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신 세번째 해금연주 : 열두 송이 연꽃노래
성의신 연주 / 드림비트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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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마다 해금을 배우러 다니는데, 덕분에 해금연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관심을 가지기 전 해금은 일명 깽깽이라고 처연하고 구슬픈 가락만을 가진 악기라고 생각했었는데, 

 여러 음반들을 듣다보니, 때론 밝고도 명랑한 음색까지 표현할 수 있는 폭넓은 자유를 가진 악기더군요.  

 성의신님의 이 연주곡들은 찬불가인데, 그렇다고 너무 불교스럽지 않고 현대적인 느낌이 가미되어 있어  

 부담없이 듣기 참 좋아요. 특히 향심이라는 곡은 재즈 풍의 도입부부터 해금과 다른 현대악기가 맛깔스럽게 

 잘 어울려, 곡 이름처럼 퍽퍽한 마음 속에 향기를 더해주는 곡이지요. 이 앨범 수록곡 모두 다 자주 듣는 아끼는 앨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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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진보 - 카렌 암스트롱 자서전
카렌 암스트롱 지음, 이희재 옮김 / 교양인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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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에 입사할 당시 뻣뻣함을 등수로 매겼다면 나는 단연코 1등이었을 것이다. 첫 종합건강검진에서, 다리를 모아 뻗은 상태로 앉았을 때 손끝이 발끝 부근에 얼마나 닿는지 재는 유연성 테스트가 있었다. 모든 면에서 탁월한 신입이 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아예 등이 10 센티미터도 숙여지지 않았다. 나의 유연성은 0도 아닌 마이너스였다. 민망함에 얼굴이 붉어졌다. 

 이런 몸의 뻣뻣함과 별개로 우울증이 찾아올 때면 정신적 뻣뻣함 때문에 자괴감에 빠지곤 한다. 남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단순함에서 비롯된 실수들, 상황을 다각도로 살피는 시야가 부족한 탓에 저지른 온갖 잘못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이다. 너무도 많은 증거들이 한꺼번에 떠오르기에 도저히 자아를 왜곡할 수가 없다. 결국 자괴감의 정점에 도달하기 전에 생각의 방향을 외부로 돌린다.

  그런 노력 와중 만난 책이 "마음의 진보"이다. 이 책은 카렌 암스트롱이라는 비교 신학자가 60대에 쓴 자서전으로, 고른 이유는 지극히 단순하다. 그녀의 상황이 책 제목처럼 나아질 테니 나도 감정이입 좀 하면서 희망을 찾자. 그런데 기대와 달리 책 중반이 넘도록 카렌이 처한 상황이 도무지 나아지지 않더라.

 수녀에서 교사, 그리고 다큐멘터리 진행자 종국에는 비교신학자가 되기까지 그녀는 다양한 직함을 가졌다. 그런데 당황스러운 것은 이런 직함들을 원대한 커리어계획 하에 가졌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거부당하고 떨어지고 쫓겨난 와중에 여러 직업들을 전전한 것이다. 카렌의 마음상태도 인생을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주변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다가, 안 풀리는 상황에 처하면 극심한 절망감에 괴로워하기를 반복했다.

  이러한 인생여정을 풀어놓으면서 카렌은 책 말미에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를 맺는다. "나의 삶은 늘 변했지만 한편으로는 늘 똑같은 주제, 똑같은 문제를 맴돌지 않았나. 심지어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나는 그런 계단에서 벗어나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더 넓고 근사한 계단에 올라타려고 노력했지만 번번이 떨어졌다. 그리고 다시 초라한 나의 계단 끝으로 돌아갔을 때 그 전에는 미처 몰랐던 뿌듯함을 느꼈다. 이제 나는 혼자서 계단을 올라야한다.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갈 때마다 내 몸도 덩달아 돌고 내가 발 디딘 곳은 좁지만 그래도 빛을 향해서 올라가기를 나는 바란다."

 그녀는 자신의 인생은 결코 밝지만은 않았지만 이제 웃음을 지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방황했지만 결국 위로 올라가는 방향으로 풀리기를 간절히 바랐고 인생의 황혼기를 맞아 삶을 돌이켜 보았을 때 과거는 결코 헛된 발길질이 아니었노라고. 이제는 자신의 삶 전체에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이다.

 자신의 삶이 뿌듯한 그녀와 달리 나는 여전히 나에게 실망한다. 반짝반짝 소망만으로 빛나던 청춘의 시절을 지나, 나이 값 어른의 몫을 제대로 해야 할 나이인데 왜 나는 이리 의연하게 상황을 웃어넘기지 못하는지, 어려운 상황에 누군가처럼 유연하고 포용력 있게 대처하지 못하고 얼굴에 다 드러나는지, 실망에 실망을 거듭하다보면 나는 왜 태어났는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왜 나는 그럴듯한 깜냥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았는지에 관한 문제로 말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나의 선조, 결국 오스트랄로피테쿠스까지도 거슬러 갈 수도 있을 긴 숨통을 죄는 생각들이다.

 하지만 이 책을 덮을 무렵 나는 다른 희망을 품어본다. 환갑을 맞이할 무렵 혹은 죽음을 맞이할 때 나도 그녀처럼 실망이 겹겹히 쌓여진 내 삶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그녀의 비교신학 작업에 이전에 경험했던 모든 직업들이 큰 도움이 되었듯 내가 느낀 좌절 내지 슬픔을 느꼈던 모든 실패와 실수들이 종국에는 그 무엇에 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몸의 뻣뻣함 문제로 돌아와서, 그대 혹시 나처럼 뻣뻣한가? (그다지 많진 않겠지만) 설령 그렇다하더라도 우리 좌절하지 말자. 그토록 뻣뻣하던 나 매일의 스트레칭으로 발끝에 손이 닿기 시작한다. 손끝에 발끝 닿았듯 더 많은 세월이 흐른다면 나도 사람들 마음에 자연스럽게 다가설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변화도 지나치면 무리일테니 천천히. 동료에게 어색하게 던진 안부 인사 한마디, 어설픈 미소 같은 것으로. 이 생각의 흐름을 늘이고 늘려본다. 뻣뻣한 여자에서 조금 덜 뻣뻣한 여성 종국에는 포용력 있는 사람으로. 아! 이제 숨통이 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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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 가치에 대한 탐구
로버트 메이너드 피어시그 지음, 장경렬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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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분명 흥미로우나 쉬이 읽히는 책은 아니다.
주인공이 아들과 모토사이틀로 여행하는 와중의 주변사람들과의 이야기가
그려진 소설적인 측면은 흥미로우나
정신병원에 입원하기 전 자신의 생각들을 반추하는 철학 이야기는 꽤나 난해하기 때문이다. 
 
우선 소설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외곩수로 치열하게 철학적 사유를 하는 와중에
지나치게 자기생각에 빠져 주변사람들과 단절되고 정신병원으로 입원하기까지 과정,
여행 와중에 아들 크리스와 끊임없이 부딪치는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자기 생각을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주장하면서
주변의 이해를 받지 못하고 혼자만의 세상에 빠져드는 과정이 잘 그려져 있는데
괴짜, 천재라고 하는 부류가 이런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걸까?
그들의 고독과 외로움을 보면서 안쓰러움을 느끼게 된다.
 
한편 철학적인 측면에서 
주인공이 광인이 되면서까지 고민했던 '질(Quality)'에 대한
치열한 생각들을 엿볼 수 있다.

우리는 글을 읽고 상대적으로 이 글이 저 글보다 양질이야...결론내릴 수 있다.
하다못해 양보다 질이 우선이지..라는 말을 거침없이 잘 한다.
근데 안다고 생각했던 그 쉬운 단어 '질'이 무어냐? 라고 하면 
난 말문이 턱 막힌다.

주인공의 경우 이 질에 대해 고민하다가
'질이란 정의내릴 수 없는 존재이다' 라고 결론을 내렸지만
질의 존재를 부정하는 자들을 반박할 목적으로
질을 논리적으로 정의 내리기 위해 고민하다가 결국 광인이 되고 만다. 

 
미치기 일보직전에 주인공이 결론내린 질은 다음과 같다.
본질과 형식을 기반으로 질이 결과론적으로 출현한 것이 아니라
되려 질은 본질과 형식을 낳는 근원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도덕과도 상통하는 만물의 궁극적인 개념이다.

주인공은 도덕경을 다시 읽으면서
내가 생각했던 질이란 개념을 도덕경에서 말하고 있잖아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져...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는데
그 장면에서 나도 같이 미쳐버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용량초과야. 뇌에서 받아들이길 거부해... 너무 어렵다. -_-;

그러나 그 복잡다단한 생각의 실타래 속에서
내 가슴에 남는 것은 간단하다.

우리가 학교에서 그렇게 강조하는 분석과 논리(공학적인 고전주의적 특성)만으로는
질을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창의력, 상상력, 통찰(예술적인 낭만적인 특성) 등을 아우를 수 없고
그런 측면에서
그간 외면당하거나 경시되었던
비유와 상징을 배우는 수사학, 이를 강조했던 소피스트에 대한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비유와 상징이야말로 분석적으로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하는 단계를 넘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데 유용한 수단이니 말이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다양한 맥락으로 풀어낸 책이기에
내가 더 연륜이 쌓이면 또 다른 시각으로 보지 않을까?
몇 년 후의 독서가 기대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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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춤
조정래 지음 / 문학의문학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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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한다'라는 책에서 보여준 부패 부조리 실태를
소설로 그린다면 허수아비춤이 될 것이다.  

드라마에 나오는 멋지구리한 재벌의 삶이 전부가 아니다. 
차명계좌로 비자금을 모으고, 그 비자금을 이용해 자신을 비호할 인맥을 각계각층에 만들고
최소한의 세금으로 재산을 자녀에게 상속하기까지 과정을 보여주며  
그 와중에 재벌과 심복들, 사회지도층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는지 
유려한 필체로 깔쌈하게 그려낸다.  

소설 속에서 그들의 명제  
돈이 모든 것을 움직인다.
나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내가 지닌 돈을 최대한 활용하련다. 법망을 넘어서서.
난 동의하고 싶지 않다. 이것이 설령 순진한 생각에 불과하다고 그들에게 비웃음을 당할지라도.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아직 갈피를 못 잡겠다.
기업의 투명성 및 시민단체 활동 강화라는 그럴싸하지만 아리까리한 주장 말고
'바로 지금' 내가 시작할 수 있는 '바로 그것'
이 책이 독자에게 부과한 숙제가 있다면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차근차근 그러나 치열하게 고민해보자. 그리고 실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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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라이어 - 성공의 기회를 발견한 사람들
말콤 글래드웰 지음, 노정태 옮김, 최인철 감수 / 김영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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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간단하다.

혼자만의 힘으로 성공하는 사람은 없으며  

자신의 피나는 노력 외에도(10,000시간의 법칙), 가정환경 

자신이 태어난 시기와 나라, 시대적 상황에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결코 나만의 노력만으로 성공하는 경우는 없으며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함을 감안할 때,
성공한 사람은 여러 행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예외적 존재.  

마찬가지로 실패한 사람도 성공한 사람 못지 않은 자질을 가졌으되, 다만 

운이 부족한 것일 수 있음을 잊지 말 것.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여러  재미난 사례들을 맛깔나게 들고 있는데  

하키선수의 출생년도 - 출생시기가 성공에 좌우됨 

IQ190이나 사회적으로 성공하지 못함 - 가정환경의 중요성 

한국에서 일어난 대형 비행기 추락사고 - 상명하달식 문화의 영향  

키프학교에서 인생역전한 학생 - 학풍의 영향  

 

이처럼 상식적인 결론을 독특한 사례를 통해 도출하는 것  

말콤 글레드웰이 가진 가장 큰 매력 중에 하나이다. 즐거운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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