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스 버티고 시리즈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지음, 최필원 옮김 / 오픈하우스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전 이런 기사를 봤다 '4년제 대졸자 정규질 취업률 10년 새 10.6% 감소' '취업을 못해 공무원 준비를 하다 비관한 20대 청년의 추락사' 등 이런 기사를 보면 '먹고 살기 힘들다'라는 말과 함께 한숨이 푹푹 쉬어진다. 취업을 하기도 힘들고 취업을 해도 정리해고, 부당해고 등 간당간당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지금, 이 책은 어쩌면 위험한 상상일수도 짜릿한 통쾌함일수도 암담한 비극일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읽은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액스>는 제목자체는 '도끼'를 의미하지만 은유적으로는 '정리해고'를 뜻한다. 대량 인원 삭감으로 인한 한 중산층 남자가 해고로 인해 어떻게 바닥까지 처참하게 끌어내려가는지, 그리고 그 밑바닥에서 재취업을 위해 어떻게 경쟁자들을 제거해 나가는지를 다룬다. 살인의 목적은 다른 스릴러처럼 '복수'나 '쾌락'이 아니다. 그저 '생존수단'일 뿐이다. 과연 우리는 이 같은 상황에 놓이면 한번쯤 이런 상상을 해보지 않았다고 자부할 수 있을까?



'그들이 앗아 간 건 내 인생입니다'



- 평범한 중산층 남자의 실업, 그리고 취업을 위한 경쟁자 죽이기

기막인 살인동기, 복수? 쾌락? 아니다. 단지 먹고살기 위한 투쟁일 뿐이다!



23년 동안 제지회사에서 일하는 중산층 가장 버크 데보레. 미국 전역에 불어닥친 경제불황으로 인원감축을 태풍을 맞게된다. 하루 아침에 20념 넘게 목숨받쳐 일한 회사에서 그야말로 도끼날로 댕강 머리가 잘린샘. 그렇게 어이없게 정리해고를 당한 데보레는 곧 취직이 될거라는 믿음으로 구직활동을 시작한다. 하지만 실업은 한순간이지만 재취업은 한평생 걸릴 것만 같은 분위기. 데보레는 2년동안 구직생활을 하지만 여전히 실직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창 돈이 들어가는 십대의 두 자녀, 꼬박꼬박 물어야 하는 주택 융자금, 점점 바닥나는 돈, 점점 불행해져가는 부부관계. 심지어 데보레는 아들이 원하는 것을 사주기 위해 절도에 손을 대기까지 한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재취업의 희망을 보이지 않고 초조해진 그는 통제불능 상태가 되버려 기막히고 엽기적인 계획을 세운다. 경쟁자 죽이기. 그는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고 가짜 구인 광고를 낸다. 사서함에는 동종업계의 경쟁자들의 이력서가 도착하고 그는 자신보다 더 젊고 잘생기고 유능한 인재를 추려낸다. 그들이 사라진다면 자신을 취업할 수 있을것이다. 데보레는 아버지가 남긴 유품인 권총을 들고 미국을 돌아다니며 경쟁자들을 제거하기로 하는데... 과연 그는 경쟁자를 모두 죽이고 취업에 성공할 수 있을까?




- 끔찍한 살인, 그러나 마음놓고 비난할수 없는... 진정한 살인자는 우리가 살고있는 현실이다


주인공 데보레는 너무나 평범했다. 20년 넘게 꾸준히 성실하게 일해온 직원이며 사랑하는 아내와 십대의 두 자녀를 두며 주택 융자금을 갚아나아가는, 우리네 평범한 가장이자 남편이자 아버지의 모습이다. 이런 그가 하루 아침에 정리해고라는 도끼날에 모가지가 잘린다. 그리고 취업이 안되자 '먹고 살기 위해' 도끼날을 들게된다. 그는 자신의 경쟁자들이 죽는다면 자신이 취업에 성공할거라는 믿음으로 경쟁자를 하나 둘씩 제거해 나가는데 그 동기 자체는 기막이고 황당하지만 그의 범죄행각과 그에 따른 심리는 현실적이고 치밀하다. 그렇기에 도발적이면서도 탄탄하다. 또한 사회 구조를 흔드는 정리해고의 민감하고 서글픈 폐해를 풍자적이면서 공감이가게 그려내는 것 또한 맹렬하고 날카롭다.

한 평범한 인간이 '복수'나 '쾌락'이 아닌 단지 중산층의 삶을 유지하고 싶다는 삶을 지키기 위한 '의지'와 더 이상 나락으로 떨어지고 싶지 않다는 공포를 벗어나려 하는 '투쟁'으로 인한 살해 목적은 기가 막히지만 마음 놓고 비난하다기 보다는 쓴웃음과 동정심과 약간의 공감까지도 이끌어 낸다. 여담이지만 수험생때 수능날때 나빼고 모두 독감이 걸려 나 혼자만 대학에 합격한다면?이란 어이없는 상상을 한 기억이 났다. 과도한 경쟁구도를 만드는 수험제도에 어이없는 상상을 하고 만 것이다. 

이 책 또한 살인자 자체를 비난하기보다 진정한 살인자는 비합리적인 사회 시스템이 아닐까? 라고 생각하게 되는 작품이다. 옳고 그름은 없고 오로지 불편한 현실과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액스>는 기발하고 기막히고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의 물살을 몰고 온다. 아주 드물지만 스릴러중에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 있는데 바로 그런 책이다. 스릴러에서 동기자체도 뻔하지 않고 기발하며 불합리한 사회를 꼬집는 맹렬함과 책장을 덮고난 후에 몰고오는 후폭풍같은 여운까지... 버릴게 없다면 이런 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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