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 가치에 대한 탐구
로버트 메이너드 피어시그 지음, 장경렬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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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분명 흥미로우나 쉬이 읽히는 책은 아니다.
주인공이 아들과 모토사이틀로 여행하는 와중의 주변사람들과의 이야기가
그려진 소설적인 측면은 흥미로우나
정신병원에 입원하기 전 자신의 생각들을 반추하는 철학 이야기는 꽤나 난해하기 때문이다. 
 
우선 소설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외곩수로 치열하게 철학적 사유를 하는 와중에
지나치게 자기생각에 빠져 주변사람들과 단절되고 정신병원으로 입원하기까지 과정,
여행 와중에 아들 크리스와 끊임없이 부딪치는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자기 생각을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주장하면서
주변의 이해를 받지 못하고 혼자만의 세상에 빠져드는 과정이 잘 그려져 있는데
괴짜, 천재라고 하는 부류가 이런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걸까?
그들의 고독과 외로움을 보면서 안쓰러움을 느끼게 된다.
 
한편 철학적인 측면에서 
주인공이 광인이 되면서까지 고민했던 '질(Quality)'에 대한
치열한 생각들을 엿볼 수 있다.

우리는 글을 읽고 상대적으로 이 글이 저 글보다 양질이야...결론내릴 수 있다.
하다못해 양보다 질이 우선이지..라는 말을 거침없이 잘 한다.
근데 안다고 생각했던 그 쉬운 단어 '질'이 무어냐? 라고 하면 
난 말문이 턱 막힌다.

주인공의 경우 이 질에 대해 고민하다가
'질이란 정의내릴 수 없는 존재이다' 라고 결론을 내렸지만
질의 존재를 부정하는 자들을 반박할 목적으로
질을 논리적으로 정의 내리기 위해 고민하다가 결국 광인이 되고 만다. 

 
미치기 일보직전에 주인공이 결론내린 질은 다음과 같다.
본질과 형식을 기반으로 질이 결과론적으로 출현한 것이 아니라
되려 질은 본질과 형식을 낳는 근원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도덕과도 상통하는 만물의 궁극적인 개념이다.

주인공은 도덕경을 다시 읽으면서
내가 생각했던 질이란 개념을 도덕경에서 말하고 있잖아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져...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는데
그 장면에서 나도 같이 미쳐버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용량초과야. 뇌에서 받아들이길 거부해... 너무 어렵다. -_-;

그러나 그 복잡다단한 생각의 실타래 속에서
내 가슴에 남는 것은 간단하다.

우리가 학교에서 그렇게 강조하는 분석과 논리(공학적인 고전주의적 특성)만으로는
질을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창의력, 상상력, 통찰(예술적인 낭만적인 특성) 등을 아우를 수 없고
그런 측면에서
그간 외면당하거나 경시되었던
비유와 상징을 배우는 수사학, 이를 강조했던 소피스트에 대한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비유와 상징이야말로 분석적으로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하는 단계를 넘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데 유용한 수단이니 말이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다양한 맥락으로 풀어낸 책이기에
내가 더 연륜이 쌓이면 또 다른 시각으로 보지 않을까?
몇 년 후의 독서가 기대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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