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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공원앞 그 집, 그랑씨엘
박근호.이송희 지음 / 페이퍼북(Paperbook)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도산공원에 가면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생겼다. 노란 색이 너무 잘 어울리는 예쁜 가게. 너도 나도 따라하는 트렌드한 가게와는 다른 주인의 손길이 여기저기 느껴지는 알콩달콩한 멋이 있는 가게.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고 분명 음식 또한 맛있으리라. 식당의 느낌이라기보다 가정에서 음식을 제공받는 친근함으로 접근했다는 원테이블, 부부의 첫 식당 '인 뉴욕'. 미국 가정식을 제공하는 컨트리풍 스타일의 '마이 쏭'.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이기도한 '그랑씨엘'은 높은 하늘과 해바라기의 느낌이 컨셉트 답게 사진처럼 예쁜 노란 컬러의 외관으로 이탈리아 가정식을 주메뉴로 삼고 있다. 이들 세개의 레스토랑은 주인공 부부의 삶과 낭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책을 보면서 꼭 가야겠다고 수없이 속으로 외쳤다. 그랑씨엘이 수많은 연예인들의 원너비가 되었다길래 나도 그들처럼 멋내고자함도 있었다(비싼 썬그라스 하나면 누구나 해외스타가 될 수 있듯이;;) 책속에 '포테이토 무료칩' 무료 쿠폰에도 구미가 당겼음엔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배가 너무 아팠다. 잘못 먹어 위장이 꼬인게 아니라, 부러워서 배가 아팠다. 책의 주요 내용인 레스토랑 경영기 보단 부부의 알콩달콩한 삶이 참 부러웠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그것도 꼴도 보기 싫은 사람과 해야하는 우리들의 삶은 얼마나 불행한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부부는 늘 원하던 삶을 서로 신뢰하고 사랑하는 둘이서 함께 꾸려나가고 있었다. 고난과 역경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지금의 결과를 본다면 부부는 정말 잘 해내고 있다. 게다가 단순히 돈 잘 버는 레스토랑을 만든게 아니라, 나름의 경영철학을 가지고서 부부의 삶이 잘 묻어난 가게를 만들어냈다. 가게 직원들과 정말 가족같은 관계를 형성해 나가면서 자연스레 단골손님들에게까지 그 영향이 미치는거 같았다. 맛있는 음식도 멋진 인테리어 가게들이 넘쳐나지만, 그랑씨엘(인뉴욕, 마이쏭)처럼 사람냄새를 풍기며 더할나위없이 사랑스런 가게는 보기 드물다. 진심을 다해 정다운 맛을 만들어낸 젊은 부부였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부부의 알콩달콩한 이야기들은 책 여기저기서 난데없이 튀어나와 나의 배를 아프게 했다.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그런 삶을 살고 있기에 한번쯤 이들의 가게를 방문하여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책을 처음 소개 받았을때 젊은 부부의 외식업 성공기 쯤으로 생각했는데, 오히려 수기 같았다. 예쁜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예쁘게 살아가는 부부의 수기 말이다. 요리를 해봐야 알 수 있는 자질구레한 정보들과 손님과 직원들과의 첫만남처럼 레스토랑의 일상을 수다처럼 쏟아내고 있는 책이다.
이 책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 있다. 중반쯤 지나면 레스토랑 책답게 요리 레시피가 나오는데, 함부로 따라하기에는 어렵게 느껴진다. 사실 쉬운 요리 같은데, '앤초비'가 과연 동네 마트에도 있을지와, '알덴테' '손목스냅'은 직접 보지 않는한 알 수 없을거 같다. 식당 경영 노하우는 아니더라도 좀더 제대로된 레시피가 있었다면 좋을텐데.. 물론 요리책이 아니라 뭐라 할말은 없지만, 이왕 레시피를 싣는다면 좀더 신경썼으면 좋았을텐데란 생각이 든다(아쉬우면 직접 가서 사먹어야겠지만..) 수많은 사진이 등장하는데, 직접 찍으신 사진들이다. 친구집에 가서 사진앨범을 들여다 보듯하다. 영화 스틸컷처럼 멋진 사진도 있지만, 폰으로 막 찍은듯한 사람냄새 폴폴 나는 사진에 더 눈이 갔다. 특히 직원들(부부는 이들을 아이들이라 부른다;;)과 눈오는날 찍은 사진은 자꾸 보게 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