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에스트라
L.S. 힐턴 지음, 이경아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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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개봉작 <상류사회>란 영화가 떠오른다. 학생에게 인기와 존경을 받는 경제학 교수 태준, 그의 아내이자 미래미술관의 부관장 수연이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 ‘상류사회’에 올라서기 위해 어두운 거래, 추악한 술수를 써가며 기회를 만들어가는 ‘욕망’과 ‘분투’의 이야기이다. 그들은 더 이상 부부가 아니고, 인격체가 이니게 된다. 돈과 명예 권력 향락에 취해가며 자신의 모습을 잃어가는 것이다.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늘 유혹에 흔들린다. 단순히 생존하기 위해 산다기보다, 자신이 세운 가치관에 가장 중대한 욕구를 해소할 위치를 거머쥐기 위해 살아간다. 그것이 사소하고 긍적적일수도, 거대하고 부정적일수도 있다. 여기, 욕망앞에 흔들리다 자신을 잃어버린 여인이 있다. <마에스트라>는 한 여인이 성공을 꿈꾸다, 그 꿈에 먹혀들어가는 이야기이다. 정직했으나 부정당하고, 결국 복수를 꿈꾸지만, 복수가 아닌 스스로 타락해 끝내 몰락으로 이어진 여자. 주디스를 만나보자.



“돈 때문이 아니였어요. 돈은 그냥 따라왔죠”

“그럼 복수였나?”

“아뇨, 그건 너무 단순하잖아요. 복수가 아니였어요. 흥미도 아니였어요”

“그래서 뭐였어?”

아마도 나는 할 수 있으니까 했을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했으니까.

왜 이런 일에 논리적으로 굴어야 하지? 이건 섹스 같은 것이다.

어떻게든 해야 할 이유를 원하고, 어떻게 하면 기분이 찢어지게 좋은지 잘 아니 말이다.

- 부, 권력, 성공, 복수를 꿈꾸다 자신을 잃어버린 여인.

창녀, 사기꾼, 살인범, 욕망의 절정을 헤매다 괴물로 진화하는 주디스.

주디스는 미술품 경매 회사의 직원이다. 자신의 능력으로 일에서 성공하고 싶지만, 실상 여자라는 점과 별다른 배경이 없는 그녀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는커녕, 당장 경제적인 문제조차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러던 중 친구 린을 만나, 그녀의 제의로 샴페인 바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 시작한다. 이제 낮에는 미술관 직원, 밤에는 에스코트 여성. 그렇게 이중생활을 하며 낮에는 꿈을 쫓고, 밤에는 돈을 쫓게 된다. 그날 그 사건에 연류되기 전까진 말이다.

하루는 미술관 상사가 가품을 진품으로 착각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이를 발견한 주디스는 문제를 바로잡으려고 동분서주 움직인다. 하지만 그녀의 상사는 오히려 그녀의 근무태도와 동료사원들간의 관계를 문제 삼으며 그녀를 부당해고하기에 이른다. 주디스는 좌절과 분노를 느끼며 이 수상쩍은 비리를 파헤치겠다고 결심한다. 하지만 가난과 불평등의 현 생활을 벗어나기 위해 당장 할 일은 밤일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것이다. 그 암울한 때, 바의 손님인 제임스의 여행 제의가 들어오고, 돈을 받는 조건으로 친구 린과 함께 프랑스로 여행을 떠난다. 주디스와 린은 제임스를 떨어트려 놓고, 젊은 남성들과 데이트를 하기 위해 제임스에게 안정제를 먹여 잠재운다. 이 작은 일탈은 살인이라는 어마어마한 결과를 낳게 되고, 결국 이 사고같은 살인을 매장한체, 돈을 챙겨 이탈리아로 도주한다. 그것을 시작으로 아무런 죄책감 없이 예술세계와 상류사회에 집입하기 위해, 온갖 속임수와 향락으로 상대들을 매혹하기 시작하는 주디스 그 끝은 과연...?

- 페미니즘, 노력주의 성공을 외쳤지만, 남은 건 타락한 인간의 악한본성과 쾌락주의 뿐.

퇴폐적이고 스릴있는 삶, 추구할수록 더 깊어지는 욕망과 죄의 늪.


이 책은 한 여성이 일적인 성공을 꿈꾸지만, 자신이 가진 성별과 지위, 환경 때문에 능력과 노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그에 따라 힘을 가지고 복수를 하길 다짐하지만, 결국 욕망과 본능에 사로잡혀 매춘, 사기, 살인 등 타락의 길로 접어드는 자기파괴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녀의 원래 꿈은 잊혀져가고, 단지 수단이라 생각한 부분들이 목적이 되고, 일상으로 변화함에 따라, 한 인간이 한번 잘못된 길로 들어섰을 때, 그것을 인정하고 되돌아오지 않았을 경우, 상황은 점점 악화되며, 그 속에 자신의 정체성과 원래 수단에 불과한 것들이 삶의 목표고 미래로 변질되가는 안타까운, 어쩌면 미련하고 참담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장르는 에로틱스릴러지만, 글쎄, 에로틱이라는 점은 노골적인 성관계 묘사 때문에 인정되지만, 스릴러적이라는 부분은 독자에 따라 불인정할 수도 있다. (만약 스릴러를 다른 의미로 해석한다면 인정되기는 하겠지만.) 우리가 흔히 분류하는 추리스릴러 분야의 이야기는 살인범의 살해행각의 잔혹함, 병적인 사이코패스 성향, 피해자의 심리에서 읽혀지는 서스펜스와 공포감이 주된 소재 혹은 감정선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살해방식이 엄청나게 잔혹하거나, 놀라운 트릭을 선보인다든가, 치밀한 복선과 반전이 있다던가 하지는 않는다.

여기에서의 ‘스릴러’는 한 인간의 욕망, 그 본성이 어느 정도까지 타락할 수 있는가에서 비롯된다. 처음 사고로 살인을 저질렀을 때는 두려움과 조급함에 떨지만, 그 이후의 살인들은 영리하고 계획적이며 오히려 자신의 죄가 발각되지 않음이 놀랍다는 경탄과 여유로움을 보이까지 한다. 즉, 한 인간이 욕망에 사로잡혀 무너지기 시작했을 때, 그 한계점은 끝도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며, 주인공도 독자도 '사람'이기때문에 언제든 한순간에 ‘괴물’로 진화할 수 있다는 인간본성에서 비롯된 ‘스릴러’를 여과없이 보여준다. 읽어보자. 그간의 범인과 경찰의 추격이라는 스릴러가 아닌, 인간의 쾌락과 타락이 주는 어두운 이면을 노골적이고 과격하게 표현하는 좀 더 이색적인 방면의 스릴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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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읽는다 한눈에 꿰뚫는 세계지도 상식도감 지도로 읽는다
롬 인터내셔널 지음, 정미영 옮김 / 이다미디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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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과거 학창시절 ‘역사부도’책을 읽은 경험은 있지만, 실상 성인이 되고나면 ‘지도’나 ‘지구본’을 볼 일은 거의 없어진다. 우리에게는 쉽고 빠른 스마트 폰과 네비게이션이 있기에, 지도를 찾아볼 일이 드문 일이 된 것이다. 하지만, 여기 ‘지도’로 인물을 읽고, 역사를 읽고, 세계를 읽는 책이 있다. 이 책은 ‘지도를 읽는다’ 라는 시리즈로, ‘지도’와 함께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번에 소개할 <지도롤 읽는다 한눈에 꿰뚫는 세계지도 상식도감>은 그 시리즈 중 하나로, 세계지도와 관련되어 있는 다양한 100가지 상식을 주제로 진행된다. 지구촌 곳곳의 지형, 지리, 기후, 역사, 풍도, 민족, 종교 등 우리가 알고 싶었던 가지각색의 이야기들이 세계지도와 함께 펼쳐진다. 지리적 지식뿐 아니라, 다양한 세계 곳곳을 탐방하는 이야기. <지도로 읽는다 한눈에 꿰뚫는 세계지도 상식도감>을 소개한다.



‘페이지를 한 장 두 장 넘기다 보면 궁금증이 풀릴 뿐만 아니라

지도와 관련되어 있는 다양한 이야기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난다.

강대국에 농락당한 역사를 찾을 수도 있고, 지구가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실감하게 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우리의 관심은 지리적 지식뿐만 아니라 과학과 역사, 나아가 국제 정세로까지 넓어질 것이다.

이처럼 세계지도에는 헤아릴 수 없이 깊은 재미가 있다.’

- 세계지도를 통해 다양한 장르의 의문과 상식을 풀어본다.

지구촌 곳곳의 지리, 기후, 역사, 민족, 종교 등 그 비밀은?

이 책은 세계지도를 통해, 다양한 의문을 풀고, 상식을 풍부하게 한다. 지구촌 곳곳에 있는 우리가 궁금해 하거나 호기심 있게 생각해온 각 종 분야의 이야기가 지도와 함께 쓰여있다.

[1장 세계지도가 궁금하다] 는 세계지도를 통해 본 ‘지리’ 이야기이다. 아랍이 어디부터 어디까지인지, 중동이 어떤 나라를 나타내는 단어인지, 동양과 서양의 구분은 언제 시작되었는지 등이 수록되어 있다. [제2장 지구의 놀라운 현상과 비밀] 은 세계지도를 통해 본 ‘지형’ 이야기이다. 에베레스트 k2보다 높은 산, 떠도는 호수 르프노르, 하루 종일 태양이지지 않는 백야지역 등이 수록되어 있다. [제3장 재미있는 땅, 이상한 기후] 는 세계지도를 통해 본 ‘기후’와 ‘환경’ 이야기이다. 사막의 나라들이 가진 영하기온, 열대우림이 사라질 경우의 지구모습, 북극과 남극 중 더 추운 곳을 가리는 등이 수록되어 있다. [제4장 세계 각국의 깜짝 속사정]은 세계지도를 통해 본 ‘유래’ ‘비화(속사정)’ 이야기이다. 러시아의 지명 변경의 사정, 유적의 도시 로마가 지하철 공사로 고충을 겪은 과거, 신대륙에 아메리카라는 이름이 붙은 유래 등이 수록되어 있다. [제5장 지역 분쟁의 불씨, 영토와 민족]은 세계지도를 통해 본 ‘역사’ ‘민족’ 이야기이다. 발트 3국이 열강들의 표적이 된 이유, 영세중립국 선업을 한 스위스의 이야기, 카슈미르 지방에서 벌어지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종교 분쟁 등이 수록되어 있다. [6장 상식을 뒤엎는 지리 이야기]이는 세계지도를 통해 본 ‘상식’과 ‘정세’ 이야기이다. 세계에서 가장 긴 역 이름, 바다도 없는데 해군이 있는 나라, 갈라파고스제도에 진귀한 동물이 많은 이유, 태평양의 부유한 나라의 파산직전의 위기 등이 수록되어 있다.

각 장은 연대나 역사의 흐름으로 진행된다기보다는, 평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온 주제나, 잘못 알고 있는 상식, 알고 보면 놀라운 세계 비화 같은 것이 한줄의 소제목으로 시작되며,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고 있다.

- 지도를 읽는 다는 것은, 단순 지리적 감각 뿐 아니라 세계전체를 볼 수 있다?

다방면의 세계이야기를 풀컬러 자료와 함께 ‘보다’

이 책의 가장 매력적인 점은 ‘세계지도’를 ‘읽는’이 아니라 ‘보는’ 개념으로 만든 책이라는 점이다. 작은 깨알글씨로 복잡하게 나열된 세계나라의 이름이나 수도들을 읽어가는 것이 아니라, 세계지도와 함께 해당 챕터의 관련된 지도, 사진, 그림, 그래프 등의 자료가 풀컬러로 수록되어 있어 ‘보는’ 즐거움을 늘리고, 이해의 폭을 넓힌다. 읽다보면 텍스트와 방위표, 위도와 경도 등의 빡빡한 지리자료로써의 세계지도가 아닌, 역사의 순간이나 지형의 풍경들이 펼쳐질 수 있도록 다양한 시각자료를 활용한 세계지도를 만나 볼 수 있다.

앞서 말한 점이 세계지도를 ‘읽는 방식’에 관한 것이였다면, 이번에는 그 ‘내용’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의 세계지도는 단순히 지리적인 위치 감각을 키우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 지리적 위치 감각을 시작으로 그 위치의 역사, 민족, 종교, 환경, 기후, 지형, 상식, 문화 등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로 펼쳐진다. 즉, ‘세계지도’를 읽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시발점이라는 것이다.

이 책을 읽어보자, 단순히 지도를 읽는다는 개념을 벗어나 ‘보는’ 방법으로 수록되어 있으며, 지리적 감각이 끝이 아니라, 그것을 시작으로 역사와 과학, 사회, 문화를 넘어 현재의 국제 정세까지 쉽게 이해하고, 다양한 장르의 분야를 넘나들며 다채로운 방면의 상식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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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품정리사 - 연꽃 죽음의 비밀
정명섭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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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페미니즘’에 관한 열풍은 문학계에도 불고 있다. 문학과 비문학 경계없이 다양한 장르로 이야기 되는 페미니즘. 그 원래 뜻은 무엇일까? 페미니즘은 여성의 권리 및 기회의 평등을 핵심으로 하는 여러 형태의 사회적 정치적 운동과 이론들을 통칭하는 용어이다. 근래에 여성을 향한 잔혹한 범죄가 이어지고, 미투운동과 여성혐오현상등이 사회 일면을 차지하면서, 과연 여성의 권리를 지키는 방법과, 그 것을 올바르고 타당하게 주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자세를 갖춰야만 할지에 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 그것에 관한 역사추리소설이 있다. 좀비능력자로 알려진 정명섭작가가 최근에 역사소설에 눈을 돌렸는데, 이 책은 역사추리소설속에 페미니즘을 담아낸다.



‘화연은 화를 참지 못했다.

어린 여자라는 이유로 틈만 나면 무시하고 따돌리는 세상에 분노가 일었다.

방에 있을 때는 몰랐지만 세상 밖으로 나오자

그 비뚤어진 관념들이 얼마나 끔찍하게 여자들을 얽매는지 깨닫고 있었다.’

- 객주를 운영하던 방 여인, 열녀가 된 별당 아씨, 생계를 홀로 책인지는 김소사...

그녀들이 남긴 유품에서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는 한 여인 화연의 이야기

조선 정조 시대. 아버지 장환길은 사도세자의 페위 교서를 작성한다. 그리고 죽기 직전에 역모에 가담했다는 의문의 투서로 인해 근신에 처한다. 그러던 중 아버지가 살해된다. 목격자도 증거도 없이. 포도청은 이 사건을 자살로 마무리하지만, 화연이 생전에 아버지가 역모 혐의를 쓰게되버린 것이 일종의 함정임을 깨닫게 된다. 저잣거리에서는 임오화변의 가담자들을 숙청하려는 대비의 흑막이라는 소문이 떠돌았기 때문이다. 화연은 아버지의 죽음 뒤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기로 결심하고, 담당 포교 완희를 찾아간다.

완희는 화연에게 아버지의 죽음을 재조사하는 대신 뜻밖의 조건을 내건다. 그것은 화연이 죽은 여인들의 시신과 물건을 정리하면, 그녀의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된 기록을 살펴볼 기회를 주기로 한 것이다. 화연은 완희의 조건을 수락하고 유품정리사가 된다. 하지만, 유품의 주인들, 그 여인들의 죽음이 하나같이 의심과 의문스러운 구석이 있다. 대체 그녀들은 왜, 누구에 의해 죽음을 당한 것일까? 화연은 아버지의 죽음과 더불어, 그녀들의 억울한 죽음 뒤를 파헤치기로 하는데...

- 추리역사소설에 페미니즘을 엮어내다.

역사적 사건과 실제 사연을 바탕으로, 탁월한 상상력과 현시대의 시사를 더한 소설!

최근 여성혐오범죄의 증가에 따라, 여성의 신체와 권리를 보호하려는 각종 운동과 법률이 논의되고 있다. 이것은 페미니즘으로 봐야할지, 여성우월주의로 봐야할지에 관한 문제 또한 제기되는 추세이다. 이런 가운데 좀비 능력자로 알려진 정명섭작가가 최근 역사소설, 상해임시정부를 쓰더니, 이번에는 추리와 역사소설의 장르에 페미니즘을 엮어낸다. 과연 변화에 탁월한 작가이다!

유품정리사는 여인들의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파헤치는 추리소설이자, 당시 영조와 사도세자의 갈등을 그린 역사소설이다. 임오화변을 중심으로 한 거대한 음모의 희생양인 아버지, 그리고 당시 유교사상에 의해 낮은 인권으로 도구나 수단으로 죽어가야만 한 여성들의 죽음, 그 억울함과 안타까움을 이야기 한다. 겉으로는 열녀라 칭송 받지만 명예 때문에 가문을 위해 목숨을 버려야 했던 여인, 노름꾼 남편이 자신을 딴 사내에게 팔아넘겨도 생계를 위해 굴욕을 참아야 했던 여인, 낮은 신분 때문에 이복 오라비에게 강제적인 추행을 당하고 결국 정조를 잃었다는 죄목으로 벌을 받아야 했던 여인. 읽다보면 이 부당함과 불합리함이 당시시대부터 지금까지 나아졌지만, 사라지지 않았음에 더 안타까움과 비탄섞인 한숨이 나온다.

물론, 지금과 당시의 상황은 다르다. 하지만 힘있는 자, 권위있는 자 때문에 상대적으로 약한이들이 소리 소문없이 피해를 보고, 사라지고 심지어 목숨마저 잃어가는 사회의 어두운 단면은 지속되고 있다. 읽다보면, 그 참상에 분노와 슬픔 안타까움이 일어나고, 이런 이들이 자신의 생명과 권리를 지키기 위해 목소리조차 내지 못할 때, 작지만 관심을 가지고 함께 싸워주는 존재의 등장은, 어쩌면 조그마한 가능성, 앞으로 이 비극이 축소되고 축소되다 소멸될 것임을 이야기 하는 희망의 단편이진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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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쳐보는 여자
민카 켄트 지음, 나현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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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최근 여성화자를 중심으로한 심리스릴러가 유행이다. 물론 그전부터 쭉 인기를 가졌으나, 그 인기가 식을 줄을 모른다. 최근 황금시간에서 출간된 엘리자베스 노어백의 <마더 앤 마더>를 읽었는데, ‘모정’ 때문에 벌어지는 스릴러로, 진짜엄마와 가짜엄마의 대결을 그린 심리스릴러이다. 모정 때문에 딸을 구하려는 엄마와 모정 때문에 미쳐버린 한 사이코패스의 유괴와 인질극은 누가 진짜 ‘엄마’인지 모르기 때문에 폭발적인 긴장감을 보여줬다. 여기, 이처럼 진짜엄마와 가짜엄마가 등장한다. 하지만 <마더 앰 마더>와는 다르게, 처음부터 누가 진짜이고 가짜인지가 공개된다. 또한 그녀들의 상황, 의도, 관계가 전부 다르다. 가면을 쓴 자와의 대결이 아닌, 가면을 쓴 두 여자가 모정, 가정 때문에 일탈을 벌이고 그 탓에 위험한 결말을 맞이하는 이야기. <훔쳐보는 여자>를 소개한다.



‘그래도 난 부인할 것이다.

이것 때문에 주저앉을 순 없다.

나는 단지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을 뿐이다.

... 그것이 이 모든 걸 끝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었다‘

- ‘내 딸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거야’

지켜보는 여자, 관찰당하는 여자. 이 ‘가정’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것이다.

오텀은 십대에 딸(그레이스)를 나았다. 때문에 자신의 딸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자라길 바랬고, 결국 입양보내기로 마음먹는다. 입양 보낸 딸을 잊지 못하던 어느날, 한 부부의 SNS를 보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의 그레이스를 보게 된다. 그 부부는 그레이스를 입양한 부모였던 것이다. 오텀은 SNS를 지켜보며, 딸이 부유하고 화목한 가정에서 자라는 것을 보게 된다. 그리고 점점 딸에 대한 애정이 깊어져 간다. 결국 그녀는 그레이스를 지켜보기 위해, 딸의 집 바로 뒷집에 사는 이웃 남자 벤을 유혹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오텀은 ‘오텀’ 그녀 자신을 버리고 가면을 쓰기로 한다.

벤의 취향에 맞춰 변화한 오텀. 오텀은 그의 여자친구 행세를 하며, 딸 그레이스의 집을 지켜본다. 매일 앞집을 훔쳐보며, 그 가족의 일거수일투족을 체크하던 어느날, 가족의 SNS가 삭제되자, 그 집에 무언가가 일어났음을 짐작하게 된다. 오텀은 그 무언가를 알아내기 위해, 그 집의 보모로 들어가기로 결심하고, 온갖 수를 써서 채용된다. 보모로 지켜본 딸의 가정은 SNS상과는 너무도 달랐다. 딸의 입양부인 그레이엄은 어린여자와 바람이 난 상태이고, 입양모인 대프니는 남편의 외도와 독박육아에 지쳐 일탈(마약)을 하기 시작했다. 딸은 점점 어긋나고 이 가족은 언제 붕괴되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다. 오텀은 딸(그레이스)의 행복을 위해, 그 가정을 제자리로 돌려놓은 마음을 먹는다. 그리고 얼마 뒤 그레이엄의 내연녀인 마르니가 죽을 채 발견되는데... 과연, 오텀이 범인인가?

- 내 딸을 지키기 위해, 내 가정을 지키기 위해 ‘가면’을 쓴 여자들.

그리고 뜻하지 못한 제3의 인물의 등장, 그 가면 뒤를 파헤쳐라!

훔쳐보지않는 여자는 두 여자의 '가면'에 관한 이야기이다. 한 여자는 딸아이를 지켜보기위해 전혀 다른 모습과 인격을 만들어 한 남자를 유혹하고 심지어 딸의 가정을 훔쳐보며 결국 그 가정에 숨어들어가기 까지한다. 또 한여자는 남편의 바람과 독박육아로 인해 심신이 망가져간다. 자신의 아이들과 가정을 지키기 위해, 섵불리 행동할 수도 없고, 결국 일탈을 하고 만다. 그리고 그 일탈끝에는 무언가를 지키기 위한 욕망이 불러일으킨 끔찍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이 소설은 이런 두 여자의 심리가 교차진행되며, 도메스틱 스릴러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각 가정에 속한 인물들은 제각기 비밀을 가졌고, 그것은 대외적으로는 아름답고 훌륭해보이지만, 그 속은 더럽고 추악하고 잔인하기도 하다. 누구는 바람을 피고, 누구는 마약을 하고, 누구는 자신의 정체를 숨긴다. 제 각기 선량하고 충실한 삶을 살듯하지만, 그 안의 욕망은 결국 자신들의 ‘가면’을 벗어나 ‘살인’이라는 결과를 낳는다.

재밌는 건, 그 살인이 두 용의자로  단번에 함축되는데, 마지막에 독자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제3의 인물 ‘사라’를 등장시켜, 심리스릴러가 아닌 반전스릴러로 마무리가 된다는 점이다. 실상 사라의 정체는 많은 스릴러에서 사용된 ‘소재’지만, 그 인물의 등장이 가장 뒤쪽에 밝혀지기에 독자는 결코 예상할 수가 없다. 그리고 ‘사라’의 등장은 범인의 정체까지 단번에 바꿀, 존재감과 과거사를 가졌으니 이 ‘반전’ 결코 예상할 수가 없다. 심리스릴러가 반전으로 마무리되는 경우는 많다. 하지만 이 책은 심리스릴러의 탈을 쓴 ‘반전소설’이다. 그 만큼 마지막 반전 하나를 위해 심리스릴러를 늘어놓았다고나 할까? 도메스틱 스릴러를 즐겨봐서 왠만한 반전을 꽤차고 있다면 도전해보자, 마지막 정답이 많이 쓰인 ‘소재’지만, 가장 마지막에 새로운 인물로 등장하기에 결코 맞출 수는 없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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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 - 금융위기 10년, 세계는 어떻게 바뀌었는가
애덤 투즈 지음, 우진하 옮김 / 아카넷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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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날로 어려워진다. 금융위기는 계속 지속되고 있따. 저자 애덤 투즈의 <붕괴>는 금융위기 10년 세계가 어떻게 바뀌었는가에 관한 경제, 정치, 국제관계의 역사이다. 현재 자본주의 체와 글로벌 경제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동안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미국와 유럽, 중국과 러시아, 신흥시장국가까지 전 세계 규모로 보여준다. 어디서 어ᄄᅠᇂ게 왜 시작되었으며, 어디까지 얼마만큼 퍼져나갔는지를 이야기하며, 그 붕괴의 역사를 되짚어 봄과 동시에 이 위기 대응에 대한 과정과 방법 또한 연구한다.

 

2008, 1980년대 중반부터 지속된 세계 경제 안정화시기가 미증유의 금융위기를 만나면서 붕괴되기 시작한다. 이는 정치적 위기로 변모하기 까지 한다. 세계적으로 민족주의와 외국인 혐오의 분위기가 이어지기도 하고, 유럽에서는 좌파가 몰락하고, 포뮬리즘 정치가 등장한다. 이런 정치적 변화의 배경에 재정긴축에 따른 복지 프로그램 축소로 대중의 삶은 더 고립되고 고통스러워지고, 국민대다수의 경제는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정치와 경제는 서로 맞물려가며 끊이 없이 연속된 관계속에 부정적인 영향을 거듭하며 붕괴되온 것이다.

 

나는 한국의 독자들이 붕괴를 단순히 역사의 기록이라기보다는 한국처럼 고도로 국제화된 국가들이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와 지정학적 측면에서 세계화의 물결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서로 읽어주기를 바란다.‘ 저자는 이런 서문과 함께, 한국 정치와 경제상황을 우려한다.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의 각축은 상수의 불안요소다. 격화하는 미중의 패권다툼은 무역 바로 경제의 위기로 비화된다. 우리는 지난 10년 이들의 위기를 살피면서 경제와 정치의 위기기가 함께 관계되어 있고, 곧 벌어질 일임을 예감하게 된다.


+@ 권력의 상층부에서 실제로 어떤 논의가 오가는지 그 맥락은 무엇이었는지 일반인이 속속들이 알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투즈는 정치지도자, 국제기구나 금융기관의 수장들이 엮어내는 생생한 에피소드는 남다른 재미요소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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