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의 방 - 2019 한경신춘문예 당선작
진유라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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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참 멀고도 가까운 나라, 같은 민족이라지만 이질감이 느껴지는 다른 곳의 사람들, 생활과 문화, 정치와 사회, 이념과 가치관이 다르기에 쉽게 함께하지 못하는 관계. 현재 남북한의 관계가 화합을 다져나가지만, 서로 견제하고 끊임없이 의심하는 속내는 여전하다. 그래서일까? 남한내 탈북자 또한 다르지 않다. 목숨 걸고 넘어온 핏줄의 땅이라지만, 남한사람과 북한사람 이렇게 갈리는 것은 당연지사고, 때론, 적대적인 시선과 불공평한 잣대, 열등하다는 무시를 경험하기도 한다. 2019년 한경신춘문예 장편소설 부분 당선작 진유라의 <무해의 방>은 그런 탈북자의 삶을 치매를 통해 되짚어 낸다. 남북한 관계를 예민하게 포착하면서도, 한 여성이 탈북이라는 생존의 위협을 견뎌온 수많은 고비의 순간을 담담하나 처절하게 그려낸다.

 

 

압록강을 건널 때는 절반의 행운과 절반의 불운이 있었다.

사느냐, 죽느냐.

하지만 치매는 압록강을 건널 때와는 달리, 명료했다.

매일 기억을 잃어가며 서서히 죽어가는 병.

절반의 행운 같은 건 없고, 확실하게, 흔들림 없이 죽어가는 병.

그게 바로 치매였다. 죽을 날을 받아놓고 보니, 그제야 인생이 막 작동되었다

 

 

- 경계를 넘어온 당신의 기억을 듣고 싶습니다

2019 한경신춘문예 장편소설 부문 당선작 진유라의 <무해의 방>

 

나이 쉰 셋, 중년에 접어든 나이다. 젊지 않지만 그렇다고 그 병에 걸린 것은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일이다. 무해는 그 병에 걸린다. ‘초로기 치매’. 환갑도 아닌 나이에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이지만, 무해는 자신의 머리 속, 그 수많은 을 들여다보며, 기억의 파편들을 떠올리고 꺼내놓기 시작한다. 딸 모래에게 드디어 말할 때가 온 것이다. 자신이 탈북자라는 사실을. 무해는 북한에서 자주 먹던 감자 전분으로 만든 담박한 농마국수 한 그릇을 놓고 고백을 시작한다. ‘엄마는 북한 음식에 대해 어쩌면 그렇게 잘 알아?’딸의 물음에 자신이 북한에서 즐겨먹던 국수였다고 나지막히 말한다.

 

과거 무해는 북조선 혜산에 살았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가 무시되는 곳. 기근으로 인한 배고픔은 인간을 짐승보다 못한 존재로 만들었다. 극심한 굶주림으로 가족을 잃고, ‘좀 더 잘 살기 위해가 아닌, ‘죽지 않기 위해, 오로지 살기 위해탈북을 결심한다. 북한의 삼엄한 감시속에 시커먼 압록강을 건너 중국으로 간다. 탈북을 도운 브로커는 중국에서 새 삶을 시작하게 해준다고 했지만, 인신매매범이였고, 무해는 장애를 가진 한족에게 팔려간다. 그리고 이미 세상을 떠난 남편에게는 절대 하지 못할 그 뒷이야기를, 마음에 묻은 이야기를 딸에게 들려주기 시작하는데...


 

- 고통으로 가득찬 기억, 그 기억마저도 잃고 싶지 않은 상황.

기억의 상실과 생명의 상실을 겪어가는 무해, 딸에게 하고싶은 이야기는...

 

글쎄, 이 소설의 서평은 쓰기 참 난감하다. ‘북한치매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두 소재가 극을 끌어가는 요소이며, 남한인 본인이 절대 공감할 수 없는 북한의 삶과 탈북해온 땅에서의 북한인으로써의 삶은 모두 낯선 부분을 넘어 결코 경험하지 못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죽어가는 엄마가 딸 아이에게 고백하는 순간, 그 모정의 진실함에 끌려 집중하게 되고, 저자의 세밀한 묘사와 감정적인 심리상태를 예리하게 그려내 독자의 이입을 도와줌은 물론, 그 참담하고 울분섞인 무해의 삶에 안타까움을 넘어선 분노와 슬픔 그 격정의 감정들을 차분하게 쌓아올린다.

 

<무해의 방>을 읽어보자라는 추천은 못하겠다. 그녀의 삶이 너무도 버겁고 격해 온 마음을 심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읽어보길 바란다. 이 이야기는 앞으로 우리가 당면해야할 남한과 북한간의 이야기이며, 엄마와 딸의 이야기이기도 하기 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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