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  

 
어물전 개조개 한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갔다
  저 속도로 시간도 길도 흘러왔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또 헤어져서는 저렇게 천천히 돌아왔을 것이다
  늘 맨발이었을 것이다
  사랑을 잃고서는 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 견디듯이 맨발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견디었으리라
  아― 하고 집이 울 때
  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맨발로 하루 종일 길거리에 나섰다가
  가난의 냄새가 벌벌벌벌 풍기는 움막 같은 집으로 돌아오면
  아― 하고 울던 것들이 배를 채워
  저렇게 캄캄하게 울음도 멎었으리라


   문태준 시집『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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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을 감으면 보인다 ~



마음으로 봐야 잘 볼 수 있는 것
무엇이 있을까요?

눈을 감아야 오히려 잘 보이는 것
어떤 것들일까요?

어릴 때 어머니께 혼나고 나서
자발적으로 맨 처음 올려다봤던 그 하늘 색

내가 실의에 빠져 있을 때
내밀어 주던 친구의 손길에 담긴 온기

용서할 수 없을 것 같던 사람을 용서한 후
뻥 뚫린 듯 후련해지던 마음

맨 처음 사랑을 느끼고
온 세상이 모두 그 사람으로 꽉 차던 열정

책 속에서 발견한 인생의 진리
음악 한 자락의 감동
시 한 구절의 느낌

이 모든 것은
눈을 뜨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눈을 감으면 뚜렷이 보입니다

잎이 무성한 여름 산보다
잎이 다 져 버린 겨울 산에 올라야
비로소 산의 길이 보이지요

그런 것처럼 우리 마음의 진정한 지도는
마음을 비우고 눈을 감을 때
비로소 선명해 집니다

지금 눈을 감아 보세요
그리고 가만히 마음을 채우는 그 대상을
응시해 보세요

그 사람이 진정한 내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길이 진정한 내 길입니다

- 송정림 / 마음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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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글로 보여주는 것이
말로 감정을 나타내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기 때문에 편지를 쓴다.
한 통의 편지는 오랫동안 고심한 끝에 쓰여지게 되는데
끝없는 퇴고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우리의 사랑과
존경에 대한 최고의 표현일 수 있다

- 미셸 러브릭의 <사랑은 예술이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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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해 주세요..


"기도해 주거라. 기도해.

사형수들 위해서도 말고,

죄인들을 위해서도 말고,

자기가 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나는 안다고 나는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을 위해서 언제나 기도해라."


- 공지영의《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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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주인이 되라



바닷가의 조약돌을 그토록 둥글고
예쁘게 만드는 것은 무쇠로 된 정이 아니라
부드럽게 쓰다듬는 물결이다.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다.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는 것은
무소유의 또 다른 의미이다.

용서란 타인에게 베푸는
자비심이라기보다 흐트러지려는 나를
나 자신이 거두어 들이는 일이 아닐까 싶다.

우리들이 화를 내고 속상해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외부의 자극에서라기보다
마음을 걷잡을 수 없는 데에
그 까닭이 있을 것이다.

정말 우리 마음이란 미묘하기 짝이 없다.
너그러울 때는 온 세상을
다 받아 들이다가 한 번 옹졸해지면
바늘 하나 꽂을 여유조차 없다.

그러한 마음을 돌이키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마음에 따르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되라고
옛 사람들은 말한 것이다


- 법정스님《무소유》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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