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어렸을 때 나는 꿈이 있었다. 다시 남자로 다시 태어나고 싶은 꿈 말이다... 이유는 정확하게 없었다. 그냥 남자가 좋았다. 친할머니는 딸만 셋을 낳은 어머니를 미워하셨다. 난 할머니가 미웠다. 할머니도 여자, 어머니도 여자, 나도 여자... 여자는 그냥 남자보다 나쁜 것이었다. 잘못 태어났다! 난 그 좋은 남자가 되고 싶었고, 그렇게 되지 못했기에 난 세상의 주인공은 아니었다. 언제나 누군가의 배경이 되어주기 위해서 태어난 존재였다.

여자들과 함께 중, 고등학교를 나오며 나는 여자의 높은 권리를 찾는 많은 교육들을 받았다. 그것은 맞는 것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았다. 그저 난 지금까지 내가 여자임을 잊고 살았다. 그러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속에서 혜완, 영선, 경혜를 만나게 되었다. 세 여자를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새 그들을 통해 내가 그들과 같은 여자임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억울했다. '여자'이기에 세상에서 주어지는 한계들이, 아니! 여자들 속에서 스스로를 제압하는 그 무언가가 너무 미웠다. 여자들이 여자들을 더 얽매이게 했다. 지금 나는 남자가 여자보다 낫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여자가 남자보다 낫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여자든지 남자든지 모두 사람이란 것을, 똑같은 사람이란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제 나는 여자인 나 스스로를 한계짓게 하는 그 무언가와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그리고 가치있는 존재인 나를 더 소중히 가꿔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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