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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파우스트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73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김인순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2월
평점 :
비극 제1부를 읽다보니 20대 때 읽은 것 같기도 한데 정확히 생각은 안 나고 난감하다. 하지만 나이 들어 보게 되니 내용이 훨씬 더 깊이 있게 다가오고, 왜 이 책을 괴테가 평생에 걸쳐 완성했는지, 왜 독일 문학의 정수라고 하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시인이자 극작가, 소설가로서 그때까지 변변찮던 주변국인 독일의 문학적 위상을 높인 대문호이기도 했지만, 그는 또한 정치가이자 자연 과학자로서도 큰 역할을 한 전방위적 인물이었다.
파우스트는 라틴어 ‘파우스투스’에서 유래된 말인데,‘행복한 사람’ ‘행운아’라는 뜻이다. 그는 왜 이런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왜 독일을 이해하기 위해서 아니 유럽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괴테를 꼭 알아야만 한다고 하는 것일까?
괴테의 수많은 뛰어난 작품 가운데서도 정점에 있는 「파우스트」를 살펴보는 것은 이에 대한 분명한 답이 될 것이다.
부친은 연금술사였고 하나님의 신실한 신자로 기도와 단식, 고행을 하는 파우스트 박사는 학문으로서 유명세를 얻었을 뿐만 아니라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환자들을 구해 사회적으로도 존경을 받는 훌륭한 노인이었다.
어느 날 사탄 메피스토펠레스는 이런 파우스트 박사를 유혹 가능한지를 두고 하나님과 내기를 하게 되는데, 하나님은 자기가 이길 것으로 확신했지만 피스토펠레스에게도 한 가지 믿은 구석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파우스트 박사가 노인이었지만 젊은이들처럼 본능에 취해 살고자 하는 마음이 있음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상으로 내려 온 메피스토펠레스는 파우스트에게 젊은이가 되어 쾌락에 넘어가는지 내기를 하게 되는데, 그가 섬기는 마녀가 만든 약을 먹고 파우스트는 노인에서 젊은이로 변신하게 된다.
파우스트가 처음 반한 여자는 귀족 처녀가 아니라 평민인 마르가레타(그레트헨)이다. 이는 작품의 시대 배경이 신분제 사회임을 감안하면 아주 파격적인 설정이라 할만하다.
첫 눈에 반한 파우스트와 파우스트의 진심을 뒤늦게 알게 된 그레트헨은 아름다운 연인 사이가 될 예정이었는데, 소문만 듣고 여동생이 부도덕한 일을 저질렀을 것이라 생각한 오빠가 나타나 상황은 전혀 다른 곳으로 흘러가고 만다.
그가 파우스트에게 칼을 겨누게 되고, 오히려 그가 죽게 되자, 파우스트는 도망을 가게 된다. 나중에 감옥에 갇힌 그레트헨을 파우스트가 구하러 오지만, 그녀는 이미 제정신이 아닌 상태여서 시간만 끌다 둘은 헤어지게 되고 파우스트는 다시 머나 먼 길을 떠나게 된다.
비극 제2부는 총 5부로 구성되어져 있는데, 제1막은 궁정에서 가면무도회가 열리는데 파우스트가 보물로 국가 재정 문제를 해결해주는 내용이 나온다. 2막과 3막은 제물로 바쳐질 위기에 처한 고대 그리스 스파르타의 왕비로 절세미녀였던 헬레나를 파우스트가 구해주는 내용이다.
그런데 2막에서 그리스 신들이 많이 나와 자칫하면 정신없고 내용을 이해하기도 전에 포기할 수도 있는데, 인내심을 갖고 계속 읽다보면 왜 그들이 필요한지 그 이유를 나중에 가서 알 수가 있다.
4막에서는 향락으로 무정부 상태에 빠진 황제를 파우스트가 메피스토펠레스와 무사 3명과 함께 도와주어 그 공로로 파우스트는 해안의 궁성을 하사받게 된다.
마지막 5막에서 다시 노인이 된 파우스트는 꿈같은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지상에서의 삶을 마무리하고 영혼이 하늘로 올라가는데, 한때 그레트헨이라 불렸던 여인도 성모 마리아에게 둘이 재회할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한다.
드디어 천상에서 파우스트와 그레트헨은 다시 만나 영원을 약속하는 것으로 희곡은 해피엔딩으로 끝이 나게 된다.
지상, 지옥, 천상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파우스트의 여정은 때로는 웃다가 때로는 좌절하여 울기도 하고, 방황하기도 하고 고통 속에서 지내기도 하지만 결국은 올바른 길로 가게 된다. 우리네 삶도 파우스트와 비슷하지 않을까?
우리네 삶도 계속되는 크고 작은 도전과 실패의 연속이고, 때로는 좌절하고 절망하기도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다시 일어설 수 있음을 괴테는 파우스트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500페이지가 넘는 많은 분량의 희곡이지만 시인 괴테답게 표현이 너무 아르다워 전체가 시로 불러도 좋을 정도다. 그리고 멋지고 인생에 교훈이 될 구절들로 가능하다.
개인적으로 작년에 한 번 읽고 너무 감동을 받아서 두 번을 읽었다. 그리고 「파우스트」는 내 인생의 책들 중 하나가 되었다.
책을 읽는 내내 “이런 멋진 작품을 도대체 왜 난 지금 읽고 있는 것일까?”란 자문을 수없이 했다.
그런 괴테를 만나는 행복한 여정에 오늘 당신이 함께 하지 않을 이유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오늘 리뷰를 쓰느라 책과 메모를 다시 살펴보며 파우스트와 함께 울고 웃으며 행복했던 그 날의 시간을 다시 되새겨 본다.
예술을 길고 인생은 짧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기 마련이다.
인간은 막상 필요한 것은 알지 못하고, 필요 없는 것만 잔뜩 알고 있다.
선량한 인간은 비록 어두운 충동에 쫒기더라도 올바른 길을 잊지 않는 것을 부끄러워하며 네 입으로 인정하게 되리라.
눈에 보이지 않으면 마음도 멀어지기 마련이지요.
모두들 황금을 향해 달려들고 매달리니. 아아, 우리 가련한 사람들이여!
초가삼간 내 집과 착한 아내는 황금이고 지주이다.
이곳은 워낙 말 많은 곳이랍니다.
국민들이나 여자들이나 항상 젊은 놈들만 최고로 여기는 마당 아닌가.
이미 벌어진 일은 벌어진 일이고, 지난 일은 지난 일이오.
예나 지금이나 갖가지 익살스러운 일들이 벌어지는 세상은 하나의 커다란 바보다.
사람도 시간도 변하기 마련이다.
누구든 최고의 행복에 익숙해지면 어리석게도 다른 뭔가를 열렬히 원하는 법.
먼저 부자를 만들어 주니까 이젠 즐겁게 해달라고 성화일세. 배움에는 때가 있기 마련.
아름다움은 혼자서 제 행복에 잠기지만, 우아함은 다른 이들을 거역할 수 없이 사로잡는다.
네가 방황하지 않으면 인식에 이르지 못한다.
충고는 무슨 충고! 사란들한테 언제 충고가 먹혀든 적이 있었는가?
제아무리 완강한 남자도 모든 걸 제압하는 아름다움 앞에서는 뜻을 굽힌답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미리 마음 쓰지 마세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뜻하지 않게 사람을 찾아오기 마련.
아름다우 앞에서는 노여움도 사라지지요.
제가 한 때 소유했던 것은 낫에 베인 풀잎들처럼 시들어 사라졌습니다.
오직 현재만이 우리의 행복이지요.
행복과 아름다움은 화합하지 못한다.
거머쥐는 것도 좋지만 잘 간수하는 것이 훨씬 더 낫다.
사나이라면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솔직한 마음에서 우러나온 선행은 풍성한 결실을 맺기 마련이다.
오로지 무엇을 챙취 하느냐가 중요할 뿐 어떻게 챙취 하느냐는 묻지 마라.
인간은 평생을 눈멀어 산다.
날마다 자유와 삶을 쟁취하려고 노력하는 자만이 그것을 누릴 자격이 있네.
순간이여, 멈추어라! 정말 아름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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