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늙은 개에게 창이 되어 주고 싶어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23
필립 C. 스테드 지음, 강무홍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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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눈 송이가 폴폴 내리던 어느 겨울날에 아주 조그마한 새끼 강아지 한 마리가 우리 집식구로 오게 되었다. 여리고 여린 강아지의 가슴과 배 쪽을 양손으로 살며시 잡아 들어 올렸을 때, 그때의 느낌은 정말이지 이상했다. 부드러운 피부와 말랑이는 살, 그 사이로 느껴지는 단단하지 않은 뼈가 약간은 이질적으로 느껴져 깜짝 놀라며 금방 손을 거두었다. 하지만 함께한 지 벌써 8년. 처음 만났던 그날의 어색함은 사라지고 이제는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사이가 되었고, 어느덧 우리 팥빵이는 중년의 나이가 되었다. 벌써 중년인가 싶다가도 아직 중년이니까 하는 마음이 왔다 갔다 하며 책 하나를 읽고 팥빵이에게 괜스레 미안해진다.

그림책 <지혜로운 늙은 개에게 창이 되어 주고 싶어>에서는 활동적으로 움직이기 힘들어하는 많이 늙은 개에게 아름다운 풍경, 행복한 웃음소리,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작가의 마음이 푹 담겨있다. 실제 키우고 있는 개를 주인공으로 삼고 이 그림책을 만들었다고 하니 그의 늙은 개도 주인의 이런 정성과 자신을 향한 마음을 느끼고 있을까. 그러고 보면 이 늙은 개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삶을 보내서 참 행복할 것 같다. 내가 다 기쁘다. 우리 집 팥빵이에게도 이런 견생을 살게 해주고 싶었는데 그렇게 해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하다. 그래도 팥빵이는 지금까지 걸어온 날도 많지만 앞으로 걸어갈 날도 많다. 아직 중년의 팥빵에게는 창이 되어주기보다는 창밖의 세상을 직접 탐험하고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동물과 다채로운 색감으로 아이들의 눈을 사로잡는 이 그림책은 반복적인 운율로 잔잔하면서도 상상 속의 상상을 그려놓아 굉장히 파격적이었다. 생뚱맞은 걸 좋아하는 아이가 보기에 꽤나 엉뚱한 글과 엉뚱한 그림이 많이 있어서 더욱 깔깔거리며 봤다. 책을 본 후 아이는 책을 다 흡수해 버릴 듯 엉뚱한 이야기 놀이를 하며 굉장히 좋아했고 다음날은 어린이집에 책을 가져갈 정도였다. 이 엉뚱한 상상을 통해 아이가 새로운 발견을 하고, 탐구하고 모험하며 재밌으면서도 한 가지씩 얻어 갈 수 있는 뿌듯한 시간을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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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Grown Ups - 드라마 <나의 아저씨> 세상의 모든 이지안을 위한 그림책 노래를 그리다 2
서동성.이치훈 작사, 곽수진 그림 / 언제나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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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또 보는 드라마가 몇 개 있다. 가끔씩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한 편씩 소중하게 꺼내어 천천히 음미한다. 볼 때마다 새로운 감동과 저릿한 기분과 함께 진한 여운을 준다. 아마도 평생을 가지고 가지 않을까 하는 이런 나의 소울드라마 중 하나가 바로 '나의 아저씨'다.

힘들고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내고 할머니를 부양하며 하루하루를 먹고산다. 기댈 곳 하나 없이 끝이 보이지 않는 이 어둡고 캄캄한 세상을 겨우 끌고 간다. 한 발짝 앞으로 갔다 싶으면 두 발짝을 밀어내는 듯한 날들을 억지로 끌고 간다. 이렇게 꾸역꾸역 살아가는 지안에게 어떤 아저씨가 나타난다. 꾸역꾸역 살아가는 세상이 아닌 살고 싶어지는 세상을 보여주는 '어른'이 나타난다.

위로 올라오지 못하도록 찍어누르는 상사를 두어 만년 부장으로 지내며 핍박받는다. 안 그래도 말 없는데, 청천벽력 같은 사실을 알고 가슴에 돌덩이를 얹은 채 더욱 말이 없어진다. 초인적인 힘으로 버티며 겨우 살아간다. 날아가고 싶은 마음을 잡아 내리며 억지로 끌고 간다. 새장 속에 갇혀 날아갈 수 있지만 날아갈 수 없는 동훈에게 어떤 아이가 나타난다. 자기가 괜찮은 사람이라고 말해주는, 자신보다 어리지만 자신보다 '어른'같은 지안이 나타난다.

'어른'이란 뭘까. 국어사전 속 어른이란 '다 자란 사람'이다. 몸도 다 자라고, 마음도 다 자라고, 생각도 다 자라고, 어느 방면으로 보아도 다 자란 사람을 뜻하는 걸까. 그렇다면 나는 아직도 어른이 아니다. 진정한 어른이 될 수 있는 걸까?

여기서 치이고 저기서 치이고 상처받고 괜히 심통 부리고 우울하고 어쩌다 가끔 행복해서 웃음 짓고 나머지는 그냥 무표정으로 지내는 나에게 이 어른들이 크나큰 위로를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라고, 버텨내라고, 이렇게라도 버텨내다 보면 어느샌가 나는 내가 돼있을 거라고 말해준다. 알을 깨고 나오기 전까진 좁은 공간에서 너무나 답답하고 알을 깨면서 온통 고통스럽지만 알을 깨고 나오면 진정한 나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해준다. 그러니까 힘들면 조금씩 쉬어가면서 소소한 일에 즐거움을 느끼면서 그렇게 한 발자국씩 나아가라고, 그렇게 어른이 되는 거라고 나에게, 세상 모든 지안에게 크나큰 위로를 준다.

나의 아저씨 테마곡 '어른'을 들으며 지안의 슬픔을 위로하며 내 슬픔도 위로했는데 이제는 노랫말 그림책이 내 눈까지 위로해 준다. 어른을 위한 그림책 '어른'은 노래 어른의 가삿말을 주제로 한 그림책으로 노래에 걸맞은 그림이 담겨있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어두운 세상에 홀로 남겨져 홀로 어둠을 이겨내고 홀로 비를 맞고 홀로 달리고 홀로 꿈을 꾼다. 그러다 비로소 빛을 보며 자유롭게 하늘을 훨훨 날아다닐 수 있는 나비가 된다. 전체적인 그림 색은 어두움을 뜻하기 위해 검푸른 색을 쓴 것 같은데 꼭 해가 뜨기 전 푸르스름한 기운을 담고 있는 것 같다. '곧 있으면 해가 떠. 그러니까 조금만 더 힘내'라고 하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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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시작합니다 - 초보 작가 고군분투기
김경란 외 지음 / 더로드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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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10월, 오프라인 글쓰기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1주일에 한번, 총 4주간의 짧은 수업이었지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매주 글쓰기 이론과 함께 한 편의 짧은 글을 쓰면서 가슴속에 잠들어 있던 불꽃이 스멀스멀 일어났다. 많은 독서량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었지만 지금까지 책을 읽으며 나도 글 쓰고 싶다, 책 한 권 쓰고 싶다는 실현 가능성 0%일 것 같은 꿈을 꾸고 있었다.

그동안 글을 안 써본 건 아니었다. 독후감도 글쓰기니 쓴 거로 치자면 나름 조금씩 써 오긴 했다. 그러나 글쓰기 수업을 듣고 난 후 예전에 썼던 글을 읽으니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싶을 정도로 두서도 없고 주제도 없고 엉망이었다. 물론 지금도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아주 조금의 변화는 느껴졌다. 글쓰기 전에 글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어떤 단어를 선택할 것인지, 문장의 호흡은 길게 뺄 것인지, 짧게 끊을 것인지 등 한 번씩 더 생각해 보고 고쳐 써보기도 하면서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 조금 배웠다고 오히려 쓰기 어려워졌다. 배웠으니 잘 쓰고 싶다는 부담감이 있고 글감 찾기도 무척이나 어렵게 다가왔다.

딱 이 시기에 <글쓰기를 시작합니다>를 읽었다. 총 10명의 초보 작가들이 공동으로 출판한 이 책은 글을 쓰고자 하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에게 한 줄기 희망을 보여주었다. 내가 글 쓰는 것을 전문적으로 배우고 졸업한 것도 아니고 '잘' 쓰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잘'이라는 것에만 너무 집중했던 것 같다. 글쓰기 수업 선생님도 많이 써 보는 게 중요하다고 해주셨는데 그걸 잊고 있었다. 일단 쓰기 시작하면 봇물처럼 터지듯 써지는 게 글이라는 걸 알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공동저자 책의 최대 장점인 짧은 시간에 여러 명의 생각, 글쓰기 스타일, 정보 등을 얻을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10명의 글을 읽고 같은 주제로 더 잘 읽히는 글이 있다는 것도 알아버렸다. 술술 잘 읽히는 글을 쓰기 위해선 정말 꾸준히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쓰고 쓰다 보면 나만의 스타일이 생길 거고, 문장력도 높아질 거고, 차곡차곡 모아지다 보면 언젠가 그 실현 가능성 0%일 것 같던 일도 100%가 되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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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있을까? 숨은그림찾기 1000 놀면서 똑똑해지는 퍼즐북 시리즈
레이크 프레스 구성 / 길벗스쿨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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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그림찾기를 좋아하는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좋아할 줄은 몰랐다. 앉아서 시작한 후로 그 자리에서 끝까지 다 햐려는 걸 겨우 말려서 말려서 진정시켰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알록달록 쨍한 색감에 귀여운 스타일의 그림에 우리 아이도 그렇지만 나도 덩달아 푹 빠져서 같이 해 보았는데 도서관, 바닷속, 과학실, 외계행성, 도시의 밤, 바닷가, 스키장, 정글 숲 등등 그림과 주제가 워낙 다양하고 다채로워서 그림 구경하기만 해도 시간이 훌쩍 지났다.

제목은 <어디 있을까? 숨은그림찾기 1000>. 아이 입장에서는 숨은 그림 찾기지만 어른 입장에서 보면 대놓고 그림 찾기다^^. 사실이다. 규칙 없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그림들 속에서 제시되어 있는 그림을 찾기. 어른들이 생각하는 숨은 그림 찾기는 결코 아니다. 빠르면 3세부터 6,7세까지는 재미있고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7세는 조금 시시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숨은그림찾기 뿐만 아니라 중간중간 같은 그림 찾기, 찾아서 숫자 세어보기 등 다른 미션들로 지루하지 않도록 구성을 짜 놓았기 때문에 무리 없어 보인다.

다른 그림 찾기를 통해 집중력을 발휘해서 찾아야 할 그림을 기억하고 또 여러 그림들을 관찰함으로써 두뇌를 다양하게 자극하고 집중력과 관찰력을 키우고 향상시킬 수 있어 아이에게 무척이나 좋을 것 같다.이렇게 보니 말 그대로 놀면서 똑똑해지는 기분이 든다.ㅎㅎ

<어디 있을까? 숨은그림찾기 1000>을 다 하고 나면 <어디 있을까? 다른 그림 찾기 1000>을 사달라는 아이를 보니 여간 재미있는 게 아닌 것 같다. 아이가 좋아하니 안 사줄 수가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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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브로콜리 싱싱한가요? - 본격 식재료 에세이
이용재 지음 / 푸른숲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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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 표지에는 커다란 브로콜리와 마늘, 허브와 후추 그리고 한 가지 더 있는데 뭔지는 모르겠고, 어쨌든 식재료가 그려져 있는데 저자가 이 재료들에 안착해서 있는 모습이 일러스트로 재미있게 그려져 있다. 이 그림을 보고 있자니 꼭 식재료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것 같은데 맞다. 이 책<오늘 브로콜리 싱싱한가요?>는 생뚱맞게도 전직이 건축가였던 이용재 작가의 식재료 에세이다.

1장부터 7장으로 향신료와 필수 요소, 채소, 육류와 해산물, 과일, 달걀과 유제품류, 곡물, 알아두면 좋을 식재료 이야기까지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고 구할 수 있는 것들을 가지고 독자에게 식재료 여행을 시켜준다.

엄청 독특하면서도 무슨 맛일지 너무 궁금해서 조만간 꼭 해먹어 보고 싶은 알쏭달쏭 물음표가 그려지는 저자만의 특급 레시피는 물론이거니와 읽는 내내 신선함이 느껴지는 식재료 이야기와 보관방법, 더 맛있게 먹는 방법, 어떤 상태인 것들 골라야 하는지, 음식을 할 때 없어서는 안 될 꼭 필요한 간을 맞추고 맛을 내주는 소금, 간장, 설탕, 식초와, 파프리카의 성별에 관한 낭설, 소금의 꼬집과 자밤, 내 시금치가 2% 부족했던 이유, 읽으면서 너무너무 먹고 싶었던 햄버거 패티와 연어 이야기, 굉장히 충격적이었던 딸기 보관법, 수박이 라임과 만나 상쾌한 술이 되는 이야기, 아이를 키우는 집에서 없어서는 안 될 달걀까지 이번 식재료 여행을 너무나도 재미있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다녀온 것 같다. 또 가고 싶을 정도로.

식재료를 이해함으로써 요리할 때 뭔가 더 식재료의 성향에 맞게, 더 맛깔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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