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금이 있던 자리
신경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3년 4월
평점 :
절판


그동안 세상을 살면서 많은 사람들의 삶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문학 작품 속에서 더 많은 사람들의 삶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 나는 신경숙의 소설을 읽으며 여러 사람의 삶을 살아봤다. <풍금이 있던 자리>에서 나는 어느새 주인공과 같은 말투로 편지를 쓰고 있었고, 주인공이 느끼는 두려움이, 안타까운 불안감이 나의 감정이 됐다. 나는 소설 속의 사람이 되어, 내가 그동안 살지 못했던, 어쩌면 앞으로도 살지 못할 삶을 살아봤다.

이상했다. 신경숙의 소설을 읽으며 나는 그냥 관찰자의 모습으로, 방관자의 모습으로 주인공의 삶을 바라볼 수 없었다. 나는 어느새 그 주인공이 되었고, 그와 같이 느끼고, 숨쉬며, 살고 있었다. 똑같이 느낄 수 있었다.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었다. 내가 그였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다른 책들과 같이 신경숙의 책을 읽고는 어떤 말들을 나열할 수 없었다. 그냥 나는 그 책 속에서 살았다. 그리고 느낄 뿐이었다.

신경숙의 부드러운 글, 평범하게 적은 것같으면서도 독자를 끌어들이는 그의 신비함이 좋아서, 이제 나는 많은 책 속에서 '신경숙'의 이름을 찾게 된다. 또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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