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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맨 ㅣ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13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추지나 옮김 / 레드박스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시즈쿠이 슈스케. 참 뛰어난 작가임은 틀림없다. '괴작이자 쾌작'이라는 평가를 받는 그, 스토리 자체는 사회문제나 법률, 범죄에 관해 무겁고 선이 굵은 스토리를 내세우지만 그 인물 하나하나에 생명을 불어넣은 듯 섬세하면서도 공감,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작품을 만들어 왔다. 일본드라마로 히트를 친 <불티>또한 한 범죄자가 그의 죄에 무죄를 선고한 판사 집에 들어가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처음에는 일반적인 이야기로 숨겨진 복수극이 있을줄 알았지만, 복수극보다는 그 범죄자로인해 이미 균열이 가있던 판사 가족이 무너지는 과정을 통해 가족이란 의미와 가족 구성원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공감가게 그려냈다. 이번에는 그에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8위와 서점대상7위 미스터리 베스트10 1위라는 영광의 타이틀을 준 <범인에게 고한다>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작품이다. 소재 또한 '보이스피싱' '아동유괴'라는 사회적 이슈가 될만한 묵직한 소재를 골랐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왜 이런 범죄를 저지르게 되나?'라는 인물하나하나의 심리와 그렇게 내몰리기까지의 과정을 안타까울 정도로 섬세하게 그려낸다. 과연 이번에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어떤 동요를 불러일으킬까?
“외롭기 때문인지도 몰라.”
“응?”
“저 사람, 보이스피싱이니 뭐니로 벌써 몇억 엔은 벌었을 거야.
그런데 우리 같은 놈들을 부추겨 일부러 위험한 다리를 건너려고 하지.
나는 돈이 목적이 아니라 자신의 재능을 내보이고 싶다거나,
세상을 상대로 단판 승부를 걸어 짜릿한 긴장감을 맛보고 싶다거나,
단순히 그런 걸 원하나 했는데…… 어쩌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
“외로워서 그런 거라고?”
“그렇지.”
- 동기도 목적도 없는 어둠의 비즈니스 설계자,
전대미문의 유괴 사업을 계획하다
도모키는 인생은 평범했다. 어릴적 불량한 아이들과 어울리며 사고를 치던 도모키의 동생 다케하루와는 달리, 그는 모범적이었으며 성적도 좋고 대학교도 명문대학을 입학했다. 모든것이 탄탄대로일것같은 평범한 그의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건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갑작스러운 교통사고 때문이다. 의지했던 부모가 한 순간 사라지고 남은 유산은 학비로 썼다. 그는 압박감을 가졌지만 다행히도 취업을 할 수 있었고 구직활동을 그렇게 마쳤다. 하지만 입사하기로된 회사의 경영악화로 내정된 일자리를 잃고, 그는 평범한 인생에서 서서히 나락으로 내려가게 된다. 제대로된 직장을 구하지 못하자 그는 프리터로 전락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가지만 그곳은 불량 기업이었고, 다른 길을 찾다보니 유연하게 발을 들인게 '보이스 피싱'이 되었다. 그는 동생과 함께 보이스 피싱으로 사기행각을 하게되지만 이 마저도 현장을 급습한 경찰에 의해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게된다. 체포된게 아니라 위기상황은 모면한 샘이지만 앞으로 무엇을 하며 먹고살아야만 할것인가? 이런 와중에 보이스피싱 영업소에서 만난 아와노라는 정체 불명의 사내는 위기를 맞은 도모키 형제에게 새로운 범행을 도모할 것을 권한다. 다름 아닌 '유괴사업' 아이를 유괴한다는 것에 반감을 가진 도모키였지만 동기도 목적도 없이 어둠의 비즈니스를 설계하는 아와노에게 설득을 당하게 되고 함께 유괴사업에 뛰어들게된다. 범인들의 타겟은 요코하마의 명문 과자회사 미나토당의 사장과 그의 어린아들. 그들은 사장만 풀어주고 아들의 몸값으로 금괴를 요구할 것을 계획한다. 한편 이 유괴사건의 수사 지휘를 맡은 형사는 뉴스 프로그램을 통해 공개수사를 펼쳐 연쇄 살인마 '배드맨'을 체포했던 마키시마 경시(범인에게 고한다의 주인공). 유괴단, 경찰수사관, 피해자 가족...각자의 목적을 위해 움직이는 이들, 과연 유괴사건의 결말은 어떻게 될것인가?
- '보이스 피싱' '유괴 범죄'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묵직한 소재
그러나 등장인물 하나하나의 사정과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해 내는 동요되는 주제
이 소설을 읽으면서 등골이 오싹해지면서 동시에 헛웃음이 나왔다. 난 2~3년전에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할뻔 했다. 그리고 한 일주일 전에도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았다. 당시 내 명의 통장이 대포통장으로 쓰였다는 검찰의 전화, 그리고 인터넷 접속을 하면 범죄자들이 미리 만들어 놓은 페이지에 떠있는 내이름의 출석요구서, 전화 넘어도 바쁜듯 울리는 사무실 전화 벨소리 남성들의 웅성거림. 모든것이 '아 큰일났다'라는 생각만 들게하는 정황이었다. 보이스피싱에 대해 잘 알고있었지만 그 당시에 범죄자들이 어찌나 치밀하고 정교하게 술수를 펼쳤는지, 나는 낚이기 직전까지 갔다. 주민등록번호와 이름 거래은행 통장계좌번호등등 모든것을 순순히 알려주고 천만원 입금 직전까지 갔다. 다행히 깨름직해서 인터넷 검색을 했더니 수 많은 피해자들이 올린 글과 같은 수법임을 알게되서 최후까진 가지 않았다. 이런 나이기에 이런 소재, 솔직히 범죄자는 전부 피말려 죽이기를? 바라며 읽었다. 그런데 왠걸... 역시 그는 묵직한 배경을 두지만 인물 하나하나의 사정과 심리에 관해서는 섬세하게 그려내다 못해, 동요와 안타까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젊은 형제가 왜 보이스피싱 사기단이 될수 밖에 없었는지, 그들이 내몰리게 되는 과정을 설득력있게 그려낸다. 범인의 입장에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작품이다. 또한 범인, 경찰, 피해자 가족이 각자의 목적을 가지고 속고 속이는 범죄소설 로써의 치밀한 구성과 속도감있는 경찰소설을 보여주지만 이 또한 그들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몰입할수있겠금 잘 그려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