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쳐보는 여자
민카 켄트 지음, 나현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최근 여성화자를 중심으로한 심리스릴러가 유행이다. 물론 그전부터 쭉 인기를 가졌으나, 그 인기가 식을 줄을 모른다. 최근 황금시간에서 출간된 엘리자베스 노어백의 <마더 앤 마더>를 읽었는데, ‘모정’ 때문에 벌어지는 스릴러로, 진짜엄마와 가짜엄마의 대결을 그린 심리스릴러이다. 모정 때문에 딸을 구하려는 엄마와 모정 때문에 미쳐버린 한 사이코패스의 유괴와 인질극은 누가 진짜 ‘엄마’인지 모르기 때문에 폭발적인 긴장감을 보여줬다. 여기, 이처럼 진짜엄마와 가짜엄마가 등장한다. 하지만 <마더 앰 마더>와는 다르게, 처음부터 누가 진짜이고 가짜인지가 공개된다. 또한 그녀들의 상황, 의도, 관계가 전부 다르다. 가면을 쓴 자와의 대결이 아닌, 가면을 쓴 두 여자가 모정, 가정 때문에 일탈을 벌이고 그 탓에 위험한 결말을 맞이하는 이야기. <훔쳐보는 여자>를 소개한다.



‘그래도 난 부인할 것이다.

이것 때문에 주저앉을 순 없다.

나는 단지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을 뿐이다.

... 그것이 이 모든 걸 끝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었다‘

- ‘내 딸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거야’

지켜보는 여자, 관찰당하는 여자. 이 ‘가정’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것이다.

오텀은 십대에 딸(그레이스)를 나았다. 때문에 자신의 딸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자라길 바랬고, 결국 입양보내기로 마음먹는다. 입양 보낸 딸을 잊지 못하던 어느날, 한 부부의 SNS를 보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의 그레이스를 보게 된다. 그 부부는 그레이스를 입양한 부모였던 것이다. 오텀은 SNS를 지켜보며, 딸이 부유하고 화목한 가정에서 자라는 것을 보게 된다. 그리고 점점 딸에 대한 애정이 깊어져 간다. 결국 그녀는 그레이스를 지켜보기 위해, 딸의 집 바로 뒷집에 사는 이웃 남자 벤을 유혹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오텀은 ‘오텀’ 그녀 자신을 버리고 가면을 쓰기로 한다.

벤의 취향에 맞춰 변화한 오텀. 오텀은 그의 여자친구 행세를 하며, 딸 그레이스의 집을 지켜본다. 매일 앞집을 훔쳐보며, 그 가족의 일거수일투족을 체크하던 어느날, 가족의 SNS가 삭제되자, 그 집에 무언가가 일어났음을 짐작하게 된다. 오텀은 그 무언가를 알아내기 위해, 그 집의 보모로 들어가기로 결심하고, 온갖 수를 써서 채용된다. 보모로 지켜본 딸의 가정은 SNS상과는 너무도 달랐다. 딸의 입양부인 그레이엄은 어린여자와 바람이 난 상태이고, 입양모인 대프니는 남편의 외도와 독박육아에 지쳐 일탈(마약)을 하기 시작했다. 딸은 점점 어긋나고 이 가족은 언제 붕괴되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다. 오텀은 딸(그레이스)의 행복을 위해, 그 가정을 제자리로 돌려놓은 마음을 먹는다. 그리고 얼마 뒤 그레이엄의 내연녀인 마르니가 죽을 채 발견되는데... 과연, 오텀이 범인인가?

- 내 딸을 지키기 위해, 내 가정을 지키기 위해 ‘가면’을 쓴 여자들.

그리고 뜻하지 못한 제3의 인물의 등장, 그 가면 뒤를 파헤쳐라!

훔쳐보지않는 여자는 두 여자의 '가면'에 관한 이야기이다. 한 여자는 딸아이를 지켜보기위해 전혀 다른 모습과 인격을 만들어 한 남자를 유혹하고 심지어 딸의 가정을 훔쳐보며 결국 그 가정에 숨어들어가기 까지한다. 또 한여자는 남편의 바람과 독박육아로 인해 심신이 망가져간다. 자신의 아이들과 가정을 지키기 위해, 섵불리 행동할 수도 없고, 결국 일탈을 하고 만다. 그리고 그 일탈끝에는 무언가를 지키기 위한 욕망이 불러일으킨 끔찍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이 소설은 이런 두 여자의 심리가 교차진행되며, 도메스틱 스릴러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각 가정에 속한 인물들은 제각기 비밀을 가졌고, 그것은 대외적으로는 아름답고 훌륭해보이지만, 그 속은 더럽고 추악하고 잔인하기도 하다. 누구는 바람을 피고, 누구는 마약을 하고, 누구는 자신의 정체를 숨긴다. 제 각기 선량하고 충실한 삶을 살듯하지만, 그 안의 욕망은 결국 자신들의 ‘가면’을 벗어나 ‘살인’이라는 결과를 낳는다.

재밌는 건, 그 살인이 두 용의자로  단번에 함축되는데, 마지막에 독자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제3의 인물 ‘사라’를 등장시켜, 심리스릴러가 아닌 반전스릴러로 마무리가 된다는 점이다. 실상 사라의 정체는 많은 스릴러에서 사용된 ‘소재’지만, 그 인물의 등장이 가장 뒤쪽에 밝혀지기에 독자는 결코 예상할 수가 없다. 그리고 ‘사라’의 등장은 범인의 정체까지 단번에 바꿀, 존재감과 과거사를 가졌으니 이 ‘반전’ 결코 예상할 수가 없다. 심리스릴러가 반전으로 마무리되는 경우는 많다. 하지만 이 책은 심리스릴러의 탈을 쓴 ‘반전소설’이다. 그 만큼 마지막 반전 하나를 위해 심리스릴러를 늘어놓았다고나 할까? 도메스틱 스릴러를 즐겨봐서 왠만한 반전을 꽤차고 있다면 도전해보자, 마지막 정답이 많이 쓰인 ‘소재’지만, 가장 마지막에 새로운 인물로 등장하기에 결코 맞출 수는 없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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