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호의 죄 - 범죄적 예술과 살인의 동기들
리처드 바인 지음, 박지선 옮김 / 서울셀렉션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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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 대한 생각은 창의적이며 고귀하고 아름답다 라는 인식이 대부분이다. 실용적이기 보다는 감상을 위한 것이고, 생필품이 아님에도 고가의 돈으로 사고 팔리며 심미적인 유희를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 아름다움을 탐하기 위한 ‘욕구’에서 예술이 비롯되었기 때문에 부 권력 성공 성적인 행위에 대한 욕망과 그 시작점은 같을지도 모른다. 최근 이를 소재로한 <마에스트라>라는 영미스릴러소설을 읽었는데, 미술관에서 일하는 여자가 상류사회에 오르기 위해 몸을 팔다 살인을 저지르는 에로틱 스릴러이다. 예술을 소재로한 스릴러, 여기 그런 또 하나의 소설이 있다. 예술 스릴러라고 알려진 <소호의 죄>를 소개한다.



예술계잖아. 다들 섹스를 하면 했지 악수는 안 한다고

뉴욕 예술계의 병적인 삶과 죄의 문제를 다룬 고품격 범죄 소설

서스펜스와 관능미를 갖춘 본격 예술 스릴러

아트 인 아메리카편집장 리처드 바인, 피로 얼룩진 소호를 그려내다


소호의 예술계에서 알려진 성공과 화목아이콘이자 거물급 인사인 부부가 있다. 그리고 그 부부에게는 끔찍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아내인 아맨다 올리버가 얼굴에 끔찍한 총상을 입은채 발견된다. 그의 남편은 자신이 아내를 죽였다고 시인하지만, 그 자백에도 불구하고 그는 풀려난다. 그는 울프심 증후군이라는 뇌질환에 시달리고 있기에 그의 진술에는 신빙성이 없으며, 사건 당일에 그를 목격한 사람이 여럿 있기 때문이다. 결국 남편의 무죄와 아내의 진범을 잡기위해 부부의 친구인 미술품 딜러 잭과 사립탐정 호건이 이 사건을 조사하기에 이른다. 소호 곳곳을 누비며 찾아내는 실마리는 부부의 진짜모습과 예술과 죄악을 넘나드는 추한 예술계의 이면을 보여주고 마는데...

이야기는 소호의 곧곧을 누비며 진행된다. 90년대 예술의 도시를 관광하는 기분이랄까. 소더비 경매장, 윌리엄스버그, 휘트니 미술관을 거쳐 예술에 대한 장소와 인물들을 등장시켜 예술계의 진면목을 보게 해 준다. 저자가 세계적인 미술 매거진 아트인 아메리카의 편집장 출신이기 때문에 예술기관에서 경험한 자신의 느낀점을 소설화한 펄프 픽션의 형식이기 때문에 그 생생함은 높이 살만하다. 하지만 장르소설 로써의 재미만을 보자면 다소 아쉬운 면이 보인다. 인물들간의 관계, 증거나 증언의 연관성, 반전이나 결말의 창의성이 부족하고, 예술에 대한 흥미가 없는 사람이 읽으면 지루할만한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더러운 치정, 변태적인 욕망(페티시), 사이코패스적인 추악함은 불편함과 동시에 강렬함을 가졌기에 분명 흥미로운 구석은 있다. 이런 것들이 예술계의 광기와 공허함과 잘 어울려지며, 상류문화로 인식되어온 현대 미술의 저급함과 경박함을 통렬하게 꼬집는 면은 이 책이 속도감있는 장르소설로써 재미가 덜할지라도 끝까지 읽을 수 있는 견인차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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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하지 않는 남자 사랑에 빠진 여자
로지 월쉬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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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이웃 블로거님께 선물 받은 조조 모예스의 <미 비포 유>란 소설이 떠오른다. <미 비포 유>는 한 가난한 웨이트리스트가 사지마비환자인 부유한 사업가의 임시 간병인을 하다가, 사랑에 빠지는 러브스토리이다. ‘신데렐라 스토리’와 ‘시한부 연인’이라는 판에 박힌 소재를 이용하지만, 영화로도 소설로도 흥행했고, 나 역시도 인상 깊게 읽은 작품이다. 그 이유는 ‘사랑이 모든 것을 이겨낸다’라는 결말이 아닌, 매우 ‘현실적인 결말’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과 진정한 사랑은 상대방의 결정을 존중해 주는 것이라는 울림 있는 메시지를 주기 때문이다. 이 소설을 발굴한 에디터가 또 하나의 작가를 추천한다면? 이 소설은 조조 모예스 이후로 미스터리 스릴러가 주류인 소설업계에서 로맨스의 신예로 떠오른 로지 윌쉬의 데뷔작이다. <미 비포 유> 이후로 최고의 화제로 떠오른 로맨스 소설인 <전화하지 않는 남자 사랑에 빠진 여자>, 과연 <미 비포 유>만큼 인상 깊은 로맨스를 선사할 수 있을까?



- 일주일의 꿈같은 로맨스, 그리고 사라진 남자의 비밀

그의 진심을 확신하는 그녀, 연락 없는 그를 찾아나서는데...

사라는 십여년 결혼생활을 마무리하고 첫사랑과 이혼절차를 밟는 중이다. 그녀는 화려한 커리어를 두고 사회 자선사업가로 성공한 여성이지만, 사랑에 있어서는 그렇지 못했다. 복잡한 심경을 훌훌 떨치기 위한 여행길, 휴가차 온 고향땅에서 다시 한 번 로맨틱한 사랑을 꿈꾸게 된다. 자연풍경과 어울리는 한 적한 길에서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된다 것이다. 그 남자는 에디. 사라와 에디는 너무도 다르다. 이혼경험의 커리어우먼인 사라, 미혼인 목수인 에디. 하지만 이 둘은 몇 마디 대화와 맥주 한 잔을 시작으로 일주일간 급속도로 빠져든다.

에디는 그간 사라가 봐온 남자와는 다르다. 도심이 아닌 외곽 시골에서 목수일을 하며, 주말에는 취미삼아 축구 선수로 활약한다. 그리고 그 외에는 우울증에 걸린 어머니를 보살피는 남자이다. 다름인지, 새로움인지 모를 매력. 이런 에디를 사라는 사랑하게 되지만 이 사랑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에디는 사라를 만나기 전 예약해둔 스페인 여행을 떠난다. 헤어지기 전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지만, 곧 연락이 두절된다. 사라는 그의 진심과 약속을 믿으며 그를 기다린다. 문자를 남기고, 페이스북에 메시지를 남기지만 그에게서는 도통 답이 없다. 사라의 친구는 30대중후반의 나이에 정신차리라며 그저 지나가는 남자일 뿐이라며 잊으라 하지만, 사라는 계속해서 그를 찾아 헤메는데... 과연 사라는 그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로맨스 소설이지만 로맨스가 전부가 아닌 소설이다. 초중반만 해도 그저 서로다른 남녀의 운명적인 사랑이라는 뻔한 로맨스가 진행되기에 지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에디의 행방을 추적하는 사라의 이야기와 진짜 에디의 진심과 그의 숨겨진 의도를 궁금해 하는 호기심이 점차 이 소설을 끈기 있게 읽다, 결국 급속도로 빠져들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야기는 사라와 에디의 러브 스토리에서 ‘로맨스적 요소’를, 사라가 에디의 실종을 찾는 과정에서 ‘추리적 요소’를, 사라가 죽은 동생을 기억하고 쓰는 편지글에서 ‘반전적 요소’를 맛볼 수 있다.

로맨스와 반전을 좋아한다면 적극 추천한다. 조조 모예스의 대표작만 읽어보았지만 <미 비포 유>가 로맨스에 강하고 천천히 빠져들게 만드는 소설이라면, <전화하지 않는 남자 사랑에 빠진 여자>는 반전에 강하고 초반에 더디다가 중후반에 빠져드는 소설이다. 만약, 현실적이고 감동적인 로맨스를 좋아한다면 조조 모예스의 작품을. 다양한 장르적 요소를 맛보고 독특한 로맨스를 맛보고 싶다면 로지 윌시의 작품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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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부팅 - 지친 ‘나’를 채우는 재충전의 기술
전옥표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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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부팅은 정성적인 컴퓨터를 재부팅하는 말로, 작동 중 프로그램 실행에 문제가 있을 경우 전원 버튼을 사용해 강제로 전원을 완전히 껐다 다시 켜는 것이다. 이런 ‘재시작’ ‘리셋’이 기계가 아닌 사람에게도 적용된다면? 삼성전자에서 전략마케팅으로 일한 경험이 있는 자기혁신 전문가인 전옥표가 리부팅을 사람에게도 적용한다. 이번에 소개할 <리부팅>은 저자의 베스트 셀러인 <이기는 습관>만큼 자극과 영감을 주는 자기계발서이다. 무료하거나 지치거나 하는 현대인들, 어느 순간 피쉬쉬하고 동작을 멈춰버린 사람이 있다면 혹은 늘어지지만 억지로 겨우 의미 없는 한 걸음만 떼고 있다면 주목하자. 지친 당신을 채우는 재충전의 기술을 소개한다.



‘사람들은 “두렵다”고 해야 할 때 “싫다”고 말하는 경향이 있다.

일종의 자기 합리화다. 누구나 두려움이라는 약한 마음을 드러내기를 꺼린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목표가 두려웠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목표를 달성하기 싫었다거나 목표가 적성에 맞지 않았다고 하면

목표 달성에 대한 두려움을 감출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무슨 핑계를 대더라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결과는 똑같다.

핑계를 찾느라 기운빼느니 목표를 향해 정면 돌파하는 데 에너지를 집중하는 게 낫지 않은가’

<리부팅>은 <이기는 습관>으로 많은 독자에게 영감과 감동을 준 전옥표가 4년만에 펴낸 자기계발서이다. 그는 사람에게도 회복의 시간이 필요하며, 자신이 걸어온 인생의 자취를 되돌아보고 삶을 재정비해 다시 활기찬 시작을 할 수 있는 힘에 관한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알려준다. 요즘 ‘번아웃’이나 ‘매너리즘’에 빠진 사람들이 체력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피로감을 호소하는데, 그것에 도움이 되는 멘토링이자 대처방안에 관한 팁들이 소개되어 있다. 단계는 0단계 삶에도 리부팅이 필요하다. 1단계 멈춰서기. 2단계 숨고르기. 3단계 방향잡기. 4단계 다시시작하기. 5단계 흔들리지 않기. 6단계 도약하기로 나눠 진행된다.

저자는 말한다. 컴퓨터를 잠시 껐다 켰을 뿐인데 버벅대던 프로그램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경험처럼, 사람은 누구나 ‘삶의 리부팅’이 필요하다고. 긴 인생에서 무조건적인 달리기가 아닌, 때론 멈춤과 숨고르기 되돌아보기를 통한 재시작의 순간이자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 권태로움 우울, 초조, 불안을 극복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반성과 계획 발전의 도약을 할 수 있다 말한다. 만약 당신이 열정을 다 쏟고 일했는데 어딘가 막힌 느낌이라던가 지쳐서 나아갈 수 없다고 느낄 때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작은일에 행복을 찾고, 다른 가치관이나 삶의 관점을 전환하는 계기를 갖고, 잘못된 방향을 고쳐잡거나 목표를 다시 재설정할수도 있고, 삶의 이유나 가치관에 대해 깊은 성찰과 우선순위를 다시 매기는 변화와 재도전의 용기, 기회의 창을 가지게 될 수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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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상실사
청얼 지음, 허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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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조위, 탕웨이 주연의 영화 <색계>를 기억하는가? 이 영화는 시대상의 이유로 암살을 계획해야만 했던 학생 항일운동가인 여인과 그 여인의 암살목표인 친일파 핵심인물이자 정보부 대장인 한 사내의 사랑이야기이다. 배경은 1930년대와 40년대 홍콩과 상하이를 중심으로 펼쳐지는데, 중국 특유의 화려하고 고풍스러운 화면풍경과는 다르게, 인간의 음모, 배신, 사랑, 욕정들이 뒤엉킨 색(色:욕정,본능)과 계(戒경계,이성)의 이야기이다. 여기, 색계와 같이 풍랑의 시대에 인간사를 욕망을 관통하는 이야기가 있다. 영화 <라만대극소망사>의 원작소설이자, 중국 천재 영화감독 칭얼의 데뷔작인 <로맨틱 상실사>이다. 폭풍 전야와 같은 30년대 상하이, 사랑이 있지만 비정했고, 뜨거웠지만 냉정했던 로맨스가 상실된 시대를 만나보자.



‘가끔 손님이 돌아가고 난 뒤 그를 방으로 데리고 들어올 때

그의 눈가에 고인 눈물을 볼 수가 있었다.

그가 측은해 못 본 척하려고 했지만 흘러내린 눈물에 상처가 젖을까 봐

손수건으로 그의 눈가를 닦아주었다. 닦아주다가 그녀도 울음을 터뜨렸다.

그녀도 그만큼이나 괴로웠다.

그녀는 날마다 십자가를 향해 어서 빨리 그의 몸이 낫게 해달라고 기도했고,

며칠에 한 번씩은 그의 몸이 다 나은 뒤 자신을 버리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 중국의 천재 영화감독 청얼, 낭만과 상실을 이야기하다!

장쯔이, 거요우 주연 영화 <라만대극소망사> 원작 소설은?

이 책은 총 7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인어][여배우][닭][영계][몸의시편][로맨틱상실사][세번째x군], 이 이야기들은 두 파트로 나눠볼 수 있는데, [여배우][영계][로맨틱상실사]는 1930년대를 배경으로 진행되며 [인어][닭][몸의시편][세번째x군]은 각박하고 음울한 현대를 배경으로 진행된다. 이 단편들은 단편이면서도 연작형태를 띄는데, 그것은 각 편에 등장하는 인물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대표작인 [로맨틱 상실사]는 1930년대 일본침략과 정치 이념간에 대립으로 어지러웠던 시대에 조직의 이인자로 추앙받던 두선생과 사교계의 꽃으로 사랑받아온 샤오류가 사랑도 몸도 잃어버리고 깡패와 창녀로만 여겨지는 이야기이다. [여배우]는 30년대 상하이, 아름다운 외모로 여배우로 성공한 여인이 재벌가의 첩이 되지만, 본처자리에 정착하지 못하고 후에 새 사랑을 찾아 연하의 남편을 만나지만, 폭력을 일삼은 한량같은 남편 때문에 권력가에게 도움을 청하고 그를 따라 떠나지만 여전히 외로움과 향수를 떨치지 못한 이야기 이다.

<로맨틱 상실사>는 격랑의 시대를 살아내는 인간 군상이 담긴 뜨겁고도 쓸쓸한 7편의 연작 소설이다. 단조롭고 건조한 문체로 이어지며, 몇몇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스토리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분위기나 감정에 치우치는 소설이다. 기승전결 서사구조가 없이, 열린 결말이 내려지거나 저자가 왜 이런 소설을 썼는지 주제가 명확하게 주어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즉, 읽고 독자 스스로 탐색해야하는 소설들인데, 이 소설들의 한가지 공통점은 영화 <색계>처럼 욕정과 사랑이 소재로 등장하지만, 그것들이 아름답다거나 낭만적인 것이 아닌, 음울하고 비정하고 차갑고 쓸쓸하다는 점이다. 낭만과 화려함의 도시 상하이, 하지만 섬세한 만큼 서슬 퍼런 인간의 본성이 존재하는 이야기. 만약 행운보다 비운을, 환희보단 염세적인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읽어보자. 읽다보면 30년대의 풍랑의 시대에 이성이 무너지고 본성이 떠오르지만 그 본성이 이성보다 차갑게 식어버린 ‘로맨틱’을 상실한 시대를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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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베의 태양
돌로레스 레돈도 지음, 엄지영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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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에서 출간하는 책을 보면, 장르소설이 단순 재미만이 아닌 수준이상의 작품성을 요구할 때가 많다. 대표적으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만 봐도 그렇다. 쉽게보면 SF추리소설 형태를 띄지만, 그의 작품은 과학, 철학, 신학, 역사 등 다방면의 소재와 배경이 혼재되어 있어 재미는 있지만 편하게 읽히는 소설이 아니다. 그런 작가의 소설을 출간하는 열린책들에서 이번에는 스페인 추리소설을 출간한다. 이 소설은 전통적인 범죄 스릴러에 강한 영미나, 서늘한 서스펜스 스릴러에 강한 북유럽 풍과는 다르다. 스페인 특유의 풍경과 지방 전설을 배경으로 하는 색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스페인 북동부의 포도나무와 치자꽃이 있는 목가적인 풍경, 그곳에서 벌어지는 어두운 가족사와 가톨릭 교리의 비리는 무엇일까?


소설가 마누엘과 동성 배우자 알바로는 사회의 편견에 맞서 자신들만의 사랑을 키워나가는 중이다. 별 문제없이 서로를 믿고 사랑하고 각자의 일에 충실한 이 부부에게 뜻밖의 사고가 일어난다. 출장을 간 줄로만 생각한 알바로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이다. 어느날, 경찰이 마누엘을 찾아왔고 그의 배우자인 알바로가 갈라시아 지방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한다. 처음에는 바르셀로나에 있는 마케팅회사로 출장간 남편의 말을 믿어 잘못 소식이 전해진거라 생각했지만, 곧 경찰의 말이 사실임을 알게되고, 마누엘은 충격과 배신감에 휩싸인다.

마누엘은 배우자의 장례와 상속문제 때문에 갈라시아 지방으로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여태껏 자신이 알아온 연인의 모습이 가짜 였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의 배우자는 외톨이가 아닌 피를 나눈 가족이 있었고, 그 지방의 손꼽히는 후작가문의 상속자였고, 그의 형제와 와인사업을 운영하고 있었다. 마누엘은 동성 배우자인 자신을 숨겼으며 자신의 과거를 거짓으로 감춘 배우자에게 배신감과 슬픔을 느낀다. 결국 모든 사실을 안 마누엘은 그의 배우자가 남긴 유산을 포기하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기로 한다. 그러나 알바로의 죽음과 상습적으로 벌어지는 이 가문의 의문스러운 사건들을 조사하던 경찰 노게이라가 이 사건은 교통사건이 아닌 살인사건이라는 말을 전하는데...

이야기는 마누엘이 자신의 동성배우자인 알바로의 죽음의 진실을 추적하는 추리스릴러 소설이다. 상당히 두꺼운 페이지와 긴 호흡으로 이루어진 소설이니만큼 장르적 재미가 반감될까 우려한 부분이 있었지만, 읽다보면 알바로의 죽음과 동시에 그 가문에 일어난 의문스러운 사건들을 되짚어 보면서 진실에 가까워지기 때문에 이야기 형태는 단조롭지 않아, 끝까지 긴장감을 잘 유지한다. 이야기는 상류사회의 비정함과 종교사회의 추악함이 얽힌 모호한 인간심리와 어두운 가족사와 그 내막을 파헤치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데, 그 속에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은 전통적 사회적 인식, 막대한 유산과 거대한 빚, 가문의 명예와 교리의 특권, 의문스러운 자살과 사고사가 뒤엉켜 진실에 가까워진다. 이국적이고 자연을 머금은 풍경과는 다르게 벌어지는 한 가문의 충격과 치명적인 진실. 기품있고 강렬한 스페인 추리소설을 맛보고 싶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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