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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와 늑대- 괴짜 철학자와 우아한 늑대의 11년 동거 일기
마크 롤랜즈 (지은이) | 강수희 (옮긴이) | 추수밭(청림출판) | 2012-11-02
이 책을 보자마자 그 즈음 보았던 영화 <늑대소년>을 떠올렸다. 누군가는 한번쯤은 꿈꿔보았을, 한 사람을 향한 영원하고도 지고지순한 사랑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늑대라는 소재는 상당히 잘 부합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그건 영화 속 과학자가 친철하게 늑대의 특성, 즉 평생동안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는 몇 안되는 동물이라는 설명을 덧붙여주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은 여기서부터 출발했다. 영화 속에서 남달리 그려지는 늑대란 그렇게 특별한 동물인가? 일부일처제부터 시작하여 정말 인간과 늑대는 어떤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을까? 하지만 영화가 늑대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지 않은 것처럼, 질문은 그 범위를 더 확장해 나갔다. 특히 순이가 '그만해'로 철수를 길들이지만, 그와 동시에 순이가 철수에게 길들여졌던 것처럼, 사람이 동물을 길들이는 것인지, 아니면 동물이 사람을 길들이는 것인지 그 경계가 모호해지는 그 순간, 인간으로서 느껴지는 이름 모를 당혹감은 무엇일까? 실증적 경험이 풍부하게 제시될 이 책을 통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고 싶다.
생명을 읽는 코드, 패러독스
안드레아스 바그너 (지은이) | 김상우 (옮긴이) | 와이즈북 | 2012-11-25
인간은 왜 이타적인가?에 대해서 '이기적이기 때문에 이타적이다.'라는 리처드 도킨스의 답변은 무릎을 칠 만큼의 굉장한 설득력을 가지고 나에게 다가왔다. 이 이상의 답변은 있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 때 즈음, 모든 이타성을 이기심 위에서만 바라보려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상대적일 수 있는 하나의 해석이 절대적인 힘을 갖게 된 것이다. 이 책의 제자가 제안하는 제3의 관점에 대해서도 그러했다. 각종 역설적인 생명현상들을 전적으로 이기심이나 이타심의 관점이 아닌 새로운 전제, 즉 자아와 타자가 동전의 양면처럼 분리되어 있지만, 완전히 분리될 수 없다라는 개념 하에서 그 현상을 해석해 나가겠다는 것, 그것조차도 도킨스 식으로 이해되었다. 그 순간, 이 책을 꼭 부여잡고 끝까지 온전하게 읽어내려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치게 한 쪽으로 치우쳐 머리가 굳어버리기 전에 균형잡힌 관점을 잡을 수 있으려면 말이다.
환경주의자가 알아야 할 자본주의의 모든 것-자본주의와 환경에 대한 안내서
프레드 맥도프 | 존 벨라미 포스터 (지은이) | 황정규 (옮긴이) | 도서출판 삼화 | 2012-11-08
나는 이 책을 왜 골랐을까? 추천목록을 작성하려다보니 문득 든 생각이다. 그것은 아마도 내가 이 책을 순전히 제목만 보고 골랐기 때문일 것이다. 환경을 보호하는 환경주의자가 되고 싶고, 그러러면 앞뒤 안 가리고(특히 환경 생각안하고) 오직 이윤추구만을 위해 끊임없이 물건을 토해내는 '이미지'의 자본주의를 환경과 관련지어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거창한 건 아니었고 그냥 알아보자 수준이었던 것 같은데, 책소개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 책은 알려주기보다는 '실천'하자, 자본주의라는 체제를 변화시키기위해 '혁명'하자!라는 내용이 핵심인 것 같다. 생각보다 지향하는 바가 크다는 인상이다. 그리고 이 점이 나를 더 끌어당겼다. '에코'가 화두인 요즘의 시장, 환경오염을 시키고도 보상금으로 무마되는 사건들을 보며 느꼈던 찜찜함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기 전에, 꺼림칙했던 각종 환경문제를 좀 더 의식을 갖고 또렷이 인식하기 위해 이 책의 힘을 빌리고 싶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브뤼노 라투르 (지은이) | 이세진 (옮긴이) | 김환석 (감수) | 사월의책 | 2012-10-31
이 책이 10월 출간이라는 걸 이제야 알았다! 아마 10월 31일에 출간되었기 때문인 듯 싶은데, 잠깐 고민하다 목록에 올린다. 관심갖고 챙겨봐야 할 저자들이 너무 많은데 그 목록에 또 한 사람을 추가한 것 같다. <르 몽드>의 추천글을 보고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 시대의 헤겔'이라니... 물론 단지 저명한 저자이기 때문에 이 책을 추천목록에 넣은 것은 아니다. 앞서 추천한 3권의 책들이 교차하는 지점에 바로 이 책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면을 보는 것! 단순한 후일담이나 음모론 수준이 아니라, 우리가 과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회를,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학을, 자연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치를, 정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연을 봐야한다는 것! 많이 들을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쉽게 실천하기는 어려운 이러한 통찰을, 주목받는 사상가의 목소리로, 그것도 편지라는 형식으로 좀 더 가깝게 다가가 보고 싶다.
#1. 아! 12월 신간 추천목록 작성이 마무리되었다. 한 달동안 매일을 들락날락 새로나온 책들을 확인해보니 그 재미가 쏠쏠했다. 어느 분야의 책은 많이 출간되는 반면, 어느 분야는 그러지 못했다. 아쉬움은 있었다. 그러나 인문/사회/과학/예술 분야의 신간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전반적으로 이 쪽 분야의 책들도 활발히 출간되고 있구나하는 인상을 받았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분야 관심을 갖고 책이라는 엄청난 결과물로 나타내고 있구나!
#2. 사실 읽지 않은 책에 대해서 쓴다는 것이 굉장히 부담스럽다. 인문/사회/과학/예술 분야에 관심은 있으나 식견은 좁은 내가 선무당처럼, 제목이나 책소개만을 보고 추천목록에 올린다는 것이 책을 쓴 사람이나 추천목록을 읽은 사람에게 폐를 끼치는 일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잘못 이해하고 썼거나 잘못된 인상을 줄까하는 걱정... 한편으로는 다른 좋은 책들에 대한 아쉬움과 미안함... 아무래도 공개된 공간에 글을 써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하는 듯 싶다. 그래도 써야하기에 불편한 마음을 갖고 써 나가던 중,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친구와 서점들러서 '이 책 한 번 읽고 보고 싶다!'하는 의미있는 수다로 생각하자. 수다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수 있으니 말이다. 신간평가단분들이나 담당자분들 이외에는 읽을 사람도 많지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이 점을 명확히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기에는 내 스스로 찜찜한 마음 지울 길 없어 몇 자 끄적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