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지마 나미의 따뜻한 식탁 - 심야식당에 이은 일본의 따뜻한 가정식 이야기
이이지마 나미 지음, 김지혜 옮김 / 페이퍼북(Paperbook)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아침식사를 소개한 책이라 그런지 무척 가볍고 얇습니다.
12개의 아침식단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된장국도 나오고 생선구이도 나옵니다. 토스트도 나옵니다.
다양한 식단이 등장하지만 직장에 나가는 제겐 그림의 떡처럼 보입니다.
하나도 쉬워보이는게 없습니다.
심지어 계란 후라이까지 처음 듣는 요리법으로 소개되어있습니다.
아침식사라는데, 새벽 4시에 일어나 준비해야 할거 같습니다.
게다가 일본요리들이라 낯선 요리 재료가 자주 나옵니다.
연어나 정어리, 전갱이 같은 생선이나 우메보시, 가다랑어 다시 국물은 어디서 구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심지어 온센타마고(온천물에 삶은 반숙상태 계란)까지 나옵니다. 온양온천에 가서 구해야하나요?
요리법은 아주 간단하고 쉬워보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익으면 어렵다는걸 금방 깨닫게 됩니다.

계란 후라이의 경우 조금 충격이었습니다.

"만드는 법
1. 기름을 살짝 두른 프라이팬에 계란 2개를 넣는다. 흰자가 하얗게 되면 프라이팬 가장자리에 기름을 조금 부어 흰자 주변을 튀기듯 굽는다.
2. 페이퍼 타올로 여분의 기름을 닦아낸 다음, 물을 붓고 뚜껑을 덮는다. 1~2분 후, 다 구워진 계란 후라이를 그릇에 담는다. 같은 방법으로 나머지 계란도 굽는다." - 따뜻한 식탁 중

희안하게 만드네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바쁜 아침시간에 계란 후라이 따위로 30분은 잡아 먹을거 같아 엄두가 안납니다.
아침식사라기 보단 느긋하게 저녁식사라고 하는 편이 좋을 듯합니다. 혹은 주말 아침이나요.
 
이 책의 작가는 <카모메 식당>에서 빛나는 요리들을 만들었던 푸드스타일리스트 이이지마 나미입니다.
내공이 상당할 듯하지만 이책에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다소 불친절한 그저그런 일본요리책일뿐입니다.
더 어이없는 건 책 분량을 늘리기 위해 쓴것 같은  "아침식사칼럼"과 "아침식사스냅"입니다.
별 내용이 없어 당황할 정도입니다. "아침식사칼럼"은 아침식사에 제격인 그릇과 내 마음에 쏙 드는 요리제품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둘다 2페이지 밖에 안됩니다. 요리제품도 4개밖에 소개 안합니다. 그것도 특이하거나 유용한 정보라기보단 당연한 정보들입니다.
"아침식사스냅"은 작가가 놀러가서 먹은 아침식사들을 사진에 담아 설명하고 있습니다. 싸이월드 사진첩 같습니다.
 
책을 사실 분들은 꼭 내용을 확인 후 사시는게 좋을 듯 합니다.
카모메 식당과 심야식당을 상상하며 이 책을 샀다가는 낭패보기 쉽습니다.
이 책을 별점으로 준다면 별 1개를 주고 싶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산공원앞 그 집, 그랑씨엘
박근호.이송희 지음 / 페이퍼북(Paperbook)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도산공원에 가면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생겼다. 노란 색이 너무 잘 어울리는 예쁜 가게. 너도 나도 따라하는 트렌드한 가게와는 다른 주인의 손길이 여기저기 느껴지는 알콩달콩한 멋이 있는 가게.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고 분명 음식 또한 맛있으리라. 식당의 느낌이라기보다 가정에서 음식을 제공받는 친근함으로 접근했다는 원테이블, 부부의 첫 식당 '인 뉴욕'. 미국 가정식을 제공하는 컨트리풍 스타일의 '마이 쏭'.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이기도한 '그랑씨엘'은 높은 하늘과 해바라기의 느낌이 컨셉트 답게 사진처럼 예쁜 노란 컬러의 외관으로 이탈리아 가정식을 주메뉴로 삼고 있다. 이들 세개의 레스토랑은 주인공 부부의 삶과 낭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책을 보면서 꼭 가야겠다고 수없이 속으로 외쳤다. 그랑씨엘이 수많은 연예인들의 원너비가 되었다길래 나도 그들처럼 멋내고자함도 있었다(비싼 썬그라스 하나면 누구나 해외스타가 될 수 있듯이;;) 책속에 '포테이토 무료칩' 무료 쿠폰에도 구미가 당겼음엔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배가 너무 아팠다. 잘못 먹어 위장이 꼬인게 아니라, 부러워서 배가 아팠다. 책의 주요 내용인 레스토랑 경영기 보단 부부의 알콩달콩한 삶이 참 부러웠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그것도 꼴도 보기 싫은 사람과 해야하는 우리들의 삶은 얼마나 불행한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부부는 늘 원하던 삶을 서로 신뢰하고 사랑하는 둘이서 함께 꾸려나가고 있었다. 고난과 역경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지금의 결과를 본다면 부부는 정말 잘 해내고 있다. 게다가 단순히 돈 잘 버는 레스토랑을 만든게 아니라, 나름의 경영철학을 가지고서 부부의 삶이 잘 묻어난 가게를 만들어냈다. 가게 직원들과 정말 가족같은 관계를 형성해 나가면서 자연스레 단골손님들에게까지 그 영향이 미치는거 같았다. 맛있는 음식도 멋진 인테리어 가게들이 넘쳐나지만, 그랑씨엘(인뉴욕, 마이쏭)처럼 사람냄새를 풍기며 더할나위없이 사랑스런 가게는 보기 드물다. 진심을 다해 정다운 맛을 만들어낸  젊은 부부였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부부의 알콩달콩한 이야기들은 책 여기저기서 난데없이 튀어나와 나의 배를 아프게 했다.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그런 삶을 살고 있기에 한번쯤 이들의 가게를 방문하여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책을 처음 소개 받았을때 젊은 부부의 외식업 성공기 쯤으로 생각했는데, 오히려 수기 같았다. 예쁜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예쁘게 살아가는 부부의 수기 말이다. 요리를 해봐야 알 수 있는 자질구레한 정보들과 손님과 직원들과의 첫만남처럼 레스토랑의 일상을 수다처럼 쏟아내고 있는 책이다.

이 책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 있다. 중반쯤 지나면 레스토랑 책답게 요리 레시피가 나오는데, 함부로 따라하기에는 어렵게 느껴진다. 사실 쉬운 요리 같은데, '앤초비'가 과연 동네 마트에도 있을지와, '알덴테' '손목스냅'은 직접 보지 않는한 알 수 없을거 같다. 식당 경영 노하우는 아니더라도 좀더 제대로된 레시피가 있었다면 좋을텐데.. 물론 요리책이 아니라 뭐라 할말은 없지만, 이왕 레시피를 싣는다면 좀더 신경썼으면 좋았을텐데란 생각이 든다(아쉬우면 직접 가서 사먹어야겠지만..) 수많은 사진이 등장하는데, 직접 찍으신 사진들이다. 친구집에 가서 사진앨범을 들여다 보듯하다. 영화 스틸컷처럼 멋진 사진도 있지만, 폰으로 막 찍은듯한 사람냄새 폴폴 나는 사진에 더 눈이 갔다. 특히 직원들(부부는 이들을 아이들이라 부른다;;)과 눈오는날 찍은 사진은 자꾸 보게 되더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9 29 39 - 열아홉, 스물아홉, 서른아홉 그녀들의 아슬아슬 연애사정! 소담 한국 현대 소설 2
정수현.김영은.최수영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남자가 바람을 폈다. 결혼 약속까지 한 5년째 사귀는 여친을 두고 말이다. 그것도 두 명이다. 결국 세 명의 여자와 사귀고 있는 것이다. 골라먹는 아이스크림도 아니고, 나이대별로 애인을 뒀 다. 하나는 19살, 5년째 사귀는 여친은 29살, 또 다른 그녀는 39살이다. 여자입장에선 죽일놈이지만 남자 입장에선 능력남, 부럽남이다. 이 부럽고 나쁜 남자는 증권사 애널리스트에 준수한 외모와 누구라도 홀라당 넘어가게 하는 매너를 갖춘 31살의 매력남이다. 이쯤되면 소설이 현대의 카사블랑카가 바람피는 내용인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제목이 <19, 29, 39>이다. 즉, 나쁜 남자에게 홀라당 빠져든 여자 세명이 주인공이다.

소설은 세 명의 여자 시점을 번갈아가며 들려준다. 19살은 모든 것이 시작인 생생한 젊음을 가진다. 그래서 발칙하지만 당당하다. 29살은 결혼적령기 여성은 20대의 끝을 붙잡기 위해 애쓴다. 그래서 늘 결혼을 고민하며 현실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39살 인생 경험과 나이가 가진 지혜로 차분하게 자신의 삶을 만들어 나간다. 이들은 남자가 바람 핀 사실을 알게된 후, 그를 두고 다투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복돋아 준다. 그리고 책은 이런 그들을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열심히 이야기 들어준다.

 
통속소설 같은 소재를 이용해 성장소설을 그려낸 나름 괜찮은 소설이다. 성장은 사춘기의 험난한 통과의례이기도 하지만, 살아가면서 한 고비를 넘기면서 배우게 되는 삶의 지혜 같은 것이기도 하다. 결국 19, 29, 39은 모두 남자를 버린다. 그리고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이번 일을 계기로 그녀들 모두 성장한 것이다. 소설은 그녀들의 상처를 보여주며 눈물 짜내기보단 잘 대처하고 극복해내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래서 칙릿소설인줄 알았던 내게 훈훈한 감동을 준 소설이었다.

 
소설 속 문장들 하나하나가 와닿았다. 감탄스런 명문은 아니지만, 경험에서 우러난듯 공감도 99%의 그녀들의 말들이 모두 꼽씹게 만들었다.

 

“인생도 그렇다. 일이 벌어져서야 어떻게 할지를 생각한다. 남자를 만나서야 남자에 대해 생각하고, 결혼을 해서야 결혼에 대한 생각이 서고, 이혼을 하고서야 결혼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아이를 낳고서야 사는 데에 두려움이 생긴다. 그리고 그 두려움을 겪고서야 모든 일은 생각이 아닌 마음으로 이겨내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 정말 맞는 말이다. 아무리 책을 읽고 사촌 언니 경험을 줄기차게 들어도, 내게 닥치지 않으면 결코 모른다. 겪고 나서야 비로소 ‘아!’하고 무릎을 친다.

 

“이제 서른이다. 어릴 때는 내게 그런 나이는 오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왠지 그 나이가 되면 더 이상 예쁘지도 않고, 누구를 만나도 제대로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런 생각들 때문에 이한과 헤어질 때도 많이 힘들었다. 이 사람을 놓치면 다시는 누군가와 사랑할 수 없을지도 모르고, 점점 예쁘지도 어리지도 않은 나를 누가 사랑해줄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서른아홉의 그녀를 보며 그건 내 어린 생각에 지나지 않았음을 느꼈다. 나이를 허투루 먹지 않는다는 건 그런 거였다. 더 이상 어리지도, 예쁘지도 않은 대신 경험과 과거로 단단해진 성숙한 여자가 있었다.”

=> 소설에서 39살의 그녀는 너무 멋졌다. 그녀의 힘든 상황에 모두 혀를 차며 동정하게 만들지만, 그녀는 그런 모두를 장점으로 바꿔버렸다. 뚝심과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나도 39살에 그녀와 같은 깊이를 가지고 싶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숨의 유니버설 로봇 - 카렐 차페크 희곡 10대를 위한 책뽀 시리즈 4
카렐 차페크, 조현진 / 리잼 / 201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과학자 로숨은 인간을 직접 창조하고 싶었다. 신의 영역에 도전하고 싶었던 거다. 하지만 인간과 유사할수록 그 생명은 4일밖에 되지 않았다. 그의 아들 로숨박사는 아버지 연구를 이어받지만, 인간을 창조하는데는 관심 없었다. 그는 로봇 유니버설사를 만들어, 노동하는 기계로 특화시킨 로봇을 대량생산한다.

“가장 훌륭한 노동자는 가장 값싼 노동자예요. 최소한의 욕구만 가지고 있는 노동자이지요... 일과 관련 없는 부분을 전부 없앤 것이지요. 다시 말하면 그는 노동자에서 ‘사람’을 빼고 대신 ‘로봇’을 집어넣은 거예요.”

Robota에서 유래된 로봇은 원래 체코어로 ‘고된 일을 하는 노동자’를 뜻한다.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에겐 영혼도 필요 없다. 생산비용만 높아질 뿐이다. 로봇은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위험한 일을 할 때 몸을 망가뜨린다. 이것이 로봇 유니버설사가 고민하는, 노동하는 로봇의 유일한 단점이다.

인간의 모든 노동을 로봇이 대신하면서 세상을 더 좋아질거라 생각했지만, 착각이었을까? 인류는 노동을 버린 대가를 톡톡히 치른다. 사람들은 노동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점점 나태해진다. 음식을 먹기 위해 손을 뻗는 일조차 귀찮아하며, 심지어 애를 낳는 것까지 포기해버린다.

“이제 인간은 노동을 할 필요가 없어져서 고통을 느낄 일도 없어요. 그저 즐기는 일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는 거지요. 오, 이건 저주 받은 낙원이에요!”

정말 저주 받은 낙원이다. 그들은 노동하는 인간이야말로 인류를 성장시킨 동력이었다는 사실은 간과했던 것이다. 로봇은 인간의 모든 일을 해주며, 전쟁까지 대신하게 된다. 결국 로봇이 반란을 일으켰을 때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인류는 로봇에게 죽임을 당한다.

“만국의 로봇들이여! 많은 인간들이 쓰러졌다. 공장을 손에 넣은 지금, 우리는 전 세계의 지배자가 되었다. 인류의 시대는 끝났다. 로봇이 지배하는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었다!”

로봇이 지배하는 세상은 파시즘으로 물들었던 과거의 역사와 똑같다. 로봇들은 로봇 유니버설 건축담당 대표인 알뀌스뜨를 유일한 인간으로 살려둔다. 왜냐하면 번식능력이 없는 로봇은 로봇을 만들어 내는 기술을 몰랐기 때문이다. 알뀌스뜨 역시 로봇을 만들 수 없었다. 이로써 로봇 또한 인류처럼 멸망의 길이 멀지 않은 듯 했다.

하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가진 로봇이 나타난다. 헬레나와 쁘리무스란 남녀 로봇이다. 이들은 아름다움을 알고, 울 수 있다. 또 서로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놓을 수 있다. 마지막 인간 알뀌스뜨는 이 둘을 향해 아담과 이브라 말하며, 새로운 삶을 위해 떠나라고 말한다. “

“생명은 사라지지 않을 거요! 생명은 사랑과 함께 다시 시작될 거요! 아주 작은 것에서 시작되어 사막에 뿌리를 내리겠지! 그 생명들에게는 우리가 만들었던 모든 것, 마을과 공장, 예술, 철학 따위는 아무 소용이 없겠지.”

알뀌스뜨의 마지막 대사는 카렐 차페크가 이 희곡을 통해 말하고자 한 핵심이다. 작가가 처했던 1920년대 상황은 암울했다. 그는 제국주의와 파시즘이 판치고 현대전을 통해 대량학살되는 상황 속에서 어떤 정치적 견해에 편승하지 않았다. 오히려 인간성 회복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통해 세상을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 노동과 인간, 인간성이란 무엇인지를 새삼 고민하게 해준 좋은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런티어, 상상력을 연주하다 - 세계적인 뮤지션, 양방언이 그려낸 꿈의 궤적
양방언 지음 / 시공사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양방언의 음악적 궤적을 그린 책 <프런티어, 상상력을 연주하다>는 어려움 없이 술술 읽힌다. 여타의 자서전이 그러하듯, 이 책 또한 목표를 향한 그들의 집념의 시간들은 쉽고 짧은 적당한 감상과 버무려져서 예쁘게 포장된다. 이런 서술은 쉽고 재밌게 읽히는 장점이 있지만, 뭔가 부족함을 주어 아쉬움이 남기기도 하다.

양방언은 북한 국적을 가지고 살아가는 재일교포였다. 축구선수 정대세처럼 말이다. 제주도 출신 아버지는 신의주 출신 부인과 결혼해 일본으로 건너와 의사가 되었다. 일본 내에서 재일교포에 대한 차별은 많이 들어 알고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북한 국적을 가진 교포들의 상황이 가장 심했다.

이들은 초. 중. 고를 조총련계 학교에 다니는데, 조선어로 민족 교육을 받고 있는듯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이들의 학력을 인정해 주지 않아 대학을 진학하기 위해선 중학교 검정고시부터 다시 쳐야한다. 게다가 일본 내에선 북조선 국적이 인정이 안돼 여권을 가질 수도 없다.

이런 실정을 잘 알고 있던 양방언의 아버지는 일본에 정착하기 위해 자신이 그랬듯 자식들 모두 의사가 되길 원했다. 하지만 양방언은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의사도 포기하고 음악을 선택한다.

양방언은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하는 누나의 영향으로 피아노를 쳤다. 또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었는데 클랙식, 락, 팝, 재즈 등 지금의 양방언의 무국적 초장르적인 음악세계를 형성하게 된 계기인 거 같다. 양방언은 신디사이저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일본 내 연주자가 많지 않을 때라 그는 이곳저곳에서 연주를 하며 실력을 쌓을 수 있었다.

프로듀서 일도 했는데, 대표적으로 동남아와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비욘드란 그룹을 필두로 락, 월드뮤직 등 다양한 음악들을 맡아왔다. 그의 음악 세계는 경계가 없었다. 어렸을 적부터 배운 피아노는 통해 클래식으로 음악의 기본을 쌓았고, 즐겨듣던 락과 팝, 재즈 등 다양한 장르음악은 양방언의 음악을 낳게 했다.

책은 제목처럼 양방언의 음악적 프런티어를 보여주는 데 대부분의 지면을 썼다. 시간 순으로 진행되는 책은 양방언의 중요한 순간, 즉 음악적 전환이 이루어진 시기마다 즐겨듣던 혹은 영향을 받은 음악에 대한 소개가 나온다. 느리고 평이한 본 내용보다 짧은 음악 소개가 훨씬 알차고 진지해서 양방언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정도였다.

북한 국적을 가진 재일교포가 일본 내 제일의 작곡가이자 음악가 프로듀서가 된 양방언의 삶은 ‘무릎팍도사’에 출연하면 3편 분량은 족히 될 정도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음악 얘기만 해도 책 몇 권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공사에서 나온 이 책은 쉬운 대중서로 쓰인 만큼 너무 평이하게 쓰여 양방언의 삶마저 평이하게 보였다. 매우 아쉬운 점이었다. 

 
----------------------------------------------------------------------- 

'왜 나는 이 시대, 제주도의 아버지와 신의주의 어머니 사이에서 양이라는 성을 지니고 도쿄에서 태어나, 조총련계 학교에 다니고, 일본의 대학에 들어가서, 의사가 되었고, 그러다 음악을 선택해서, 일본과 아시아권에서 음악을 하고, 유럽에서 레코딩을 하며, 성당에서 음악을 듣고, 지금은 일본의 고원에 거주하면서 나의 나라, 한국에서 음악을 계속하면서, 한국에서 출판될 책을 쓰고 있는가?'     - 본문 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