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 하나만 들어줘
다시 벨 지음, 노지양 옮김 / 현암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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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예전 '스릴러' 라고 하면, '하드 보일러'가 대세였다. 강한 남성 주인공이 등장해 능동적인 추리와 과감한 액션, 거친 언행을 보이며 범인을 잡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전통성 있고 유명한 스릴러, 해리 보슈 시리즈만 봐도 그렇다. 하지만 요즘 장르물에 여성독자가 많아진 만큼, 스릴러에도 다양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 중 가장 대세가 '도메스틱 스릴러'이다. 도메스틱 스릴러는 보통 여성, 특히 주부가 화자인 경우가 많다. 가정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중심 소재로 삼으며, 우리의 일상적이고 사적인 영역에서 벌어지는 '관계'와 '비밀'에 관해 이야기 한다. 그러다 보니 지극히 현실적이고, 누구에게나 있을법한 친밀한 관계나 사소한 비밀이 문제가 되서 걷잡을 수 없이 커질때, 독자에게 흠뻑 빠져들수 있는 공포감을 선사한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 <나를 찾아줘> 등이 있다. 그리고 이번에 소개할 <부탁 하나만 들어줘>도 도메스틱 스릴러 형태를 보인다. 만약 도메스틱 스릴러를 좋아한다면, 이 책을 주목하자. 결코 후회는 없을 것이니.

 

"그 정보를 갖고 있는 사람을 믿을 수는 없다.

고해성사하듯 고백을 하면 나의 벌이 가벼워질 거라는 어이없는 생각을 했다.

나쁜 사람에게 그 고백을 했다. 그리고 이제 그 벌이 나에게 다가오고 있다.

... 그것도 나에게 해를 끼치고 싶어 하는 누군가가."  


-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 모든 것은 이 한마디에서 시작되었다.

친한 친구의 실종, 그리고 실종전 마지막 친구의 부탁.

나와 친구, 그리고 친구의 남편이 간직한 비밀, 그리고 치밀하고 계획된 각본들.


스테파니는 과거 남편과 의붓 남동생을 사고로 잃었다. 그리고 현재, 코네티컷 교외에서 다섯 살 아들 마일스를 키우는 싱글 맘이다. 스테파니는 다정한 남편이라던지, 우수한 커리어라던지, 부유한 재산이 있지 않다. 다만 사랑하는 아들과 아들과의 일상을 올리는 블로그만이 인생의 낙이다. 이런 그녀는 이미 '맘'들에게 나름 유명한 블로거로, 지지와 응원을 받고 있다. 그리고 이런 인생의 소소한 행복에 또 하나의 행복이 찾아온다. 외로운 그녀에게 친구가 생긴 것이다.

스테파니의 친구 에밀리는 아들친구의 엄마이다. 아들 마일스의 단짝 친구 니키의 엄마가 에밀리라서, 그런 인연으로 둘은 친구가 된다. 에밀리는 특별한 여자이다. 스테파니가 동경하는 모든 것을 가진 친구기 때문이다. 유명 디자인 회사를 다니고, 출산을 했다고는 믿기지 않을 처녀같은 몸매, 그리고 항상 화려하게 꾸미는 명품 의상과 소품들, 거기다 잘생기고 돈 잘버는 남편 숀까지. 에밀리는 고급저택에서 우아하게 살면서 여성으로써의 삶과 주부,엄마로써의 삶을 완벽하게 해내는 롤 모델같은 여자이다. 스테파니는 그런 에밀리를 동경하면서 그녀를 둘도 없는 친구로 대한다.

그러던 어느날 에밀리는 스테파니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한다. 자신을 대신해 아들 니키의 잠시 돌봐달라는 것이다. 에밀리가 워킹맘이기 때문에 간혹 퇴근이 늦어지는 날이면 니키를 부탁하곤 했다. 스테파니는 별 다를 것 없는 부탁이었기에 흔쾌히 그녀의 부탁을 들어준다. 그리고 어느날, 에밀리는 거짓말 처럼 사라져 버린다. 그 부탁이 친구의 마지막 말이 되버리고, 스테파니는 혼란에 휩싸인다. 에밀리는 왜 어떻게 사라진 것일까? 그녀가 스스로 사라진 것일까? 아님 누군가에게 납치를 당한것인가?

스테파니는 에밀리의 남편 숀에게 소식을 전하고, 출장 중이던 숀은 아내의 실종 때문에 집으로 돌아와 경찰에 신고하게 된다. 수사에는 진전이 없고, 스테파니는 에밀리 대신 그녀의 남편 숀과 니키를 돌보며, 에밀리의 행방을 찾기로 한다. 블로그에 에밀리에 관한 글을 올리기 시작하는 스테파니. 그리고 어느날 블로그의 글을 본 '누군가'가 전화를 한다. 과연 누구일까? 에밀리는 어디있는 것일까?


- 전형적인 도메스틱 스릴러의 전개를 따른다.

그러나 뻔한 키워드를 쓰되 알수없는 전개가 진행된다.


​도메스틱 스릴러의 전형적인 키워드를 뽑아내라면? #비밀 #과거사 #치정 #불륜 #배신 이다. 자, 이 모든것은 정말 전형적으로 쓰이는 소재이다. 스포라고 할 것도 없이 항상 일종의 '공식'처럼 쓰여왔다. 그리고 이 소설 역시 '도메스틱 스릴러'를 따르기 때문에 이 키워드를 충실하게 따른다. 친구 에밀리의 실종, 그리고 에밀리를 찾는 과정에서 가까워지는 스테파니와 친구의 남편 숀. 여기까지는 누구나가 예상가능한 이야기 이다. 그런데 에밀리의 실종과 죽음을 두고 벌어지는 계획과 스테파니가 숨겨온 비밀, 그리고 남편 숀의 속내까지. 인물들은 제 각기 자신만의 과거과 치부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친밀한 누군가에게 발설한다. 마치 고해성사처럼, 이로인해 그들은 서로를 의심하고 배신하기 시작한다. 이 과정을 세사람의 관점에서 1인칭으로 전개하는데 기막히기 짜여진 막장 반전 각본같다. 도메스틱 스릴러를 좋아한다면 꼭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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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온도 - 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하명희 지음 / 북로드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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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접속>이나 <유브갓메일> 같은 영화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직접 대면해서 사랑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통신매체를 이용해서 익명으로 대화를 나누다가 사랑에 빠지는, 당시 난 어쩌면 이게 진짜 사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첫 눈에 빠지는 사랑을 믿지 않았기에, 알지 못하는 사람과 사랑을 할 수는 없다고 믿어 왔기에. <사랑의 온도>에는 이런 생각을 가진 주인공 '현수'라는 여자가 등장한다. 그리고 그녀 역시 사랑에 대해 신중하기에, 다소 둔감하고 한발 늦은 성향을 가지고 있다. '사랑은 타이밍 이다' 라는 말처럼 그 타이밍에 발 늦어버린 여자가 뒤늦게 사랑을 깨닫고 누구보다 뻐근하게 아리고, 답답하게 움켜쥐는 사랑이야기. 이 책은 오글거리거나 두근거리는 '로맨스 소설'이 아니다. 운명과 사랑을 너무나 현실적으로 담아내는 우리들의 '연애 소설'이다.



이 작품은 인간이 서로를 사랑할 수 있느냐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된다.

사랑을 주고받는 과정에서는 상처 또한 주고받을 수밖에 없다.

상처는 사랑에 따르는 '필수사양'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상처를 받지 않으려는 사람은 피상적인 관계에 머물 수밖에 없다...

'피상적인인 소통'으로 인한 관계의 허약함이 이 시대 우리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당신은 사랑을 하며 고독을 견딜 수 있습니까?"



- 서현진, 양세종 주연. SBS 월화 드라마 <사랑의 온도>의 원작 소설

채팅으로 시작해 현실에서 만나게 되는 작가 지망생 '제인'과 요리사를 꿈꾸는 '착한 스프'의 서로를 향한 '짝사랑'


​큰 키지만 모델을 하기엔 무리가 있는 키, 여성적인 면과는 거리가 먼 평범한 여자 현수. 현수는 어릴적 부터 부모님이 서로를 사랑하는 모습을 지켜봐와서인지 사랑에 대해 별 감흥이 없다. 물론 매우 현실적이기에 언젠가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지금은 작가 지망생으로써 입봉을 하는 것이 우선이고, 사랑을 할때 늘 신중했기에 그 신중때문에 연애는 미뤄둔 상태이다. 반면 부잣집 딸에 예쁜 얼굴, 여성스러운 애교, 적당한 키로 모든 남성들의 선망의 대상인 홍아. 한 때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지만 남자의 배경이 부모님의 성에 차지 않아 헤어지게 된다. 그리고 이제는 조건 좋은 남자와 결혼하고 따로 연애는 하면 된다는 신조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전혀 공통점이 없는, 오히려 반대 성향을 가진 둘은 '친구'이다. 그리고 어느날 이 두 여자 사이에 한 남자 정선이 끼어듬으로써 둘의 관계는 급변하게 된다.

 현수와 홍아는 요리 동호회에 가입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착한 스프'라는 아이디를 가진 남자, 정선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오프라인 모임에서 서로 만나게되는 그들. 셋은 그렇게 친구가 된다. 하지만 홍아가 조건 좋은 의사와 결혼하게 되면서 남겨진 현수와 정선은 더욱 가까워 진다. 그리고 현수는 정선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왠지모르게 미묘하게 신경쓰인다. 그러던 어느날 정선은 현수에게 뜻밖의 소식을 전한다. "사귀기로 했어, 니가 그렇게 신호를 줘도 알아채지 못해서, 다른 여자를 만나기로 했어" 현수는 혼란에 휩싸인다. 그가 어떤 신호를 보냈는지, 그 뒤로 그 미묘한 감정들의 정체를 알아간다. 그것은 사랑이었다. 자신의 눈을 잘 마주 치지 못한 그, 내 이름을 먼저 알아챈 그, 집으로 초대해 밥을 해주고 한번도 같은 반찬을 내지 않았던 그. 사실 현수 모르게 정선은 계속 자신의 마음을 전달했던 것이다. 뒤늦게 사랑을 깨달은 현수. 현수는 정선에게 고백하지만 정선은 현수의 고백을 거절한다.

그리고 몇년후 그들은 다시 재회하게 된다. 현수는 작가가 되었고, 정선은 쉐프가 되었다. 꿈을 이룬것 처럼 사랑도 이루어 지면 좋으련만, 세월의 흐름만큼 많은 것이 변해있다. 현수의 옆에는 정수라는 남자가 있다. 그리고 정선의 옆에는 홍아가 있다. 경제력 외모 성격 모든것이 완벽한 남자 정수는 현수만을 바라보며 기다린다. 홍아는 사랑없는 결혼생활이 불행하다 그리고 다른 남자와는 다르게 자신을 떠받들지 않고 친구로만 봐준 정선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만,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해온 현수를 사랑한다는 정선의 말에 그 사랑은 집착으로 변해간다. 현수, 정선, 홍아, 정수. 흔들리는 4명의 청춘 그리고 사랑. 과연 이들의 사랑은 적정 온도를 맞출 수 있을까?      



- 각자의 끓는 점이 달라, 엇갈려 버리는 청춘들의 사랑과 관계 그리고 방황과 상처에 대한 이야기

드라마와는 많은 것이 다르다. 두근거리는 설렘도, 낭만적인 아련함도 없다. 드라마가 '분위기'를 내세웠다면 원작소설은 '현실감'을 내세웠다. '로맨스 소설'이 아니라 '연애 소설'이라는 명칭이 더 잘 어울린달까? 이 이야기는 4명의 청춘들의 사랑과 관계 그리고 방황과 상처에 관한 이야기 이다. 서로의 성향이 달라서, 조건이 달라서, 배경이 달라서, 그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랑의 속도를 맞춘다. 그러다 보니 서로 타이밍이 엇갈리고 운명의 장난처럼 지속되는 엇갈림에 서로를 향한 사랑이 아닌 서로를 그리워하는 짝사랑만을 하게된다.

달달하고 설레는 심쿵 유발 로맨스가 아니라, 너무 현실적이고 마음을 후려치는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콕콕 가슴에 박혀 안타까울수도 씁쓸할수도 있다. 물론 <사랑과 전쟁>을 오래 집필한 작가의 영향 때문인지, 불륜이나 과거사, 가족사, 집착과 이간질, 끝없는 기다림, 계속되는 엇갈림, 등 다양한 고비와 마지막 충격 반전도 있기에 내용 자체는 오르락 내리락 거리지만, 이것을 표현하는 현수의 성격이 신중하고 정적이라, 문장과 분위기는 다소 건조하고 냉담하다. 그래서 드라마에서는 흘려 들었을 명대사들이 꼭꼭 씹어서 읽힌다.

'사랑은 타이밍이다'라는 말을 잘 풀어낸 한편의 현실 연애이야기를 읽고 싶다면 읽어보자, 다소 드라마와 거리가 있지만 소설만의 매력은 한 잔의 소주같이 뒷맛은 씁쓸지만, 뭔가 콕 박혀오는 맛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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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 이유 버티고 시리즈
이언 랜킨 지음, 최필원 옮김 / 오픈하우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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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절대 포기하는 법이 없구만."

"그게 내 일이니까."

"하긴"

캐퍼티가 다시 클럽을 돌아보며 말했다.

"사업을 하다보면 원칙과 절차를 무시하고 넘어가야 할 때가 있잖아. 보나마나 자네도 그런 경험이 있었을걸."

리버스는 두 손으로 얼굴을 문질었다.

"나랑은 달라, 캐퍼티. 당신이 원칙과 절차를 무시하면 꼭 누군가가 피를 보게 되니까 말이야" 



- 한 여름의 화려한 페스티벌, 하지만 잔혹하게 벌어지는 처형식 살인.

곧이어 관광객들로 꽉 찬 도시에 테러가 예고되고... 

서로가 서로를 믿을 수 없는 복마전 같은 현실, 그러나 최고의 숙적과 함께 벌이는 공조 수사가 시작되는데...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는 한여름의 뜨거운 열기처럼 페스티벌 무드로 한껏 달아오른다. 국제적인 축제인 만큼 수많은 관광객과 현지인들로 붐비는 와중에, 한 지하도에서 참혹하게 살해된 남성의 시체가 발견된다. 피해자는 고속 라이플 같은 무기로 머리, 팔꿈치, 무릎, 그리고 발목에 한 발씩 맞은 흔적이 보인다. 잔혹하게 반복된 고문끝에 살해된 남성. 이 방식은 '식스팩'이라는 처단방식으로 특정 테러조직의 고문방식이다. 경찰이 되기 전 특수부대 훈련을 받았던 존 리버스는 많은 연쇄살인을 해결한 인물로, 이번 식스팩 사건 수사에도 합류하게 된다. 존 리버스는 다른 수사반에 참여했다가 페쇄적인 경찰 조직 시스템에 의해 수사에 난항을 겪은 경험이 있는지라, 이번 만큼은 거절하려 하지만 죽은 피해자 빌리가 그의 숙적이자 암흑가 보스인 빅 제르 캐퍼티의 숨겨진 아들이라는 사실에 수사에 참여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현지 수사원들의 냉담한 태도와 외면으로 어려움을 느끼고, 그는 옛 수사 멤버인 왓은, 홈스, 쇼반을 불러 함께 단서를 찾아나간다. 그리고 어쩌면 가장 커다란 키를 쥐고 있을지도 모르는, 암흑가의 보스 캐퍼티를 만나기 위해 감옥으로 향한다. 그리고 사건 해결을 위해, 최대의 숙적이자 자신이 체포한 캐퍼티와 일종의 '공조'를 하기로 하는데...


정말 아쉬운 스릴러 작가를 뽑자면? 단연 이언 랜킨이다. 그의 실력이 '아쉬운' 것이 아니라, 그의 실력에 비해 한국 흥행 정도가 '아쉽다'는 것이다. 이언 랜킨은 첫 리버스 시리즈를 1987년에 출간해 지금까지도 스코틀랜드의 국민작가로 인정 받는 작가이다. 영국에서 팔려나가는 전체 범죄소설 중 무려 10%가 존 리버스 컬렉션일 정도로, 한마디로 그는 '대박'치는 작가이다. 이런 그가 다소 한국에서는 '덜' 인기가 있다. 그의 초반작품 <매듭과 십자가>와 <숨바꼭질>이 옛날에 만들어졌고, 그의 신예시절의 작품이기 때문에 솔직히 캐릭터의 매력을 덜 보여주고, 시리즈 설정에 대한 정보와 설명이 많고, 수사 흐름이나 범인의 동기가 다소 어설프고 미지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가면 갈수록 폭발적인 스토리를 뽑아내는 작가이다.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이 시리즈를 포기하지 않는 것을 정말 다행이라 여기게 만드는 작가랄까? 해리 보슈나 해리 홀레에 비해 존 리버스가 평가 절하된 느낌은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다. 한국 독자들은 시리즈를 꼭 차례대로 읽으려는 경우가 있는데, 존 리버스 시리즈는 그의 대표작부터 읽는 것을 추천한다. 해리 홀레 시리즈의 대표작 <스노우맨>이 먼저 출간되 읽은 것처럼. 개인적인 사심과 네이버 평점 기준으로 보면,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이빨 자국>과 <검은 수첩>이다. ​그리고 <검은 수첩>을 읽었다면, 다음이야기인 <치명적 이유>를 카트에 넣는 클릭질을 결코 멈추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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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빌 백작의 범죄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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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와 비극의 경계에 선 발칙한 작품! 이라는 말에 현혹됬다.작가는 이 자품을 두고 비극인 동시에 희극이라 말했고
동화적 요소에 신화적 요소가 있다고도 말했다. 이 책을 읽은 분들을 이야기를 들어보니 고전소설같기도 하고 장르소설같기도 하다고 말씀하기도 했다. 전 세계 46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1천6백만부 이상을 판매한 책, 이 이야기는 많은 연령과 다양한 장르의 독자층에서

환영받은 소설이라 한다. <느빌 백작의 범죄>는 노통브의 24번재 소설로 날카로운 풍자와 동화적, 고전적인 사랑스러움이 있는 작품이라 한다. 그리스 원정을 나가기 위해 막내딸을 산 제물로 바친 아가멤논의 신화, 오스카 와일드의 아서 새빌경의 범죄의 플롯과 주제면서 많은 부분이 비슷하다. 아버지와 딸의 관계,그리고 욕망,운명,범죄,명예,기이함이 깃든 이야기이다. 내용은 가문은 파산으로 앞둔 느빌 백작은 언제나 그랬든 파티를 연다. 자신의 아버지가 명예에 사로잡혀 흥청망청 쓴것을 싫어했음에도 자신도 그와 같은 처지를 자처한다. 한편 정서적 불감증에 빠져 극단적인 쾌락과 유혹에 빠져든 딸 세리외즈, 그리고 세리외즈는 자신의 지옥같은 상황을 죽음으로써 해방시킬려고 한다. 어느날 이 세리와즈가 사라지고 숲에서 발견된다. 딸을 보호하고 있던 점집의 점쟁이는 이상한 예언을 한다. 곧 있을 파산 마지막 파티에서 그가 초대 손님 중 한 명을 죽이게 될거라는. 예언에 사로잡힌 백작은 불면에 시달리면서 자신이 초대한 손님중 살해하기 적합한 인물을 모색한다. 느빌 백작은 점쟁이가 정해준 운명에 따르는 기괴한 스토리가 이어진다. 헌데 여기서 더 기이한 일이 벌어진다. 딸 세리외즈가 아버지 느빌백작에게 자신을 죽여달고 부탁을 하게 된 것이다. 이야기는 말 그대로 괴물같다. 비극적 운명, 고통에 몰두하는 거센 충동, 고매한 인격을 자부하지만 알고보면 부도덕한 행위를 하는 불류에 대한 이야기. 고전 장르를 좋아하고 신화나 전설적인 이야기, 장르 소설을 좋아한다면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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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바키 문구점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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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의 카톡 하나면 모든 연락이 끝나는 시대, 모든 것이 빠르고 간편한 디지털 시대인 지금, 때론 아날로그 감성이 그리워지는 순간이 온다. 한적한 외곽 산속에 위치 한 카페, 낡은 종이냄새와 무너질듯 쌓아올린 중고책이 가든한 책방, 작은 마찰음으로 음색이 맑지 않은 커다란 LP판 등. 조금의 불편함과 세련미와는 동떨어진 것들. 하지만 이것들이 주는 편안함과 정겨움은 남다르다. 감성이 충만한 가을, 후질근한 슬리퍼와 목이 늘어난 T 같은 소설이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서 추리를 빼고, 각각의 사연으로 인간애를 더욱 농축한 작품, 누군가를 위해 대신 편지를 써주는 한 '대필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촌스럽지만, 낡았지만, 가슴 한 구석이 따뜻해져오는 이야기 쌀쌀한 가을 <츠바키 문구점>으로 마음을 데워보자.



"자기가 직접 만든 것이 아니어도, 제과점에서 열심히 골라 산 과자에도 마음은 담겨 있어.

대필도 마찬가지야. 자기 마음을 술술 잘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은 문제없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을 위해 대필을 하는 거야. 그 편이 더 마음이 잘 전해지기 때문에.

네가 하는 말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세상이 좁아져.

옛날부터 떡은 떡집에서, 라고 하지 않니. 편지를 대필해주길 바라는 사람이 있는 한,

우리는 대필업을 계속해나간다, 단지 그것뿐이야"


    

- 누군가의 마음을 대신 전해주는 '대필가' 포포의 이야기

간직한 마음이 써지는 순간, 편지가 전하는 위로가 만드는 소소하지만 뭉클한 기적


가마쿠라에 유서깊은 문구점이 있다. 문구재료도 팔지만 대필업으로 유명한 곳, '츠바키 문구점'이다. 무려 에도시대부터 여성 서사들이 대대로 편지를 대필해온 이 곳은 아메미야 집안이 운영하는 소박하지만 입소문으로 알려진 문구점이다. 연필을 있되 샤프펜슬은 취급하지 않는다는 고루한 원칙을 고집하면서, 대필의 종류는 주소쓰기부터 메뉴판까지 무엇이든 의뢰를 받는다. 포포는 이 소박한 문구점을 이어나갈 후손이다. 하지만 외국을 방랑하던 20대 후반인 포포는 대필가라는 직업에 흥미도 없을 뿐더라 오히려 반감을 가지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엄한 할머니 밑에서 대필가가 되기 위한 혹독한 수련 과정을 밟을 탓도 있지만, 사실 포포는 다른 사람인 척 편지를 쓰는 것은 '사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에 할머니는 제과점에서 열심히 산 과자에도 마음이 담겨있다는 비유를 하며,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마음을 대필해 주는 것은 진심을 전하는 또 다른 방법이라며 말한다. 이후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포포는 11대째 전해오는 가업을 잇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녀에게 뜻밖의 의뢰가 온다. 이혼 편지를 대신 써 달라는 것이다. 남자는 주변 지인에게 이혼을 알리는 편지를 써야한다. 15년의 결혼 생활을 했지만 전처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서 이혼을 결심한 남자. 일방적으로 아내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고 싶지 않기에,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말과 함께, 부인과의 마지막을 좋게 끝내고 싶다는 것이다. 자신은 감정이 북받쳐서 쓸 수 없으니 대필을 해달라는 의뢰인. 포포는 의뢰를 받고 고민한다. 그의 마음에 집중하여 그를 대변하려 한다. 겨울 밤하늘 같은 감색 종이와 15년 전 발매된 우표를 써서 남자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쓴다. 결국 의뢰인의 결혼 생활의 끝을 좋게 마무리해준 포포, 그리고 의뢰인은 좋은 끝이 끝으로, 좋은 시작을 하게된다. 그리고 또 다른 의뢰가 들어온다. 심각한 표정의 의뢰인은 돌아간 사람을 대신해 편지를 써 달라고 의뢰한다. 이 사람은 누구에게 어떤 사연으로 편지를 쓰는 걸까? 이번에도 포포는 의뢰인의 마음을 전할 수 있을까?



- '대필가'라는 독특한 직업이 주는 신선함과 의뢰와 치유라는 구조의 익숙함.

낡았지만 그립고, 촌스럽지만 정겨운 아날로그 감성을 충전시켜주는 이야기.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심야식당> 같은 차분하고 소박하지만 가슴 벅찬 힐링 소설.


이 소설은 신선함과 익숙함을 동시에 갖은 책이다. 대필가라는 직업이 주는 신선함에 첫 눈이 사로잡히지만, 상처받은 의뢰인과 그것을 대필로 치유해주는 주인공의 역할구조는 익숙함으로 독자를 편안하게 책 속으로 인도한다. 이런류의 대표적인 작품이 <심야식당>인데, 일본의 소박하지만 정갈한 식문화와 함께, 각기 다른 현대인들의 고민과 사연을 음식으로 치유하는 내용을 담아, 가슴한 한구석을 된장국처럼 구수하고 따뜻하게 데워주는 작품이다. 이런식의 힐링 식문화를 내세운 작품이 꽤 있는데, 이번에는 '대필'이란 소재로 나왔다. 의뢰인의 사연을 경청하고 편지를 대필하기 위해 그들의 마음과 기분까지 배려하며 편지를 쓰는 주인공. 사연,의뢰,치유라는 구조는 익숙해서 별다를게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대필이라는 직업의 특색이 스토리에 잘 묻어나 톡특한 개성을 만들어 낸다. 조문 편지에는 슬픈 나머지 벼루가 눈물이 떨어져 옅어졌다는 의미에서 옅은 먹색을 쓰고, 지나간 첫사랑에게 안부 편지를 쓸때는 투명한 마음이 전해지도록 유리펜을 쓴고, 돈을 빌려줄 수 없다는 거절 편지에는 술기운과 함께 굵은 만년필로 단호함의 의지를 표현한다. 대필이라는 것 자체가 단순히 누군가를 대신해서 쓰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을 담아낸다는 점과 그 과정이 매우 새롭고 섬세하게 표현되기 때문에 익숙한 구조임에도 진득하게 몰입해서 읽을 맛이 있다. 그리고 주인공 포포 역시 의뢰인과 소통하고, 대필을 하면서, 상대를 치유함과 동시에 스스로를 닦아내는 과정이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정성, 배려, 관심, 치유. 이런 키워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따뜻한 기운을 흠뻑 취해 나른하게 낮잠자고 싶은 날, 이 책 한권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와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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