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 되면 그녀는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예전에 엄청난 히트를 몰고 온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 이런 대사가 있었다. 사랑은 단순한 호르몬의 작용이며, 사랑의 유통기한은 2년이라고. 그렇다, 연애를 하면 호르몬이 분비된다. 호감이 생길때 도파민, 사랑이 빠졌을때 페닐에틸아민, 그 사람과 자고 싶어지는 옥시토신, 그리고 마지막으로 분비되는 엔돌핀. 하지만 2년이 지나면 호르몬 분비는 줄고 이내 사랑은 바싹바싹 말라버린다. 영원할줄 알았던 연애에 끝이 온 것이다.


"지금은 반짝반짝 거리겠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 똑같아.

그 여자가 지금은 아무리 반짝반짝 보여도

시간이 지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된다구... 지금 우리처럼.

진헌아... 그래도 갈래?"

"사람들은, 죽을 걸 알면서도 살잖아..."


- 내 이름은 김삼순-


그렇다. 사람 참 어리석다. 우리는 이미 알고있다. 사랑에 유통기한이 있다는 것을, 언젠가 그 끝이 오리란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시 새로운 만남을 가지고 다시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다. 그리고 연애의 마침표로 결혼을 한다. 알고는 있지만 대부분 하니까 하는 연애, 나이에 밀려서 하는 결혼. 이런 사랑에 관한 통설과 상식을 뒤엎고 연애에 유통기한이 있다는 사실을 정면에 내세운 소설이 있다. '사랑'의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연애가 사라진 세상에서 진정한 사랑의 형태가 무엇인지 투영하는 책. <4월이 되면 그녀는>이다.


 "사랑은 감기와 비슷하다.
감기 바이러스는 어느새 몸속으로 침투하고,
알아챘을 때는 이미 열이 난 상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 열은 사라져간다.
고열이 거짓말처럼 여겨지는 날이 온다.
누구에게나 피할 수 없이 그 순간이 찾아온다.
그 무렵, 하루는 말했다.
나는 언제까지고 후지 곁에 있을거라고.
아무런 의심도 없이 그 말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후지시로와 하루만 예외일 수는 없었다."


- 4월이 되면 그녀는 -



- 사랑한다, 사랑 받고 있다, 그것을 절실히 확인하고 싶었던 순간들!

사랑보다 편안함에 안주하는 연인, 사랑은 하지만 섹스리스인 부부, 그 누구와도 관계를 맺을 수 없는 사람, 

늦은 나이에도 다시금 사랑을 찾고싶은 엄마... 사랑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


​대학 3학년 파릇하고 풋풋한 그 시절. 사진부 동아리 부회장이었던 후지시로의 눈에 들어온 여자아이가 있다. 어딘지 모르게 신비로운 이미지의 옅은 분위기를 풍기는 하루. 후지시로는 그녀에게 한눈에 사로잡혔고 함께 출사를 다니고 밴드 공연을 보면서 차근차근 거리를 좁혀간다. 그리고 바다를 보러 가던길 뜻밖의 하루의 고백. 같은 마음이었던 후지시로도 간직해온 마음을 고백 하면서 둘은 자연스레 연애를 시작하게 된다. 절대 헤어질리 없을거고 당연히 영원히 함께 할것만 같았던 젊은 연인. 그러나 후지시로와 하루는 어느 연인처럼 헤어짐을 맞이하게 된다.


세월이 흐른뒤 정신과 의사가된 후지시로는 수의사인 야요이를 만난다. 연인으로써의 두근거림보다 몇 십년을 함께한것 같은 편안함이 있는 커플. 현재 그들은 웨딩플래너를 만나 일년 뒤에 있을 결혼을 준비 중이다. 이미 삼년째 함께 살고 있기에 결혼은 당연한 것 처럼 느껴지지만 야요이를 사랑하는지는 모르겠는 후지시로. 그런 그를 뒤흔드는 일이 벌어진다. 대학시절 연인 이었던 첫사랑 하루에게서 편지가 온것이다. 9년만에 연락을 한 그녀는 볼리비아의 새하얀 소금호수가 펼쳐진 우유니 사막에 있다는 소식을 전한다. 그 편지를 기점으로 하루와의 사랑을 회상하는 후지시로. 그리고 그의 약혼자 야오이는 약혼식을 앞두고 사라져 버리는데... 한편 사랑은 하지만 아이없이 섹스리스 부부로 살아가는 야요이의 여동생, 출중한 미모를 가졌지만 오래전 환자에게 느꼈던 사랑을 의사라는 양심때문에 거절한 뒤 마음이 매말라 버린 동료 나나, 오랜 결혼생활을 했지만 끝끝내 아내를 사랑할 수 없었던 후지시로의 아빠, 그런 남편을 놓아버리고 다시 사랑을 받고싶어하는 후지시로의 엄마. 사랑의 앞에서 방황하는 이들은 과연 어떤 결말에 도달할 수 있을까?



- 뻔하디 뻔한 스토리의 시작 "옛 연인의 편지, 결혼전 약혼녀의 실종, 흔들리는 남자"

그러나 솔직한 연애에 대한 정면돌파와 사랑을 잃어버린 사람들에 대한 명쾌한 해답.

'찰나'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는 독자에게 보내는 작가의 전언.


이 책은 가와무라 겐키의 장점이 아주 잘 들어난 책이다. 그는 통설과 상식을 뒤엎어 자신의 작품에 그것을 오롯이 투영하기로 유명한 작가이다. 그에게는 인생의 풀지 못한 숙제가 세가지 있는데 그것이 죽음, 돈, 사랑이라 한다. 모든 사람이 풀지 못한 숙제이기도 한 이 주제를 가지고 작품을 썼는데 이번에는 사랑을 주제로 한 것이다. 우리는 사랑이 영원할줄 안다. 사실 유통기한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 사실을 인정해 버리면 사랑의 결승점인 결혼 자체를 부정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사실을 외면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요즘은 추세가 많이 달라졌는지 사랑의 끝을 인정하는 분위기로 전환되고 있다. 늘어가는 이혼률과 '졸혼'(결혼을 졸업하다)을 보더라도 그렇다. 이런 시점에 이 소설은 환영받을 만하다. 사랑을 하진 않지만 편안함으로 결혼하려는 후지시로, 몇번의 결혼식 앞에서 도망치는 약혼녀 야요이, 사랑은 하지만 다른 상대와 몸을 섞으며 사는 섹스리스 부부, 직업의식과 사랑사이에서 고민하다 실패 후 다시 사랑을 하지 못하는 정신과 의사, 오랜 결혼생활을 하지만 결국 아내를 사랑하지 못한 후지시로의 아빠, 늙은 나이지만 아직 여자로써 사랑받고 싶어하는 후지시로의 엄마.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사랑앞에 흔들리고 불안해 하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그 설정이 요즘 있을 법한 이야기이다. 가와무라 겐지는 이런사람들을 위한 해답을 내렸는데. 참 명쾌하면서도 실천하기 어려운 것이다. 마치 평범하게 사는것이 가장 어렵다라는 말처럼. 만약 영원하지 않은 사랑앞에 고민이라면, 더 이상 나보다 상대방을 사랑하지 못해 고민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이야기는 재밌고 결론은 심플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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