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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아 서울 1
이문열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8월
평점 :
30여 년 전 90년대를 풍자했던 이문열 작가의
장편 소설 중 하나였던 오디세이아 서울 1 작품이
다시 재조명되면서 지금 새롭게 만나볼 수 있었다.
현존 국내 작가들 중 여러 이슈도 있기는 했지만
80년대를 대표했던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였기에,
개인적으로 이번 작품이 사실 조금은 낯설었지만
다시 시간을 거슬러서 출간되었다기에 과연 지난
우리 모습은 어떠했을까 너무나 궁금한 이야기였다.

이 작품을 비롯 저자가 한창 국내 소설계를
휘어잡고 있던 시기에는 어린 학생이었기에,
학창 시절에는 우리 국내 현대 소설을 대부분
이해도 못 했겠지만 크게 관심을 가지지 못했고,
아마도 대부분 학교 수업 공부에 도움이 되는
문학 작품들 위주로 책을 골라 읽었었던 것 같다.
그렇기에 당시 저자의 책 역시 도서로 접해보진 못했다.
하지만 이문열 작가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했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영화로도 제작되었고,
마찬가지로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역시 영화화
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의 작품으로 기억되었다.
오디세이아 서울 1은 책의 제목도 사실 조금은
낯설었는데, 권수 번호가 붙은 제목을 보면서
혹시 연재 방식의 시리즈 연작 도서였나 싶었다.
책 소개 내용을 보았더니 1부에서는 1992년
거품 경제로 졸부가 된 '김왕흥'이라는 인물이
몰락하는 중산층을 대표하는 이야기로 전개가 되고,
2부에서는 중산층을 열망하는 저소득 계층의
가족들을 그리면서 90년대 초 서울에 살아갔던
우리의 모습을 사회 풍자로 통쾌하게 풀어냈다고 한다.
1부와 2부의 주된 배경이 서로 다르기에 아마도
완벽한 연작은 아니겠지만, 사건 사고도 많고
사회 경제, 정치적으로도 불안정했던 90년대 초
대한민국에 사는 계층 간의 문제를 풀어놓고 있다.
너무나 빠르게 변모하고 성장해왔던 대한민국은
경제 위기도 크게 있었고 정치적 이슈들도 끊임없던
시절이었기에, 지금 우리에게도 그날의 문제들이
여전히 이어지면서 지금 우리의 모습도 당대의 그림자와
같은 유산이 계속 이어지는지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오디세이아 서울은 90년대를 대표하는 저자의
사회 비판 풍자 소설이라고 하는데, 독특하게도
이야기의 화자는 사람이 아니라 외국 여행길에
김왕흥 주인공이 구입해온 몽블랑 볼펜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내용이었다.
무생물이 생각을 하고 말을 한다는 설정도
재미있게 서문에서 밝히고 있는데, 어쩌면 사물이
아니라 외국인 혹은 낯선 이방인의 객관적인
눈으로 대한민국 사회에 드리워진 음과 양의 세태를
신기한 듯 관찰하면서 전달하는 듯한 전개였다
어릴 적에 학교에 입학을 하거나 생일 선물로
종종 고급스러운 유명 메이커의 만년필이나
볼펜 세트를 받는 것이 당연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내 학창 시절만 해도 번거롭게 잉크를 찍어
쓰기도 불편한 만년필은 거의 사용을 안 했었고,
선물로 받고도 고이 모셔두기만 했었기에 어쩌면
입신양명을 바라는 상징적인 선물이 아니었나 싶다.
조금은 시대적 변화를 보여주는 몽블랑 볼펜은,
만년필과는 달리 조금은 현대적인 유용성을 가진
고급 브랜드 제품이었기에, 당시 허세로 가득 차 있던
우리 중산층의 모습을 대변하는듯하기도 했다.

물론 몽블랑 볼펜은 스스로 움직일 수 없기에,
사실 오디세이아 서울 1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실질적인 주인공은 볼펜을 구입하고 포켓에 꽂고
다니는 김왕흥이라는 졸부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불완전했던 우리나라 경제 시장에 비리와
편법이 난무했던 시기에, 그는 자투리 섬유를 중간
판매하면서 그 차액으로 부를 축적한 대표적인
기회주의자적인 인물로 묘사를 하고 있다.
화자인 볼펜은 그의 옷 포켓에 꽂힌 채,
동선에 따라서 어지러웠던 사회 경제를 배경으로
방탕했던 그와 가족들이 무너져가는 과정을 관찰자
입장에서 바라보면서 도대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어쩌면 이렇게 상식이 통하지 않는 나라인가?
자신의 잣대에 비추어가면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오디세이아 서울 1 화자인 몽블랑 볼펜은
독일 태생이기에, 그의 탄생 혹은 제조 과정부터
낯선 외국인의 시선으로 우리의 모습을 바라본다.
특히나 우리와 유사했던 분단국가였던 독일과
우리나라와의 유사성도 들어보고는 있지만,
독일과는 달리 우리는 열강의 파워 게임에 타의적으로
분단국가가 되었기에 대한민국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처음부터 굉장히 비판적으로 시작을 했다.
지금도 그렇게 많이 바뀌지 않은 빨리빨리 와
안전 불감증 등을 가장 절실히 보여주는 도로에서
나만의 욕심으로 새치기를 하면서 교통 정체를
만들기도 하는 호전적인 모습을 바라보면서
이해를 할 수 없는 볼펜의 이야기도 들어 볼 수 있었다.
다른 나라의 현실적인 교통 문화와도 비교해 보면서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한 뼈아픈 팩폭으로 이어졌다.
그 외에도 정상적인 거래를 통해서 수익 창출을
해야 하는 경제 활동이 당연한 수순일 텐데, 김왕흥의
사업 방식은 어느 나라에서도 없는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비정상적인 운영 구조로 비추어졌었다.
88년 올림픽으로 전 세계에 화려한 재도약을
선포했던 대한민국이었지만, 1년도 되지 않아
경제 위기에 내몰리면서 거품경제의 폐단과
후폭풍이 심각하게 다가오는 암흑의 시기였다.
오디세이아 서울 1에서는 그렇게 과도기적이고
위태위태한 사회 경제 속에서, 정계 인물들과
끈을 잡고 조금 더 고위층 상위 클래스로
점프하기 위한 주인공과 가족들의 온갖 편법 행태와
껍데기만 있는 보여주기식 생활 태도들 하나하나
방만했던 속칭 중산층의 허울을 폭로하는 내용이었다.
지금은 상상도 가지 않지만 비행기 좌석에
흡연석이 있어서 담배를 피우던 시절이었기에,
당시에 당연한 듯 여겼던 일들이 사실은 그렇게
올바르지 않았던 내용들도 너무 많았을 것이다.
당시엔 그렇게 해도 그것이 잘못임을 알 수 있는
지침이나 교육이 없었기에, 상식에 벗어나는
부를 축적하는 경우도 더 자연스러웠을 터이다.
주인공 주변의 지인들 역시 통 큰 소비와 화끈하고
씀씀이가 큰 생활 모습을 보이는데, 그런 한국인들을
바라보는 몽블랑 만년필은 '외눈박이 거인'이라는
표현으로 허울뿐인 졸부들을 꼬집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예술작품 역시 누군가의
종잣돈으로 둔갑이 되기도 하고, 경제적으로는
별다른 노력이나 재투자 없이도 말도 안 되는
부가가치가 형성되는 활동들은 비정상적일 것이다.
...(중략)...
나는 번들거리는 비단옷 아래 감춰진
그들 육체의 헐벗음을 잘 알고 있으며,
넘쳐나는 물질에 가리어진 그들 정신의 고뇌와
고통을 충분히 보아왔다. 따라서 내 딴에는
어렵사리 찾아낸 게 '슬픈'이란 관형어인데 그게
잘 이해 안 된다면 이제부터 김왕흥 씨 일가를
중심으로 그 구체적인 실례를 들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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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함부로 자신의 거대한 몸집을 굴리면서
세상을 뭉개트리고 짓밟는 외눈박이 거인들의
몰락을 지켜보는 명품 브랜드 몽블랑 볼펜이었다.
오디세이아 서울 1 이야기 배경에 등장한
졸부 가족의 이야기가 결코 과거 일부의 모습이
아니라, 지금도 어디선가에는 탐욕스러운 뱀의
혓바닥 같은 유혹의 손길이 가득하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