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을 기다리는 사람 - 흰 건반 검은 시 활자에 잠긴 시
박시하 지음, 김현정 그림 / 알마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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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쇼팽이 연주하고, 박시하가 써내려가고, 김현정이 그리는 이야기.

이 책은 시로 쓴 산문집이다. 시인과 시인이 평소 동경하는 예술가와의 대화이기도 하다. 알마 출판사에서 오랜 준비 끝에 선보인 ‘활자에 잠긴 시’는 시인이 자신에게 영향을 준 예술가와 일대일로 만나 서로의 경계를 풀고 소통하는 이야기로, 시와 그림을 담은 일기장 같은 시리즈이다. 그리고 ‘활자에 잠긴 시’의 첫 이야기가 바로 이 책 <쇼팽을 기다리는 사람>이다.

쇼팽은 일생을 피아도 연주곡에 몰두했다는 평을 받은 ‘피아노의 시인’이다. 물방울이 떨어지는 듯한 또렷하고 경쾌한 맑은 피아노의 울림은 희로애락의 모든 감정을 품고 쇼팽 그의 삶과 함께 노래한다. 이 책은 그런 그의 선율 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시인 박시하는 평소 쇼팽과 그의 음악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을 ‘만남’ ‘사랑’ ‘이별’ ‘대화’라는 테마 아래 발견, 불일치, 망각 등의 다양한 사유로 기록한다. 쉽게 이야기하면 쇼팽의 삶과 자신의 삶을 시로 풀어낸 운문집 같은 산문집이라 볼 수 있다.

난 사실 클래식은 듣지 않는다. 시나 수필 또한 읽지 않는다. 이 책은 뜻밖의 인연으로 내게 온 책이였다. 우연한 기회에 찾아 온 책. 사실 읽는 동안 이해할 수 없는 문장도 있었고 쇼팽의 삶이나 음악에 대한 이야기나 작가의 사색을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다. 사실 장르소설을 읽고 책을 재미를 위해 읽는 오락거리로 생각하는 나에게 이 책은 재미보다는 생각을 하며 곱씹게 만드는 책이다.


거친 촉감의 표지와 흑백의 수묵화 같은 그림, 둥글게 깎인 모서리를 가진 책. 쇼팽의 음악도 이야기하지만 삶이 더욱 인상 깊었던 책. 시인 박시하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한 책. 죽은 자 쇼팽과 산 자 박시하의 대화 같은 책. 현대에 살고 있는 시인이 과거를 살고 있는 음악가에게 쓴 연서 같은 책.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심상의 감각과 사유로 소통하는 책. 나에게 이 책은 이러하다.


사실 장르소설은 워낙 많이 읽기 때문에 그 책들은 서평을 쓰기에 익숙하다. 줄거리를 쓰고 읽었던 책들을 비교하거나 작가의 전작들에 비해 발전한 점이나 퇴보한 점을 쓰면 되니까. 하지만 이 책에 대해서는 여태껏 전무한 경험이 있는 장르에 대해 어떻다 논하기에는 무리가 있기에 별다른 평을 삼가고 싶다. 다만 이 책을 쇼팽의 곡과 들으며 읽으면 좋다는 말과 함께 인상 깊은 구절을 적어 보려한다. 사실 이런 산문집은 구절이나 그림이 자신의 느낌에 동하면 자연스럽게 젖어드는 것임으로.

“나는 기다리는 것 역시 좋아해서 늘 뭔가를 기다리는 데, 기다리는 어떤 것도, 잘 오지 않는다. 실은 기다린다는 것은 오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는 오지 않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고, 이미 온 것을 기다리는 사람은 없으니까

기다림이라는 말 자체를 좋아한다. 물론 오지 않는 것을 기다리는 마음은 슬프지만. 기다리는 사람은 오지 않고, 기다리는 버스도 오지 않지만. 그러나 기다리는 마음처럼 굳건한 것이 또 있을까. 기다림의 기쁨은 대상이 왔을 때의 감격에 있기보다는, 오히려 기다린다는 행위의 그 끈질김에 있는 것 같다. 기다릴 무언가가 있을 때, 비로소 행복하다. 그 대상에 집중하며 모든 감각이 깨어나고, 모든 권태가 사라지고, 세계는 서늘하게 선명해진다.


기다릴 때,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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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 컬렉터 링컨 라임 시리즈 11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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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극물 문신으로 사람들을 죽이는 범인은 본 컬렉터의 모방범인가?

본 컬렉터를 잇는 잔혹한 살인마 등장!

전신마비 천재 범죄학자 링컨 라임 VS 피부와 독에 탐닉하는 문신예술가 스킨 컬렉터

 

링컨라임은 법과학자이자 반신불수 환자이다. 뉴욕시경 감식반의 유능한 인재였던 링컨라임. 지하철 사고 현장에서 감식을 하다가 무너지는 지붕에 깔려 척추가 부러져 사지마비환자가 된다. 그는 얼굴과 어깨, 왼손 검지만을 움직이는 장애인이 되고, 지하철 건설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벌여 어마어마한 손해배상액을 받는다. 하지만 경찰을 그만두게 되고, 아내와 이혼까지 하게 되며, 똥오줌을 받아주는 도우미만 곁에 둔 채 타운하우스에 칩거한 채 모든 인간관계를 끊고 무기력하게 살아가게 된다. 하루하루 자살과 안락사만 생각하는 링컨라임. 어느 날 그는 자문 법과학자로 살인사건을 맡게 된다. 증거자료를 보며 치밀하고 극악한 살인마들을 발이 아닌 두뇌 쫓는다. 그들과의 숨막히는 두뇌싸움에 희열을 느끼며 다시금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링컨라임. 물론 그를 둘러싼 뛰어나고 개성만점인 동료들과 그의 발이 되어 현장의 증거를 수집하고 탐문하는 모델 출신의 매력적인 여형사 아멜리아 색스로 인해 타운하우스는 더 이상 칩거공간이 아닌 csi 기지같이 변화한다. 모든 인간관계를 끊었던 그는 다시 동료애와 사랑을 느끼며(아멜리아 색스와 연인으로 발전) 인간답게 살아가게 된다. 이 이야기가 제프리 디버의 <링컨라임시리즈> 이며 그 첫 이야기가 <본 컬렉터>이고 최신작이자 11번째가 <스킨 컬렉터>이다.

 

<본 컬렉터>는 뉴욕 공항에서 택시기사로 가장한 살인자 본 컬렉터가 등장한다. 그는 시체의 살을 발라내고 뼈만 남긴 시체를 남기며 경찰을 우롱하듯 사건현장에 다음 타겟이 될 희생양에 관한 정보를 남겨둔다. 전작에 대한 언급을 하는 것은 이번 11번째 시리즈인 <스킨 컬렉터><본 컬렉터>의 모방범 같은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이제 스릴러의 거장 제프리 디버의 최신작 <스킨 컬렉터>에 대한 내용이다.

 

뉴욕 소호의 한 옷가게의 여직원이 지하실에서 납치를 당한다. 잠시 후 그녀는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다. 살해된 것이다. 시신의 복부에는 알 수 없는 수수께끼의 글자가 새겨져 있다. 헌데 이 문신이 잉크가 아닌 독극물로 새겨진 것. 즉 일반적인 총상, 자상이 아닌 문신에 의한 독살이다. 전문가의 솜씨로 새긴 문신은 'the second'. 연쇄살인을 뜻하는 것인가? 또한 깨끗이 청소된 사건 현장에 범인이 유일하게 남긴 단서인 종잇조각. 범인이 도서관에서 찢어서 남긴 힌트는 <연쇄 도시들>이라는 책의 일부이다. 바로 링컨 라임이 해결했던 <본 컬렉터> 사건의 내용이 담긴 책. 본 컬렉터와 연관된 모방범인 것일까? 뼈를 숭상해 시체에서 살을 발라 뼈만 남겨둔 <본 컬렉터>의 미친 살인마에게 영감을 받은 스킨 컬렉터인 지하의 남자’. 납치 후 독극물 문신으로 사람을 죽이는 살인마의 등장에 뉴욕은 공포에 휩싸인다. 한편 <콜드문>에서 화려하게 등장한 링컨라임의 최강의 적인 시계공이 죽는다. 감옥안에서 심장마비로 생을 마감한 것이다. 신원을 계속 옮기며 전 세계를 누비며 청부살인을 했던 최강의 적. 한때 성형으로 얼굴을 바꾸어 링컨라임의 타운하우스까지 침입해 링컨라임을 죽이기 직전까지 몰아간 적. 링컨라임이 인정하고 내심 자신과 대등하다 평가한 적수의 죽음에 링컨라임은 복잡한 심경에 휩싸이는데...

 


- 미국 스릴러의 거장 제프리 디버의 대표작 <링컨라임시리즈>11번째 이야기.

최고의 스릴러 시리즈 <링컨라임 시리즈> VS <해리보슈 시리즈>

 

제프리 디버의 <링컨라임시리즈>는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보슈시리즈>와 양대산맥을 이루며 스릴러 시리즈로써 최고의 시리즈임은 명실상부 부정할 수 없는 이야기이다. 아마 스릴러 매니아들이 아니더라도 이들의 시리즈를 들어보거나 접해본 이들은 많을 것이다. 그 정도로 이미 영화화와 미드화(본컬렉터:영화, 보슈:미드,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영화)로 널리 알려진 유명 시리즈들이다. 참고로 시리즈마다 기발한 소재와 다양함을 보이며 증거위주의 두뇌 플레이물을 선호하면 <링컨라임시리즈>를, 발로 뛰며 하드 보일드한 거친느낌의 안티 히어로물을 선호하면 <해리보슈시리즈>를 추천한다. 어찌됬건 스릴러의 대표 두 시리즈중 하나인 <링컨라임시리즈>는 사건이 발생하면 사건 현장에 나가 증거를 관찰, 수집하지 않고 (침대에 누워 아밀라아 색스에게 지시를 내려 그녀가 대신 발로 뛴다)오로지 주인공의 천재적인 추리만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안락의자 탐정’ 형식이다.  그래서 '셜록홈즈의 안락의자 탐정행' 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 '셜록홈즈의 안락의자 탐정행'

'CSI의 법의학 과학수사, 팀플레이'

'하우스의 괴팍하고 천재적인 주인공'

'조올로클린의 정신과 육체의 파괴'까지...


개인적으로 미드에 비교하면, 작은 증거물을 놓치지 않고 과학적으로 분석하며 증거를 기반으로 접근하는 수사방식과 개성있고 각각의 능력을 가진 조연(팀원)들은 미드 CSI 혹은 본즈를 떠오르게 하며, 장애를 가지고 사람들을 배척하며 비관적이고 괴팍한 성격을 가지지만 기발하고 천재적인 주연(링컨라임)의 두뇌 플레이는  미드 하우스를 떠오르게도 만든다. 또한 얼마전에 골드대거상을 수상한 <라이프오어데스>의 마이클 로보텀의 시리즈인 <조 올로클린 시리즈>의 주인공은 파킨슨병을 가졌고 정신과 육체가 무너지는 가운데 범인의 심리를 추리하는 임상심리학자인데 이 점도 어떻게 보면 <링컨라임시리즈>와 비슷한 면모를 가지고 있다. 많은 것과 비교했지만 사실 원조격은 제프리 디버의 <링컨라임시리즈>이다. 앞서 언급한 것들을 재미있게 보았다면 이 시리즈 역시 놓쳐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 신선한 소재에서 비롯된 기발한 살해 방식,

복잡하고 섬세한 트릭, 작은 것도 놓쳐서는 안되는 복선

'자연스러움'을 넘어선 '인위적인' 반전의 향연


<링컨라임시리즈>의 11번째 <스킨 컬렉터>는 잔혹한 살인마의 독특한 연쇄살인방식이 인상 깊다. 문신을 통한 독살이라는 점이 역시 그의 전작 시리즈들 답게 기발한 살해 방식으로 지루할수 있는 시리즈물에 신선함을 더한다. 또한 <링컨라임시리즈>중 최악의 살인마이자 최고의 두뇌 플레이어인 '시계공'의 죽음과 초기작<본 콜렉터>를 떠올리게 하는 범인의 행적은 초기작을 그리워하는 많은 팬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며, 동시에 손에 땀을 쥐게하는 정신 없는 독자몰이로 페이지를 넘기게 한다. 제프리 디버의 <링컨라임 시리즈>는 신선한 소재로 인한 기발한 살해 방식, 복잡하고 섬세한 트릭, 전혀 예상치 못한 작은 증거들의 결합과 거기서 오는 복선, 여태껏 맛보았던 '반전'은 허무맹랑하게 여길정도로 미칠듯한 반전의 연속이 특징이라 볼 수 있다. 이번작에서도 그 면모는 여지없이 드러난다. 간혹 그의 계속되는 반전이 '인위적'이라고 비평하는 목소리가 있는데, 사실 다르게 생각하면 스릴러 소설이 '자연스럽다'라는 것이 오히려 더 재미를 반감하게 만드는 요소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자연스럽다'는 그만큼 독자가 작가가 깔아놓은 단서와 플롯을 완벽히 따라가며 어느정도 예상가능하기 때문에 느끼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인위적'이여도 좋다. 아니 '인위적'이여야만 한다. 역시나 이번에도 놀랍도록 '인위적인' 그의 소설은 내'자연스러운' 예상을 빗나갔기 때문에 감탄했고 쾌감이 있었고 희열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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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나폴리 4부작 2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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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된 사회속에 내던저진 두명의 여인.

그녀들의 파란만장한 인생과 우정, 역사가 담긴 대서시시.

보편적이지만 특별한 두 여인의 우정, 그리고 삶!

 

나폴리 4부작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60년대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둔다. 당시의 시대상은 가부장이 극에 달했고 그에 따라 여성의 권리는 바닥이었으며 지금처럼 자유롭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두 여인 릴라와 레누의 삶, 고난, 우정, 사랑 등을 이야기한 소설이 나폴리 4부작이다. <나의 눈부신 친구>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떠나간 자와 머무른자>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로 구성된 이 이야기는 두 여인의 60년에 걸친 일생에 관한 이야기이다.

 

전작 <나의 눈부신 친구>에서는 릴라와 레누 두 여인의 유년기부터 사춘기 까지의 우정에 초점을 맞춰 진행된다. 이 이야기는 이어지는 이야기임으로 잠깐 언급을 하자면 이렇다. 나폴리의 가난한 동네에서 자란 릴라와 레누는 서로에게 가장 친한 친구이다. 그들은 서로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절친한 사이이지만 그들 사이에는 묘한 감정의 기류가 존재한다. 그들은 항상 함께 했기에 친우이자 라이벌이기도 했다. 경쟁관계에 놓이다 보니 우정은 존재하지만 질투심도 존재했다. 애증. 그들의 관계는 그렇게 볼 수 있다. 릴라는 타고나길 명석하고 영리해 학교에서 1등을 차지하는 모범생이다. 릴라의 비해 타고난 것은 없으나 노력으로 자신의 빈곳을 매우는 레누는 릴라를 앞서고 싶지만 항상 릴라의 뒤에 서게 된다. 또한 자랄수록 릴라는 아름다워지고 모든 남성의 시선을 독차지 하게 된다. 레누는 릴라와 자신을 비교하며 열등감과 자괴감에 빠져든다. 한편 릴라는 명석한 두뇌를 가졌으나 구두수리공의 딸이라는 경제적 빈곤과 그 당시의 가부장적인 시대상 때문에 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없다는 현실에 좌절한다.

 

이어진 <나의 눈부신 친구>에서는 두 친구가 같은 길을 걷다 다른 길을 걷게 되는 과정이다. 성인 여성으로써 두 여인은 성장하게 되는데 그 길이 판이하게 다르다. 전작에서 레누는 내적인 절망감에 시달렸고, 릴라는 외적인 절망감에 시달려야만 했다. 이어진 이야기에서도 그들의 삶은 순탄치가 않다. 전편에서 학업을 포기하고 일찍이 결혼하게 된 릴라. 릴라는 구두수선공인 아버지의 일을 도와 구두를 만들었고 그 구두를 비싼 값에 산 식료품점 주인인 스테파노는 릴라에게 반해 행복한 미래를 약속한다. 하지만 릴라의 정성과 열정이 담긴 구두는 스테파노의 사업 수단이 되어 나폴리의 마피아 조직인 카모라와 연관된 솔라라 형제에게 넘어가고, 이를 결혼식장에서 알게 된 릴라는 스테파노에 대한 배신감에 분노를 터트린다. 아름다운 신혼여행이 되어야만 하지만 릴라와 스테파노는 크게 다투게 되고 스테파노는 이성을 잃고 릴라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급기야 강간까지 하게 된다. 처음 스테파노와의 결혼당시에는 뭇 여성들이 부자와 결혼하는 그녀를 부러워 했지만 그녀는 이제 천박하고 폭력적인 남편을 둔 여자가 되었다. 경제적으로 부유하나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성향의 그녀는 남편의 억압과 남편의 폭력이 남자답다고 칭송하는 주위의 반인륜적인 분위기에 점점 자신을 잃어가게 된다. 한편 레누는 공부를 계속하면서 자신보다 늘 뛰어났던 릴라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려 애쓴다. 반면 릴라는 옹졸하고 남성우월적인 동네에서 벗어나 공부를 하고 꿈을 이루는 레나를 부러워한다. 이런 가운데 레나가 짝사랑해온 니노가 등장하고 릴라는 지긋지긋한 결혼생활을 벗어나 니노와 위험한 일탈을 하기에 이르는데...

 

 

- 우정(성장) 소설도 되지만 페미니즘 소설이기도 한

 

이 소설은 여성의 우정을 이야기 하는 소설이다. 하지만 단순히 우정만을 이야기 하지는 않는다. 험난한 시대와 모자란 환경에서 분투하는 여성의 삶이 아슬아슬하고도 안타깝게 드려졌다. 즉 불모지에서 극적으로 피어나는 한 떨기 꽃 같은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 소설에 페미니즘 소설이라 붙인 이유는 전반적으로 불쾌감이 들 정도의 남성우월적인 시대상을 배경으로 두었기 때문이다. 릴라는 신혼여행날 남편에게 폭력과 강간을 당하지만 주위의 시선은 피해자인 그녀를 탓하거나, 그녀를 때린 남편이 남성성이 훌륭한 남자로 인정하는 태세가 그려진다. 가난과 가부장문화로 인해 뛰어난 역량을 무시당하고 학업을 포기해야만 했던 어린 시절에 이어 성인시절도 폭력과 억압이 끊이질 않는다. 하지만 릴라는 거기에 순응하지 않는다. 니노라는 남자를 만나 사랑하게 되고, 친구인 레나의 공부를 돕는다. 항상 다른 길을 모색하고 다른 인생을 그려나가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엘레나 페란테의 <홀로서기>란 작품이 있는데 남편으로부터 일방적인 이별 통보를 받고 마음에 상처를 입은 여성이 자신의 삶을 되찾아가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작가성향인지 남성으로부터 상처 입은 여성의 심리와 상황 그리고 그것을 이겨내는 과정을 담담한 문체지만 엄청나게 역동적인 스토리로 풀어내는 면이 이 소설에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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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중간의 집 사건 3부작
가쿠타 미츠요 지음, 이정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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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하게 어긋나기 시작한 부부 및 가족관계,
그리고 타인의 범죄를 통해 반추하는 자신의 일상
더 깊고 더 농밀한 수준 높은 서스펜스
“사랑하는 딸을 죽인 엄마는 나일지도 모른다!”

리사코는 세 살된 딸아이를 키우는 엄마이자 평범한 전업주부이다. 전에는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며 나름 인정받은 그녀였지만 다른 여성들처럼 아내가 되고 아이가 생기면서 전업주부로 전향한 것이다. 결혼 당시에는 일을 그만둘 생각이 없었지만 뜻하지 않게 결혼 후 바로 임신을 했고 극심한 입덧과 빈혈로 반강제로 자신의 커리어를 접어야만 했다. 그 이후 지금까지 육아에 대한 스트레스는 여전하나 퇴근 후 아이를 돌봐주는 자상한 남편, 고집이 세지만 사랑스러운 딸아이로 인해 힘든 시기를 스스로 잘 견디고 있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이렇게 스스로 나름의 만족을 하며 살아가는 리사코. 헌데 이런 그녀의 일상에 균혈이 가기 시작한다.

시작은 형사재판의 보충 재판원으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작년쯤에 재판원 제도 공문이 온 것을 반송하지 않은 탓에 수락된 것으로 간주된 것이다. 리사코에게 배정된 사건은 영유아 학대사 사건. 도쿄 도내의 삼십 대 여성이 물 받은 욕조에 생후 8개월 된 딸을 떨어트렸고, 퇴근한 남편이 발견하고 구급차를 불러 딸을 병원에 데려갔으나 이미 사망한 사건이었다. 아기 엄마는 ‘울음을 그치지 않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떨어뜨렸다’고 사고가 아닌 고의였음을 인정했고. 그녀는 살인죄 혐의로 체포되었다. 이 사건은 이미 리사코가 알고 있는 사건이었다. 아동학대 뉴스는 매일같이 있으나 훈육상 때린다거나 몸을 흔드는 정도가 아니라 물속에 빠뜨려 자신의 친딸을 익사 시켰다는 내용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사건임으로.

어떤 싸움이건 간에 양측의 말을 모두 들어야 한다는 말처럼 이 사건을 두고 첨예한 갈등과 반론이 일어난다. 법정에서 검사측은 피고가 악랄하고 피도 눈물도 없는 여자로 살해의도를 가진 살인사건으로 말하고 반면 변호인은 피고가 연약하고 가여운 엄마이기 때문에 벌어진 안타까운 참극이라 말한다. 사건을 두고 재판원들의 생각도 각각 다르다. 이런 복잡한 가운데 무엇보다 복잡한 것은 리사코의 심리상태이다. 같은 엄마로써 피고를 짐승만도 못한 인간으로 어떻게 자신의 딸을 돌보기는커녕 죽일수 있을까 싶었지만 피고를 알면 알수록 공감할 수 없는 사건에 스스로를 대입하여 점점 피고와 자신이 동일시 되어감을 느낀다.

리사코는 피고가 자신과 비슷한 환경에 놓여있음을 알게 되고 점점 그녀를 이해하게 된다. 피고를 향한 혐오감과 분노는 어느새 동정과 연민으로 바뀌어져 간다. 그리고 그동안 잊고 있었던 과거를 하나 둘씩 떠올리게 된다. 모유로 키워야 한다는 시어머니의 주장에 모유가 잘 나오지 않아 남편에게 푸념을 하면 남편은 시어머니를 감싸기만 하고, 보건사와 의사는 아이를 평균치로 비교하는 등 혼자 육아와 살림으로 고군분투하고 있을 때, 주변에서는 그녀에게 위로가 아닌 칼날 같은 언행들을 쏟아 내렸고, 리사코는 지금까지 그것에 대한 분노를 무의식중에 품고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경악을 금치 못한다. 어쩌면 리사코 자신도 그 피고처럼 딸아이를 살해했을지도 모른다고, 아무도 이해하지 못한 그 피고를 리사코만은 이해하게된다.

 

이 소설은 리사코의 육아 일상과 재판 과정을 교차하며 보여준다. 영유아 살해사건을 제외하고는 끔찍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평범한 한 주부가 겪는 지극히 일상적인 언행이 주는 분노와 상처를 접할 수 있다.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눈치채지 못하는 은밀하고 계산적인 괴롭힘, 말의 애매함과 다양성으로 칼보다 무서운 혀의 놀림은 어느 공포소설 보다 서늘하고 찝찝하고 참담하다. 괴롭고 충격적인 살인사건의 주인이 바로 당신이 될 수 있다. 언덕위의 집들 중 가운데 그 집이 당신이 집이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작가는 한 여성의 심리로 독자들이 공감할 수 없는 끔찍한 사건에 공감을 하게하는 무섭게 압도적이며 고약한 소설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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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화 - 요괴의 꽃
김선정 지음 / 뮤즈(Muse)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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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북쪽의 설산.
그곳에는 아주 아름다운 요괴들이 살고 있다.
“나는 너를…… 아주 오래 기다렸다.”
북쪽의 요새를 다스리는 두령, 무연.
운명의 장난인지, 무연이 찾아낸 요화는 평범한 인간 여인인데…….
운명처럼 조우한 북쪽의 요괴 무연과 무연의 요화로서 태어난 인간 홍이.
요괴와 인간, 그들이 그려내는 매혹적인 꽃과 같은 이야기.

(스포 30%)


#요괴남주#인간여주#삼각관계(남1여2)

#동양로맨스#로맨스판타지#요괴와요화

#순수남#지조남#능력남#여주한정다정남

#순수녀#솔직녀


태어나자마자 인간과 요괴의 거래로 인해 따뜻한 집안이 아닌 차가운 제단에 받쳐져야만 했던 홍이. 이를 가엾이 여긴 할아버지는 갓난쟁이 홍이를 주워다 친손녀처럼 키우게 되고. 홍이는 깊은산속에서 할아버지의 따뜻한 사랑으로 구김살 없이 바르고 솔직한 여인으로 자라나게 된다. 하지만 그런 할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게 되고 홍이는 할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마을로 내려가기로 한다. 마을로 내려가는 길, 어두운 밤 깊은 산속, 홍이는 그만 산적을 만나게 된다. 그때 산적의 손아귀에서 그녀를 구해주는 이가 나타난다. 헌데 그 이의 생김이 아름답고도 신비롭다. 일렁이는 금빛 머리카락에 깊고 푸른 물색 눈을 가진 사내. 인간 같지 않은 아름답고도 매혹적인 자태. 그는 사람의 생기를 먹고사는 요괴였던 것. 그는 태초의 어둠에서 태어난 북쪽 요괴 두령인 무연이다. 사람이 아닌 요괴인 무연을 보고도 도망가지 않은 홍이. 두려움에 다리가 굳어진 것이 아니라 왠지 그의 곁에 머물고 싶은 홍이. 그런 홍이가 오히려 신기한 무연. 그녀가 신기한 무연은 그녀를 살펴보게 되고, 그녀의 눈동자가 붉은 빛을 띤 것을 발견한다. 그녀의 눈과 그녀의 내력을 살펴본 무연은 홍이가 자신의 요화임을 확신하게 된다. (요괴의 두령에게는 반려가 있고 그 반려가 있어야만 요괴는 제 힘을 발휘한다. 이 반려는 새로운 두령과 동시에 세상에 태어나게 되는데 여직 무연의 반려는 소식이 없었던 것. 요괴의 반려=요화) 그렇게 무연은 오래 기다려온 반려 홍이를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무연은 자신의 반려 홍이를 요괴들의 요새로 데려간다. 요괴들은 두령과 같이 온 반려 요화가 한낱 평범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녀를 요화로 인정하는 것을 두고 요괴들은 갈라서게 된다. 그리고 홍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요괴들 뿐만이 아니였다. 오래도록 무연을 마음에 품고 그의 곁을 지킨 여인이 있었던 것. 전대 두령과 전대 요화 사이에서 태어난 여인 화람. 그런 화람과 친구로 지내려는 홍이. 화람은 질투와 우정사이에 갈피를 못 잡고. 한편 얼음같이 차가운 요괴 무연은 여직 여인을 사랑해본 일이 없어 홍이를 두고 고민에 빠진다. 요화인 홍이로 강제로 취하고 싶지 않은 무연은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그녀에게 만큼은 따뜻한 남자가 되어가는데. 변해가는 무연을 지켜보는 화람은 결국 타오르는 질투로 홍이를 위험에 빠트릴 계략을 짜고, 북쪽의 결계는 금이 가고 다른 요괴들의 습격이 이여지는데... 시시각각 위험이 닥쳐오는 가운데 무연은 홍이를 지켜낼수 있을까? 인간 홍이는 요괴 무연을 사랑하게 될수 있을까? 운명 같은 만남이나 이루어질 수 없는 고난, 차가운 설산 그 한가운데 핀 꽃 같은 이야기...


-뱀파이어, 늑대인간에 질렸다면 이제 요괴에게 빠져보자! :드라마 도깨비 만큼 참신한 소재가 매력적인 로맨스판타지

요화-요괴의 꽃은 설정부터가 새롭다. 일단 로맨스+동양고전+판타지의 조합이 좋았고(서양판타지물, 회귀물이 많이 뜨는 현시점에 반가운 소식이다), 뻔한 뱀파이어나 늑대인간이 아닌 요괴라는 설정이 참신하다. 트와일라잇이 히트를 치고 그 뒤로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이 물밀 듯 쏟아져 나왔는데 그중에 동양고전느낌에 요괴라는 설정인 요화는 그 새로움만으로 충분히 읽어볼만한 소설이다. 그리고 그 새로움만큼 좋았던 것은 등장인물의 매력이다. 차갑고 카리스마 있는 남자주인공이 알고 보면 운명적인 상대 요화를 기다려온 순수남. 냉혈한 요괴가 사랑하는 인간 여인 앞에서는 한없이 따뜻하게 변하가는 모습이 서툴지만 여심을 저격하기에는 충분했다. 여인 홍이도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민폐를 끼친다거나 한없이 착하기 만한 답답한 여주인공이 아니라 지혜롭고 현명한 모습을 때때로 보여주어 두 남녀주인공의 합, 케미가 좋았다. 요즘 드라마 도깨비를 보면 도깨비와 저승사자로 로맨스 판타지의 새바람이 불고 있는 시점인데 요화 또한 그런 점에서 견주어 읽어볼만하다. 다만 좀 더 조연급의 활약이 두드려졌으면 하는 것(좀더 복잡한 관계가 있었음 한다.)과 무연이 사랑앞에서 서툴지만 그 서툰모습이 자칫 나약함으로 보일수 있는 점이 곳곳에 보여 약간의 아쉬움은 남는다. 하지만 설정자체로 충분히 참신하고 매력적인 소설임은 부인할 수 없다. 참신하고 매력적인 요화. 확실히 두근거리는 심쿵 포인트와 설정의 새로움이 있음으로 로맨스를 많이 읽어본 사람도 덜 읽어본 사람도 흠뻑 빠질 수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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