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 모라
토머스 해리스 지음, 박산호 옮김 / 나무의철학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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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를 좋아한다면 9월달 주목해야할 4권의 책이 있다. 미국 출판 사상 ‘초판 최고 판매부수’ ‘최고 계약금’ ‘최대 판권료’라는 3대 기록을 갱신한 <양들의 침묵>의 저자, 토머스 해리스의 작품들이다. 양들의 침묵이후30년이 흘렀고, 십여년만의 귀환이다. 그는 현실과 작품의 가상을 섞어 놓는데, 그것은 세상에 존재한 가장 엽기적이고 잔혹한 범죄를 소재로, 그 어디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는 독보적인 악인캐릭터로 재탄생시킨다는 점이다. 선과 악, 정상과 비정상, 구속과 해방, 욕망과 도덕, 광기와 이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인간의 가장 어두운 본성을 괴기스럽고 희귀하게 그려내 독자들을 ‘뜨악’하게 만드는 점이 여전한 그의 신작 <카리모라>를 소개한다. 두 절대 악인과 절대 생존자의 대결은 과연? 



‘한스 피터는 렌즈로 카리의 모습을 찬찬히 뜯어봤다.

그녀는 이제 까치발로 서서 새모이통에 모이를 채우고 있었다.

여자의 시체를 그냥 버리긴 아깝다. 몸에 흥미로운 흉터들도 있으니

돈을 많이 받아낼 수 있는데, ...

한가 할 때 고객 입맛에 맞게 작업을 좀 더 해서 팔면 최고가를 받을지도 모르지.

그래봐야 푼돈이지만, 저 집에는 2500만 달러에서 3000만 달러 정도가 있으니까.‘

 

 

- <양들의 침묵> 이후30년, 스릴러 거장 토머스 해리스의 귀환!

한니발에 이은 최고최악의 살인마, 한스 피터는?

 

 

마이애미 비스케인 만에 위치한 대저택. 이 저택을 관리하는 아름다운 여성 카리 모라. 그녀는 어릴 때 무장혁명군에게 납치되어 소년병이 되었다가 마이애미로 온 이민자이다. 현재는 임시보호상태이며 언제 고향으로 추방될지 모르는 처지라 불안속에 살고있다. 이런 그녀는 이 곳에 정착하기 위해 낮에는 새와 같은 작은 동물을 치료하는 일을, 밤에는 이 저택을 관리하는 관리자로 일하는 중이다. 그녀는 자신이 관리하는 이 저택에 비밀이 숨겨져 있고, 저택 안에 무언가를 노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콜롬비아 마약왕 파블로의 소유로 알려진 이 저택은 어딘가에 어마어마한 금이 숨겨져 있다는 비밀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해주는 인물이 있다. 이 인물은 자신이 그 금을 옮겼다며, 두명의 악인에게 저택과 관련된 비밀을 팔아 넘긴다. 두 악인 중 하나는 범죄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돈 에르네스토. 그는 소매치기및 강도 살인 기술을 가르치는 아카데미의 교장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성매매와 장기밀매를 하는 한스 피터. 그는 여자들은 강간하고 매매하며 그러다 팔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액화 화장 기계에 넣어 녹여버리는 연쇄살인마이다. 이제 두 악인은 저택을 노리게 되고, 그 한가운데 과거 혁명군의 소년병으로 활약한 이력이 있는 카리가 있는데... 카리는 두 악인에게서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인가?

 

 

 

- 제목은 ‘카리 모라’지만, 주인공보다 빛나는 악인 ‘한스 피터’?

강간, 고문, 살인, 장기매매 등 세상의 악을 전부 끌어다 모은 싸이코의 등장은 과연?

 

 

<양들의 침묵>이 이례적인 기록을 남긴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주인공인 신참 FBI요원 클라리스 스텔링을 조연으로 만들어 버리는 악인 ‘한니발 렉터’라는 캐릭터 때문일 것이다. 당시 한니발 렉터라는 캐릭터는 과감함과 강렬함을 넘어선,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몸집이 비대한 여인들의 피부를 도려내 그들의 살을 뜯어먹고 살해한 엽기적인 천재살인마. 겉으로는 완벽한 정신과의사지만, 속에는 완전무결한 악마인 사이코패스 한니발 렉터 박사는 스릴러 역사상 가장 악랄하고 매력적인 악인캐릭터임은 부정할 수 없다. 아마 그 혹독한 잔인성과 비례되는 천재적인 지성과 죄의식에 무감각함은 이후로 많은 사이코패스 캐릭터의 시초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그 때문일까? 저자 토머스의 신작 <카리 모라>역시 주연보다 악인의 비중이 크다.


 

이 작품은 비밀을 품고 있는 한 거대저택을 관리하는 관리자인 카리 모라. 그리고 그 저택을 노리는 범죄아카데미 교장인 돈 에르네스토와 부자들에게 여성의 성과 장기를 팔고, 심지어 액화기계에 넣어 시체를 녹이기까지 하는 살인마 한스 피터의 대결이 그려진다. 일확천금을 가질 수 있는 비밀스러운 저택, 그 저택에 숨겨진 비밀과 치명적 장치와 구조, 그 비밀과 관련된 인물의 폭발 사망 사건, 갱과 경찰의 개입 등, 흥미로운 캐릭터와 설정들이 짧은 페이지에 가득 들어차있다.

 

 

다만, 제목이 <카리 모라>이고 카리는 몸에 알 수 없는 흉터를 가진 아름다운 여성이지만, 매일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과거 혁명군으로 강제진압되어 온갖 기술을 연마한 과거사가 있는주인공’이지만 주인공다운 활약과 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 아마, 한니발에 버금가는 희대의 악인을 만들기 위해 한스 피터의 캐릭터에 집중한 탓이 아닐까? 하지만 13년만의 칩거와 공백을 깨고 발표한 토머스 해리스의 신작이니만큼 짧은 분량에도 많은 요소들이 빼곡하며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즉, <양들의 침묵>보다는 약하지만 읽어도 후회가 되지 않을 작품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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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믿어요 - 상처보다 크고 아픔보다 강한
김윤나 지음 / 카시오페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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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낮은 자존감’에 대한 자기계발서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사람은 세상에 태어난 이상, 가정내 문제든 사회적 문제든, 자의와는 상관없이 늘상 상처 입을 수 있는 위치와 순간에 노출되어 있다. 이때 그 상처로 ‘퇴보(트라우마)’를 갖느냐 ‘성장’하느냐는 본인의 선택에 달려있다. 그 사실을 명확히 알고 있지만 대부분 어렵다. 때문에 자존감에 상처 입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모두를 위한 심리치료서이자 공감에세이가 출간되었다. 저자는 <말그릇>으로 베스트셀러에 오른 김윤나이다. <말그릇>은 화술책임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경험과 따뜻한 시선, 공감되는 소통문구와 서정적인 묘사단어로 자기계발서임에도 다정다감했다. 이번에도 그렇다. 치유와 위로는 물론, 저자의 사담과 그 특유의 다정다감까지. 만약 남몰래 울거나, 문득 화가 치미는 비밀스런 상처를 가지고 있다면, 이 책에 주목해 보자



‘상처의 맨얼굴과 대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믿음’이다.

내가 그것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말이다.

외로움과 절박함의 끝에 섰을 때,

자기 믿음이 채워지지 않고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

- 베스트 셀러 <말그릇> 저자의 감성과 실용의 마음치유서

작가 특유의 공감 따뜻함으로 말하는, 상처바라보기와 자존감회복하기!

이 책은 <말그릇>으로 베스트셀러작가의 반열에 오른 상담사 김윤나의 치유에세이이다. 저자는 약10여년동안 코칭심리전문가로 강연과 코치 활동을 이어갔는데, 특히 스스로와 타인을 연결하는 소통과 공감을 주제로 삼아왔다. 때문에 <말그릇> 역시 ‘화술’을 목적으로 한 자기계발서이지만, ‘말’을 잘하는 것보단 ‘대화’를 나누는 것에 주목한다. 독자스스로의 인덕을 성장시키고 상대와의 관계를 개선하는데 집중하는 것이다. 이번에도 계발과 성장을 목적으로 두지만 감성적인 부분으로 풀어내며 독자와 아픔과 상처를 함께 나눈다. ‘상처’를 받으면 어떻게 바라봐야하고 극복해야할지를, 자신의 긴밀하고 사적인 과거사와 함께 독자와 소통한다.

저자 김윤아는 어릴적 상처로 인해 아팠고 치열했다. 저자의 아버지는 노점상으로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술에 의존하는 알콜중독자였고, 친어머니는 아버지는 물론 자신까지도 버렸다. 어린시절 육성회비를 내지 못해 불려가는 창피함을 겪어야 했고, 아버지가 급성 알코올 중독으로 응급실에 실려갔다가 입원과 퇴원을 반복할때마다, 자신도 어머니에게 버림받았음에도 짐스러운 아버지를 버리고 싶을 정도로 미워했고, 그 스스로의 감정에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다. 저자는 이런 ‘비밀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매우 사적이고 유별나 보이지만, 알고보면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가족과 타인으로부터의 자잘한 상처들을. 이런 저자는 ‘어떤 경험’을 통해 자신이 가진 부정적인 감정들이 타당하고 정당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 ‘it's not your fault’ 영화 <굿윌헌팅>이 떠오르는 에세이

상처로 인해 낮은 자존감, 열패감, 죄책감, 무력감, 우울함, 슬픔, 분노가 있다면 주목!

‘당신의 잘못이 아니에요, 그리고 당신을 믿어요’

1997년도 영화지만 아직까지도 명작으로 남겨진 영화가 있다. <굿 윌 헌팅>이다. 맷데이먼, 로빈 윌리엄스, 벤 애플렉 등 최고의 헐리웃 배우들이 출연한 흥행영화이다. 단순 화제작이 아닌 명작으로 남은 이유는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리는 ‘명장면속 명대사’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it's not your fault’이다.

영화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명문대에서 청소를 하던 젊은 청년 ‘윌’, 그는 천재적인 두뇌의 소유자지만 세상에 마음을 열지 못한 불우한 반항아이다. 이 때 그의 재능을 알게 된 심리학 교수 ‘숀’이 그의 상처를 치유하고 그가 재능을 펼치고 꿈을 가지게 만드는 내용이다. 실상, 별 다를 것 없는 ‘드라마’이다. 하지만, 백미는 숀이 자신도 어릴적 가정폭력의 피해자였음을 밝히며, 지금 윌이 가진 날선 성격과 불우한 환경과 사람들과 관계형성을 하지 못하는 것 불신 역시 어릴적 입은 상처로 인한 것이라 말한다. 결국 숀의 말 ‘네 잘못이 아니야’란 말을 들은 윌이 울음을 터트린다.(저자가 자신의 상처를 털어놓고 독자에게 공감을 얻으며 위로하는 방식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우리는 모두 자잘한 소란과 상처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내 상처가 엄살로 보이진 않을까? 약점이 되진 않을까? 이로인해 상대가 편견에 사로잡히진 않을까? 등의 고민을 하며 쉽게 내보이지 못한다. 또한 그 상처가 나의 나약함 때문은 아닐까? 내 잘못에서 비롯되진 않았을까? 그 과거를 되짚으며 남몰래 아픔을 되새기기도 한다. 이렇듯 상처의 아픔은 당사자'만'이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상처의 책임은 꼭 당사자만의 몫이 아니다.

이 책은 우리가 가져야 할 것은 상처를 이겨내는 강인함이 아니라, 상처를 인정하고 죄책감에 휘둘리지 않으며 있는 그대로를 바라볼 수 있는 지혜라고 한다. 우리는 모든 상처로부터 싸우고 발버둥쳤다. 아프다하기보단 괜찮다라고 하고, 드러내기보단 감추기에 급급했다. 만약, 당신이 과거의 어떤 상처로 인해 버림받을까 두렵고, 상대에게 마음을 터놓기 힘들며, 과거의 시간에 갇혀 열등감과 상실속을 헤메고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그건(상처는) 당신의 잘못이 아니며, 당신은 그 상처보다 더 큰 사람임을 저자도 당신 스스로도 믿고있다고, 김윤나의 믿음과 용기의 문구들이 <굿윌헌팅>의 장면처럼 뜨거운 눈시울과 단단한 마음가짐을 선사할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상처를 흉터로 여길지, 훈장으로 여길지는 우리의 몫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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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는 하루에 백 번 싸운다 - 정답이 없는 혼돈의 시대를 돌파하기 위한 한비자의 내공 수업
조우성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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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덕목을 배우려면 꼭 읽어봐야 할 고전이 있다. 바로 한비의 <한비자>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다. 많이 이들이 이 고전들을 리더쉽의 필독서라 꼽은 이유는 무엇일까?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이 둘의 공통점을 찾다보면 대략적인 감을 잡을 수 있다. 둘 다 인간의 본성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졌으며 이를 타계하기 위해 지독하리 만큼 냉정한 통치를 주장하지만, 시대의 풍파와 권력 투쟁에 있어 효력을 가졌으며, 그 원래의 목적은 공동체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점이다. 결국 악법도 법이며, 필요의 악이라고나 할까? 이번에 소개할 책은 기업 컨설팅 전문 변호사가 해석하고 제시하는 한비자의 가장 냉철하고 현실적인 법, 술, 세에 관한 이야기이다. 한비자가 강조한 세가지로 스스로를 단련하고 조직을 장악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한비자>는 모략과 권모술수에 관한 비법을 담은 책이 아니라

매우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리더십에 관한 책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비자의 가르침을 되짚어본다면 리더는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인간의 어찌할 수 없는 본성이라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하고,

따라서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직원들에 대해 분노하거나 좌절하는 대신

과연 어떻게 해야 서로의 이해관계를 원만하게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방법론에 집중해야 한다.‘

<한비자>는 군주의 강한 리더쉽에 대한 동양 최고의 고전으로 많은 이들이 추천해 온 책이다. 삼성의 이병철과 이건희가 읽고 임원들에게 권한 도서이며, 진시황이 자신의 통치에 직접 사용한 참고서이기도 하며, 임종을 앞둔 유비가 큰아들에게 수시로 읽을 것을 당부한 책이기도 하다. <한비자> 순자의 성악설을 따르기 때문에 인간의 악한 본성을 가정하고, 인간의 악의 교만 권태 안일 거짓 술수 등을 경계하기 위해, 리더는 혹독하고 냉철한 법치를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이것만 보면 <한비자>는 오로지 리더, 제왕을 위한 책이고, 다른 이를 강압하고 통치하기 위한 술법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자는 하버드 협상론을 공부하던 중 ‘설득을 위해서는 상대방의 입장에 얽매이지 말고, 상대방의 욕구에 집중하라’라는 메시지를 읽고 한비의 한비자를 떠올렸다 한다. 즉 리더는 부하를 설득해 끌고가야 하며, 설득이 어려운 이유는 심의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한비자>가 고대의 제왕학을 다루지만, 현대의 기업 경영과 개인간의 협상에도 인용할만한 참된 교훈과 지침이 가득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난세에 지략의 대가의 전략이지만, 현대에도 활용가능하다. 앞에서는 웃는얼굴로 수긍하지만 뒤에서는 교묘하게 말을 바꾸는 직원들로 고심하는 사람, 리더로서 스스로가 악역을 맡는다는 것에 괴로운 사람, 어떤 방법이 민주적이고 수평적이지만 조직의 기강을 바로 세우는지를 고민하는 사람,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협상 테이블에서 최선의 선택지를 내야하는 사람, 순간의 실수나 감정으로 자기 통제력을 잃어버리고 월권을 행사해 악평을 받은 사람들은 주목하자. 2200년전 한비자의 가르침이지만, 그의 고전의 세가지만 파악하면 이런 고민들을 지울만한 현실적인 조언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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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두려운 건 아니겠지? - 룰루랄라 생존운동 필살기
정주윤 지음 / 성안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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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다. 몸이 아프면 우울하거나 짜증이 나는 감정적 동요가 일어나고, 마음이 아프면 피로해지거나 나태해지는 신체적 동요가 일어난다. 어느 한 것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 둘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정신의학계에서 쓰는 용어인 ‘플라시보 효과’만 봐도 알 수 있다. 가짜인 위약을 먹고도 환자스스로가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과 기대를 갖는다면, 증상이 호전된다는 이론인데, 이는 뇌영상학으로 실제 뇌를 관찰해 본 것으로 과학적으로 증명된 이론이다. 즉 우리는 정신이 믿는 대로 몸이 반응한다는 것이다. 결국 둘은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여기 그 관계를 말하지만 반대로 접근하는 책이 있다. 몸을 단련해서 마음과 정신을 건강하게 만드는 처방전, 저자가 말하는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생존운동’에 대해 소개한다.



‘머리, 마음, 몸은 함께 맞물려 작동합니다.

하나가 오작동하기 시작하면 다른 부분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생각에 따라 마음이 변하고 마음이 움직이면 몸이 움직입니다.

반대로 몸에서 마음, 머리로도 이동하겠지요.

마음이 지치면 몸이 지치고 머리도 혼란스러워집니다.‘


이 책은 생존을 위한 운동을 시작한 저자의 에세이이다. 우리는 때로 ‘체력이 안돼서’ 하지 못하는 일들이 많다. 그것이 신체적인 움직임이든 정신적인 움직임이든 말이다. 저자는 이런 이들에게 생존운동을 하라 말한다. 체력이 좋아지면 컨디션이 나아지고, 몸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마음의 자신감, 자존감마저 회복되어 강인한 체력만큼 강단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저자의 경험이자 주장이다. 저자는 수영, 자전거, 스노보드, 스트레칭, 달리기, 요가, 플랭크 등 온갖 스포츠와 홈트를 섭렵하는데, 그 과정속에 소소한 경험담과 개인적인 깨달음, 직접적인 효과등에 대해 풀어놓는다. 또한 저자가 일러스트 작가이기 때문에 직접 그린 부드럽고 유연한 편안한 일러스트 또한 그려 넣는다.

마음과 몸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체력의 한계가 마치 자신의 한계라 느껴지고 좌절감과 열패감을 맛볼 때 읽어보면 좋은 에세이이다. 무리한 다이어트나 멋진 몸매를 위해 몇시간씩 열중해서 하는 운동이 아니라, 일상의 평화로운과 전반적인 삶의 질을 향상시킬 소소한 운동에 대해 이야기 하기에, '운동을 하라!'라는 이야기 하는 에세이임에도 불구하고 마음편하게 힐링하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다. 꾸준하지만 작은 움직임으로 몸과 마음을 단련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뭔가 부딪쳐서 방향을 헤매일 때 좀 더 수월하게 넘어가는 방법으로 운동 습관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고, 하루 몇분의 운동으로 근육을 단련하면 스스로에 대한 믿음, 자신감, 용기, 자기애가 근육만큼이나 꿈틀거리며 성장할지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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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 생리하는데요? - 어느 페미니스트의 생리 일기
오윤주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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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피의 연대기>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식으로 진행되는 여자들의 ‘생리’에 관한 영화이다. 감독 김보람과 함께, 다양한 나이별 직업별 여성들이 ‘생리’에 관해 인터뷰를 하며 그에 관한 일화나 생각들을 나누기도 하고, 생리에 대한 불편한 시선이 있는 사회적 문제, 생리대 가격에 관한 경제적 문제, 오래전에 있던 생리에 관한 비과학적이고 거짓된 역사적 오류(예를 들면, 옛날 서양의 한 나라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신체적으로 하등해서 정액을 만들지 못해 나온것이 생리혈이었다는)등을 다룬다. 당시 ‘임신은 축북인데, 생리는 수치’라는 잘못된 인식에 대한 도전이자, 솔직한 경험담과 다양한 생리용품에 대한 리뷰로 많은 여성들의 호응과 공감을 얻어냈다. 이런 에세이가 있다면? 이번에 소개할 에세이는 생리에 대해 솔직하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그려낸 일기이다.



‘누구도 내게 생리를 숨기고 부끄러워하라고 강요한 적은 없었지만,

나는 자연스레 여자애들에게만 ‘그 날’을 속삭였고

아무도 보지 못하게 생리대를 숨겨서 화장실에 들락거렸으며,

어쩌다 팬티와 침대에 피가 새기라도 하면 죄책감에 자신을 나무랐고,

생리통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나에게 남자애들이 왜 그러냐고 물으면

민망한 웃음을 지으며 “몰라도 돼”라고 말했다.

그렇게 친구들과 그리고 나 자신과 생리에 관해 이야기할 기회는 차단되었다‘

한 달에 한 번, 일년이면 12번, 여성이라면 일평생 적어도 400번 이상은 경험하는 것이 생리이다. 생리는 가임기 여성이 임신이 되지 않았을 때, 자궁내막이 호르몬의 분비 주기에 반응하여 저절로 탈락하여 배출되는 현상을 말한다. 간격은 평균28일 정도이며, 기간은 평균3~5일이 정도이다. 이런 생리적이고 자연스러운 몸의 변화인 생리는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꽤나 피곤한 존재로 여겨져 왔다. 신체적으로는 복통, 편두통, 복부 팽만감, 메스꺼움, 유방 압통이라는 통증을 겪어야 하며, 정신적으로는 호르몬 변화에 따른 우울과 예민으로 감정조절에 어려움을 느끼고 식욕이나 성욕에 변화를 느끼기도 한다. 사회적으로는 대놓고 말하는게 불편한 소재이며 심할 경우 수치심을 동반하는 경험을 겪기도 한다. 저자는 이런 생리에 관해 솔직하고 대담하게 논하며 이를 통해 여성으로써 자신을 사랑하는 법에 대해 말한다.

<네, 저 생리하는데요?>는 부제 어느 페미니스트의 생리 일기라는 말처럼 ‘생리’에 관한 일기이자 보고이다. 저자는 자신이 경험한 생리에 관한 일화를 풀어 놓는다. 생리를 앞두고 생기는 피부 트러블, 자기 혐오의 감정, 갑작스러운 우울감, 통증과 불편함 귀찮음을 가감 없이 이야기 한다. 읽다보면 대부분의 여성이 공감할만한 이야기들이 쓰여있고, 자신의 경험을 상기시키거나 생리에 관한 올바른 인식이 무엇인지에 관한 생각을 다시금 하게 만드는 내용이다. 저자는 100면의 여성이 100가지 생리를 한다 라고 하며, 한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여성들이 겪는 초경, PMS(월경전증후군), 생리통, 예기치 않은 생리, 생리 중 섹스, 사후 피임약 복용, 사용하는 생리 용품 등 내밀한 경험담을 인터뷰하고 자신의 경험과 다른이들의 다양한 생각과 더불어 정확한 정보 또한 알려준다. 그리고 결국에는 말하기 불편한 소재인 생리에 관해 인정하고 긍정함으로 여성이 자신의 몸을 사랑하는 방식에 관해 말한다.


 ‘생리는 몸의 운동 중 하나로, 자연스러운 순환이자 몸의 주기’라고 한다. 우리는 이점을 기억해야하지 않을까? 대부분의 여성들이 생리에 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다. 불편함, 귀찮음, 고통스러움, 수치스러움 등. 만약 당신도 그렇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 권유하고 싶다. 이 책은 생리의 긍정적인 면을 이해하고, 나만의 이야기가 아닌 지구상 반을 차지하는 여성 모두의 이야기이다. 그렇기에 나만 유별나지 않다는 위로감을 얻을지도 모르고, 왜 생리기간에 그런 변화를 가지는지 내 몸의 변화를 이해함으로 좀 더 스스로와 가까워지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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