 살기를 바라고 있다.

...(중략)...

내 그 숱한 감정들이 

지금은 산더미처럼 가슴에 쌓여 

넘어가야 할 산처럼 됐다.

표현하고 나면 후회할까 봐, 

혹시라도 상대방의 마음이 나와는 다를까 봐 

망설여왔던 그 모든 마음들, 

돌이켜보니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단, 

하고서 후회하는 게 훨씬 낫다는걸.

_P. 199

어렵고 심오한 심리학 용어나 학술적 내용을 

나열하면서 각자의 마음가짐을 다루는 게 아니다. 

누구나 알고 있는 평범한 명제이기도 하면서 

머릿속으로는 당연하게 생각해오던 뻔한 

내용이지만, 옆에서 함께 손을 잡아주는 것만으로 

따뜻한 글이기에 몰래 숨어만 있던 자신감도 

용기 내어서 밖으로 내보일 수 있게 만드는 글이었다.

특히나 저 별은 모두 당신을 위해 빛나고 있다 본문 

전편에서는, 남들을 먼저 기준으로 두지 말고 

내가 사는 세상은 내가 주연이고, 남들이 조연이기에 

나를 위한 삶이 결국 행복에 이르는 지름길임을 

뻔하지만 가장 진실한 말로 손을 내밀어 주고 있다.

 그리고 특히나 요즘처럼 내가 바라는 목표에 노력을 

다 했음에도 성과가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 실패하기도 하는 아픔도 많이 

겪게 되면서 자존감도 더욱 무너질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게 당연할 것이기에 

기대도 없을 것이고 그 성과에 대한 결과도 

어떤 결말로든 귀결지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저 손을 놓아버리지는 말고 

아무거나 해보면 어떻게든 결과라는 마침표를 

찍을 수 있기에, 그저 그냥 해보는 게 어떨까?라며 

함께 용기를 내어보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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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 - 이어령 유고집
이어령 지음 / 성안당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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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선생님은 문화부 장관을 지닌 교수이자,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과거 한국과 미래의 

우리의 모습을 하나로 관통하는 통찰력으로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셨던 이야기꾼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번에 읽어본 이어령 유고집 작별 도서에서는, 

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던 저자가, 여전히 삶을 

이어가고 있는 우리에게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을 

더욱 잘 가꾸면서 미래에도 잘 있으라는 안부 인사였다.


삶의 마지막을 목전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도, 

책을 읽고 글을 썼던 이어령 선생님의 마지막 당부의 

말을 담고 있는 유고집이기에 살짝 긴장을 하고 

조심스럽게 페이지 한 장 한 장 넘겨 보게 되었다.

그의 마지막 글인 <작별> 이후로 더 이상 세상을 

꿰뚫어 보던 선생님의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없기에 

더욱 소중한 글로 간직할 수밖에 없는 도서였다.


그 이전에는 방송에서도 종종 얼굴을 비추었던 

그였기에 더 익숙하기도 했지만, 학생들에게 

수업을 진행했던 대학교수의 자리에 있기도 했던 

저자이기에 무언가 지식을 전달해 주는 교육자로의 

생전 모습이 더 강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 듯하다. 

그 외에도 여러 글과 강좌에서 평소에 우리에게 

한국인으로 가슴이 뜨겁게 공감이 가는 이야기들을 

어쩜 그렇게 콕콕 집어내는 건지, 그의 철학이 담겨있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저절로 몰입이 되곤 했었다.

이번 도서는 마지막 유언과도 같은 책이 되었는데, 

그렇다고 지난 힘겨웠던 본인의 회환에 찬 삶과 

과거를 돌아보는 무거운 무게의 회상이 아니라, 

잠시 우리에게 안녕을 고하고 그가 없는 세상에도 

계속 오늘의 하루는 지나가기에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후손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이어령 유고집 마지막 인사말을 전하면서, 

그는 뜬금없이 우리가 어릴 때 놀이를 하면서 

불렀던 구전 동요인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로 

시작하는 노래를 키워드 삼아 이야기하고 있다.

어쩌면 너무나 그 다운 마지막 말이지 않았나 싶다.

우리의 어린 세대들도 여전히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지금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는 그 노래는,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 

길면 기차, 기차는 빨라, 빠르면 비행기, 

비행기는 높아, 높으면 백두산~!" 이렇게 백두산을 

끝으로 마무리되는 말잇기 처럼 연결되는 노래였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보다 하고 당연한 듯 어린 시절 

놀이를 하면서 불렀던 노래였었다. <작별> 본문에서 

이어령 선생님이 짚어가는 이유를 돌아보면서, 정작 

왜 원숭이를 대상으로 노래를 시작하고, 맛있는 게 

사과였을까? 정말 궁금한 적이 없었던 게 놀랍기만 했다.

그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온 우리 어린 시절 

놀이로만 여겼던 그 노랫말에서, 그는 우리의 아픈 

역사와 우리가 앞으로 이어나가야 할 유산에 대해서 

그의 통찰을 통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어 볼 수 있었다.

종교, 역사, 과학, 인문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해박한 지식을 나누어 주었던 그였기에, 무심히 

넘겨 버렸음직한 노랫말에서 화수분처럼 끄집어내는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끝나지 않고 무한대로 

여전히 저세상에서도 이야기를 남겨주실 듯싶다.

서구에서 산업화의 불꽃이 확산된 것도 기차의 

빠른 교통수단이 촉매제가 되었을 터이고, 

일제가 대륙 침략의 야심을 위해서 우리나라에도 

철도를 깔았었지만, 우리에게 기차는 이별과 아픔의 

역사를 가지고 있기에 구슬픈 노래로 연결되었다고 한다.



그 노랫말의 총 다섯 개 키워드 주제어를 토대로 

그의 마지막 화두를 <작별>에 기록하고 있는데, 

마지막으로 노래가 끝나는 백두산 앞에 등장하는 

키워드인 원숭이, 사과, 바나나, 기차, 비행기는 모두 

우리 고유의 것이 아님을 콕 짚어서 강조하고 있다.

원숭이는 그렇다 쳐도, 사과도 우리 토종 과일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고 충격적이었다. 

...(중략)...

외국 문화와 우리 문화가 접촉하면 가장 처음 

바깥에서 먹거리가 들어옵니다. 개화기를 

상징하는 먹거리는 사과하고 바나나예요. 

먹거리죠. 아무렇게나 만든 거 같습니까? 사람이 

나오고 먹거리가 나옵니다. 우리나라에는 없던 사람, 

없던 짐승, 원숭이, 인간과 가장 닮은 짐승.....

P. 014

그러나 마지막에는 우리의 뿌리 근간이자 

미래의 통일을 염원하는 백두산으로 노래가 

마무리되기에, 그 의미를 깊게 새겨보게 되었다.

이어령 유고집 <작별>에서는, 이렇게 그 옛날 

아이들과 뛰놀며 읊었던 놀이 노랫말에 등장하는 

원숭이, 사과, 바나나, 기차, 비행기 다섯 가지 

키워드를 통해서 우리 시대의 흐름을 엿볼 수 있었다.

아담과 이브의 선악과에서부터 스티브 잡스의 

사과에 이르는 연결까지도 흥미롭게 연결하면서 

우리의 역사뿐만 아니라 넓은 세계로 확장되면서 

인문학적인 소양도 더욱 커지는 내용이었다.

여전히 분단되어서 대륙과 해양 침략 세력에 

휘둘려 왔던 대한민국의 운명을 진심으로 

걱정하면서, 은유와 비유 가득한 재치 있는 문답을 

내놓고 있는 진솔하고 공감 가득한 이야기였다.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그의 삶을 마감하면서 

우리가 미래에 백두산 이후의 새로운 키워드를 연결해 

나가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당부도 잊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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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지 마세요, 사람 탑니다 - 지하철 앤솔로지
전건우 외 지음 / 들녘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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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지 마세요, 사람 탑니다 독특한 디자인의 표지가 

시선을 사로잡는 도서는, 공포· 미스터리·스릴러 

장르를 주로 집필해 왔던 이야기꾼들이 모여서, 

지하철이라는 배경을 소재로 일곱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저마다의 시선으로 풀어낸 앤솔로지 작품이다. 

일상에서 서민의 발이 되어주는 서울의 지하철은, 

전 세계의 여느 도시보다도 발달된 기술로 빠른 이동을 

가능케 해주는 대표적인 우리 교통수단일 것이다. 



서울 도심을 달리는 1호선부터 9호선 이외에도, 

공항, 경기, 인천, 소사, 경춘선 등 수도권 이상으로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어서 너무 편리한 노선일 것이다.

갠적으로는 서울 시내 한두 군데 정도의 경로 외에는 

어디로 연결되는지 모를 정도로 너무나 많은 노선이 

있어서,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도 정말 새롭고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만나볼 수 있는 장소라 생각이 든다.

아마도 거의 대부분은 지하철에서 정말 안사고는 

못 배기게 만드는 살짝 허접하면서도 저렴한 

아이디어 상품을 판매하는 보따리 장사 아저씨들과 

지옥에 갈 거라는 엄청난 악담을 퍼부으면서 

포교하는 종교(?) 신도자들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밀지 마세요, 사람 탑니다 지하철 앤솔로지에 

참여한 작가들은 서로 다른 지하철 노선과 장르도 

서로 겹치지 않게 초기 기획을 해서 작업을 했기에, 

책 한 권에 다양한 소재로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아침 출근 시간에 사람이 많이 몰려서 '푸시 맨' 

특별한 명칭의 도우미가 등장했던 시절도 있었고, 

지난주에는 그렇게 최첨단의 안락한 서울 도심 

지하철을 자랑했건만 갑작스러운 폭우에 여기저기 

침수가 되면서 서민들의 발이 묶이기도 했었다.

그만큼 대한민국에서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우리 서민들이라면 지하철은 삶의 일부이기도 하다.

첫 작품의 문을 연 <호소풍생>의 저자인 전건우는 

그동안 공포 소설 중심의 작품을 써왔다고 하는데, 

이번 앤솔로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공항철도'를 

배경으로 주인공 편관장이 펼치는 코믹과 무협이 

결합된 다소 엉뚱하면서도 유쾌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이어지는 밀지 마세요, 사람 탑니다 두 번째는, 

정영섭 작가의 '2호선'을 배경으로 그린 <지옥철>

실제 서울 노선 중에서도 가장 많은 유동인구가 

모이는 신도림역을 중심으로 연결되는 2호선 

녹색 노선을 전부터 지옥철이라고 다들 손꼽고 있는데, 

저자는 좀비가 등장하는 공포 소재로 미스터리한 

내용을 다루면서 우리 내면의 공포를 떠올리게 한다.

지하 노선의 경우에는 사실 안전에 대한 문제도 신경을 

많이 쓰는 부분일 텐데, 불가항력적인 괴물의 등장 

보다도 인간이 만들어내는 공포심을 흥미롭게 그려냈다.

각 단편 소설 뒤에는 작가들이 선택한 지하철 

노선과 주제에 대해서 진솔한 후기를 담아내고 있기에, 

개인적으로 잘 모르는 노선에 대해서도 공감을 하고 

머릿속으로 함께 상상의 날개를 펼쳐볼 수 있었다.

특히나 아침저녁으로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이라면, 

거의 동일한 시간대에 서로 마주치기도 하면서 

또 다른 인연으로 사람들의 관계가 확장되기도 한다.



세 번째 '6호선' <버뮤다 응암지대의 사랑>의 

저자 조영주는, 다양한 순문학과 웹 소설을 통해서 

각종 공모전 수상을 하면서 영화화 작업을 위해서 

기존 단편 작품도 준비하고 있는 열혈 작가라고 한다.

저자가 선택한 6호선의 독특한 노선도를 찾아보니깐, 

정말 응암 - 역촌 - 불광 - 독바위 - 연신내 - 구산 - 응암 

위치가 마치 올가미처럼 동그랗게 연결되어 있어서 

뒤로 되돌아가는 반대 차선이 없이 한 줄로 된 단방향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작품에서는 미래의 꿈을 위해 

열심히 앞만 보고 달리고 있지만 늘 실패를 거듭하는 

두 남 녀가 우연히 만나서, 서로의 도전을 응원해 주고 

사랑을 키워가는 애달픈 로맨스를 그려내고 있다. 

밀지 마세요, 사람 탑니다 이어지는 네 번째 

'4호선' 지하철 사당역 주변으로 조각가 윤과 

재홍의 범상치 않은 만남과 스릴러적인 이야기를 

그려낸 <4호선의 여왕>도 꽤나 독특한 전개였다.

마지막까지 미스터리한 옆집 여자와의 관계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궁금하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중략)...

그제야 재홍은 윤에게서 풍기는 음험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덧붙여 경비 아저씨의 경고를 

떠올리고 보니, 윤은 더더욱 위험한 여자처럼 

보였다. 복잡한 사연이 그녀의 과거를 

넝쿨처럼 옥죄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_P. 128

'5호선' <농담의 세계>의 저자 김선민은 

도시 괴담과 판타지 장르 소설 작품 활동을 많이 

하고 있는 작가로, 이번 이야기에서도 공사가 

중단된 유령역이라는 소재로 막차를 타면 또 다른 

평행 세계 차원으로 이동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비슷한 콘셉트로 이어지는 정해연 작가의 '1호선'

<인생 리셋>에서는, 저자가 집필할 당시에는 

창동역 역사에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지 않았기에 

실제 안타까운 인사 사고도 발생을 했다고 한다. 

이 작품에서는 과거로의 여행을 할 수 있는 

배경으로 지하철역을 이용하고 있는데, 정말 

우리가 과거로 돌아간다면 최선의 선택으로 현재의 

실수를 되돌리고 윤택한 삶을 새롭게 살아갈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밀지 마세요, 사람 탑니다 마지막 작품인 

'3호선' <쇠의 길>은, <지옥철> 정명섭 작가의 

두 번째 공포 장르의 단편이 하나 더 실려있다.

좀비를 다루었던 앞 작품과 마찬가지로 어두운 

지하 속에 존재하는 미지의 생명체에 대한 

두려움을 그리고 있는데, 이 작품 역시 괴물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우리 인간관계를 다루고 있다.

지저분하고 불쾌한 냄새가 나는 노숙자들을 

바라보는 우리 시선에는, 그들은 존재하지만 

마치 존재하지 않는 듯 눈앞에서 지워버리곤 한다. 

과연 실제 눈으로 확인 못하지만 미지의 

괴생명체의 존재에 대해서는 두려움으로 믿으면서, 

우리 앞에 함께 숨 쉬고 있는 그들에 대해서 

얼마나 생각하고 있는지도 고민하게 되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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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사이를 산책하기 - 여성동아 문우회 앤솔러지 숨, 소리 2
여성동아 문우회 지음 / 숨쉬는책공장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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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작가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가기 다른 주제로 진솔하게 그려져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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