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야기
미아키 스가루 지음, 이기웅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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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카와 문학신인상 최종 후보작, 일본 발매 이틀만에 4쇄 돌파라는 기록은 세운 소설이 있다. 연일 화제의 중심에 선 소설의 작가는 미아키 스가루의 <너의 이야기>이다. 남다른 상상력과 독특한 감성으로 자기만의 작품 세계를 쌓아온 노블작가가 이번에는 제법 문학다운 주제의식을 가지고 나타났다. 진짜와 가짜, 진실과 거짓, 현실과 허구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이며, 그 경계는 어디쯤인 것일까? <너의 이야기>는 SF로맨스장르로, ‘의억’이라는 가상의 기억, 의도적으로 삽입한 기억을 소재로 시작된 청춘들의 운명적 사랑, 그 인연에 관한 이야기 이다. 당신은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습니까? 만약 그 기억을 지우고 새로 만들어진 기억을 삽입할 수 있다면, 그 기억을 삶으로 선택할 수 있습니까?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소꿉친구가 있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본 적이 없다. 목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몸에 닿은 적이 없다.

그런데도, 그 얼굴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잘 알고 있다.

그 목소리가 얼마나 부드러운지 잘 알고 있다. 그 손이 얼마나 따스한지 잘 알고 있다.‘

 

 

 

- 기억을 지우고 삽입하는 현재.

나는 소꼽친구를 사버렸다.

 

 

기억을 지우고 입히는 시대. 그 시대에 살고있는 아마가이 치히로는 스무 살 여름 ‘레테’를 복용하기로 결심한다. ‘레테’는 자신의 일부 기억을 소멸, 삭제하는 것으로, 클리닉에서 구입가능한 나노로봇이다. 그의 유년시절, 그의 부모의 결혼생활은 원만하지 않았고, 때문에 그들은 이혼을 했다. 그리고 각자 행복한 결혼생활과 상상으로 만든 이상의 자녀를 자신들의 기억에 삽입해버렸다. 아빠에게는 엄마외의 상상속 부인들이 생겼고, 엄마에게는 외동아들인 치히로 이외의 자식들이 생겼다. 때문에 치히로는 부모에게 뒷전인, 사랑 받지 못한 아들로 커갔다. 이제 그는 자신의 불행한 과거를 지우려는 것이다.

 

 

하지만, 뜻밖의 실수인지 운명인지. 치히로는 ‘레테’가 아닌 ‘그린그린’을 복용하게 된다. ‘그린그린’은 가공의 청춘시절을 제공하는 나노로봇. 그때부터 치히로에게는 한번도 만난적이 없으며, 존재할리 없는 상상의 존재인 소꼽친구 나쓰나기 도카의 존재를 떠올리게 된다. 그녀와 함께하는 달콤하고 충만한 가짜 추억. 그것이 과학에 의해 만들어진 기억임을 알고 있음에도 현실과 허상사이를 헤메는 치히로는 어느날 결정적인 만남을 가지게 된다. 그녀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토록 찾아해맨 내 기억속의 그녀... 그녀의 정체는 무엇인가? 현실인가 상상인가?

 

 

 

- 풋풋한 청춘로맨스에 SF적 상상력을 동원한 ‘기억’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

‘슬프지만 괜찮아, 널 기억할 수 있으니까.’

 

 

저자는 오래전부터 노블계의 혁신적인 인물로 떠올랐다. 인간의 감정과 정신을 조종하는 기생충, 시간 역행, 인생 리셋, 수명을 사고팔기까지 독자가 도저히 상상 못 할 자신만의 독자적인 상상력으로 빚어낸 세계관은 놀랍도록 신비하며 기묘하기까지 했다. 그가 노블에서 알아주는 작가이기에, 문학상 후보에 이름이 올랐을 때, 의외라는 느낌을 받았지만, <너의 이야기>를 읽는다면, 그 의외가 당연함으로 바뀌게 된다.

 

 

문체나 스토리는 여전히 노블적이다. 간결하고 쉬우면서 오락적인 면모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이야기 하고자하는 주제와 질문은 철학적이다. ‘인간의 사랑, 인연, 기억’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상당히 원론적이고 낭만적이지만, 쉬이 정답을 내릴 수 없고, 사람마다 다르게 정의하고, 다른 태도를 가지는 것이 그 부분이다. 오래전부터 고민해온 모든 사람들의 질문이기도 하다. 이 소설을 읽으면, 치히로가 도카를 기억하는 방법과 도카가 치히로에 기억에 남기 위해 택한 방법이 ‘진정한 사랑의 의미’와 ‘운명적 인연(소울메이트)’, '기억의 가치' 에 관해 다양한 질문을 하게 만들며, 독자 자신만을 답을 내리도록 도와준다.

 

 

지우고 싶은 기억, 기억하고 싶은 추억, <너의 이야기>를 읽어보자. 풋풋한 로맨스로 시작해, 아린 비극에 다다르지만, 아련하고 어렴풋한 추억, 그 추억속에 숨쉬는 ‘진짜 사랑’이 오래토록 독자의 마음에 기억될 것이기 때문이다.

 

 

 

+@  이야기는 a와 b, 앞면과 뒷면처럼, 처음에는 남주인공의 시점에서, 다음에는 여주인공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때문에 앞서 남주인공이 품은 의문들이, 뒤에 여주인공의 사정과 비밀로 풀어지는 형태이다.

들어가기에 앞서 용어정리가 된 부분을 읽을것, 인억에 관한 sf적 설정이해가 잘된다.

접근하기 쉬운 노블형태의 특징을 고스란히 가지되, 작가의 독특한 상상력과 세계관이 빛나며, 대중적인 주제로 몰입감의 깊이를 더하고, 독자층을 한 층 넓혔다.

 

 

본 리뷰는 출판사 경품 이벤트 응모용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 경품 이벤트 응모용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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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만이 뽑은 대한민국 대표 요리 152 - 평생 먹는 집밥 한 권으로 해결 700만이 뽑은 요리
만개의 레시피 지음 / 만개의레시피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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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만이 뽑은 대한민국 대표요리 152

700만 회원이 극찬한,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즐길 레시피는?

 

이 책은 국내 1위 요리앱 <만개의 레시피> 중 회원들에게 뜨거운 반응과 실질적으로 도움이 됬다는 댓글, 직접 따라해서 완성한 요리사진까지 올라왔던, 베스트와 스테디셀러인 레시피만을 꼽아 소개한다. 이 책의 특징은 빅데이터 분석으로 한국인의 밥상한국인의 입맛에 가장 잘 올라오고 주로 들긴 음식만을 꼽아 소개한다는 점이다. 반찬요리부터 국요리, 떡벌어진 한상차림메뉴까지. 용도에 맞게 찾아 읽으면 된다.

 

 

 

 

책의 난이도는 아주 초보부터~ 중상급까지 활용한 선에서 작성되었다. 이 점을 언급하는 것은 본인이 요리 초급이기 때문에, 혹 이 책이 어렵진 않을까 염려하는 타 독자를 위한 것이다. 요리 레시피에 들어가기에 앞서 베이직 가이드는 평생 써먹을 기초적인 요리 노하우를 단계별 종류별 나눠 진행된다. 계량하는 법, 기본양념, 기본육수, 밥짓기, 면삻기, 해물과 채소 손질, 주방용품관리하기까지 레시피에 들어가기에 앞서 가장 기초적인 상식과 방법들을 상세히 소개한다.

 

레시피 목차는 [반찬요리] [밥요리] [국요리] [면요리]처럼 종류별로 나뉘고, [손님초대요리] [영양식요리] [간식요리] [도시락요리] [저장식요리]처럼 특정 상황별로 나눠 진행된다. 그리고 각 목차 안에 순위를 매겨 가장 인기좋은 메뉴부터 선별해 볼 수 있도록 해놓았다. 뒤에 이어진 색인은 찾기 쉬운 가나다 순부터 주제별 가격별로 나눠 수록되어 있어서, 목적에 따라 쉽고 빠르게 요리메뉴를 결정하고 찾아내고 실행할 수 있도록 배려해 놓았다.

 

    

전반적으로 기초적인 지식으로 시작한다는 점과 단계별로 그림이 첨부되어 있으면서 상세히 설명되어 있어, 요리 초보도 수행가능한 책이다. 또한 한국요리뿐 아니라 외국요리도 있고, 전통적인 음식부터 다소 현대적인 느낌의 푸드콜라보까지 볼 수 있다. 또한 순위를 매긴다는 것과 가격별 색인은 어떤 메뉴를 선택해야할지 난감할 때 선택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책의 자료를 참고해 직접만든 요리들>

 

 

닭손질부터 기초적인 것부터 차례로 진행되서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버섯대신, 닭가슴살 큐브를 이용하면, 단백질을 보충하는 건강한 비빔밥을 만들 수 있다.

이런식으로 용도에 맞게 어느정도 레시피 수정이 가능한 것은 순서와 계량이 정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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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메뉴는 제철 음식입니다 - 박찬일 셰프의 이 계절 식재료 이야기
박찬일 지음 / 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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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식재료와 현지맛집을 찾아다니는 컨셉의 방송이 있었다. 거기서 말하길, ‘좋은 재료가 맛있는 음식을 만들며, 좋은 재료는 곧 제철에 나는 재료이다.‘라고 했다. 그렇다. 맛있는 음식에는 신선하고 양질의 영양소가 포함된 건강한 식재료가 필요하다. 재료 자체의 고유의 맛이 뛰어나다면, 굳이 강함 양념을 할 필요도, 과한 조리를 할 필요도 없다. 또한 재료는 맛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관여한다. ’제철에 나는 음식이 보약이다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각 계절에 맛과 영양이 절정에 오른 재료는 그 어ᄄᅠᆫ 약처럼 부작용이나 악용없이 안전하게 치료를 도우며, 맛으로 즐거움을 선사해 뇌속까지 건강하게 만든다. 여기, 이 계절에 먹지 않으면 안될 식재료가 있다. 봄날부터 겨울날까지. 27가지 식재료의 이야기. 박찬일 셰프가 권하는 제철식재료를 맛보자.

 

 

우리는 잘 모르고 살았지만 제철의 순환으로 살찌고 미각을 응원했으며

그 힘으로 살아왔을 것이다. 그것이 우주의 일이기도 하다

- 저자 박찬일 -

 

 

- 입안 가득 퍼지는 계절의 맛, 사계절의 제철 식재료 27가지를 소개합니다.

그 식재료에 관한 알찬 현지 정보와 재미난 저자사연과 함께.

 

이 책은 글쓰는 요리사박찰일 셰프가 추천하는 제철 식재료에 관한 음식 에세이이다. 그는 셰프로써 각 재료의 적기에 맞춰,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그 현지의 최고의 식재료를 맛보고, 요리해왔다. 이런 발로 뒨 지식이 이 책을 만들어낸 것이다. 책은 식재료 그림과 함께 각 계절별로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눠 진행된다. []에는 미더덕, 멍게, 멸치, 오징어, 산나물을/ [여름]에는 가지, 병어, 민어, 뱀장어, 전복을/ [가을]에는 포도, 감자, 메밀, 꽁치, 낙지, 광어, 고등어, 갈치를/ [겨울]에는 딸기, , 꼬막, 참치, 명태, 방어, 돼지김장, 홍어를 소개한다.

 

손으로 그려낸 듯 정감있는 식재료의 그림과 함께, 그 식재료가 언제, 어디서 가장 살을 찌우는지, 어떤 방법으로 재배해야 절정의 맛을 지닐 수 있는지, 어떻게 보관해야 오래토록 신선하게 제철맛을 유지할 수 있을지, 어떤 방식의 요리법이 그 식재료의 맛을 극대화시킬지, 어떤 비법으로 품질뿐만 아니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을지 등 그 제철식재료에 관한 실용적인 정보를 알려준다. 또한, 그 식재료가 제철에 되었을 때, 그 생생하고 풍성한 맛표현은 물론, 그 식재료에 얽힌 다양한 일화, 저자의 개인적 맛 평가와 감상등이 에세이 형식으로 쓰여있다.

 

- 몸과 마음을 위로하는 제철음식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으로도 군침이 꿀꺽하는 맛난 음식이야기.

 

소담하고 충성한 한상의 제철음식을 보는 듯한 책. 저자는 그 제철을 맞이한 식재료가 어떤 생김, 빛깔, 냄새, 식감, 질감을 가지는지 마치 보이는 듯 만지는 듯 생동감 있게 표현한다. 또한 그 식재료를 어떤 방식으로 조리할지를 소개해, 당장 눈앞에 한 상 떡하니 놓인 것처럼 입안 가득 군침이 돌게 만든다. 글로 전하는 맛이 이토록 생생할 수가! 읽는 내내 왜 그가 글쓰는 요리사인지 실감된다. 물론 이런 상상이나 즐거움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본격적인 이야기는 그가 전하는 정확한 제철재료의 정보이다. 저자는 직업상 전국 곳곳을 다니며, 적기적소의 제철식재료를 맛보았다. 때문에 그 식재료에 관한 실용적인 정보 또한 좔좔 읊어댄다. 그 식재료가 제철을 맞이했을 때의 상태, 변화부터 그 식재료의 생물학적 이야기와 역사적 이야기, 그 식재료의 조리법, 재배법, 구매법, 그 식재료에 얽힌 저자의 경험담과 지극히 사적인 애정표현까지 담아낸다.

 

저자는 말한다. 음식은 사람의 마음을 위로한다고. ‘힐링푸드라는 개념을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이제 음식의 정의는 바뀌었다. 단순히 우리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허기와 생존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보듬고 위로하는 정감있는 맛을 선보여야만 제대로 된 음식이라는 것. 즉 현재는 소울푸드 힐링푸드의 시대인 것이다. 이 소울과 힐링을 담아내려면, 무엇보다 제철식재료가 그 시작이니, 제대로 된 진짜 맛을 보려면 이 책으로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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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의 방 - 2019 한경신춘문예 당선작
진유라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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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참 멀고도 가까운 나라, 같은 민족이라지만 이질감이 느껴지는 다른 곳의 사람들, 생활과 문화, 정치와 사회, 이념과 가치관이 다르기에 쉽게 함께하지 못하는 관계. 현재 남북한의 관계가 화합을 다져나가지만, 서로 견제하고 끊임없이 의심하는 속내는 여전하다. 그래서일까? 남한내 탈북자 또한 다르지 않다. 목숨 걸고 넘어온 핏줄의 땅이라지만, 남한사람과 북한사람 이렇게 갈리는 것은 당연지사고, 때론, 적대적인 시선과 불공평한 잣대, 열등하다는 무시를 경험하기도 한다. 2019년 한경신춘문예 장편소설 부분 당선작 진유라의 <무해의 방>은 그런 탈북자의 삶을 치매를 통해 되짚어 낸다. 남북한 관계를 예민하게 포착하면서도, 한 여성이 탈북이라는 생존의 위협을 견뎌온 수많은 고비의 순간을 담담하나 처절하게 그려낸다.

 

 

압록강을 건널 때는 절반의 행운과 절반의 불운이 있었다.

사느냐, 죽느냐.

하지만 치매는 압록강을 건널 때와는 달리, 명료했다.

매일 기억을 잃어가며 서서히 죽어가는 병.

절반의 행운 같은 건 없고, 확실하게, 흔들림 없이 죽어가는 병.

그게 바로 치매였다. 죽을 날을 받아놓고 보니, 그제야 인생이 막 작동되었다

 

 

- 경계를 넘어온 당신의 기억을 듣고 싶습니다

2019 한경신춘문예 장편소설 부문 당선작 진유라의 <무해의 방>

 

나이 쉰 셋, 중년에 접어든 나이다. 젊지 않지만 그렇다고 그 병에 걸린 것은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일이다. 무해는 그 병에 걸린다. ‘초로기 치매’. 환갑도 아닌 나이에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이지만, 무해는 자신의 머리 속, 그 수많은 을 들여다보며, 기억의 파편들을 떠올리고 꺼내놓기 시작한다. 딸 모래에게 드디어 말할 때가 온 것이다. 자신이 탈북자라는 사실을. 무해는 북한에서 자주 먹던 감자 전분으로 만든 담박한 농마국수 한 그릇을 놓고 고백을 시작한다. ‘엄마는 북한 음식에 대해 어쩌면 그렇게 잘 알아?’딸의 물음에 자신이 북한에서 즐겨먹던 국수였다고 나지막히 말한다.

 

과거 무해는 북조선 혜산에 살았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가 무시되는 곳. 기근으로 인한 배고픔은 인간을 짐승보다 못한 존재로 만들었다. 극심한 굶주림으로 가족을 잃고, ‘좀 더 잘 살기 위해가 아닌, ‘죽지 않기 위해, 오로지 살기 위해탈북을 결심한다. 북한의 삼엄한 감시속에 시커먼 압록강을 건너 중국으로 간다. 탈북을 도운 브로커는 중국에서 새 삶을 시작하게 해준다고 했지만, 인신매매범이였고, 무해는 장애를 가진 한족에게 팔려간다. 그리고 이미 세상을 떠난 남편에게는 절대 하지 못할 그 뒷이야기를, 마음에 묻은 이야기를 딸에게 들려주기 시작하는데...


 

- 고통으로 가득찬 기억, 그 기억마저도 잃고 싶지 않은 상황.

기억의 상실과 생명의 상실을 겪어가는 무해, 딸에게 하고싶은 이야기는...

 

글쎄, 이 소설의 서평은 쓰기 참 난감하다. ‘북한치매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두 소재가 극을 끌어가는 요소이며, 남한인 본인이 절대 공감할 수 없는 북한의 삶과 탈북해온 땅에서의 북한인으로써의 삶은 모두 낯선 부분을 넘어 결코 경험하지 못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죽어가는 엄마가 딸 아이에게 고백하는 순간, 그 모정의 진실함에 끌려 집중하게 되고, 저자의 세밀한 묘사와 감정적인 심리상태를 예리하게 그려내 독자의 이입을 도와줌은 물론, 그 참담하고 울분섞인 무해의 삶에 안타까움을 넘어선 분노와 슬픔 그 격정의 감정들을 차분하게 쌓아올린다.

 

<무해의 방>을 읽어보자라는 추천은 못하겠다. 그녀의 삶이 너무도 버겁고 격해 온 마음을 심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읽어보길 바란다. 이 이야기는 앞으로 우리가 당면해야할 남한과 북한간의 이야기이며, 엄마와 딸의 이야기이기도 하기 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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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원 - 꿈꿀수록 쓰라린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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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쿠이 슈스케는 다른작가보다 호평받는 두가지 요소가 있다.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서스펜스 묘사와 등장인물이 겪는 촘촘한 심리묘사. 그 중에서도 '심리'를 강박적으로 표현해내, 독자로 하여금 피곤함이 몰릴정도의 극적 몰입감을 선사한다. 그의 심리가 빛난 작품중, 일본드라마로 히트를 친 <불티>또한 그렇다. 여기 <불티>처럼 가족을 소재로한 심리추리물이 있다. 분명 동일작가가 쓴 같은 소재의 소설임에도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이번에 소개할 <염원>은 가족의 사랑 그리고 개인의 간절한 염원을 그려낸다. 고통스러운 상황과 잔인한 선택에 내몰린 한 가족의 이야기. 과연, <불티>만큼 멋진 소설이 탄생할까?



 

‘다다시가 범인일 수 있다.

다다시가 죽었을 수 있다.

두 가지 가능성... ... ...

진실이 밝혀져도 수습됐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눈앞의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 한 가족의 각기 다른 ‘염원’

내 아들이 가해자일수도 피해자일수도 있다. '내가 바라는 건 ...'

 

 

여기 한 가정이 있다. 마치 짜여진 듯한 완벽하고 평탄한 가족. 건축설계사사무소를 운영하는 능력있는 아빠, 가정주부이자 프리랜서 교정일을 하는 엄마, 체육을 잘하는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중인 아들, 머리가 좋은 중학교 3학년에 고교 진학을 앞둔 딸. 각자의 자리에서 가족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중이다. 헌데 이 가족에게 ‘사건’이 일어난다. 그리고 가족은 각기 다른 ‘염원’을 품게된다.

 

 

 

어느날, 아들 다다시가 실종된다. 전날 저녘 친구와의 약속으로 외출한 아들이 다음날에도 돌아오지 않고, 흔적없이 사라진 것이다. 연락을 계속 해봤지만, 한 통의 ‘걱정말라’는 문자이후로는 전혀 닿질 않는다. 헌데, 실종보다 더 무서운 살인사건이 터지고, 가족은 위기에 몰린다. 아들의 친구인 요시히코가 시신으로 발견된 것이다. 트렁크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아들의 친구. 경찰은 즉시 아들을 용의선상에 올린다. 가족은 아들의 무죄를 믿고 무사귀환을 바라지만, 한편으로는 최근 아들의 모습과 행실이 의문스러운 점이 있어 '혹시'라는 두려움에 떨게된다. 내 아들은 실종자인가? 살인자인가?

 

 

- 다른 입장의 가족들의 염원. '무사하길...' '무고하길...'

<불티>와 같으면서도 다른, 가족안에서의 개인을 바라본, 가장 강렬한 '심리묘사'

 

 

 

<불티>도 <염원>도 가족소재이다. <불티>에서는 겉으로는 보이진 않지만, 이미 곪아버린 가족에게 살인자가 끼어들면서, 파멸을 가속화 시키는 내용이다. 마치 자신이 그 가족의 일원인냥 애정을 표하고 참견하는 정체모를 이웃남자의 등장. 그리고 그 가족들은 그가 만든 교묘한 함정에 빠져 다툼이 일어난다. 하지만 한두명씩 그 남자의 위험을 감지하고 의심하며, 서로간에 갈등과 화해를 오고간다. 즉 <불티>는 의심과 위험이 외부인이자 침입자인 그 남자에게 집중되는데, 이번 <염원>은 같은 가족소재지만, 그 의심과 위험이 가족인 실종된 아들에게로 향해, 독자에게 더 잔인한 '극적 심리극'을 보여주게 된다.

 

 

아들이 살종되었다. 이것 하나로도 가족의 걱정과 슬픔이 요동칠 일인데, 아들의 친구가 시체로 발견되고, 아들이 최근 얼굴에 상처가 나고, 칼을 구입한 흔적에서 ‘아닐거야 하지만 혹시...‘ 하는 의심과 위험의 감정이 솟구친다. 경찰수사, 언론압박, 이웃시선에 의해, 믿음은 곧 의심으로 변질되고, 형언할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가족을 짓누르기 시작한다. 이제 가족들은 피의자(살인범)의 가족으로 몰리는 추세이다.  저자는 각 가족일원의 복잡미묘한 심경변화를 밀도있게 그려내며, 범죄자의 가족(부모)가 지녀야할 비난과 책임의 무게를 그린다. 즉, 미스터리한 분위기속에 아들의 생존여부와 범죄여부를 추적하면서도, 사회파적인 문제까지 동시에 엮어나간다.

 

 

 

심리를 더 언급하자면, 가족의 일원들은 '가족으로서 사랑' 과 '개인으로서의 욕심' 간에 갈등을 보여준다. 엄마는 아들이 자신의 친구를 죽인 살인범이여도 좋으니, 제발 생존하기만을 바란다. 아빠는 아들에 대한 굳은 믿음과 동시에, 아들이 가해자가 될 경우 벌어지는 자신의 사회적 직업적 몰락을 상상하며 두려워한다. 딸은 오빠가 범인일 경우, 자신의 미래가 불투명해질 것을 알기에, 범인으로 나타나야할 바에는 차라리 피해자가 되주는게 낫다며 고통스러워한다. 저자는 독백, 대화, 상황을 적절히 이용해, 이 세 가족의 심리를 세밀하고 첨예하게 그려낸다. 가족과 개인, 사랑과 욕심, 무사와 무고. 가족은 각기 다른 '염원'을 품고, 잔인한 양자택일에 놓이지만, 어떤 결과든 고통만이 기다릴 뿐이다.

 

 

 

<염원>은 그의 장기인 ‘심리묘사’를 가장 잘 표현한 작품이다. 전작인 <불티>와 같은 가족소재지만, <불티>와는 다른 '뼈아픔' 묻혀있다. 가족으로서의 연대,사랑을 선택할 것인가? 개인으로서의 (자기보호)본능,욕심을 선택할 것인가? 등장인물과 함께 독자는 잔인한 저울질을 해야한다. <염원>을 읽어보자, '내 가족이 가해자(살인범)라면' 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가정과 가장 어려운 염원이 책장을 덮은뒤에도 쓰라린 여운으로 남을테니.


 

 

+@  '내 가족이 실종된다면' '내 가족이 가해자라면' 이라는 상상을 하게 만든다, 몰입감, 감정이입이 뛰어나다.

시즈쿠이 작품중, 가장 강력한 심리묘사를 맛볼수 있다.

둘다 심리추리지만, <불티>가 상황적 서스펜스에 강점을 둔다면, <염원>은 심리와 감적적 몰입에 강점을 둔다.

(더 오락적인건 불티, 더 여운있는건 염원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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