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 모라
토머스 해리스 지음, 박산호 옮김 / 나무의철학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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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를 좋아한다면 9월달 주목해야할 4권의 책이 있다. 미국 출판 사상 ‘초판 최고 판매부수’ ‘최고 계약금’ ‘최대 판권료’라는 3대 기록을 갱신한 <양들의 침묵>의 저자, 토머스 해리스의 작품들이다. 양들의 침묵이후30년이 흘렀고, 십여년만의 귀환이다. 그는 현실과 작품의 가상을 섞어 놓는데, 그것은 세상에 존재한 가장 엽기적이고 잔혹한 범죄를 소재로, 그 어디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는 독보적인 악인캐릭터로 재탄생시킨다는 점이다. 선과 악, 정상과 비정상, 구속과 해방, 욕망과 도덕, 광기와 이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인간의 가장 어두운 본성을 괴기스럽고 희귀하게 그려내 독자들을 ‘뜨악’하게 만드는 점이 여전한 그의 신작 <카리모라>를 소개한다. 두 절대 악인과 절대 생존자의 대결은 과연? 



‘한스 피터는 렌즈로 카리의 모습을 찬찬히 뜯어봤다.

그녀는 이제 까치발로 서서 새모이통에 모이를 채우고 있었다.

여자의 시체를 그냥 버리긴 아깝다. 몸에 흥미로운 흉터들도 있으니

돈을 많이 받아낼 수 있는데, ...

한가 할 때 고객 입맛에 맞게 작업을 좀 더 해서 팔면 최고가를 받을지도 모르지.

그래봐야 푼돈이지만, 저 집에는 2500만 달러에서 3000만 달러 정도가 있으니까.‘

 

 

- <양들의 침묵> 이후30년, 스릴러 거장 토머스 해리스의 귀환!

한니발에 이은 최고최악의 살인마, 한스 피터는?

 

 

마이애미 비스케인 만에 위치한 대저택. 이 저택을 관리하는 아름다운 여성 카리 모라. 그녀는 어릴 때 무장혁명군에게 납치되어 소년병이 되었다가 마이애미로 온 이민자이다. 현재는 임시보호상태이며 언제 고향으로 추방될지 모르는 처지라 불안속에 살고있다. 이런 그녀는 이 곳에 정착하기 위해 낮에는 새와 같은 작은 동물을 치료하는 일을, 밤에는 이 저택을 관리하는 관리자로 일하는 중이다. 그녀는 자신이 관리하는 이 저택에 비밀이 숨겨져 있고, 저택 안에 무언가를 노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콜롬비아 마약왕 파블로의 소유로 알려진 이 저택은 어딘가에 어마어마한 금이 숨겨져 있다는 비밀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해주는 인물이 있다. 이 인물은 자신이 그 금을 옮겼다며, 두명의 악인에게 저택과 관련된 비밀을 팔아 넘긴다. 두 악인 중 하나는 범죄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돈 에르네스토. 그는 소매치기및 강도 살인 기술을 가르치는 아카데미의 교장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성매매와 장기밀매를 하는 한스 피터. 그는 여자들은 강간하고 매매하며 그러다 팔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액화 화장 기계에 넣어 녹여버리는 연쇄살인마이다. 이제 두 악인은 저택을 노리게 되고, 그 한가운데 과거 혁명군의 소년병으로 활약한 이력이 있는 카리가 있는데... 카리는 두 악인에게서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인가?

 

 

 

- 제목은 ‘카리 모라’지만, 주인공보다 빛나는 악인 ‘한스 피터’?

강간, 고문, 살인, 장기매매 등 세상의 악을 전부 끌어다 모은 싸이코의 등장은 과연?

 

 

<양들의 침묵>이 이례적인 기록을 남긴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주인공인 신참 FBI요원 클라리스 스텔링을 조연으로 만들어 버리는 악인 ‘한니발 렉터’라는 캐릭터 때문일 것이다. 당시 한니발 렉터라는 캐릭터는 과감함과 강렬함을 넘어선,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몸집이 비대한 여인들의 피부를 도려내 그들의 살을 뜯어먹고 살해한 엽기적인 천재살인마. 겉으로는 완벽한 정신과의사지만, 속에는 완전무결한 악마인 사이코패스 한니발 렉터 박사는 스릴러 역사상 가장 악랄하고 매력적인 악인캐릭터임은 부정할 수 없다. 아마 그 혹독한 잔인성과 비례되는 천재적인 지성과 죄의식에 무감각함은 이후로 많은 사이코패스 캐릭터의 시초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그 때문일까? 저자 토머스의 신작 <카리 모라>역시 주연보다 악인의 비중이 크다.


 

이 작품은 비밀을 품고 있는 한 거대저택을 관리하는 관리자인 카리 모라. 그리고 그 저택을 노리는 범죄아카데미 교장인 돈 에르네스토와 부자들에게 여성의 성과 장기를 팔고, 심지어 액화기계에 넣어 시체를 녹이기까지 하는 살인마 한스 피터의 대결이 그려진다. 일확천금을 가질 수 있는 비밀스러운 저택, 그 저택에 숨겨진 비밀과 치명적 장치와 구조, 그 비밀과 관련된 인물의 폭발 사망 사건, 갱과 경찰의 개입 등, 흥미로운 캐릭터와 설정들이 짧은 페이지에 가득 들어차있다.

 

 

다만, 제목이 <카리 모라>이고 카리는 몸에 알 수 없는 흉터를 가진 아름다운 여성이지만, 매일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과거 혁명군으로 강제진압되어 온갖 기술을 연마한 과거사가 있는주인공’이지만 주인공다운 활약과 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 아마, 한니발에 버금가는 희대의 악인을 만들기 위해 한스 피터의 캐릭터에 집중한 탓이 아닐까? 하지만 13년만의 칩거와 공백을 깨고 발표한 토머스 해리스의 신작이니만큼 짧은 분량에도 많은 요소들이 빼곡하며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즉, <양들의 침묵>보다는 약하지만 읽어도 후회가 되지 않을 작품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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