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런티어, 상상력을 연주하다 - 세계적인 뮤지션, 양방언이 그려낸 꿈의 궤적
양방언 지음 / 시공사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양방언의 음악적 궤적을 그린 책 <프런티어, 상상력을 연주하다>는 어려움 없이 술술 읽힌다. 여타의 자서전이 그러하듯, 이 책 또한 목표를 향한 그들의 집념의 시간들은 쉽고 짧은 적당한 감상과 버무려져서 예쁘게 포장된다. 이런 서술은 쉽고 재밌게 읽히는 장점이 있지만, 뭔가 부족함을 주어 아쉬움이 남기기도 하다.

양방언은 북한 국적을 가지고 살아가는 재일교포였다. 축구선수 정대세처럼 말이다. 제주도 출신 아버지는 신의주 출신 부인과 결혼해 일본으로 건너와 의사가 되었다. 일본 내에서 재일교포에 대한 차별은 많이 들어 알고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북한 국적을 가진 교포들의 상황이 가장 심했다.

이들은 초. 중. 고를 조총련계 학교에 다니는데, 조선어로 민족 교육을 받고 있는듯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이들의 학력을 인정해 주지 않아 대학을 진학하기 위해선 중학교 검정고시부터 다시 쳐야한다. 게다가 일본 내에선 북조선 국적이 인정이 안돼 여권을 가질 수도 없다.

이런 실정을 잘 알고 있던 양방언의 아버지는 일본에 정착하기 위해 자신이 그랬듯 자식들 모두 의사가 되길 원했다. 하지만 양방언은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의사도 포기하고 음악을 선택한다.

양방언은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하는 누나의 영향으로 피아노를 쳤다. 또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었는데 클랙식, 락, 팝, 재즈 등 지금의 양방언의 무국적 초장르적인 음악세계를 형성하게 된 계기인 거 같다. 양방언은 신디사이저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일본 내 연주자가 많지 않을 때라 그는 이곳저곳에서 연주를 하며 실력을 쌓을 수 있었다.

프로듀서 일도 했는데, 대표적으로 동남아와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비욘드란 그룹을 필두로 락, 월드뮤직 등 다양한 음악들을 맡아왔다. 그의 음악 세계는 경계가 없었다. 어렸을 적부터 배운 피아노는 통해 클래식으로 음악의 기본을 쌓았고, 즐겨듣던 락과 팝, 재즈 등 다양한 장르음악은 양방언의 음악을 낳게 했다.

책은 제목처럼 양방언의 음악적 프런티어를 보여주는 데 대부분의 지면을 썼다. 시간 순으로 진행되는 책은 양방언의 중요한 순간, 즉 음악적 전환이 이루어진 시기마다 즐겨듣던 혹은 영향을 받은 음악에 대한 소개가 나온다. 느리고 평이한 본 내용보다 짧은 음악 소개가 훨씬 알차고 진지해서 양방언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정도였다.

북한 국적을 가진 재일교포가 일본 내 제일의 작곡가이자 음악가 프로듀서가 된 양방언의 삶은 ‘무릎팍도사’에 출연하면 3편 분량은 족히 될 정도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음악 얘기만 해도 책 몇 권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공사에서 나온 이 책은 쉬운 대중서로 쓰인 만큼 너무 평이하게 쓰여 양방언의 삶마저 평이하게 보였다. 매우 아쉬운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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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이 시대, 제주도의 아버지와 신의주의 어머니 사이에서 양이라는 성을 지니고 도쿄에서 태어나, 조총련계 학교에 다니고, 일본의 대학에 들어가서, 의사가 되었고, 그러다 음악을 선택해서, 일본과 아시아권에서 음악을 하고, 유럽에서 레코딩을 하며, 성당에서 음악을 듣고, 지금은 일본의 고원에 거주하면서 나의 나라, 한국에서 음악을 계속하면서, 한국에서 출판될 책을 쓰고 있는가?'     - 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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