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몬스터홀릭 1 - 내가 제일 좋아하는것은 몬스터
에밀 페리스 지음, 최지원 옮김 / 사일런스북 / 2018년 10월
평점 :

?
키덜트(kidult), 어린이와 어른의 합성어로 아이들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을 말한다. 키덜트 문화의 대표적인 예가 ‘그래픽 노블’이다. 그래픽 노블은 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식으로 일반 만화보다 철학적인 주제를 다루며, 탄탄한 배경과 복잡한 스토리라인, 작가만의 개성적인 화풍으로 그려진 ‘어른들을 위한 만화’이다. 최근 마블 코믹스가 할리우드 영화로 제작되고, 아트 슈피겔만의 <쥐>가 퓰리처상을 수상, 닉 드르나소의 <사브리나>가 맨부커상 후보에 오르는 등 그래픽 노블 단순 만화를 넘어, 문학의 장르로 자리하고 있다. 여기, 기괴한 그림체와 미스터리한 스토리,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한 그래픽 노블이 있다. 접근은 대중성을 갖추기 위한 '추리적 재미'로 시작하지만, 그 알맹이는 철학,사학,문학,예술학이 혼재되어 있다. '어른들을 위한'이란 정의를 잘 구현해 낸 ‘만화’ 보다 ‘작품’에 가까운 그래픽 노블을 소개한다.
?
그 포스터를 보면서 괴물에도 착한 부류와 나쁜 부류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나쁜 괴물들은 세상을 자기가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그러려면 인간을 두려움에 떨게 할 필요가 있다. 놈들은 자기 소굴에만 살지 않고, 남의 일에 간섭하며 다닌다.
그게 가장 큰 차이 같다. 좋은 괴물들도 괴상한 생김새와 송곳니로 남을 놀라게 할 때가 있지만
그건 자기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나쁜 괴물들은 남을 지배할 생각만 한다.
온 세상이 두려움에 떨게 해서, 자기가 모든 것을 주무르려는 거다.
?
- 누가 앙카를 죽였을까?
소녀 캐런이 밝혀내는 윗집 아줌마 앙카의 자살사건의 진실
?
1960년대 말. 세계대전도 히틀러도 사라진 시대. 하지만 여전히 폭력과 차별이 난무한다. 꼬마 예술가 캐런은 미국 원주민 엄마와 멕시코 출신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났다. 때문에 하류계층을 삶을 살아간다. 어른들은 캐런을 보고 수근거라고, 아이들은 세균 묻은 짐승이라 놀린다. 캐런은 매일 밤, 늑대 인간이 되는 꿈을 꾼다. 캐런의 소원은 몬스터에게 물려 진짜 늑대인간이 되는 것. 병든 엄마와 사랑하는 오빠를 물어주어야 하니까. 그래야만 가족 모두 괴물이 되어 이 무자비한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 이런 캐런에게 호밀빵을 쥐어주는 사람이 있다. 아름다운 이웃집 아줌마 앙카이다.
발렌타인 데이, 앙카 부인은 기이한 죽음을 맞이한다. 서늘한 빈민촌, 총소리가 울리고, 신고 받은 경찰은 앙카의 집으로 향한다. 당시 집은 안에서 잠겨있었고, 앙카 부인은 가슴에 총상을 입은 채,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경찰은 문이 안에서 잠겼기에 자살로 매듭짓지만, 캐런은 믿을 수 없다. 과거 앙카 부인은 자신이 총에 맞아 죽을 고비를 넘긴 사람이라 했다. 그런 부인이 자살방식으로 총을 선택할리 없다. 또한 현장에서 총기는 발견되지 않았고, 앙카 부인은 집안 거실에서 총을 맞았는데, 정작 시체는 침대위에서 발견되었다.
?

?
결국 캐런은 앙카 부인의 죽음을 추적하기로 한다. 앙카 아줌마의 남편과 이웃 주민, 자신의 오빠와 엄마까지 알리바이를 조사하고, 관찰한다. 드디어 사건의 실마리가 될 녹음 테이프를 발견하고, 그 녹음테이프에서 앙카 부인이 과거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 생존자임을 밝혀내는데... 밀실 살인, 사라진 총기, 누가 앙카를 죽였는가? 남편의 거짓진술, 당일 연락두절된 오빠, 알리바이가 없는 외눈박이 이웃, 모든 것이 의문스런 사건, 진실은 무엇일까?
?
- 단순 추리 미스터리 만화가 아니다.
역사적, 철학적, 예술적인 견해가 담겨진, 쉽진 않지만 다양한 코드로 읽을 수 있는 그래픽 노블!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몬스터 홀릭>의 한줄평이다. 독자는 괴기스러운 몬스터 그림과 살인범을 쫓는 미스터리한 스토리에 끌려, 이 책을 선택했을 것이다. 잔혹하고 환상적인 공상을 즐기는 소녀가 이웃집 앙카 부인의 자살사건의 전말을 파헤치는 추리적재미. 다행히 책은 이런 기대에 맞는 시작을 보여준다. 사건을 파헤치고 알리바이를 조사하는 탐정소설의 장면과 고딕풍의 괴물이 등장하는 공상 장면은 추리, 미스터리, 호러 라는 오락적 요소를 가진다. 하지만 사건의 단서가 되는 테이프의 발견으로 분위기는 급변한다.
이 책은 액자식 구성으로 캐런의 사건추적과 앙카의 과거사가 함께한다. 테이프속 인터뷰에서 앙카는 나치 홀로코스트의 생존자임이 밝혀진다. 때는 2차 세계 대전, 유태인 수용소의 학살과 독일 지도층을 위한 창녀촌이 있던 시기. 힘없는 여자 앙카가 살기위해 선택하고, 한편으론 강요된 과거의 삶이 보여진다.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이뤄졌기에, 이런 앙카의 삶은 캐런의 어떤 괴물공상보다 잔인하다. 사람이 괴물이고, 그런 괴물이 노예가 되는 험한 세상속 앙카의 이야기. 실재한 역사 배경이 허구적 만화의 소재가 됨으로 앙카의 삶은 역사를 고발하는 르포르타주나 역사소설의 성질을 띠기도 한다. 이제 독자는 더 이상 오락거리를 기대하며 가볍게 페이지를 넘기지 못한다.
?

?
이렇게 캐런와 앙카의 이야기는 스토리도 장르적 색도 다르지만, 그것이 도달하는 철학적인 문제는 같다. 인간의 악의와 존재의 이유, 시대가 파괴하는 인간의 본성, 권력에 굴복해야만 하는 정의, 차별이 만드는 폭력 등 본질적이고 암울한 주제를 다룬다. 주제말고 또 같은 것이 있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은 작가의 그림체와 예술적 견해이다.
작가의 그림은 그로테스크적이고 선정적이고 폭력적이다. 날것을 노골적으로 표현한다고나 할까? 스프링 노트에 마구 휘갈기는 펜선만 보아도 그렇다. 하지만 자칫 지져분해보이는 선이 만들어 내는 화풍은 추악하면서도 아름답고, 기괴하면서도 신비롭다. 일반적인 깔끔한 그림의 그래픽 노블을 읽은 독자라면 다소 불편할수 있겠지만, 스토리를 읽다보면 이보다 더 어울리는 그림체는 없을거라 동감할 것이다. 또한 만화 중간에 실제 존재하는 예술품이 등장하는데, 작가는 자신만의 개성으로 다시 그려내, 과거 예술가의 그림을 재탄생시킨다. 만화의 스토리와 어울리는 비관과 우울의 시각으로. 이렇게 재해석한 그림들을 보면, 독자는 작가의 심미안에 감탄하기도 하고, 정형화된 클래식을 파괴하는 묘한 쾌감을 느낄 수 있다. 그래픽 노블을 읽고 싶은데, 어른이 만화를 읽는 다는것이 어색하다고 느끼는가? 그렇다면 <몬스터 홀릭>을 읽어보자. 시작은 재미에서 출발하지만, 다양한 장르가 혼재되어 있고, 역사와 철학 예술에 관한 작가의 소양에 책장의 끝은 풍성한 감탄사와 함께 할테니.
+@ 일반적인 그래픽 노블, 가벼운 오락적인 그래픽 노블을 기대하지 말것.
?하지만, 어른들의 만화이기에 가능한, 난해하고 미묘한 분위기와 다양한 학문과 문화적 코드가 혼재되어 있다.
때문에 다양한 관점에서 다른 감흥으로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