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금이 있던 자리
신경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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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세상을 살면서 많은 사람들의 삶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문학 작품 속에서 더 많은 사람들의 삶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 나는 신경숙의 소설을 읽으며 여러 사람의 삶을 살아봤다. <풍금이 있던 자리>에서 나는 어느새 주인공과 같은 말투로 편지를 쓰고 있었고, 주인공이 느끼는 두려움이, 안타까운 불안감이 나의 감정이 됐다. 나는 소설 속의 사람이 되어, 내가 그동안 살지 못했던, 어쩌면 앞으로도 살지 못할 삶을 살아봤다.

이상했다. 신경숙의 소설을 읽으며 나는 그냥 관찰자의 모습으로, 방관자의 모습으로 주인공의 삶을 바라볼 수 없었다. 나는 어느새 그 주인공이 되었고, 그와 같이 느끼고, 숨쉬며, 살고 있었다. 똑같이 느낄 수 있었다.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었다. 내가 그였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다른 책들과 같이 신경숙의 책을 읽고는 어떤 말들을 나열할 수 없었다. 그냥 나는 그 책 속에서 살았다. 그리고 느낄 뿐이었다.

신경숙의 부드러운 글, 평범하게 적은 것같으면서도 독자를 끌어들이는 그의 신비함이 좋아서, 이제 나는 많은 책 속에서 '신경숙'의 이름을 찾게 된다. 또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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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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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나는 꿈이 있었다. 다시 남자로 다시 태어나고 싶은 꿈 말이다... 이유는 정확하게 없었다. 그냥 남자가 좋았다. 친할머니는 딸만 셋을 낳은 어머니를 미워하셨다. 난 할머니가 미웠다. 할머니도 여자, 어머니도 여자, 나도 여자... 여자는 그냥 남자보다 나쁜 것이었다. 잘못 태어났다! 난 그 좋은 남자가 되고 싶었고, 그렇게 되지 못했기에 난 세상의 주인공은 아니었다. 언제나 누군가의 배경이 되어주기 위해서 태어난 존재였다.

여자들과 함께 중, 고등학교를 나오며 나는 여자의 높은 권리를 찾는 많은 교육들을 받았다. 그것은 맞는 것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았다. 그저 난 지금까지 내가 여자임을 잊고 살았다. 그러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속에서 혜완, 영선, 경혜를 만나게 되었다. 세 여자를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새 그들을 통해 내가 그들과 같은 여자임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억울했다. '여자'이기에 세상에서 주어지는 한계들이, 아니! 여자들 속에서 스스로를 제압하는 그 무언가가 너무 미웠다. 여자들이 여자들을 더 얽매이게 했다. 지금 나는 남자가 여자보다 낫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여자가 남자보다 낫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여자든지 남자든지 모두 사람이란 것을, 똑같은 사람이란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제 나는 여자인 나 스스로를 한계짓게 하는 그 무언가와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그리고 가치있는 존재인 나를 더 소중히 가꿔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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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붉은산 한국문학대표작선집 10
김동인 지음 / 일신서적 / 199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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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라 안이 소란스럽다. 정치, 경제, 문화, 교육... 어디 하나 할 것 없이 상처 투성이다. 사람들의 마음은 메말라 가고... 북한과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는 형국에 모두들 눈앞에 있는 조금한 이익을 위해 피를 쏟으며 경쟁한다. 빈부의 격차는 점점 더 심해진다. 노숙자는 늘어만 간다. 길가의 그들을 보면 피해간다. 우리는 고귀한 혈통이다.

갑자기 노숙자들의 모습 속에서 '정익호'를 보았다. 아니 '삵'을 보았다. 지저분한, 꿈이 없는, 세상에 도움이 안되는 인간쓰레기 같은 인간을 보았다. 그러나 나는 그들을 어떤 경멸의 눈으로도 볼 수 없었다. 그가 또 하나의 '삵'이라면, 나는 그보다 나을 것 하나 없는 사람이다.

누가 세상의 가치를 결정했는가? 나라도 조국도, 서로를 생각하지 못하는 ,차가운 피가 흐르는, 두려움에 질려사는 어둠 속 바퀴벌레와 같은 사람들이 '삵'보다 나은 사람이라고, 그 누가 이야기할 수 있는가? 효순이와 미선이가 죽었다고 진정으로 그들을 위해 목숨 바쳐 그들의 억울함을 외칠 이가 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이제는 생각해야봐야겠다. 오늘 나는 너무도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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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이청준 문학전집 중단편소설 5
이청준 지음 / 열림원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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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머니의 생신입니다... 1남 3녀를 두신 어머니는 어제도 새벽이 다 되어서 집에 돌아 오셨습니다. 어머니 생신인데 나는 아무런 선물도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어짜피 어머니는 바쁘셔셔 내가 준비한 선물은 어머니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어머니는 늘 바쁘셨습니다. 특히 둘째인 나는 그런 어머니의 특별한 관심을 갖지 못했습니다.
나는 외로웠습니다. 어머니는 나와 이야기 할 시간이 없으셨습니다. 언제나 돈! 그 돈을 벌기 위해 피곤에 찌든 얼굴, 늘 잠자는 모습만 나에게 보이셨습니다. 어머니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 색, 과목... 나의 고민 어떤 것도 알지 못하십니다. 돈과 나와의 시간을 바꾼 어머니가 미웠습니다. 어머니는 어리석었습니다! 나는 늘 생각했습니다. 어머니에게 빚진 것은 학비 뿐, 어떤 것도 빚진 것은 없다고, 나중에 돈 벌면 그것 만큼만 갚고 멀리 떠나 살꺼라고...

그런데 <눈길>을 읽게 되었습니다. 눈부신 눈길엔 두 발자국이 나있었습니다. 눈물이 녹아서 생긴 무거운 발자국, 그 옆에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발자국... 언제나 아들을 향해 있는 어머니의 부끄러운 사랑을... 그것을 모르는 어리석은 아들! 그 안엔 나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어머니의 사랑을 모르는,,, 아니 외면하려는 나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그저 '어머니'로서 자식 곁에 있는 것 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세상의 어머니! 늘 자식한테 더 주지 못해서 미안해하고 눈물 흘리는 어머니! 나는 그 어머니의 사랑을, 못난 자식들이 잊어버릴 사랑을 위해 더 주려고 자신을 희생하는 어리석은 사랑을 몰랐습니다.
어떻게 사죄할 수 있을까요?...... 세상에서 최고로 어리석었던 나. 가만히 어머님 선물을 사러 갑니다. 오늘은 편지도 하나 써드려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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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속의 검은 잎 문학과지성 시인선 80
기형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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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시집을 골라봤다. <입 속의 검은 잎>이란 시집의 제목과 '기형도'라는 이름에서 이상한 이끌림을 느꼈다. 어두우면서도, 한 없이 절망적이면서도, 희망을 남겨두는, 두려움에 가득차있으면서도 따뜻함이 느껴지는...... 그의 시에서는 내가 그동안 정의했던 밝고 어두운 감정의 경계는 없었다.

그의 유년시절을 이야기하는 '바람의 집', '엄마 걱정', '위험한 가계'에서는 백석의 시 속에서 느껴지는 흙냄새 나는 그리움과 함께 처절한 슬픔이 느껴졌고, 사랑을 잃고 쓴, '빈집', '그집앞'에서는 태연히 감정을 정리하는 가운데 느껴지는 가슴을 찢는 아픔을 느껴졌다.

그가 뱉어낸 신비한 언어의 나열은 계속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고 이상스레 나를 이끌었다. 그리고 시를 여러번 읽은 지금도 나를 혼란스럽게 한다. 나는 그의 시에 대해서 어떠한 정의도 내릴 수 없다. 그는 그의 시 속에 기이한 형체만을 남겨두었다... 하지만 표현할 수 없는 그의 시의 이상한 느낌이, 이상하리만큼 나를 더욱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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