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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원 - 꿈꿀수록 쓰라린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5월
평점 :
시즈쿠이 슈스케는 다른작가보다 호평받는 두가지 요소가 있다.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서스펜스 묘사와 등장인물이 겪는 촘촘한 심리묘사. 그 중에서도 '심리'를 강박적으로 표현해내, 독자로 하여금 피곤함이 몰릴정도의 극적 몰입감을 선사한다. 그의 심리가 빛난 작품중, 일본드라마로 히트를 친 <불티>또한 그렇다. 여기 <불티>처럼 가족을 소재로한 심리추리물이 있다. 분명 동일작가가 쓴 같은 소재의 소설임에도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이번에 소개할 <염원>은 가족의 사랑 그리고 개인의 간절한 염원을 그려낸다. 고통스러운 상황과 잔인한 선택에 내몰린 한 가족의 이야기. 과연, <불티>만큼 멋진 소설이 탄생할까?
‘다다시가 범인일 수 있다.
다다시가 죽었을 수 있다.
두 가지 가능성... ... ...
진실이 밝혀져도 수습됐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눈앞의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 한 가족의 각기 다른 ‘염원’
내 아들이 가해자일수도 피해자일수도 있다. '내가 바라는 건 ...'
여기 한 가정이 있다. 마치 짜여진 듯한 완벽하고 평탄한 가족. 건축설계사사무소를 운영하는 능력있는 아빠, 가정주부이자 프리랜서 교정일을 하는 엄마, 체육을 잘하는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중인 아들, 머리가 좋은 중학교 3학년에 고교 진학을 앞둔 딸. 각자의 자리에서 가족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중이다. 헌데 이 가족에게 ‘사건’이 일어난다. 그리고 가족은 각기 다른 ‘염원’을 품게된다.
어느날, 아들 다다시가 실종된다. 전날 저녘 친구와의 약속으로 외출한 아들이 다음날에도 돌아오지 않고, 흔적없이 사라진 것이다. 연락을 계속 해봤지만, 한 통의 ‘걱정말라’는 문자이후로는 전혀 닿질 않는다. 헌데, 실종보다 더 무서운 살인사건이 터지고, 가족은 위기에 몰린다. 아들의 친구인 요시히코가 시신으로 발견된 것이다. 트렁크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아들의 친구. 경찰은 즉시 아들을 용의선상에 올린다. 가족은 아들의 무죄를 믿고 무사귀환을 바라지만, 한편으로는 최근 아들의 모습과 행실이 의문스러운 점이 있어 '혹시'라는 두려움에 떨게된다. 내 아들은 실종자인가? 살인자인가?
- 다른 입장의 가족들의 염원. '무사하길...' '무고하길...'
<불티>와 같으면서도 다른, 가족안에서의 개인을 바라본, 가장 강렬한 '심리묘사'
<불티>도 <염원>도 가족소재이다. <불티>에서는 겉으로는 보이진 않지만, 이미 곪아버린 가족에게 살인자가 끼어들면서, 파멸을 가속화 시키는 내용이다. 마치 자신이 그 가족의 일원인냥 애정을 표하고 참견하는 정체모를 이웃남자의 등장. 그리고 그 가족들은 그가 만든 교묘한 함정에 빠져 다툼이 일어난다. 하지만 한두명씩 그 남자의 위험을 감지하고 의심하며, 서로간에 갈등과 화해를 오고간다. 즉 <불티>는 의심과 위험이 외부인이자 침입자인 그 남자에게 집중되는데, 이번 <염원>은 같은 가족소재지만, 그 의심과 위험이 가족인 실종된 아들에게로 향해, 독자에게 더 잔인한 '극적 심리극'을 보여주게 된다.
아들이 살종되었다. 이것 하나로도 가족의 걱정과 슬픔이 요동칠 일인데, 아들의 친구가 시체로 발견되고, 아들이 최근 얼굴에 상처가 나고, 칼을 구입한 흔적에서 ‘아닐거야 하지만 혹시...‘ 하는 의심과 위험의 감정이 솟구친다. 경찰수사, 언론압박, 이웃시선에 의해, 믿음은 곧 의심으로 변질되고, 형언할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가족을 짓누르기 시작한다. 이제 가족들은 피의자(살인범)의 가족으로 몰리는 추세이다. 저자는 각 가족일원의 복잡미묘한 심경변화를 밀도있게 그려내며, 범죄자의 가족(부모)가 지녀야할 비난과 책임의 무게를 그린다. 즉, 미스터리한 분위기속에 아들의 생존여부와 범죄여부를 추적하면서도, 사회파적인 문제까지 동시에 엮어나간다.
심리를 더 언급하자면, 가족의 일원들은 '가족으로서 사랑' 과 '개인으로서의 욕심' 간에 갈등을 보여준다. 엄마는 아들이 자신의 친구를 죽인 살인범이여도 좋으니, 제발 생존하기만을 바란다. 아빠는 아들에 대한 굳은 믿음과 동시에, 아들이 가해자가 될 경우 벌어지는 자신의 사회적 직업적 몰락을 상상하며 두려워한다. 딸은 오빠가 범인일 경우, 자신의 미래가 불투명해질 것을 알기에, 범인으로 나타나야할 바에는 차라리 피해자가 되주는게 낫다며 고통스러워한다. 저자는 독백, 대화, 상황을 적절히 이용해, 이 세 가족의 심리를 세밀하고 첨예하게 그려낸다. 가족과 개인, 사랑과 욕심, 무사와 무고. 가족은 각기 다른 '염원'을 품고, 잔인한 양자택일에 놓이지만, 어떤 결과든 고통만이 기다릴 뿐이다.
<염원>은 그의 장기인 ‘심리묘사’를 가장 잘 표현한 작품이다. 전작인 <불티>와 같은 가족소재지만, <불티>와는 다른 '뼈아픔' 묻혀있다. 가족으로서의 연대,사랑을 선택할 것인가? 개인으로서의 (자기보호)본능,욕심을 선택할 것인가? 등장인물과 함께 독자는 잔인한 저울질을 해야한다. <염원>을 읽어보자, '내 가족이 가해자(살인범)라면' 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가정과 가장 어려운 염원이 책장을 덮은뒤에도 쓰라린 여운으로 남을테니.
+@ '내 가족이 실종된다면' '내 가족이 가해자라면' 이라는 상상을 하게 만든다, 몰입감, 감정이입이 뛰어나다.
시즈쿠이 작품중, 가장 강력한 심리묘사를 맛볼수 있다.
둘다 심리추리지만, <불티>가 상황적 서스펜스에 강점을 둔다면, <염원>은 심리와 감적적 몰입에 강점을 둔다.
(더 오락적인건 불티, 더 여운있는건 염원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