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렸던 복수의 밤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성미 옮김 / 북플라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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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마루 가쿠를 떠올리면 항상 '소년범죄추리소설의 대가' '사회파추리소설의 명장' 등의 수식어가 떠오른다. 그 만큼 그의 작품이 사회를 비판하고 문제 의식을 제기 했기 때문이다. 사회성이 짙은 소재를 이용, 불합리한 현실을 고발하되 지루한 설교 따위가 아닌 흥미진진한 추리소설을 쓴 야쿠마루 가쿠. 그는 자신이 가장 관심있어하는 '소년범죄'에 대한 소설을 중점적으로 집필했고, 일본의 개정 소년법 통과에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이런 그의 시야가 좀 더 넓어지고, 약간은 현실과 타협하는 시점이 오게 된다.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이란 작품 이후로 그렇다. 사회적 메세지를 전하되 좀 더 무거움을 덜한 즐기기 위한 요소들이 충만해졌달까? 이번에 읽은 <기다렸던 복수의 밤> 역시 이런 그의 스타일 변화를 느껴볼 수 있는 작품이다.



"아라키 씨 덕분에 그 친구분이 변할 수 있었던 걸까요?"

"글쎄요. 다만 자신을 외면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 한 누구나 변할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얼굴에는 문신, 왼손은 의수. 32년 전 그는 모든 것을 버렸다.

그는 왜 거듭 '죄'를 짓는 것일까?

그리고 그가 저지른 마지막 '죄'란?


59세 가타기리 타츠오. 그는 5년의 복역을 바치고 출소를 한다. 상해, 강도, 유괴 사건을 저지른 그는 27살에 처음 교도소에 출입한 이후로 끊임없이 복역과 출소를 거듭하고 있다. 얼굴 한쪽에는 표범 문신, 왼손은 의수인 험악한 외모와 그가 저지른 흉악범죄들로 모두 그를 두려워하고 외면한다. 이 세상에서 그를 선뜻 받아주는 이는 그의 오랜 친구 기쿠치와 몇 년 전 사건을 담당했던 변호사 나카무라뿐이다. 출소후 아무도 받아주지 않는 가타기리는 기쿠치가 운영하는 선술집으로 향한다. 그리고 기쿠치에게 술 한잔을 청한다. 이런 가타기리를 보고 기쿠치는 복잡한 심경에 휩싸인다. 과거 가타기리는 가족없이 복지시설에서 어린시절을 보냈고, 젊은 시절에는 열심히 일하며 룸살롱에서 일하던 요코와 사랑에 빠졌고, 딸 히카리까지 두었다. 꿈에 그리던 가족을 이룬 가타기리가 '그 사건'을 계기로 나락의 길로 빠져든 것이다. 그리고 '그 사건'에 대해 자신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느끼는 기쿠치는 그를 볼 때마다 복잡한 심경에 휩싸일 수 밖에 없다. 가타기리가 방문한 몇 일 뒤 변호가 나카무라가 선술집을 찾아온다. 그리고 가타기리의 소식을 묻는다. 변호사 나카무라는 몇 전 가타기리가 출소 후 감사하다는 인사와 다음에도 잘 부탁한다는 묘한 말을 남기고 사라진 것을 말하며, 가타기리가 또 다른 범죄를 계획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을 하고 있다. 과연 가타기리는 다음 범행을 계획하고 있는 것일까? 가타기리를 나락에 빠트린 그 날의 '그 사건'은 무엇인가? 기다렸던 복수의 밤은 찾아 올 것인가?



- <돌이킬 수 없는 약속>에 사랑, 가족애, 우정 휴머니즘을 더한 이야기.

복수와 용서 대립된 소재는 여전함.

하나의 사건을 5명의 주변인물이 말하는 전개방식의 새로움.


야쿠마루 가쿠는 항상 비슷한 소재로 비슷한 이야기를 담아낸다. 나쁘게 말하면 스타일에 변화가 없는거고, 좋게 말하면 한 가지에 특화된 작가이다. 그가 '소년범죄'에서 점차 벗어나 좀 더 새로운 이야기를 담아내는 최근작들 중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이 있는데, 이 소설 역시 과거에서는 벗어나되, 최근 작품에서는 벗어나진 못한다. 즉 <돌이킬 수 없는 약속>과 비슷한 면이 보인다는 거다. 그는 이번에도 복수와 용서라는 대립된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썼으며, 주인공은 자신의 '과거'로 인해 현재의 삶에 위기를 겪는다. 그래서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을 재밌게 봤다면 이 책 역시 재밌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더' 재밌게 볼 수 있는 약간의 변화된 스타일이 보여진다.


이번에는 전작 <돌이킬 수 없는 약속>과는 다르게 자신의 과거로 부터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게 아니라, 과거에 얽매인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가 왜 그렇게 과거를 청산할 수 없는지, '기다렸던 복수의 밤' 때문에 새 출발을 하지 못하는지에 대해 그 까닭을 진한 휴머니즘과 연결시켜 이야기 한다. 사랑, 가족애, 우정 등이 있고, 무엇보다 가타기리의 부성애(속마음)는 울컥한 뜨거움을 몰고 온다. 처음에는 흉악한 범죄자이자 피의자로만 보였던 그의 이야기를 5명의 주변인물들로 풀어내는 형식 역시 새롭고 즐길만한 요소이다. 그의 삶이 한 순간에 뒤틀려 나락으로 떨어진 과정이 5명의 시선에 따라 퍼즐 맞추듯 전개되 추리에 온갖 이성을 집중시키지만,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 수록 연민과 안타까움이란 감성에 목이 따끔따끔 매어올지도 모른다. 과연 이 처럼 이성과 감성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추리소설이 얼마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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