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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가튼걸
사라 브리달 지음, 박미경 옮김 / 북플라자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시기의 흐름을 잘 탄 책은 흥행하기 마련이다. 말하자면,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건과 비슷한 주제로 출간되는 책은 주목받기 마련이다. 바로 저번주 <그것이 알고 싶다>라는 프로의 주제는 <포가튼 걸>과 비슷했다. 열한살 주희는 시각장애 1급과 뇌전증(간질)을 앓고 있고 부모는 주희와 주희의 쌍둥이 자매를 맹아원에 맡겼다. 하지만 얼마뒤 주희는 싸늘한 시체로 발견됬다. 몸에는 학대의 증거가 가득했고 맹아원측에서는 죽은아이를 수 시간 후 신고했다. 모든 정황이 타살을 가리켰지만 아이가 장애아란 이유로 사건은 여전히 미궁이며 충주성심맹아원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있다. 예전의 흥행한 영화 '도가니' 역시 2000년부터 5년간 발생한 청각장애아에 대한 성폭력과 학대를 다뤘다. 소설,영화화가 되었고 많은 이슈가 됬지만 수년이 흐른 현재도 '장애아'에 대한 보호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믿고 보는 출판사 "북플라자"에서 출간한 <포가튼 걸>은 정신 장애아의 실종과 죽음을 다룬다. 전례가 있지만 변화없는 사회적 분위기, 몸이 불편해서 어려서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 단순히 범죄소설로 치부하긴에 이미 가슴에 와버린 소설 <포가튼 걸>이다.
"두 소녀는 애초부터 잊힌 게 아니었어
그들은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부모 품에서 떨어져
그저 편하게 일할 방법만 찾는 사람들 손에 내맡겨졌던 거야
억울한 일을 당해도 항거할 수 없었고 나서서 도와줄 사람도 없었어" 367
- 기억에서 지워진 소녀들은 누구인가!
덴마크 국민작가 사라 브리달이 전하는 가슴아픈 미스터리!
<도가니><그것이 알고싶다:충주성심맹아원>처럼 전례가 있지만 변화되지 않은 참담한 이야기들...
총경은 새 특별수색팀을 꾸린다. 그리고 그 특별하지 않는 특별 수색팀에 배정된 여형사 루이세는 막막할 뿐이다. '쥐구멍'이라 불리는 좁디 좁은 사무실에서 좌천에 가까운 배정을 받은것도 억울한데 술이 떡이 된 에이크가 그녀의 파트너가 되버렸다. 더군다나 첫 사건은 이 녹록지 않은 환경은 아무것도 아니란듯 암담하기 그지없다. 숲속 호숫가에서 신원 미상의 여성 시신이 발견된다. 얼굴에 화상으로 추정되는 흉터가 있고 갈비뼈는 잔뜩부러져 폐는 짓눌린 시체. 사망원인은 추락사로 판단되지만 시체가 말하는 수많은 과거는 그녀가 평범한 삶을 살지 않았다고 말해준다. 루이세는 타살에 중점을 두고 수사를 시작하고 지문을 떠서 실종자 명단에 대조하지만 신원 파악이 불가하다. 결국 시신이 발견된 숲으로가 최초 발견자에게 탐문수색을 하기로 한다. 하지만 도착한 숲에는 또 다른 여성 시신과 버려진듯 방치된 채 울고있는 세명의 아이를 발견한다. 이 사건을 인계한뒤 뭔가 깨름직한 느낌을 받는 루이스. 그런 와중에 한통의 제보전화가 온다. 놀랍게도 첫번째 시신의 신원미상의 여자는 이미 31년전 17살의 나이로 사망신고가 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죽은 여자 리세는 쌍둥이로 메테라는 동생이 있고 같은 날 두 자매는 함께 사망신고가 되어있다. 쌍둥이 자매는 생전에 지적 장애인을 위한 시설 엘리스룬드에서 지냈고 '기억에서 지워진 소녀들'이라 불리웠다는데... 위조된 사망신고, 메테라는 쌍둥이 동생의 생존여부, 죽은 리세의 몸에 남겨진 수많은 폭행의 흔적, 그리고 그녀들이 '기억에서 지워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지적 장아애 시설 엘리스룬드를 둘러싼 비밀은 무엇일까?
- 충격, 울분, 연민의 3단계 (옮긴이) 를 나도 느꼈다!
묵직한 사회문제를 다룬 서늘한 북유럽풍 범죄 미스터리나
가볍고 빠른 진행과 인물의 인간미,백치미,연애감정,관능미 등 한편의 미드를 보는듯한 구성!
북플라자. 스릴러 출판계의 떠오르는 샛별과 같다고나 할까? 출간하는 작품마다 항상 평타이상은 치고, 굉장히 매력적이면서 신선한 작품도 많이 출간한다. 말하자면 '돈이 아깝지 않은' 책만 출간한다. 이번에는 덴마크 스릴러 작품이다. 북플라자는 신예작가를 잘 발굴하기도 유명한데 이번에 <포가튼 걸>을 쓴 사라 브리달 역시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이다. 하지만 덴마크 내에서는 국민작가라 평가받으며, 덴마크의 애거서 크리스티 라는 칭호까지 얻었다고 한다. 읽기 전부터 기대가 마구 솟구쳤다. 결론은? 역시 북플라자 답다!
<포가튼걸>은 공지영의 <도가니>, 그것이 알고싶다 <충주성심맹아원> 같이 '장아애'를 피해자로 다룬 소설이다. 하여 범죄소설, 미스터리 소설, 스릴러 소설이지만 사회파 추리소설같은 묵직함을 가지고 있다. 전례는 있지만 여전히 몸이 불편하단 이유로, 어리다는 이유로 학대, 방치, 유기되는 아이들. 그들의 숨은 이야기를 스릴러 소설답게 참담하고 끔찍하게 그려내 마주하고 싶지 않는 소설이다. 하지만 충격, 울분, 연민의 감정을 몰고 올 만큼 사회적 문제를 몰입감있게 다루었고, 장르소설답게 흥미로운 구성과 군더더기 없는 빠른 문체를 가졌기에 숨을 몰아쉬며 읽게된다. 주제 자체는 북유럽 소설같이 서늘하고 암울하고 묵직한 맛이 있지만 구성 자체는 미드나 영화 한편을 보는듯 가벼우면서도 알차게 꾸려나간다. 단지 사건뿐만 아니라 사건 중간에 또 다른 사건과 주인공의 과거나 배경 그리고 주변인물들의 이야기를 풍성하게 다루어 인물들의 인간미, 백치미, 연애감정, 유머 등 다양한 코드를 군데군데 껴넣어 처음부터 끝까지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긴 고속도로에 변화하는 아름다운 풍경을 배치에 여행길이 지루할 틈이 없다고나 할까? 만약 사회파 추리 소설같은 스릴러를 좋아한다면, 사건 뿐 아니라 인물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읽고 싶다면, 떡밥이 군데군데 뿌려져 주어먹는 재미를 알고싶다면 필히 읽어봐야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