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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마실 - 지금은 도쿄에서 놀 시간 마실 시리즈 1
정꽃보라.정꽃나래 지음 / 시공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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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아주 오래전 회사 일로 전시회 참관차
도쿄에 처음으로 들른 적이 있다.

당시 가장 놀란 것이 길거리에 우리나라 차와 비슷하거나 똑같은 디자인의 차들이 너무 많다는 거였다.

근데 알고보니 그때만해도 기술력이 부족한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들이 일본차를 그대로 베낀 거였다.

지금 우리나라는 그때와는 모든 면에서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루었고, 도쿄 역시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다음달 도쿄 여행을 앞두고 그동안 변한 도쿄의 모습이 궁금해 서점에 들러 고심끝에 고른 책이다.

제목 그대로 읽어보니 이웃집에 놀러가듯 시간대별로 주제에 맞는 정보를 잘 정리해 두어 여행시 아주 유용할것 같다.

일본 유학과 직장 생활을 두루 경험한 쌍둥이 자매의 열정과 안목은 흔한 여행서와 차별화되는 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개인적으론 일본 근대건축 산책과 주홍빛 석양을 머금은 풍경 감상, 그리고 도쿄 밤마실 부분이 끌렸고 이곳은 꼭 가보고 싶다.

도쿄 여행서로 손색이 없는 책이라 지인들에게도 많이 추천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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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44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김인환 옮김 / 민음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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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여류 소설가 마르그리트 뒤라스가 노년인 70살에 쓴 자전적인 소설로 2016년 가을 처음 읽었을 때는 150여 페이지에 불과한 얇은 책임에도 시점도, 나이도, 화자도 왔다 갔다 해서 정신없는데다, 감흥도 없어 영화의 여운을 무색케 할 정도로 읽은 게 후회스러웠다.

 

그러다 겨울 읽을 책이 없어 다시 집어 들었는데, 처음과 달리 책의 전체적인 내용이 오롯이 내 것으로 다가왔다. 2회독이 주는 선물인 셈인데, 한 번 읽고 내팽개쳤으면 큰일 날 뻔했다.

 

20세기 초 프랑스 식민지였던 베트남 사덱을 배경으로 예쁘지는 않지만 조숙하고 눈이 관능적인 15살 난 백인 여자와 못생기고 체격도 왜소한 27살인 부자 화교의 만남과 사랑, 이별이 주된 줄거리다.

 

소녀가 남자를 만났을 때는 무언가 탈출구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21녀 중 막내였던 그녀는 교사인 어머니 홀로 키우고 있었는데, 어머니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자 했지만, 그 대상은 오빠들 차지였다.

 

가장인 어머니와 두 오빠를 둔 그녀 사이엔 돌로 된 가족이라는 표현처럼 가족 간의 소통이 전무했고, 글을 쓰고 싶었으나 어머니는 수학 교사가 되라며 그녀의 꿈마저 막은 상태여서 그녀로서는 모든 게 막막한 상태였다

 

둘의 우연한 만남은 1년 반 동안 이어졌지만 인종과 나이 차이 등으로 둘은 미래가 없는, 서로의 필요에 의해 철저히 현재만 공유한다. 이 과정에서 소녀는 동정을 남자에게 바치고, 서서히 육체적인 관능과 쾌락에 눈뜨게 된다.

 

살다보면 우리는 사랑하지만 이런저런 현실적인 이유들로 미래가 없는 만남과 사랑을 하게 될 때가 종종 있는데, 그런 사랑 앞에서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오래전 주위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사랑을 포기했던 한 여자가 생각난다. 그녀는 당시 자신의 결정에 대해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갑자가 몹시 궁금해진다.

 

2차 세계 대전 후 중국인 남자가 아내와 파리에 와서 그녀에게 전화해 여전히 당신을 사랑하고 있고, 영원히 그녀만을 사랑할 거라고 고백하는 장면이 나온다. 난 그의 얘기가 진심임을 믿는다.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를 평생 잊지 못하지만 여자들은 그렇지를 않다.

 

 

<책속 구절>

 

18살에 나는 늙어 있었다.

 

늙어 간다는 것은 가혹했다.

 

윤곽은 나아 있으나, 그 윤곽을 이루는 물질들은 모두 망가져 버렸다. 지금 내 얼굴은 망가져 있다.

 

알코올에는 신이 갖고 있지 않은 기능이 있었다. 자살을 하게 하는, 혹은 살인을 하게 하는 기능이 있었다.

 

열다섯 살 때의 내 얼굴은 관능적이었다. 눈에 띄는 얼굴, 초조한 표정, 눈자위에 거무스레한 무리가 진 눈 때문에 경험은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곧잘 내 몸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 머리카락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 찬사가 결국 내 얼굴이 예쁘지 않다는 뜻임을 이해했다.

 

욕망을 외부에서 끌어 오려고 해서는 안 된다. 욕망은 그것을 충동질한 여자의 몸 안에 있다. 그게 아니라면 욕망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어머니 주위는 온통 사마고가 같았다. 아들들이 바로 그 사막이었다.

 

그 행위에서는 모든 것이 다 좋아. 아무런 찌꺼기도 없어. 찌꺼기들은 뒤덮이고, 모든 것이 거센 물결, 욕망의 힘 속으로 흘러가는 거야.

 

온몸에 퍼붓는 입맞춤이 나를 울 만든다. 그 입맞춤이 위로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두려움을 넘어 사랑할 힘이 없기 때문에 그는 곧잘 운다. 그의 영웅심, 그것은 바로 나이고, 그의 노예근성, 그것은 그의 아버지의 재산이다.

 

욕망에 시달려 사그라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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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 1 - 재치 있는 시골귀족 돈키호테 데 라만차, 개정판
미겔 데 세르반테스 지음, 박철 옮김 / 시공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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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출판 시장은 인구에 비해 작은 편이고, 출판사-단행본-도 상위 일부 업체를 제외하면 영세합니다. 21세기의 요체는 창조력이고, 이를 위해 독서가 가장 중요하다고 소리 높여 외치고는 있지만 변죽만 요란할 뿐, 구체적인 대안은 사실 전혀 없는 실정입니다.

 

책을 안 읽어도 학교 시험 보는데 아무 지장이 없고, 대학교 가는 데도 별 문제 없고, 좋은 곳에 취업하는데도 걸림돌이 안 되니, 굳이 시간과 돈을 들여 볼 필요가 있겠는지요?

 

일본만 해도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많고, 책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까지 아직 활발해서 작가도 얼마든지 글을 써 생활이 가능하고, 유명 작가의 경우 수입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아주 극소수 유명 작가를 제외하고는 본업인 글로는 생활을 할 수가 없어 투잡, 쓰리 잡을 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게 왜 문제가 되느냐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문화적으로 예속이 되기 때문입니다. 소설만 해도 일본 소설이 우리나라에 판매되는 양과 우리나라 소설이 일본에 판매되는 양은 제가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10배는 넘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비디오 시대에, 손안의 휴대폰으로 모든 것이 가능한 시대에, 인간은 점점 생각을 하기 싫어하고 모든 것은 단순화, 파편화 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걸 막는 유일한 방법은 독서뿐입니다.

 

출판 시장이 작다보니 여러 문제가 생기는데 그중 하나가, 다른 언어로 한 번 번역된 것을 또 다시 번역해 펴내는 것입니다. 번역은 새로운 창작이라고 할 정도로 전혀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인데, 이 작업이 두 번씩 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처음의 모습과는 당연히 많이 달라질 수밖에 없겠죠. 그래도 요즘 뜻있는 출판사들에서 완역본이 출간되고 있는 것은 정말 다행스런 일입니다.

 

또 하나 양이 많은 소설의 경우 독자들이 안보니, 완역본이 아닌 임의대로 양을 대폭 줄여 책을 펴내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원래의 책과는 전혀 다른 줄어든 책이 원래 책의 전부인 줄 착각하게 됩니다.

 

이런 대표적인 사례가 5권짜리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을 줄여서장발장으로, 파리의 노트르담을 줄여노틀담의 꼽추1,600 페이지가 넘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확 줄여 얇은 책 하나로 펴내는 일 등입니다.

 

희곡에서 셰익스피어가 차지하는 위치는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소설에서 돈키호테를 쓴 세르반테스의 비중은 근대 소설의 효시라고 불릴 정도로 막대합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냥 정신 나간 기사와 종자인 산초 판사가 나오는 우스개 이야기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세르반테스는 당시 유행하던 통속적인 기사 소설에 대항하기 위해 이 소설을 썼습니다.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에 크게 감명 받았던 그는 반종교 개혁 운동과 합스부르크 절대 왕조의 지배하에 있던 스페인 왕국에서 자유롭게 글을 쓸 수가 없어, 기사 소설 형식을 빌어 돈키호테의 광기를 이용해 당시 사회를 비판한 것입니다.

 

실상 기사도 얘기만 제외하면 돈키호테는 시집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익은 교양인이자 지성인으로 아주 분별력 있는 인물입니다. 산초 판사는 머리가 약간 아둔한 농부라고 나오지만, 지혜로운 말도 종종 하고, 사리 판단이 아주 빠른 인물입니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돈키호테는 이상주의자요, 산초 판사는 현실주의자인 셈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이 두 가지 면들을 다 갖고 있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그만큼 더 감정이입해서 읽을 수 있는 것입니다.

 

지와 사랑을 대변하는 헤르만 헤세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처럼 둘은 멋진 콤비인 셈입니다.

 

여러 이야기들이 나오고 다양한 계층의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엄격한 신분제 사회였음에도 인간은 평등하고 사람들의 능력에는 차이가 없다는 얘기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이 얼마나 혁명적인 사고입니까?

 

그래서 세르반테스는 자기의 책이 문제가 되어 종교 재판에 회부될까 두려워 12부부터 자기의 글이 아니고 아랍 역사학자의 글이라고 수차례 밝혀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고 있습니다.

 

2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권만 700페이지가 넘습니다. 하지만 유머와 위트가 넘치고 사건마다 메시지가 분명하고 흥미로워, 아주 재미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세르반테스와 셰익스피어의 공통점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이 둘이 1616423일 공교롭게도 같은 날 사망했다는 겁니다. 우연치고는 참 대단한 우연입니다.

 

다른 하나는 두 사람 다 정규 교육을 조금밖에 받지 못하고 독학을 했는데, 너무 뛰어난 글을 쓰다 보니 후대 사람들이 이런 뛰어난 글을 저런 형편없는 교육을 받은 사람이 절대 쓸 수 없다. 분명 숨은 실제 저자가 따로 있을 것이다.”라고해서 위작 논란이 벌어진 작가라는 것입니다.

 

이제 타고난 천재 이야기꾼 돈키호테속으로 힘차게 발을 들여놓아 보시겠습니까?

 

 

<책속 구절>

 

더구나 다른 책들을 보면, 암만 황당무계하고 조잡한 것이라도, 아리스토텔레스나 플라톤, 기타 온갖 철학자들로부터 인용을 해서 독자들의 감탄을 자아내고 해박한 독서와 지식과 구변이 있다는 명성을 가져다주고 있으니 말이야. 더욱이 성경을 인용할 때는 정말 놀랍지!

 

그대가 돈이 많을 때에는 많은 친구를 헤아릴 수 있으나, 시절이 암담해지면 그대는 홀로 남으리라.

 

남의 인생에 대해 논하려고도 알려고도 하지 마라.

 

역사는 진실의 어머니이며 시간의 그림자이자 해위의 축적이다. 그리고 과거의 증인, 현재의 본보기이자 반영, 미래에 대한 예고인 것이다.

 

편력 기사도에 대해 말하자면 흔히 사랑을 말하는 것과 똑같이 말할 수 있다. 즉 만물은 평등하다는 것이다.

 

진정한 사랑은 깨지지 않으며 스스로의 마음에서 우러나야지 강요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명예와 정절은 영혼을 더욱 더 아름답게 꾸며주는 것이니, 이런 것이 없는 육체는 비록 아름답더라도 아름답게 보일 수 없는 법입니다.

 

저는 처자식들을 먹여 살려야 하기 때문에 어떠한 모욕이라도 모른 체하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우지 못할 기억이란 없는 법이며, 또한 죽음이 희석시키지 못할 고통도 없다.

 

행운이라는 것은 숱한 불행 속에서도 빠져나갈 여지를 주기 위해 한 쪽 문을 열어놓고 있는 법이란다.

 

두려움의 효력이 바로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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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84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난주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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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는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일본 작가입니다. 5년 전에 처음 접한 그의 소설은 마음이란 작품이었는데, 그때 받은 충격은 아직도 제 가슴속에 뚜렷하게 각인되어 남아 있습니다.

 

중국과 함께 가장 가까운 나라인데, 당시 우리나라는 세계정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중국에만 올인하다 일본의 침략으로 식민지가 되어, 어떻게 하면 생존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이때 일본의 문학 작품에는 유럽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내면에 대해 고민하고, 어떻게 하면 구원받을 수 있을지 깊이 탐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두 나라 사이의 간극은 얼마만큼 벌어져 있는 것일까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1905년 소세키가 동경대학 영문과 교수로 있다 펴낸 처녀작인데, 최초로 그의 이름을 대중에게 알리게 된 작품입니다. 그의 작품의 전체적인 기조가 조용히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차 한 잔 마시는 것 으로 표현할 수 있는데, 이 작품은 가장 기발한 소재이면서 유머와 위트가 넘쳐 정말 재미난 소설입니다.

 

주인공이 사람이 아니라 사람 못지않은 식견과 호기심을 지닌 페르시아산 고양이입니다. 고양이는 주인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을 관찰하는 재미로 삽니다. 얼마나 기발한 착상이고, 발칙한 고양이입니까?

 

중학교 영어 선생인 고양이 주인인 진노 구샤미를 비롯한 등장인물들 간의 대화는 수준이 아주 높고 개성이 넘칩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쿤데라의 농담이나불멸처럼, 당대 일본 최고의 지식인이었던 소세키의 박학다식함에 절로 감탄하게 됩니다.

 

어찌 보면 보통 사람들보다 더 영특한 고양이가 호기심에 맥주 먹고 취해 항아리에 빠져 죽는 것으로 소설은 끝이 납니다. 그러면서 마지막에 하는 말이 참 걸작입니다.

 

나는 죽는다. 죽어 이 평온함을 얻는다.

평온함을 죽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기쁘고 기쁜지고.

 

사람이나 동물이나 참된 평온은 죽음으로써만 얻을 수 있습니다.

 

소세키의 대부분의 작품들이 인간의 존재나 구원의 문제를 다루고 있어, 스스로 자신을 대입해 돌아보고 생각하게끔 만드는데,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도련님같은 작품은 성격이 많이 틀려 읽는 재미가 있어, 그의 작품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입문서가 되기에 좋은 책들입니다.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발칙하고 멋진 고양이를 만나러 가보시겠습니까?

 

<책속 구절>

 

인간과 함께 살면서 그들을 관찰한 바, 나는 인간이란 참으로 이기적이라고 단언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원래 인간이란 것이 자신의 역랭을 자만하여 우쭐거리는 게 보통인데, 인간보다 좀 더 센 것이 나타나 버릇을 들여야지, 안 그러면 앞으로 얼마나 더 우쭐거릴지 알 수 없다.

 

인간이라는 거, 겉만 멀쩡하지 속은 도둑이야 도둑.

 

아직 이름은 없지만, 욕심을 부리자면 끝이 없으니까 평생 이 선생 집에서 이름 없는 고양이로 살 작정이다.

 

주인의 마음은 내 눈동자처럼 쉴 새 없이 변한다. 뭘 해도 오래가지 못하는 사람이다.

 

인고를 거치지 않은 안락은 없다.

 

요컨대 주인이나 메이테이 선생이나 간게쓰 군이나 세상을 등진 백수건달, 그들은 바람 부는 대로 수세미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초연한 척하고 있지만 그 속내에는 세속적인 명예욕도 있고 욕심도 있다.

 

세상은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란다. 얼룩이 같은 미인은 박명하고, 못생긴 도둑고양이는 펄펄하게 살아 장난질을 하고.

 

비밀이란 실로 무서운 것이로군. 아무리 숨겨도 어디선가 들통이 나니 말일세.

 

나는 고양이로서 진화의 극에 달했을 뿐만 아니라 뇌 역시 중학교 3학년생 못지않게 발달했으나, 그래도 어디까지나 고양이인지라 목구멍의 구조가 인간과 달라 인간의 말을 하지 못한다.

 

평범이란 좋은 것이지만, 평범의 극치에 이르면 오히려 가엾기 짝이 없다.

 

예와 무례는 서로의 해석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지금도 어떤 사업가 집에 들렀다 오는 길인데, 돈을 벌려면 삼무 전략을 사용해야 한다는군. 도리를 모르는 무도. 인정을 모르는 무정. 부끄러움을 모르는 무지. 이렇게 삼무 말일세.

 

세상에는 나쁜 짓을 하면서도 자신은 한없이 좋은 사람이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있다. 자기에게는 죄가 없다고 자신하면 당사자의 마음이야 편하겠지만, 남이 처한 곤경이 그 편한 마음 덕에 소멸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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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5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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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직접 투자는 해 본 적이 없지만, 주식 투자 관련 기본 용어 중에 저평가, 고평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평가는 기업이 갖고 있는 가치에 비해 주식 가격이 낮음을 이르는 말이고, 고평가란 반대로 기업 가치에 비해 주식 가격이 비싼 경우를 말합니다.

 

문학에도 이런 개념을 대입해 보자면 개인적으로 대표적인 고평가 작가가 미국에는 스콧 피츠제럴드, 일본에는 무라카미 하루키라고 생각합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그냥 흔한 상업 작가일 뿐인데, 이상하게 언론도 우호적이고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는 점입니다.

 

만약 피츠제럴드가 미국인이 아니었다면 과연 이만큼 주목을 받을 수 있었을까, 20세기 가장 뛰어난 미국 소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까 자문하게 됩니다.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흔히 어니스트 헤밍웨이, 윌리엄 포크너, 스콧 피츠제럴드를 꼽는데, 세 작가 책을 모두 읽어본 독자로서 냉정히 평가해 보자면, 여러 가지 면에서 피츠제럴드는 무게감이 많이 떨어집니다.

 

위대한 개츠비를 읽고 소문과 달리 별 감흥이 없어, 단편집도 사서 한 번 읽어 봤는데, 읽다가 던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소설과 영화를 모두 보았는데,

 

소설의 줄거리는 아주 단순합니다.

 

작품은 해설자인 데이지의 먼 사촌 오빠이자 증권맨인 닉의 회상에 의해 진행됩니다. 개츠비와 데이지는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데이지는 가난한 장교였던 개츠비를 떠나 갑부이자 난봉꾼인 톰과 결혼합니다.

 

보통 이렇게 되면 잘 먹고 잘 살아라!”하고, 여자를 잊고 그냥 포기하고 말텐데, 개츠비는 보통 인물이 아니어선지 부자가 되기 위해, 당시 금주로 황금알을 낳던 사업이었던 밀주 사업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합니다. 그렇게 5년의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그런 다음 데이지를 되찾기 위해 데이지의 집이 보이는 곳에 저택을 구입하고, 데이지를 만나기 위해 파티를 열기도 합니다. 옆집에 살아 친해진 닉은 개츠비와 데이지의 만남을 주선하고, 개츠비와 데이지는 다시 사랑에 빠집니다. 애정 없는 결혼을 한 데이지의 결혼 생활이 행복할리 없다는 건 뻔한 일이니까요.

 

한편 데이지의 남편인 톰은 데이지와 개츠비의 만남을 알아채고, 자신은 유부녀인 머틀과 불륜을 저지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뻔뻔스럽게도 화를 내며 데이지에게 개츠비의 부의 출처와 학력 등을 폭로합니다.

 

데이지는 이러한 사실을 알고 혼란스러워하며 개츠비의 차를 운전하다 머틀을 치어 즉사하게 만듭니다. 개츠비는 데이지가 낸 사고를 자신이 했다고 뒤집어 쓰지만, 데이지는 아무 일 없다는 듯 톰의 품으로 돌아가 버립니다. 톰은 머틀의 남편인 윌슨에게 고의로 거짓 정보를 흘려, 윌슨은 개츠비를 살해하고 자살합니다.

 

전 소설 제목인 위대한 개츠비위대한이란 의미가 반어적으로 쓰였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자본주의가 한창 무르익던 1920년대 미국 사회라지만 불법인 밀주 사업으로 부자가 된 개츠비의 행위가 옳지 않기 때문입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자가 되기만 하면 된다.”라고 하는 것은 자본주의를 잘못 이해한 천박한 자본주의이기 때문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개츠비가 인생을 바친 데이지란 여자가 알고 보면 여인이 상류층에 예쁘기만 할뿐 실제로는 아무런 자기 주관이나 가치관, 지조가 없는 여자입니다. 허울뿐인 이런 여자를 위해 인생을 바치고, 자기 목숨까지 버린 개츠비란 남자는 얼마나 어리석은 사람입니까?

 

그래서 저는 제목 자체가 우매한 개츠비를 꾸짖기 위해 위대하다고 한 게 아닌가 생각하는 것입니다.

 

페르미노 다사란 한 여자를 둔 두 남자의 사랑이지만 자기 주관도 뚜렷하고 매력적인 여자 주인공이 등장하는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콜레라 시대의 사랑과는 너무 비교되는 인물 설정입니다.

 

 

<책속 구절>

 

누구든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면 이 점을 명심하여라. 이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지는 않다는 것을 말이다.

 

남자 사이에서 지능이나 인종의 차이는 아픈 사람과 건강한 사람의 차이처럼 그렇게 크지는 않다는 생각이 문득 머릿속을 스쳐 갔다.

그녀는 내가 가난했던 탓에 기다리다 지쳐서 당신과 결혼한 것뿐이요. 그건 아주 큰 실수였지만 그녀는 마음속으로 나 말고는 어느 누구도 사랑하지 않았던 거요.

 

그녀는 절망적으로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저 사람을 한 번쯤은 사랑했단 말이에요. 하지만 당신도 사랑했어요.

 

개츠비는 부가 가둬 보호해 주는 젊음과 신비, 그 많은 옷이 풍기는 신선함, 그리고 힘겹게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들과는 동떨어진 곳에서 데이지가 안전하고 자랑스럽게 은처럼 빛을 내뿜는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데이지는 어려고, 그녀의 인위적인 세계는 난초 향과 쾌활하고 명랑한 속물근성 냄새로 가득했으며, 삶의 비애와 암시를 새로운 곡조에 담아 그해의 리듬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를 생각나게 했다.

 

톰과 개츠비, 데이지와 조던과 나는 모두 서부 출신이었고, 어쩌면 우리는 왠지 동부의 삶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어떤 결함을 공유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부주의한 운전자는 또 다른 부주의한 운전자를 만나기 전까지만 안전하다고 당신이 그랬지요? 그래요, 아는 또 다른 서툰 운전자를 만났던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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